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뒷다리 잡는 민주당 속내

유검무죄 무검유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굵직한 사건을 쥔 수사기관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본인의 의혹에는 재갈을 물린 채 타인의 비위를 캐내는 형국이다. 정당성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력을 등에 업은 채 야당을 겨냥한 수사 속도가 매섭기만 하다.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검사의 칼춤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부산지검 동부지청 소속 A 검사와 서울고검 소속 B 검사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지만 경징계인 견책 처분만 받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불기소 처분한 김정훈 부장검사는 군사기밀 유출에 연루됐으나 역시나 견책에 그쳤다. 그는 국가정보원에 파견 근무를 간 뒤 부장검사로 승진하기도 했다. 

굽어진 팔

검사가 ‘제 식구’를 엄하게 다스린 사례가 드물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에는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이 검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수면 위로 띄우면서다. 지난달 17일, 김 의원은 이 검사가 처남 부탁으로 가사도우미 등 범죄 기록을 대신 조회해주고, 처가 관련 민·형사 분쟁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도맡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자녀 위장전입 ▲리조트 향응 접대 ▲처가 소유 골프장 편의 제공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의 질책이 유독 날카로운 이유는 이 검사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사를 이끌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당초 이 검사는 수원지검 2차장을 지내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 의혹 특별 전담 수사팀’(이하 수사팀)의 팀장을 맡았다.

이 수사팀은 쌍방울그룹의 배임 등을 담당하는 방위산업부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관련 의혹을 수사해 온 형사 6부로 구성됐다. 이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공공수사부도 포함됐다.

이 검사가 처남의 마약 투약 정황마저도 무마하려 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민주당의 공분을 샀다. 지난 2월, 이 검사의 처남은 대마 흡입 혐의로 경찰에 신고됐으나, 제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신고 4개월 만에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 과정에 이 검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타인의 수사를 지휘하던 검사 자신조차 떳떳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말마따나 “내 손이 깨끗해야 남의 죄를 단죄할 수 있다”는 논리와도 어긋난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검찰은 지난 20일, 이 검사를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하고 리조트와 골프장을 대상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공석인 수원지검 2차장 자리는 안병수 대검 마약·조직범죄기획관으로 빠르게 채워졌다.

안 차장검사의 평판에 관해 한 민주당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오른팔이라는 이야기가 돌던데 아마 비슷한 사람을 앉혔을 게 뻔하다”고 이번 인사 발령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안 차장검사는 사법연수원 32기로 한 장관과 몇 차례 근무한 바 있다.

이재명 잡던 검사의 이면
솜방망이 처벌에 ‘부글’


해당 조치에 민주당은 의구심을 드러냈다. 민주당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이 검사의 살길을 찾아주기 위해 검찰이 ‘수사 쇼’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일반 공무원보다 징계 수위가 현저히 낮고, 중범죄에 대해서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등 ‘유검무죄’의 현실이 여전하다”고 소리 높였다.

수사 쇼의 최종 목적은 야당에게 꼬리표를 달기 위함이라는 게 민주당 의원들의 중론이다. 내년 총선서 여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비리 야당’ 프레임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수사에는 수십명의 인력과 2년이란 시간이 소비됐지만 뚜렷한 혐의점은 제시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 대표에게 날아든 체포영장마저 기각됐다.

‘윤석열 커피’ 보도를 허위로 규정하고, 전·현직 기자를 대상으로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는 평이다. 이달 ‘대장동 50억 클럽’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특검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대장동 특검이 시작되면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재조명된다.

이 과정서 수사의 가지가 엉뚱하게 방향을 틀어 민주당서 윤석열 대통령으로 향하려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들이 무더기로 압수수색 대상에 올랐다. 비위 검사를 대할 때와는 대조되는 ‘마구잡이식’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선 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은 지난 10월 <리포액트> 기자를 압수수색 했다. 26일에는 <경향신문>과 <뉴스버스> 전·현직 기자 3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JTBC, MBC 등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까지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는 <뉴스타파> 보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이유만으로 경고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인용 보도한 언론사까지 압수수색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언론탄압일뿐더러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부당함을 주장했다.

이를 최초로 보도한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는 이번 수사와 관련해 “검찰은 치밀한 밑그림을 그렸다”고 말한다. 현 정권의 비위가 드러나는 걸 막기 위해 보도 내용을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수집을 위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지문 본떠서 핸드폰 잠금에 ‘쓰윽’
대장동 밑그림…진짜 화백은 누구?

봉 기자의 휴대전화 사건이 그 예시다. 그가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삼성서 출시한 갤럭시로 등록된 지문을 통해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봉 기자는 “압수수색 당시 검찰이 사전 동의 없이 실리콘 고무를 사용해 내 지문을 본떠 잠금을 강제로 풀었다”고 주장했다.

피의자가 휴대전화 잠금 해제에 홍채나 지문인식 등의 방법을 사용할 경우 압수수색 검증 영장 없이 생체정보를 강제로 이용할 수 없다. 피의자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때만 포렌식이 진행되는데, 검찰이 이 과정을 건너뛰고 휴대전화에 기록된 정보를 열람한 것이다.

허술한 보안 시스템과 더불어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뉴스타파> 사무실 압수수색 당시 검찰이 기자의 책상에 놓인 명함 중 야당 의원과 관계자의 번호만 가져갔다는 주장도 나온다. 애초부터 대장동 사건의 배후를 민주당으로 낙인찍었다는 셈이다.

봉 기자는 <일요시사> 취재진에게 “최근 KBS 사태를 보면 이번 수사에도 배후가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이런 상황은 1980년 전두환정권 초기에 벌어진 언론 통폐합 및 정권 비판 기자에 대한 대거 해고 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사의 큰 그림을 제지하기 위해 민주당은 ‘검사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9일, 이 검사와 ‘고발 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검사·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관한 탄핵안을 발의하고 본회의 보고 절차까지 거쳤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취소로 72시간 이내에 본회의 개최가 어려워지자 민주당은 탄핵안을 철회하고 지난달 30일 본회의서 재추진했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합의 처리를 전제로 했던 본회의를 당리당략적 탄핵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로 변질시켰다”며 “쇼핑하듯 탄핵을 시도 때도 없이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육참골단

지난 1일 오전 이 위원장이 자진해서 사퇴함에 따라 해당 탄핵안은 무효가 됐다. 오후 치러진 이 검사에 대한 탄핵안 표결에선 가결 174표, 부결 3표로 탄핵안이 가결됐으며 손 검사 탄핵안 역시 재적 의원 과반으로 가결됐다.


총선을 앞두고 ‘거대 야당의 폭주’ ‘탄핵 남발’이라는 서슬 퍼런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검사와 함께 민주당의 발도 함께 묶인 셈이다. 그 누구도 원치 않았던 2인3각 경기가 어떻게 막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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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