<단독> 광주교대 채용 논란 그 이후…

‘임용 취소’ 결론 총장이 뭉갤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교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논란이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제보자의 문제 제기로 연구윤리위원회가 소집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친 끝에 ‘임용 취소’ 결론이 나왔다. 이제 공은 광주교대 총장에게 넘어간 상태다. 

지난해 7월 광주교육대학교(이하 광주교대) 미술교육과 채용 과정서 불공정 의혹이 불거졌다. (<일요시사>1454호 <단독> 광주교대 ‘맞춤형 채용’ 의혹 보도 참고) 최종 합격자가 미술교육과 채용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혹과 함께 채용 전반을 관리하는 광주교대의 대응도 문제로 지적됐다.

4개월 지나
위원회 구성

광주교대는 자격심사·전공적부심사·연구발표실적심사·연구내용심사 등 1차 전형서 한 차례 지원자를 거른 후 교수능력심사․면접심사 등 2차 전형을 진행해 김모 교수를 미술교육과 최종 합격자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종 합격자 발표(지난해 7월26일) 직후 일부 지원자의 문제 제기로 김 교수의 개인전 실적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광주교육대학교 교원업적평가 및 성과급적 연봉제 운영지침’에 따르면 전시 작품 중 70% 이상이 신작이어야만 개인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광주교대는 지침에 포함된 ‘미술 실기 업적평가 기준’에 따라 ▲도록(팸플릿) ▲현장 사진(개인전에 한함) ▲전시확인서 1부 등으로 개인전 실적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1차 전형을 통과한 5명 가운데 1명인 조모 작가는 김 교수의 개인전 실적이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집중돼있고 그 구성 또한 ‘중복게재’ ‘자기 표절’ 등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채용 과정서 제출한 개인전 실적의 양과 질 모두 광주교대 미술교육과 채용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광주교대에 명확한 검증을 요구했다.

최초 문제 제기 이후 4개월 동안 별다른 대응이 없던 광주교대는 지난 11월 연구윤리위원회를 구성해 김 교수의 연구윤리 부정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윤리위원회는 교무처장·기획처장·미래교육혁신원장·산학협력단장을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해 총 11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했다. 미래교육혁신원장인 선모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광주교대 연구윤리 규정에 따르면, 연구윤리위원회는 예비조사를 통해 제보자의 제보내용을 조사한 뒤 본조사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본조사가 진행되면 7인 이상의 위원으로 본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이때 외부인 30% 이상, 해당 연구 분야 전문가 50% 이상의 비율을 맞춰야 한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연구의 진실성 검증을 통해 교직원, 연구원, 학생, 교원 신규채용 지원자 등에 대한 연구부정 행위를 판단한다. 윤리규정에 따르면 연구윤리위원회는 ▲위조 ▲변조 ▲표절 ▲부당한 저자 표시 ▲부당한 중복게재 ▲연구부정 행위에 대한 조사 방해 등을 연구부정 행위로 판단해 제재 조치를 건의할 수 있다.

조 작가는 지난해 11월 ▲(김 교수의) 개인전 신작 비율이 70% 이하인데도 실적으로 인정된 점 ▲2023년 전시한 작품이 2011년 전시 작품의 자기 표절로 보이는 점 ▲현장 사진에는 없지만 도록에는 포함된 작품이 있는 전시 ▲초대전인지 개인전인지 불분명한 전시 ▲자료가 전혀 없어 실제로 전시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수 없는 개인전 등에 대한 검증을 요청했다. 

연구윤리위원회 본조사 결과 나와
연구부정 행위 인정돼 의견 제시

조 작가에 따르면 김 교수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 중 5건이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3개월20일 동안에 열렸다. 단순 계산으로는 22일에 한 번꼴로 전시했던 셈이다.


이 중 일부 전시는 병원 갤러리, 카페형 갤러리 등 공인된 미술관으로 보기 어려운 장소서 개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실적 쌓기’에 급급해 개인전을 부실하게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초대전 여부 의혹도 비슷한 맥락이다. 일반적으로 개인전은 전시 요청 주체에 따라 초대전과 일반전(대관전)으로 구분된다. 초대전은 미술관, 일반전은 작가의 요청으로 진행된다. 광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채용 기준서 초대전과 일반전을 구분해 배점했다.

