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교대 ‘맞춤형 채용’ 의혹

3개월에 개인전 5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등의 가치는 경쟁 과정서 나온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서 같은 신호에 따라 같은 거리를 달려 거머쥔 승리는 그 자체로 값지다. 공정한 경쟁을 만드는 역할은 심판에게 부여된다. 모든 선수가 똑같은 상황서 다툴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꼼수를 막아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도덕과 윤리가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도덕과 윤리를 가르쳐야 할 예비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라진 도덕
대신한 꼼수

최근 광주교육대학교(이하 광주교대)서 채용 불공정 의혹이 불거졌다. 특정 지원자를 위한 ‘맞춤형 채용’을 진행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7월 합격자 발표 직후 지원자들 사이서 제기된 의혹은 4개월째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서 채용 전반을 관리하는 광주교대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광주교대는 5월24일 ‘2023학년도 2학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초빙 공고’를 게시했다. 국어교육과·수학교육과·미술교육과에 각 1명씩 교수를 채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자격심사·전공적부심사·연구발표실적심사·연구내용심사 등 1차 전형서 한 차례 지원자를 거른 후 교수능력심사·면접심사 등 2차 전형을 진행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채용 과정을 명시했다.

세 학과 교수 지원자는 학위 논문을 제외하고 최근 4년간(2019년 6월9일~2023년 6월8일) 국제학술지,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등에 게재한 논문 2편을 제출해야 했다. 미술교육과의 경우 ‘개인전 발표 실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빙분야별 심사기준과 ‘광주교육대학교 교원업적평가 및 성과급적연봉제 운영지침’을 참고하라고 공고했다.


채용 불공정 의혹이 불거진 학과는 미술교육과다. 광주교대는 미술교육과 교수 초빙분야를 서양화로 지정하고 ‘미술교육 강의 가능자’를 지원자격으로 제시했다. 미술교육과 심사기준은 ▲전공적부심사(50점) ▲연구발표실적심사(50점) ▲연구내용심사(50점) ▲교수능력(50점) ▲면접심사(50점) 등 총 250점으로 구성됐다.

심사위원이 제출된 서류 등을 평가해 수·우·미·양·가로 구분, 점수를 매긴 후 합산 결과 가장 높은 점수의 지원자를 최종 합격자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적공적부심사는 초빙분야와 지원자의 학위논문·학력·경력 등이 일치하는 정도를 평가하는 분야다. 연구발표실적심사와 연구내용심사는 지원자의 논문, 개인전 실적 등을 양적·질적으로 평가한다. 총 100점이 배점된 만큼 2차 전형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2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5명이 1차 전형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격자 발표 직후 이의 제기
학과 교수들까지 “문제 있다”

이후 7월26일 김모 교수가 미술교육과 최종 합격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합격자 발표 다음날인 7월27일 2차 전형에 참여했던 지원자 일부가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전공적부심사, 연구발표·내용심사 등 채용 과정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광주교대에 명확한 검증을 요구했다.

쟁점으로 부각된 부분은 김 교수의 개인전 실적이다. 문제를 제기한 조모 작가는 김 교수의 개인전 실적이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집중돼있고 그 내용 또한 ‘자기표절’ 작품으로 채워졌다고 주장했다. 지원자들의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김 교수와 차점자의 총점은 1점 차에 불과했다. 개인전 실적 심사에 따라 합격자가 뒤바뀔 수도 있던 셈이다.


‘광주교육대학교 교원업적평가 및 성과급적연봉제 운영지침’에는 ‘미술 실기 업적평가 기준’이 명시돼있다. 전시회는 ▲국내외서 진행한 국제 초대전(180점) ▲국내외서 진행한 국제 일반전(100점) ▲국내서 진행한 초대전(130점) ▲국내서 진행한 일반전(70점) 등으로 점수를 배정했다. 

초대전은 미술관 측에서 작가에게 요청해 관련 비용을 지불하면서 진행하는 전시고, 일반전 이른바 대관전은 작가가 미술관에 제안하는 전시다. 운영지침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개인전 인정 기준이다. 기준에 따르면 ‘국내외 미술관 및 공인된 단독갤러리서 6일 이상 전시한 경우’에만 개인전으로 인정된다. 

또 전시 작품 중 70% 이상 신작이어야만 개인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동일한 작품으로는 몇 번의 개인전을 개최해도 1회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도록(팸플릿) ▲현장사진(개인전에 한함) ▲전시확인서 1부 등을 증빙서류로 요구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도록에는 싣지 않았어도 현장에는 작품이 걸려 있는 경우가 있다. 도록과 현장사진, 그리고 미술관의 전시확인서 등을 통해 다각도로 검증해야 개인전 여부와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잡음 터지고
대처 도마에

