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교대 ‘맞춤형 채용’ 의혹

3개월에 개인전 5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등의 가치는 경쟁 과정서 나온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서 같은 신호에 따라 같은 거리를 달려 거머쥔 승리는 그 자체로 값지다. 공정한 경쟁을 만드는 역할은 심판에게 부여된다. 모든 선수가 똑같은 상황서 다툴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꼼수를 막아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도덕과 윤리가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도덕과 윤리를 가르쳐야 할 예비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라진 도덕
대신한 꼼수

최근 광주교육대학교(이하 광주교대)서 채용 불공정 의혹이 불거졌다. 특정 지원자를 위한 ‘맞춤형 채용’을 진행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7월 합격자 발표 직후 지원자들 사이서 제기된 의혹은 4개월째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서 채용 전반을 관리하는 광주교대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광주교대는 5월24일 ‘2023학년도 2학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초빙 공고’를 게시했다. 국어교육과·수학교육과·미술교육과에 각 1명씩 교수를 채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자격심사·전공적부심사·연구발표실적심사·연구내용심사 등 1차 전형서 한 차례 지원자를 거른 후 교수능력심사·면접심사 등 2차 전형을 진행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채용 과정을 명시했다.

세 학과 교수 지원자는 학위 논문을 제외하고 최근 4년간(2019년 6월9일~2023년 6월8일) 국제학술지,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등에 게재한 논문 2편을 제출해야 했다. 미술교육과의 경우 ‘개인전 발표 실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빙분야별 심사기준과 ‘광주교육대학교 교원업적평가 및 성과급적연봉제 운영지침’을 참고하라고 공고했다.


채용 불공정 의혹이 불거진 학과는 미술교육과다. 광주교대는 미술교육과 교수 초빙분야를 서양화로 지정하고 ‘미술교육 강의 가능자’를 지원자격으로 제시했다. 미술교육과 심사기준은 ▲전공적부심사(50점) ▲연구발표실적심사(50점) ▲연구내용심사(50점) ▲교수능력(50점) ▲면접심사(50점) 등 총 250점으로 구성됐다.

심사위원이 제출된 서류 등을 평가해 수·우·미·양·가로 구분, 점수를 매긴 후 합산 결과 가장 높은 점수의 지원자를 최종 합격자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적공적부심사는 초빙분야와 지원자의 학위논문·학력·경력 등이 일치하는 정도를 평가하는 분야다. 연구발표실적심사와 연구내용심사는 지원자의 논문, 개인전 실적 등을 양적·질적으로 평가한다. 총 100점이 배점된 만큼 2차 전형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2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5명이 1차 전형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격자 발표 직후 이의 제기
학과 교수들까지 “문제 있다”

이후 7월26일 김모 교수가 미술교육과 최종 합격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합격자 발표 다음날인 7월27일 2차 전형에 참여했던 지원자 일부가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전공적부심사, 연구발표·내용심사 등 채용 과정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광주교대에 명확한 검증을 요구했다.

쟁점으로 부각된 부분은 김 교수의 개인전 실적이다. 문제를 제기한 조모 작가는 김 교수의 개인전 실적이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집중돼있고 그 내용 또한 ‘자기표절’ 작품으로 채워졌다고 주장했다. 지원자들의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김 교수와 차점자의 총점은 1점 차에 불과했다. 개인전 실적 심사에 따라 합격자가 뒤바뀔 수도 있던 셈이다.


‘광주교육대학교 교원업적평가 및 성과급적연봉제 운영지침’에는 ‘미술 실기 업적평가 기준’이 명시돼있다. 전시회는 ▲국내외서 진행한 국제 초대전(180점) ▲국내외서 진행한 국제 일반전(100점) ▲국내서 진행한 초대전(130점) ▲국내서 진행한 일반전(70점) 등으로 점수를 배정했다. 

초대전은 미술관 측에서 작가에게 요청해 관련 비용을 지불하면서 진행하는 전시고, 일반전 이른바 대관전은 작가가 미술관에 제안하는 전시다. 운영지침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개인전 인정 기준이다. 기준에 따르면 ‘국내외 미술관 및 공인된 단독갤러리서 6일 이상 전시한 경우’에만 개인전으로 인정된다. 

또 전시 작품 중 70% 이상 신작이어야만 개인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동일한 작품으로는 몇 번의 개인전을 개최해도 1회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도록(팸플릿) ▲현장사진(개인전에 한함) ▲전시확인서 1부 등을 증빙서류로 요구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도록에는 싣지 않았어도 현장에는 작품이 걸려 있는 경우가 있다. 도록과 현장사진, 그리고 미술관의 전시확인서 등을 통해 다각도로 검증해야 개인전 여부와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잡음 터지고
대처 도마에

