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산 해운대구 소재 데이트갤러리서 새해 첫 전시로 박종규 작가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박종규는 계명대와 프랑스 파리 국립 미술학교(에콜 데 보자르)서 회화와 복합매체를 전공한 뒤 회화 작업과 디지털 영상,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작품세계를 이어오고 있다.
데이트갤러리서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박종규 작가가 2018년,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함께하는 개인전이다. 그동안 박종규는 대구시립미술관 개관전과 아트 바젤 홍콩에 참여하고 일본 후쿠오카 시립미술관, 영은미술관, 인당미술관, 시안 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선보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회화 양식 침범
특히 뉴욕아모리쇼에서는 오늘날 가장 주목할만한 작가가 선보이는 포커스섹션에 선정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무궁무진한 행보를 밟고 있다.
박종규는 선택되고 남은 배제된 것 안에서 미술적 가치를 고민한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한 현대사회서 인간과 컴퓨터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밀착돼있다. 박종규는 컴퓨터의 잘못된 연산 처리로 인해 나온 ‘노이즈(Noise)’라는 개념에 주목했다.
제거돼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 노이즈를 휴머니즘의 잔존으로 치환해 생각했다. 이를 시각화해 작품세계에 접목했다.
박종규는 “노이즈 없이 컴퓨터가 완벽하게 작동하는 시대는 인간 역시 로봇화되는 시대다. 컴퓨터가 도통 실수하지 않을 때 인간은 숨 쉴 공간을 잃게 된다. 나는 노이즈야말로 인간성이 보장되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외에서 작품세계 주목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전복
박종규의 작업 과정에선 과정주의적 회화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디지털 이미지의 깨진 부분이나 잡음의 파형 등 노이즈의 픽셀 단위까지 확대한 뒤 이를 캔버스에 옮긴다. 이후 노이즈로 남길 부분은 두고 시트지에 붙여 그 위에 아크릴, 젯소, 바니쉬 등을 칠한 뒤 물감을 말리고 시트지를 제거하면 캔버스에는 노이즈 이미지만 남는다.
박종규는 이 작업을 수십번 반복한다. 레이어는 최대 5개 층까지 올라가며 최대 20번 물감으로 칠한다.
박종규는 하위의 노이즈 개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작가가 물감을 바르고 떼어내는 과정서 네거티브와 포지티브가 전복되고 작품 안에서는 보기 좋은 것과 싫은 것의 본원이 같아진다. 그러면서 위계나 차별이 사라진 무차별한 가치 속에서 예술적 시간을 선취하고 있다.
노이즈는 단순 컴퓨터 오류서의 관점에서는 부정의 영역에 속하지만 확대됐을 때는 리듬, 운율, 질서 등 미학적 결과가 나타난다.
이진명 평론가는 “박종규 작가의 작품은 컴퓨터 속 0차원의 테크놀로지 이미지로써 2차원의 모더니즘 회화 양식을 침범한다”며 “이는 작가가 더 이상 모더니즘이 강요해왔던 기호로부터 지배받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여기서부터 새로운 회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회화
데이트갤러리 관계자는 “메타버스 세계의 현 시점서 시류에 대한 의제를 회화로써 내비친 박종규 작가의 실험적 시도에 존경을 표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철학적 관점을 관람객과 보다 깊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박종규는?]
▲대구 출생
▲학력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파리 국립 미술학교 졸업 D.N.S.A.P
파리 국립 미술학교 poste diplome
▲개인전
‘시대의 유령과 유령의 시대’ 학고재 갤러리(2023)
‘Noosphere 2022’ CNK 갤러리(2022)
‘Vertical time 2022’ BK 갤러리(2022)
‘Vertical time’ 가나아트 나인원(2021)
‘~Kreuzen 2021 J. PARK’ 조은 갤러리(2021) 외 다수
▲수상
하정웅 청년작가상(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