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교대 ‘맞춤형 채용’ 의혹

3개월에 개인전 5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등의 가치는 경쟁 과정서 나온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서 같은 신호에 따라 같은 거리를 달려 거머쥔 승리는 그 자체로 값지다. 공정한 경쟁을 만드는 역할은 심판에게 부여된다. 모든 선수가 똑같은 상황서 다툴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꼼수를 막아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도덕과 윤리가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도덕과 윤리를 가르쳐야 할 예비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라진 도덕
대신한 꼼수

최근 광주교육대학교(이하 광주교대)서 채용 불공정 의혹이 불거졌다. 특정 지원자를 위한 ‘맞춤형 채용’을 진행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7월 합격자 발표 직후 지원자들 사이서 제기된 의혹은 4개월째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서 채용 전반을 관리하는 광주교대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광주교대는 5월24일 ‘2023학년도 2학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초빙 공고’를 게시했다. 국어교육과·수학교육과·미술교육과에 각 1명씩 교수를 채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자격심사·전공적부심사·연구발표실적심사·연구내용심사 등 1차 전형서 한 차례 지원자를 거른 후 교수능력심사·면접심사 등 2차 전형을 진행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채용 과정을 명시했다.

세 학과 교수 지원자는 학위 논문을 제외하고 최근 4년간(2019년 6월9일~2023년 6월8일) 국제학술지,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등에 게재한 논문 2편을 제출해야 했다. 미술교육과의 경우 ‘개인전 발표 실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빙분야별 심사기준과 ‘광주교육대학교 교원업적평가 및 성과급적연봉제 운영지침’을 참고하라고 공고했다.

채용 불공정 의혹이 불거진 학과는 미술교육과다. 광주교대는 미술교육과 교수 초빙분야를 서양화로 지정하고 ‘미술교육 강의 가능자’를 지원자격으로 제시했다. 미술교육과 심사기준은 ▲전공적부심사(50점) ▲연구발표실적심사(50점) ▲연구내용심사(50점) ▲교수능력(50점) ▲면접심사(50점) 등 총 250점으로 구성됐다.

심사위원이 제출된 서류 등을 평가해 수·우·미·양·가로 구분, 점수를 매긴 후 합산 결과 가장 높은 점수의 지원자를 최종 합격자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적공적부심사는 초빙분야와 지원자의 학위논문·학력·경력 등이 일치하는 정도를 평가하는 분야다. 연구발표실적심사와 연구내용심사는 지원자의 논문, 개인전 실적 등을 양적·질적으로 평가한다. 총 100점이 배점된 만큼 2차 전형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2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5명이 1차 전형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격자 발표 직후 이의 제기
학과 교수들까지 “문제 있다”

이후 7월26일 김모 교수가 미술교육과 최종 합격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합격자 발표 다음날인 7월27일 2차 전형에 참여했던 지원자 일부가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전공적부심사, 연구발표·내용심사 등 채용 과정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광주교대에 명확한 검증을 요구했다.

쟁점으로 부각된 부분은 김 교수의 개인전 실적이다. 문제를 제기한 조모 작가는 김 교수의 개인전 실적이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집중돼있고 그 내용 또한 ‘자기표절’ 작품으로 채워졌다고 주장했다. 지원자들의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김 교수와 차점자의 총점은 1점 차에 불과했다. 개인전 실적 심사에 따라 합격자가 뒤바뀔 수도 있던 셈이다.

‘광주교육대학교 교원업적평가 및 성과급적연봉제 운영지침’에는 ‘미술 실기 업적평가 기준’이 명시돼있다. 전시회는 ▲국내외서 진행한 국제 초대전(180점) ▲국내외서 진행한 국제 일반전(100점) ▲국내서 진행한 초대전(130점) ▲국내서 진행한 일반전(70점) 등으로 점수를 배정했다. 

초대전은 미술관 측에서 작가에게 요청해 관련 비용을 지불하면서 진행하는 전시고, 일반전 이른바 대관전은 작가가 미술관에 제안하는 전시다. 운영지침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개인전 인정 기준이다. 기준에 따르면 ‘국내외 미술관 및 공인된 단독갤러리서 6일 이상 전시한 경우’에만 개인전으로 인정된다. 

또 전시 작품 중 70% 이상 신작이어야만 개인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동일한 작품으로는 몇 번의 개인전을 개최해도 1회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도록(팸플릿) ▲현장사진(개인전에 한함) ▲전시확인서 1부 등을 증빙서류로 요구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도록에는 싣지 않았어도 현장에는 작품이 걸려 있는 경우가 있다. 도록과 현장사진, 그리고 미술관의 전시확인서 등을 통해 다각도로 검증해야 개인전 여부와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잡음 터지고
대처 도마에