국내 초대전이 130점, 국내 일반전이 70점으로 배점 차이가 60점에 이른다. 지원자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차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5월 전북의 한 미술관서 개인전을 진행했는데 해당 전시가 초대전인지 일반전인지를 두고 말이 엇갈렸다. 김 교수는 해당 전시를 초대전이라고 제출했는데 미술관 관계자는 조 작가와의 통화서 일반전이라고 답했다.

해당 미술관 SNS서도 김 교수의 전시자료가 모두 삭제됐는데 그 또한 일반전이어서 작가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 작가는 “초대전은 미술관 측에서 기획하고 준비하기 때문에 도록의 크레딧 부분에 총괄, 감수, 기획, 전시 진행, 전시 보조, 평론, 사진 등 관계자 이름과 주최, 주관, 후원사 등이 들어간다. 하지만 김 교수의 경우(해당 전시가) 초대전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크레딧 구성”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일요시사> 확인 결과 해당 전시 도록에는 김 교수의 이름뿐이었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22일 조 작가의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예비조사를 진행했다. 총 6명의 위원이 참석한 연구윤리위원회는 이날 논의를 통해 조 작가의 제보 내용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추정돼 외부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위한 본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피조사자 해명
“현대미술이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연구윤리위원회 예비조사 결과 통보서’에 따르면 연구윤리위원회는 ▲개인전 전시 실적 중복 의혹(부당한 중복게재 혐의) ▲자기 표절 의혹(변조 혐의) ▲현장 사진에는 없는 작품이 도록에 수록됐다는 의혹(위조 혐의) 등을 검증하기 위해 전문가가 포함된 본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초대전 여부 의혹과 개인전 전시 여부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미술관의 확인서를 근거로 검증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후 외부위원 3명을 포함한 9명의 본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지난달 27일 열린 본조사위원회에는 김 교수(피조사자)가 참석해 의견을 진술했다. 김 교수는 부당한 중복게재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 해당 개념은 저서나 논문처럼 심사를 거쳐 공식적으로 비교할 때 쓰는 것이다. 전시 현장이라는 특수적인 상황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자기 표절 의혹이 제기된 작품에 대해서는 “의미적으로 주제가 바뀌었고 작품 배경과 잘 맞아 이 작품을 전시해야 할 이유가 있었고 새로운 작품명을 부여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작가로서 판단했다”며 “외형적으로 자기 표절이라고 판단하는 자체도 현대미술에서는 하기 어려운 문제 제기”라고 강조했다.

거의 똑같아 보이는 작품이라도 작가가 다른 작품이라고, 의미가 다르다고 하면 인정해줘야 하는 게 현대미술이라는 주장이다. 

현장 사진에는 없지만 도록에는 있는 작품 관련해서는 “전시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작가는 그것을 고려해서 운영하고 선택하는 것”이라며 “도록과 현장의 작품이 차이가 생기는 것은 보편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광주 지역의 한 미술계 관계자는 김 교수의 해명을 두고 “미술계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부족한 것 같다”며 “작가의 전시 연출, 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이번 사안은 채용 과정서 불거진 일이다. 채용 기관의 기준에 맞춰서 그에 부합하는 자료를 제출하는 게 1순위였다”고 지적했다.

현장 사진
배경 달라

연구윤리 본조사위원회는 김 교수가 제출한 7회의 전시회 실적 중 2회의 전시를 ‘부당한 중복게재’로, 자기 표절 의혹이 있는 작품을 ‘변조’로 판정했다. 그러면서 ‘2023학년도 2학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초빙 공고’에 명시된 ‘지원자격 등 임용조건에 하자가 발견되거나 제출한 서류에 허위 사실이 발견되거나 학위논문, 연구 실적물 등이 연구윤리에 저촉됐을 경우에는 심사서 제외되거나 합격 취소 또는 임용 후에도 임용을 취소할 수 있음’이라는 기타 사항에 의거해 ‘임용 취소’ 의견을 제시했다. 


미래교육혁신원 관계자는 “연구윤리 본조사위원회서 결정된 사안을 가지고 연구윤리위원회서 논의했는데 별다른 이의 없이 결론이 났다. 총장님께 보고된 상태”라며 “연구윤리 규정에 따라 제보자와 피조사자 모두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현재 이의신청기간”이라고 밝혔다. 