조 작가에 따르면 김 교수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총 8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 중 5건이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3개월여 동안에 집중돼있다. 미술교육과 교수 지원을 위해 실적 쌓기용 전시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개인전이 진행된 장소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미술관을 비롯해 병원 아트갤러리, 대학 박물관, 갤러리형 카페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조 작가는 “병원 로비, 카페 등에서 진행한 전시를 개인전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전시 내용 또한 개인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작 비율이 70%가 안 되는 것은 물론 도리어 작품 중복률이 50~60%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지난 4월 전남 화순의 한 갤러리형 카페 전시에 등장한 작품이 다음달인 5월 세종시의 한 갤러리형 카페 전시서도 확인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해당 작품이 위아래가 뒤바뀐 채 현장사진과 도록에 실려 있다는 사실이다. 미술작품에 문외한인 일반인이라면 얼핏 다른 작품으로 착각할 법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기존 작품과 다른 작품처럼 보이려고 의도적으로 한 것이라면 사기 행위에 가깝다. 도록에 싣는 과정서 실수한 것이라도 문제가 있다. 개인전을 준비하는 작가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챙긴다. 도록에 작품이 잘못 게재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작가는 “김 교수가 개인전 실적이라고 낸 작품 중 한 점은 2011년 전시에 출품한 작품에 풀만 몇 개 더 그려서 신작이라고 전시한 것”이라며 “대표적인 자기표절 작품”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11조(연구부정행위의 범위) 5항은 연구자가 자신의 이전 연구 결과와 동일 또는 실질적으로 유사한 저작을 출처표시 없이 게재한 후 연구비를 수령하거나 별도의 연구 업적으로 인정받는 경우 등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를 ‘부당한 중복게재’로 명시했다. 


자기표절?
부정행위

조 작가의 연이은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광주교대는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술교육과 일부 교수가 ▲전공적부심사 ▲외부심사위원 초빙 등에 문제가 있다고 공문 등을 통해 언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공문에는 ‘양적 평가의 공정함과 질서를 훼손하는 심사’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광주교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합격자 발표 전날까지도 공채관리위원회가 열렸고 이 자리서 미술교육과 교수들이 제기한 문제가 언급됐다”며 “하지만 광주교대는 해당 문제에 대한 별다른 반응 없이 교수 채용을 강행했다. 지원자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문제를 지적하는 상황서 학교가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한탄했다. 

개인전 증빙서류 중 하나인 현장사진을 심사 과정서 검토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광주교대의 국민신문고 답변서도 현장사진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조 작가는 합격자 발표 직후 국민신문고에 ‘실기 실적 중복 의혹’ 등의 민원을 제기했다. 

광주교대는 해당 민원에 답변하는 과정서 “실기실적에 대한 공정한 심사를 위해 모든 지원자에게 공통적으로 ‘도록과 전시확인서’를 제출받았으며”라고 답했고 또 “미술 실기 업적평가 기준에 따라 심사장에 비치된 지원자의 도록과 전시확인서 등을 열람하면서 중복작품 등에 대해 엄정하게 심사했다”고 말했다.


‘광주교육대학교 교원업적평가 및 성과급적연봉제 운영지침’에 따라 심사했다면서도 해당 지침에 포함된 현장사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이다. 특정 지원자를 위해 현장사진을 일괄적으로 심사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이른바 ‘맞춤형 채용’을 진행했다는 의심이다.

초대전과 일반전(대관전)을 제대로 구분해 검증했는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준에 따르면 국내 초대전은 130점, 국내 일반전은 70점으로 배점됐다. 배점 차이가 60점에 이른다. 광주교대는 연구내용심사에서 개인전 실적으로 ‘국내외서 진행한 국제 초대전, 국내 초대전에 한함’이라고 명시했다.

지원자 등에 따르면 내용심사에 제출하는 개인전은 전체 실적 중 가장 ‘자신작’을 내놓는다고 한다.

“절차대로 했다” 일관하더니…
결국 학내 윤리위원회 구성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교수는 연구내용 심사에 지난 5월 전북 전에서 진행한 전시자료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해당 전시가 초대전인지 일반전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전시 요청 주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초대전과 일반전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전시 비용의 주체 역시 미술관과 작가로 갈리기 때문에 채용 과정서도 배점 차이를 두는 것.

심사기준에 따르면 해당 전시는 초대전이어야 맞다. 하지만 조 작가에 따르면 해당 미술관 관계자는 김 교수의 전시를 “대관전(일반전)”이라고 말했다. 초대전이었냐는 조 작가의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 것이다. 해당 미술관 SNS에 게재돼있던 김 교수 전시 관련 자료는 현재 전부 삭제된 상태다.

석연치 않은 구석은 또 있다. 광주교대는 미술교육과 교수 초빙 공고문과 합격자 발표 공고를 홈페이지서 삭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교대 홈페이지 채용공고 게시판에서는 해당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지난 17일 기준). 게시 기간이 오래돼 삭제했다고 하기엔 그보다 더 이전의 게시글도 살아있는 상태다.

문제를 제기한 조 작가, 미술교육과 일부 교수들, 지역 미술계 관계자 등은 광주교대의 채용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광주교대는 조 작가의 국민신문고 민원에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교수 공채를 진행했으며 향후에도 교수 채용의 공정성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국민신문고 답변과 달리 광주교대는 불분명한 기준, 부실한 검증, 안일한 사후 대처 등으로 채용 불공정 의혹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제 공은 연구윤리위원회로 넘어간 상황이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연구윤리 규정에 따라 예비조사, 본조사 등을 거쳐 6개월 이내에 판정을 내려야 한다.

광주교대는 연구윤리위원회의 판정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광주교대 교무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연구윤리위원회서 연구윤리와 관련해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라며 “현재 연구윤리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 측으로선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 교수에게는 미술교육과 학과 사무실, 교수실, 개인 번호,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일절 답하지 않았다. 

결과 판정
6개월 뒤에야

조 작가는 “순수미술(서양화)은 예술의 순수성을 지향하면서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통해 미술계 전반의 인정과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이어져왔다”며 “미술작품 공모 선정 과정서 자기표절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 검토를 통해서 당선을 취소할 정도로 미술계서 윤리 검증과 작가의 양심, 도덕성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이번 채용 과정서 불거진 의혹이 사회통념상 공정과 상식에 따라 상세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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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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