조 작가에 따르면 김 교수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총 8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 중 5건이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3개월여 동안에 집중돼있다. 미술교육과 교수 지원을 위해 실적 쌓기용 전시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개인전이 진행된 장소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미술관을 비롯해 병원 아트갤러리, 대학 박물관, 갤러리형 카페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조 작가는 “병원 로비, 카페 등에서 진행한 전시를 개인전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전시 내용 또한 개인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작 비율이 70%가 안 되는 것은 물론 도리어 작품 중복률이 50~60%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지난 4월 전남 화순의 한 갤러리형 카페 전시에 등장한 작품이 다음달인 5월 세종시의 한 갤러리형 카페 전시서도 확인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해당 작품이 위아래가 뒤바뀐 채 현장사진과 도록에 실려 있다는 사실이다. 미술작품에 문외한인 일반인이라면 얼핏 다른 작품으로 착각할 법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기존 작품과 다른 작품처럼 보이려고 의도적으로 한 것이라면 사기 행위에 가깝다. 도록에 싣는 과정서 실수한 것이라도 문제가 있다. 개인전을 준비하는 작가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챙긴다. 도록에 작품이 잘못 게재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작가는 “김 교수가 개인전 실적이라고 낸 작품 중 한 점은 2011년 전시에 출품한 작품에 풀만 몇 개 더 그려서 신작이라고 전시한 것”이라며 “대표적인 자기표절 작품”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11조(연구부정행위의 범위) 5항은 연구자가 자신의 이전 연구 결과와 동일 또는 실질적으로 유사한 저작을 출처표시 없이 게재한 후 연구비를 수령하거나 별도의 연구 업적으로 인정받는 경우 등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를 ‘부당한 중복게재’로 명시했다. 

자기표절?
부정행위

조 작가의 연이은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광주교대는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술교육과 일부 교수가 ▲전공적부심사 ▲외부심사위원 초빙 등에 문제가 있다고 공문 등을 통해 언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공문에는 ‘양적 평가의 공정함과 질서를 훼손하는 심사’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광주교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합격자 발표 전날까지도 공채관리위원회가 열렸고 이 자리서 미술교육과 교수들이 제기한 문제가 언급됐다”며 “하지만 광주교대는 해당 문제에 대한 별다른 반응 없이 교수 채용을 강행했다. 지원자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문제를 지적하는 상황서 학교가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한탄했다. 

개인전 증빙서류 중 하나인 현장사진을 심사 과정서 검토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광주교대의 국민신문고 답변서도 현장사진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조 작가는 합격자 발표 직후 국민신문고에 ‘실기 실적 중복 의혹’ 등의 민원을 제기했다. 

광주교대는 해당 민원에 답변하는 과정서 “실기실적에 대한 공정한 심사를 위해 모든 지원자에게 공통적으로 ‘도록과 전시확인서’를 제출받았으며”라고 답했고 또 “미술 실기 업적평가 기준에 따라 심사장에 비치된 지원자의 도록과 전시확인서 등을 열람하면서 중복작품 등에 대해 엄정하게 심사했다”고 말했다.

‘광주교육대학교 교원업적평가 및 성과급적연봉제 운영지침’에 따라 심사했다면서도 해당 지침에 포함된 현장사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이다. 특정 지원자를 위해 현장사진을 일괄적으로 심사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이른바 ‘맞춤형 채용’을 진행했다는 의심이다.

초대전과 일반전(대관전)을 제대로 구분해 검증했는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준에 따르면 국내 초대전은 130점, 국내 일반전은 70점으로 배점됐다. 배점 차이가 60점에 이른다. 광주교대는 연구내용심사에서 개인전 실적으로 ‘국내외서 진행한 국제 초대전, 국내 초대전에 한함’이라고 명시했다.

지원자 등에 따르면 내용심사에 제출하는 개인전은 전체 실적 중 가장 ‘자신작’을 내놓는다고 한다.

“절차대로 했다” 일관하더니…
결국 학내 윤리위원회 구성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교수는 연구내용 심사에 지난 5월 전북 전에서 진행한 전시자료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해당 전시가 초대전인지 일반전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전시 요청 주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초대전과 일반전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전시 비용의 주체 역시 미술관과 작가로 갈리기 때문에 채용 과정서도 배점 차이를 두는 것.

심사기준에 따르면 해당 전시는 초대전이어야 맞다. 하지만 조 작가에 따르면 해당 미술관 관계자는 김 교수의 전시를 “대관전(일반전)”이라고 말했다. 초대전이었냐는 조 작가의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 것이다. 해당 미술관 SNS에 게재돼있던 김 교수 전시 관련 자료는 현재 전부 삭제된 상태다.

석연치 않은 구석은 또 있다. 광주교대는 미술교육과 교수 초빙 공고문과 합격자 발표 공고를 홈페이지서 삭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교대 홈페이지 채용공고 게시판에서는 해당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지난 17일 기준). 게시 기간이 오래돼 삭제했다고 하기엔 그보다 더 이전의 게시글도 살아있는 상태다.

문제를 제기한 조 작가, 미술교육과 일부 교수들, 지역 미술계 관계자 등은 광주교대의 채용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광주교대는 조 작가의 국민신문고 민원에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교수 공채를 진행했으며 향후에도 교수 채용의 공정성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국민신문고 답변과 달리 광주교대는 불분명한 기준, 부실한 검증, 안일한 사후 대처 등으로 채용 불공정 의혹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제 공은 연구윤리위원회로 넘어간 상황이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연구윤리 규정에 따라 예비조사, 본조사 등을 거쳐 6개월 이내에 판정을 내려야 한다.

광주교대는 연구윤리위원회의 판정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광주교대 교무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연구윤리위원회서 연구윤리와 관련해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라며 “현재 연구윤리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 측으로선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 교수에게는 미술교육과 학과 사무실, 교수실, 개인 번호,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일절 답하지 않았다. 

결과 판정
6개월 뒤에야

조 작가는 “순수미술(서양화)은 예술의 순수성을 지향하면서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통해 미술계 전반의 인정과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이어져왔다”며 “미술작품 공모 선정 과정서 자기표절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 검토를 통해서 당선을 취소할 정도로 미술계서 윤리 검증과 작가의 양심, 도덕성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이번 채용 과정서 불거진 의혹이 사회통념상 공정과 상식에 따라 상세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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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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