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공매도 금지 부작용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1.16 09:05:23
  • 호수 14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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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달라진 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공매도가 금지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이 기간에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잔고가 5조원 밑으로 내려갔지만, 상위 종목의 리스트는 큰 변동이 없다.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시장 안정화에는 접근하지도 못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빚투’로 주식 투자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주로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데 사용되는 기법이다. 즉, 향후 주가가 내려가면 해당 주식을 싼값에 사 결제일 안에 주식대여자(보유자)에게 돌려주는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챙긴다. 

질서 교란
불공정 악용

공매도는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질서를 교란시키고 불공정 거래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문제도 있다. 공매도 문제가 드러난 것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국내서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했던 것이 밝혀졌다.

이들 금융회사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주식을 미리 빌려놓지 않은 상태서 공매도 주문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이 국내서 악의적 무차입 공매도로 적발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금융 당국은 국내 공매도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이런 내용의 불법 공매도 조사 결과를 지난해 10월15일에 발표했다. 금감원은 2022년 6월 공매도 조사 전담 조직을 설치한 뒤 집중 조사를 벌여왔다. 무차입 공매도는 결제 불이행 위험이 커져서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 국가서 금지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투자은행은 미리 빌려둔 주식 수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매도 주문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에 있는 투자은행 A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400억원어치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이렇게 거래한 종목은 모두 101개다. A사는 공매도를 위해 부서 간 주식을 빌려주는 체계였는데, 이런 대차 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해두지 않아 보유한 주식이 중복적으로 계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A사는 이를 알면서도 사후 차입으로 대응했다.

홍콩 투자은행 B사도 비슷한 경우였다. B사는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9개 종목을 상대로 16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차입 가능 수량을 확인한 뒤, 실제 차입은 최종적으로 체결된 공매도 수량만큼만 사후에 진행했다.

이들 금융회사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같은 행위를 저질렀다. A사와 B사는 고객과 맺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당사자가 주식 등 기초자산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을 상호 교환하는 약정) 매도 계약의 위험을 분산하는 과정서 공매도를 했는데, 이때 주식을 미리 여유 있게 빌려놓지 않고 총수익스와프 계약이 체결된 수량만큼만 사후 차입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변치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
목표 ‘시장 안정화’ 접근 못해

다만 종목별 총거래량 중에서 무차입 공매도 수량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 시세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도 바로 조치를 취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6일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코스피·코스닥 등 한국 주식시장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여 있다”는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이 중에서도 글로벌 투자은행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공매도 금지의 결정적 사유로 작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 공매도 세력을 자산시장의 심각한 병폐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금융 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투자자 특혜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5일 오후 임시 금융위원회를 개최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증권시장 공매도 금지조치’안을 의결했다.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 결정은 한국 주식시장 역사에서 2008년 세계금융위기, 2011년 유럽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이후 네 번째다.

지금까지는 코스피200, 코스닥150에 속한 대형주 350개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공동 브리핑서 공매도 거래 조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는 방안과 무차입 공매도 방지 방안 등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BNP파리바와 HSBC의 560억원대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을 계기로 10여개 글로벌 투자은행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원인 중 하나인 외국인·기관의 공매도를 들어 금지를 요구해왔다.

5만여명 이상의 개인투자자들이 국회에 ‘공매도 제도 개선 청원’을 내기도 했다.

“심각한 병폐”
윤 대통령 인식

금융 당국 내에서는 윤석열정부 공약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공매도를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점, 공매도와 주식시장의 과열 현상을 진정시키는 장점이 있다는 점 등 때문에 금지에 신중한 분위기가 강했지만, 내년 상반기 총선을 앞둔 상황임을 고려해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대통령실은 “자산시장 내 불법 공매도와 공매도를 이용한 시장 교란 행위는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불법 공매도 관련)공약 이행에 있어 한 치의 부족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이 불법 공매도 세력을 자산시장의 심각한 병폐로 인식하고 있고,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결정 역시 이런 인식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해 11월5일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주식시장 공매도 제한 여부 등을 논의했다.

