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공매도 금지 부작용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1.16 09:05:23
  • 호수 1462호
  • 댓글 3개

아직 달라진 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공매도가 금지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이 기간에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잔고가 5조원 밑으로 내려갔지만, 상위 종목의 리스트는 큰 변동이 없다.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시장 안정화에는 접근하지도 못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빚투’로 주식 투자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주로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데 사용되는 기법이다. 즉, 향후 주가가 내려가면 해당 주식을 싼값에 사 결제일 안에 주식대여자(보유자)에게 돌려주는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챙긴다. 

질서 교란
불공정 악용

공매도는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질서를 교란시키고 불공정 거래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문제도 있다. 공매도 문제가 드러난 것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국내서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했던 것이 밝혀졌다.

이들 금융회사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주식을 미리 빌려놓지 않은 상태서 공매도 주문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이 국내서 악의적 무차입 공매도로 적발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금융 당국은 국내 공매도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이런 내용의 불법 공매도 조사 결과를 지난해 10월15일에 발표했다. 금감원은 2022년 6월 공매도 조사 전담 조직을 설치한 뒤 집중 조사를 벌여왔다. 무차입 공매도는 결제 불이행 위험이 커져서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 국가서 금지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투자은행은 미리 빌려둔 주식 수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매도 주문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에 있는 투자은행 A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400억원어치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이렇게 거래한 종목은 모두 101개다. A사는 공매도를 위해 부서 간 주식을 빌려주는 체계였는데, 이런 대차 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해두지 않아 보유한 주식이 중복적으로 계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A사는 이를 알면서도 사후 차입으로 대응했다.

홍콩 투자은행 B사도 비슷한 경우였다. B사는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9개 종목을 상대로 16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차입 가능 수량을 확인한 뒤, 실제 차입은 최종적으로 체결된 공매도 수량만큼만 사후에 진행했다.

이들 금융회사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같은 행위를 저질렀다. A사와 B사는 고객과 맺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당사자가 주식 등 기초자산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을 상호 교환하는 약정) 매도 계약의 위험을 분산하는 과정서 공매도를 했는데, 이때 주식을 미리 여유 있게 빌려놓지 않고 총수익스와프 계약이 체결된 수량만큼만 사후 차입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변치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
목표 ‘시장 안정화’ 접근 못해

다만 종목별 총거래량 중에서 무차입 공매도 수량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 시세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도 바로 조치를 취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6일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코스피·코스닥 등 한국 주식시장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여 있다”는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이 중에서도 글로벌 투자은행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공매도 금지의 결정적 사유로 작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 공매도 세력을 자산시장의 심각한 병폐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금융 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투자자 특혜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5일 오후 임시 금융위원회를 개최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증권시장 공매도 금지조치’안을 의결했다.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 결정은 한국 주식시장 역사에서 2008년 세계금융위기, 2011년 유럽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이후 네 번째다.

지금까지는 코스피200, 코스닥150에 속한 대형주 350개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공동 브리핑서 공매도 거래 조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는 방안과 무차입 공매도 방지 방안 등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BNP파리바와 HSBC의 560억원대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을 계기로 10여개 글로벌 투자은행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원인 중 하나인 외국인·기관의 공매도를 들어 금지를 요구해왔다.

5만여명 이상의 개인투자자들이 국회에 ‘공매도 제도 개선 청원’을 내기도 했다.

“심각한 병폐”
윤 대통령 인식

금융 당국 내에서는 윤석열정부 공약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공매도를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점, 공매도와 주식시장의 과열 현상을 진정시키는 장점이 있다는 점 등 때문에 금지에 신중한 분위기가 강했지만, 내년 상반기 총선을 앞둔 상황임을 고려해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대통령실은 “자산시장 내 불법 공매도와 공매도를 이용한 시장 교란 행위는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불법 공매도 관련)공약 이행에 있어 한 치의 부족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이 불법 공매도 세력을 자산시장의 심각한 병폐로 인식하고 있고,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결정 역시 이런 인식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해 11월5일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주식시장 공매도 제한 여부 등을 논의했다.