제보자나 피조사자가 제기한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연구윤리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해당 내용에 대해 논의한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예비조사부터 다시 진행되는 구조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이의신청에 대한 논의까지 마치고 최종 결론이 나오면 역시 총장에게 보고하고 추가로 수사기관에 고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연구윤리위원회의 결과가 나왔지만 광주교대 채용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광주교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연구윤리위원회서)임용 취소 결과가 나왔지만 총장이 조치를 하지 않으면 김 교수의 직은 유지된다. 학교에서는 교무처장과 총장이 ‘도록으로만 평가해야지 왜 현장 사진을 언급하냐’고 말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귀띔했다. 

광주교대 교무처장을 맡고 있는 방모 교수는 연구윤리 본조사위원회 결과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임용 취소 결론이 나온 것에 대한 학교 측 입장을 묻는 <일요시사>의 질문에 “잘 알지 못한다. 미래교육혁신원에 물어보면 잘 알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교무처장은 연구윤리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했다. 

연구윤리위원회 조사 결과와는 별개로 추가 의혹도 불거졌다. 김 교수의 개인전 진행 여부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김 교수가 본조사 직전에 제출한 한 장의 현장 사진이 불씨가 됐다. 해당 사진의 배경이 김 교수가 개인전 실적으로 제출한 미술관이 아니라 다른 미술관이었기 때문이다.

제출 자료와 다른 전시 장소 의혹
미술관 관계자들 친인척으로 얽혀

김 교수는 지난해 2월15~23일 전남 담양군의 나야나교육박물관서 열린 ‘플라스토피아’라는 전시를 개인전 실적으로 제출했다. 연구윤리위원회가 확인한 김 교수의 전시 실적 확인서에도 해당 전시는 나야나교육박물관서 9일 동안 진행한 것으로 명시돼있다.

문제는 김 교수가 나야나교육박물관서 진행한 전시 ‘플라스토피아’의 현장 사진으로 제출한 자료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현장 사진의 배경은 나야나교육박물관이 아닌 대담미술관으로 확인됐다. 대담미술관은 나야나교육박물관의 길 건너편에 위치해있다. 다시 말해 김 교수가 나야나교육박물관서 진행했다고 밝힌 개인전이 실제로는 대담미술관서 진행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대담미술관 관계자는 “전시 기획은 나야나교육박물관서 진행했고 전시만 대담미술관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담미술관 홈페이지 확인 결과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는 전시가 열리지 않았다. 대담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 리모델링을 하던 시기”라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해당 내용은 연구윤리 본조사 과정서도 언급됐다.

김 교수는 “나야나교육박물관 쪽은 전시할 상황이 안 되고 대담미술관 공간은 잠깐 비어 있어서 줄 수 있다고 들었다”며 “잘 모르고 전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미술계 관계자는 “작가는 전시장에 작품을 배치할 때 1㎝만 어긋나도 힘들어한다. 그런데 전시 장소를 잘 모르고 했다는 해명은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나야나교육박물관과 대담미술관에 얽혀 있는 인물의 면면이다. 대담미술관 관장은 김 교수의 서양화 전임 교수인 정모 교수다. 당초 이번 미술교육과 채용 자체가 정 교수의 퇴임으로 시작됐다.

광주교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나야나교육박물관 관장은 정 교수의 친언니다. 그 박물관 학예사로 있던 양모씨는 정 교수의 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김 교수가 연구윤리 본조사위원회에 제출한 나야나교육박물관 전시 확인서에 양씨의 이름이 확인된다. 

일각에서는 김 교수가 개인전 ‘플라스토피아’를 대담미술관서조차 열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채용 사유화
바로 잡을까

광주지역의 한 미술계 관계자는 “김 교수가 현장 사진으로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시장 배경과 계절감이 맞지 않는다. 이런 의혹을 방지하기 위해 도록과 현장 사진, 전시 확인서를 모두 검증하는 것인데 광주교대는 여전히 도록만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작가는 “광주교대는 예비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도덕과 윤리가 교수의 많은 덕목 중 최우선이 돼야 한다. 이번 일이 올바른 방향으로 마무리지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메일,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답신은 없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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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