이날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당은 정부에게 그간 공매도와 관련해 지적돼왔던 여러 제도적 문제점들을 개선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며 “시중서 나오는 모든 문제를 가감 없이 전달했고 정부가 당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줄 것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여당 의원들은 공매도 한시 금지 필요성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우리 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서 손실과 손해를 입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법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Short(공매도)의 문제를 Long하게 끌어서는 안 된다”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11월5일…
현 상황은?

윤상현 의원은 SNS에 “한국 주식시장이 ‘글로벌 공매도 맛집’이라는 오명을 쓰도록 좌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매도가 금지된 지 두 달이 지났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 공매도 금지 두 달 만에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잔고가 5조원 밑으로 내려왔지만, 상위 종목의 리스트는 여전히 큰 변동이 없다. 1위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가 많이 늘어난 반면, 에코프로는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코스닥의 공매도 잔고는 4조9916억원으로, 5조원이 깨졌다. 코스닥 공매도 잔고가 5조원 밑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5월16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11월6일 시행된 전격적인 공매도 금지가 분기점이 됐다. 공매도 금지 직전 6조251억원이던 잔고는 시행 후 5조7827억원으로 내려오면서 6조원대가 깨졌고, 금지 39일 만에 4조원대로 후퇴했다. 지난해 11월2일과 비교하면 1조335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공매도 상위 5개 종목인 ▲에코프로비엠 ▲에모프로 ▲엘앤에프 ▲HLB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금지 조치가 이뤄졌던 2개월 전과 변함이 없다. 다만, 최상위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는 시장 전체와 상반된 흐름이다.

공매도 금지 시행 직전인 지난해 11월3일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는 1조1611억원으로 코스닥 시장서 1위였다. 이후 공매도 금지 조치에도 이달 3일에는 1조3842억원으로 오히려 잔고가 늘었다. 시장조성자·유동성 공급자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공매도가 잔고를 2200억원 넘게 늘렸다.

이마저도 지난해 12월 초 1조8051억원까지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줄어든 수준이다.

6조251억→4조원대 후퇴
상위 5개 종목은 그대로

이와 달리, 이코프로의 공매도는 같은 기간 2000억원 넘게 줄었다. 지난해 11월3일 1조1443억원이던 공매도 잔고가 이달 3일에는 9392억원으로 2051억원 축소됐다. 지난해 12월21일에는 1조원 아래로 내려온 뒤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6%를 넘던 공매도 비중이 5%대 중반으로 내려왔다.

이 밖에 929억원까지 올라갔던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공매도 잔고가 536억원으로 크게 꺾였고, 주성엔지니어링도 공매도 금지 전 681억원서 338억원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수치만 보면 공매도 전면 금지가 증시 상승에 유효했다고 불 수 있다. 다만 공매도 금지로 국내 증시 이탈이 우려됐던 외인과 기관은 이 기간 매수 우위였으며, 개인은 매도 우위였다. 지난 한 달 기준으로도 외인과 기관은 각각 2조원, 4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개인은 7조원을 순매도했다.

공매도가 금지되면 99%의 공매도 비중을 차지하는 외인과 기관의 자본이 빠져나가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빚투(빚내서 투자)’도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지난해 9월 약 20조원까지 치솟았다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11월 16조원대까지 떨어졌지만, 12월 들어 보름 만에 17조원을 넘었다. 금융 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한 배경 중 하나인 시장 안정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는 “공매도 금지로 증시가 상승했다”는 질문에 “아니요”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공매도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개인투자자들과 시장 변동성 축소를 위해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금융 당국 등의 온도 차가 여전하다.

공매도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 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할 때 증권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유동성 공급자나 시장 조성자의 공매도는 허용했으며, 공매도 대차상환 기한과 빌린 주식 금액 대비 보유해야 할 대주담보비율(개인 120%, 외인·기관 105%)을 손보지 않은 점도 지적받고 있다.

금융 당국이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90일로 통일하는 등 개선방안을 내놨으나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6월까지만
한시적 금지

정의정 한국 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개인의 공매도 비중은 1% 내외에 불과하고 공매도 시장은 사실상 외인과 기관이 독점하는 체제인데 우대하고 혜택을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금융 당국이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던 제도개선에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현실서 악용될 여지가 많아 한시적 금지 후 모든 측면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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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