이날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당은 정부에게 그간 공매도와 관련해 지적돼왔던 여러 제도적 문제점들을 개선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며 “시중서 나오는 모든 문제를 가감 없이 전달했고 정부가 당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줄 것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여당 의원들은 공매도 한시 금지 필요성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우리 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서 손실과 손해를 입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법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Short(공매도)의 문제를 Long하게 끌어서는 안 된다”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11월5일…
현 상황은?

윤상현 의원은 SNS에 “한국 주식시장이 ‘글로벌 공매도 맛집’이라는 오명을 쓰도록 좌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매도가 금지된 지 두 달이 지났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 공매도 금지 두 달 만에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잔고가 5조원 밑으로 내려왔지만, 상위 종목의 리스트는 여전히 큰 변동이 없다. 1위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가 많이 늘어난 반면, 에코프로는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코스닥의 공매도 잔고는 4조9916억원으로, 5조원이 깨졌다. 코스닥 공매도 잔고가 5조원 밑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5월16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11월6일 시행된 전격적인 공매도 금지가 분기점이 됐다. 공매도 금지 직전 6조251억원이던 잔고는 시행 후 5조7827억원으로 내려오면서 6조원대가 깨졌고, 금지 39일 만에 4조원대로 후퇴했다. 지난해 11월2일과 비교하면 1조335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공매도 상위 5개 종목인 ▲에코프로비엠 ▲에모프로 ▲엘앤에프 ▲HLB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금지 조치가 이뤄졌던 2개월 전과 변함이 없다. 다만, 최상위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는 시장 전체와 상반된 흐름이다.

공매도 금지 시행 직전인 지난해 11월3일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는 1조1611억원으로 코스닥 시장서 1위였다. 이후 공매도 금지 조치에도 이달 3일에는 1조3842억원으로 오히려 잔고가 늘었다. 시장조성자·유동성 공급자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공매도가 잔고를 2200억원 넘게 늘렸다.

이마저도 지난해 12월 초 1조8051억원까지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줄어든 수준이다.

6조251억→4조원대 후퇴
상위 5개 종목은 그대로

이와 달리, 이코프로의 공매도는 같은 기간 2000억원 넘게 줄었다. 지난해 11월3일 1조1443억원이던 공매도 잔고가 이달 3일에는 9392억원으로 2051억원 축소됐다. 지난해 12월21일에는 1조원 아래로 내려온 뒤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6%를 넘던 공매도 비중이 5%대 중반으로 내려왔다.

이 밖에 929억원까지 올라갔던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공매도 잔고가 536억원으로 크게 꺾였고, 주성엔지니어링도 공매도 금지 전 681억원서 338억원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수치만 보면 공매도 전면 금지가 증시 상승에 유효했다고 불 수 있다. 다만 공매도 금지로 국내 증시 이탈이 우려됐던 외인과 기관은 이 기간 매수 우위였으며, 개인은 매도 우위였다. 지난 한 달 기준으로도 외인과 기관은 각각 2조원, 4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개인은 7조원을 순매도했다.

공매도가 금지되면 99%의 공매도 비중을 차지하는 외인과 기관의 자본이 빠져나가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빚투(빚내서 투자)’도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지난해 9월 약 20조원까지 치솟았다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11월 16조원대까지 떨어졌지만, 12월 들어 보름 만에 17조원을 넘었다. 금융 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한 배경 중 하나인 시장 안정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는 “공매도 금지로 증시가 상승했다”는 질문에 “아니요”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공매도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개인투자자들과 시장 변동성 축소를 위해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금융 당국 등의 온도 차가 여전하다.

공매도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 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할 때 증권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유동성 공급자나 시장 조성자의 공매도는 허용했으며, 공매도 대차상환 기한과 빌린 주식 금액 대비 보유해야 할 대주담보비율(개인 120%, 외인·기관 105%)을 손보지 않은 점도 지적받고 있다.

금융 당국이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90일로 통일하는 등 개선방안을 내놨으나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6월까지만
한시적 금지

정의정 한국 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개인의 공매도 비중은 1% 내외에 불과하고 공매도 시장은 사실상 외인과 기관이 독점하는 체제인데 우대하고 혜택을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금융 당국이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던 제도개선에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현실서 악용될 여지가 많아 한시적 금지 후 모든 측면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