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키워준’ 카카오의 배신 ①비굴한 창업주 구하기

정권에 무릎 꼬리 내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궁지에 몰린 쥐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다. 고양이를 물거나 납작 엎드려 죽은 척을 하거나. 순응을 택한 쥐는 고양이의 눈을 피해 살길을 찾으려 든다. 깊게 몸을 수그리고 살살 눈치를 보면서 때를 기다린다. 고양이는 그 모습을 느긋하게 바라보다가 앞발을 휘두른다. 쥐는 바닥에 늘어진다.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퇴로가 차단된 상태서 ‘가둬놓고 패는’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는 중이다. 무너진 하늘 틈으로 솟아날 구멍을 찾아보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다. 문재인정부와는 ‘밀월 관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독했던 터라 윤석열정부의 태도에 더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꽃길 끝나고
가시밭길로

결국 카카오는 꼬리를 내리고 무릎을 꿇었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십분 활용해 정부의 방향에 발 맞추기로 한 것. 현재 최대 화두인 윤정부의 ‘언론 길들이기’에 카카오가 힘을 더하는 방식으로 뛰어들었다. 문제는 카카오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이 뉴스 검색 결과서 뉴스 제휴 언론사 기사만 노출되도록 기본값을 변경했다. 다음은 지난달 22일 “지난 5월부터 전체 언론사와 뉴스 제휴 언론사를 구분해 검색 결과를 제공한 6개월 간의 실험을 바탕으로 검색 결과의 기본값을 전체 언론사에서 뉴스 제휴 언론사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다음에 따르면 뉴스 제휴 언론사의 기사 소비량은 전체 언론사 대비 22%p 많았다. 뉴스 제휴 언론사의 기사가 전체 언론사보다 높은 검색 소비량을 보이고 있는 점을 기본값 변경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설정 변경을 통해 전체 언론사 기사를 볼 수 있도록 기본값 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음의 발표 이후 뉴스 제휴를 하고 있지 않은 언론사를 비롯해 언론단체의 반발이 이어졌다. 다음과 뉴스 제휴를 맺고 있는 언론사는 대부분 대형·주류 언론으로 분류된다. 다음이 뉴스 제휴 언론사의 우선 검색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의도적으로 중소 언론사를 배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이하 인신협)는 지난달 24일 ‘국민의 다양한 뉴스선택권을 원천 봉쇄한 포털사이트 다음의 악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놨다. 인신협은 “100개 남짓한 다음 CP(콘텐츠 제휴)사 가운데 제평위(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면밀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곳은 단 8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CP사들은 포털사이트가 자체 계약을 통해 입점한 매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P사라는 타이틀이 해당 언론사의 뉴스 품질을 담보하는 것도 결코 아니며 언론사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며 “올해 들어 포털은 기사의 품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제평위 활동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진 뉴스 품질 심사기구의 가동도 중단하면서 이제는 국민의 다양한 뉴스 선택권을 사실상 원천 봉쇄하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 뉴스 검색 시스템 바꿔
정부 언론 길들이기 발 맞춰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카카오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뉴스 검열 쿠데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가 정권의 입맛에 맞춰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다음이 뉴스 검색 기본값을 전체 언론사에서 CP사로 변경한 것은 카카오 사주 구하기, 정권의 입맛 맞추기가 아니냐는 합리적 의구심이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유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인터넷신문 검열(심의) 주장 등 현 정권에 비판적인 인터넷 언론 등을 그냥 두지 않겠다는 속내의 반영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판적 인터넷 언론의 언로를 차단, 통제하는 현 정권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검색 사이트 카카오의 이 같은 행태는 권력과 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한국 검색서비스 사업자의 추악한 민낯의 단면”이라고 일갈했다.  


윤정부는 최근 언론에 대해 강경일변도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민 KBS 사장 등이 계속 입길에 오르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서 이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하자 이 전 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KBS는 박 사장의 행보에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서 카카오가 뉴스 검색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다. 

CP사만
알 권리?

업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의장을 들고 있다. 카카오에 대한 검찰의 전 방위적 수사에서 창업자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뉴스 검색 시스템 변화로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이미 카카오는 강도 높은 검찰 수사로 누더기가 된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토스하고 검찰이 스파이크를 때리는 방식으로 두들겨 맞는 사이 핵심 관계자는 구속까지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달 1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배 대표는 올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기업지배권 경쟁 과정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 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정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이런 혐의로 배 대표와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강모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이모씨 등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 가운데 배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배 대표 등의 법률대리인은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사업 강제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의 양벌 규정에 따라 배 대표와 함께 카카오 법인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만일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은행 대주주 지위를 박탈당한다.

검찰 수사
막아보려?

카카오뱅크 지분 27.17% 중 10%만 남기고 모두 매각도 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의 핵심 계열사인 만큼 대주주 지위가 박탈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게다가 검찰의 칼끝이 정조준하고 있는 곳은 김 전 의장이다. 김 전 의장은 지난달 15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김 전 의장을 비롯해 홍은택 카카오 대표, 이진수·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등도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카카오그룹 핵심 경영진 대부분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셈이다. 

지난달 22일에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그룹의 일부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에 김 전 의장의 자택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날 카카오는 다음의 뉴스 검색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가 몸을 바짝 낮춰 ‘항복’ 의사를 표했지만 검찰은 전선을 확대했다. 검찰은 당시 압수수색 과정서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바람픽쳐스를 200억원에 사들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인수 당시 바람픽쳐스가 3년간 매출을 내지 못한 자본잠식 상태 이른바 ‘깡통회사’였다는 점이다. 검찰은 바람픽쳐스 인수 과정서 불법 리베이트가 있었는지, 김 전 의장이 관여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플랫폼 관련 고발 건도 있다. 카카오가 2018년 구축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발행한 가상자산(암호화폐) ‘클레이’(KLAY)와 관련해 횡령·배임 혐의로 김 전 의장 등이 고발된 상태다. 아직 본격적인 수사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카카오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 해당 고발 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범수 구속 가능성에 벌벌
경영쇄신 카드 좌초 가능성↑

일단 김 전 의장은 ‘경영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카카오는 내부 경영쇄신위원회와 외부 독립조직으로 설립된 준법과신뢰위원회(준법신뢰위)를 구성하고 비상경영에 준하는 대수술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전 의장이 직접 경영쇄신위원장을 맡았다. 

준법신뢰위는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최근 1기 위원 명단을 최종 확정했다. 연내 공식 출범한 뒤 ‘직접 제재 권한’ 등을 통해 카카오 관계사의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 전 의장의 구속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이 카카오에 대한 수사 전선을 넓히고 있는 상황서 김 전 의장이 법망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김 전 의장이 구속될 경우 경영쇄신은 좌초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 입장서 김 전 의장의 구속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경영쇄신이 ‘겉핥기’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카카오는 창립 이래 제대로 된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사방팔방서 가해지는 ‘사법 리스크’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 카카오 내부는 처음 겪는 전방위적 압박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이뿐만 아니다. 바깥의 공격을 방어해야 할 내부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카카오 내부 상황에 대해 ‘작심발언’을 이어 가면서 파열음이 나오는 중이다. 김 총괄은 김 전 의장이 카카오 쇄신을 위해 지난 9월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인물이라 그 파장은 더 큰 상태다. 

내부 시끌
폭망 기류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공룡기업으로 성장했다. 전 국민의 90% 이상이 사용하는 메신저가 가져다준 전례 없는 메리트는 카카오의 사업 확장에 큰 발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자 국민 대신 정부를 택했다. 국민기업이 국민 밉상 기업으로 전락한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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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