조 작가에 따르면 김 교수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총 8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 중 5건이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3개월여 동안에 집중돼있다. 미술교육과 교수 지원을 위해 실적 쌓기용 전시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개인전이 진행된 장소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미술관을 비롯해 병원 아트갤러리, 대학 박물관, 갤러리형 카페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조 작가는 “병원 로비, 카페 등에서 진행한 전시를 개인전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전시 내용 또한 개인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작 비율이 70%가 안 되는 것은 물론 도리어 작품 중복률이 50~60%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지난 4월 전남 화순의 한 갤러리형 카페 전시에 등장한 작품이 다음달인 5월 세종시의 한 갤러리형 카페 전시서도 확인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해당 작품이 위아래가 뒤바뀐 채 현장사진과 도록에 실려 있다는 사실이다. 미술작품에 문외한인 일반인이라면 얼핏 다른 작품으로 착각할 법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기존 작품과 다른 작품처럼 보이려고 의도적으로 한 것이라면 사기 행위에 가깝다. 도록에 싣는 과정서 실수한 것이라도 문제가 있다. 개인전을 준비하는 작가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챙긴다. 도록에 작품이 잘못 게재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작가는 “김 교수가 개인전 실적이라고 낸 작품 중 한 점은 2011년 전시에 출품한 작품에 풀만 몇 개 더 그려서 신작이라고 전시한 것”이라며 “대표적인 자기표절 작품”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11조(연구부정행위의 범위) 5항은 연구자가 자신의 이전 연구 결과와 동일 또는 실질적으로 유사한 저작을 출처표시 없이 게재한 후 연구비를 수령하거나 별도의 연구 업적으로 인정받는 경우 등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를 ‘부당한 중복게재’로 명시했다. 


자기표절?
부정행위

조 작가의 연이은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광주교대는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술교육과 일부 교수가 ▲전공적부심사 ▲외부심사위원 초빙 등에 문제가 있다고 공문 등을 통해 언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공문에는 ‘양적 평가의 공정함과 질서를 훼손하는 심사’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광주교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합격자 발표 전날까지도 공채관리위원회가 열렸고 이 자리서 미술교육과 교수들이 제기한 문제가 언급됐다”며 “하지만 광주교대는 해당 문제에 대한 별다른 반응 없이 교수 채용을 강행했다. 지원자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문제를 지적하는 상황서 학교가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한탄했다. 

개인전 증빙서류 중 하나인 현장사진을 심사 과정서 검토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광주교대의 국민신문고 답변서도 현장사진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조 작가는 합격자 발표 직후 국민신문고에 ‘실기 실적 중복 의혹’ 등의 민원을 제기했다. 

광주교대는 해당 민원에 답변하는 과정서 “실기실적에 대한 공정한 심사를 위해 모든 지원자에게 공통적으로 ‘도록과 전시확인서’를 제출받았으며”라고 답했고 또 “미술 실기 업적평가 기준에 따라 심사장에 비치된 지원자의 도록과 전시확인서 등을 열람하면서 중복작품 등에 대해 엄정하게 심사했다”고 말했다.


‘광주교육대학교 교원업적평가 및 성과급적연봉제 운영지침’에 따라 심사했다면서도 해당 지침에 포함된 현장사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이다. 특정 지원자를 위해 현장사진을 일괄적으로 심사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이른바 ‘맞춤형 채용’을 진행했다는 의심이다.

초대전과 일반전(대관전)을 제대로 구분해 검증했는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준에 따르면 국내 초대전은 130점, 국내 일반전은 70점으로 배점됐다. 배점 차이가 60점에 이른다. 광주교대는 연구내용심사에서 개인전 실적으로 ‘국내외서 진행한 국제 초대전, 국내 초대전에 한함’이라고 명시했다.

지원자 등에 따르면 내용심사에 제출하는 개인전은 전체 실적 중 가장 ‘자신작’을 내놓는다고 한다.

“절차대로 했다” 일관하더니…
결국 학내 윤리위원회 구성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교수는 연구내용 심사에 지난 5월 전북 전에서 진행한 전시자료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해당 전시가 초대전인지 일반전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전시 요청 주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초대전과 일반전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전시 비용의 주체 역시 미술관과 작가로 갈리기 때문에 채용 과정서도 배점 차이를 두는 것.

심사기준에 따르면 해당 전시는 초대전이어야 맞다. 하지만 조 작가에 따르면 해당 미술관 관계자는 김 교수의 전시를 “대관전(일반전)”이라고 말했다. 초대전이었냐는 조 작가의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 것이다. 해당 미술관 SNS에 게재돼있던 김 교수 전시 관련 자료는 현재 전부 삭제된 상태다.

석연치 않은 구석은 또 있다. 광주교대는 미술교육과 교수 초빙 공고문과 합격자 발표 공고를 홈페이지서 삭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교대 홈페이지 채용공고 게시판에서는 해당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지난 17일 기준). 게시 기간이 오래돼 삭제했다고 하기엔 그보다 더 이전의 게시글도 살아있는 상태다.

문제를 제기한 조 작가, 미술교육과 일부 교수들, 지역 미술계 관계자 등은 광주교대의 채용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광주교대는 조 작가의 국민신문고 민원에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교수 공채를 진행했으며 향후에도 교수 채용의 공정성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국민신문고 답변과 달리 광주교대는 불분명한 기준, 부실한 검증, 안일한 사후 대처 등으로 채용 불공정 의혹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제 공은 연구윤리위원회로 넘어간 상황이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연구윤리 규정에 따라 예비조사, 본조사 등을 거쳐 6개월 이내에 판정을 내려야 한다.

광주교대는 연구윤리위원회의 판정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광주교대 교무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연구윤리위원회서 연구윤리와 관련해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라며 “현재 연구윤리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 측으로선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 교수에게는 미술교육과 학과 사무실, 교수실, 개인 번호,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일절 답하지 않았다. 

결과 판정
6개월 뒤에야

조 작가는 “순수미술(서양화)은 예술의 순수성을 지향하면서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통해 미술계 전반의 인정과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이어져왔다”며 “미술작품 공모 선정 과정서 자기표절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 검토를 통해서 당선을 취소할 정도로 미술계서 윤리 검증과 작가의 양심, 도덕성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이번 채용 과정서 불거진 의혹이 사회통념상 공정과 상식에 따라 상세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