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키워준’ 카카오의 배신 ②피눈물 흘리는 소상공인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04 09:46:02
  • 호수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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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폭탄’ 대통령도 화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카카오가 ‘수수료 폭탄’ ‘소상공인 죽이는’ 카카오로 변했다. 그러나 대책은 뜨뜻미지근할 뿐. 이미 소상공인의 눈물은 마를 길이 없고, 속 시원한 해결 방안도 없다. 카카오가 선택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수료 파티’였다.

혁신, 도전, 신뢰. 이 단어는 모든 기업들이 추구하는 이미지다. 카카오가 출범할 때만 해도 카카오를 대표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소비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때는 ‘혁신’과 가장 어울리는 기업으로 불렸던 카카오. 하지만 이미지는 역전됐다.

야금야금
골목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거라,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카카오 기업의 택시 사업인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1위 택시 사업자다. 이용자 수는 3300만명에 달하는데 택시 대다수가 카카오택시다.

사업 초기 당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호출 방식으로 침체된 택시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카카오는 ‘과도한 수수료’ ‘최저임금보다 낮은 기사 수입’ ‘소비자 이용 불편 문제’가 화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5년 처음 택시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이때부터 기존에 길에서 손을 흔들거나 콜택시를 불러야 했던 택시 시장은 ‘호출 시장’으로 바꿨다. 여기에 기존 택시 서비스에 불만이 많았던 소비자까지 큰 호응을 보내며 전용 앱 ‘카카오T’ 가입자 수는 5년 만에 2700만명을 달성했다.

이용자 수도 빠르게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택시 호출 시장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점유율은 95%에 육박한다. 택시 100대 중 95대가 카카오택시다. 2019년 92.99%였던 점유율은 2020년 94.23%, 2021년 94.46%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월간 평균 활성 이용자 수 역시 1169만명으로 압도적 우위다.

빠르게 시장 선점에 성공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와 함께 대리운전, 주차, 내비게이션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시장을 독점했다. 대표적으로 가맹 택시 기업인 ‘블루’의 경우 점유율이 2021년 기준으로 73.7%에 달한다. 이 서비스는 가맹 택시에 승객의 호출을 우선적으로 배치한다.

문어발식 경영…80% 이상 시장 독점
혁신의 아이콘? 가격만 높인 플랫폼

반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요 경쟁 사업자의 가맹 택시 수와 점유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초 타다와 아이엠택시가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합병을 추진했지만, 추가 투자 유치 문제 등으로 무산됐다. 이런 상황서 피해를 보는 것은 택시 기사와 소비자다.

택시 기사 A씨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A씨는 “카카오는 너무 먼 거리에 있는 손님과 기사를 강제 배차해서 서로 힘들게 만든다. 손님은 배차된 택시가 1.5㎞ 이상 멀리 떨어져 있어도 콜 취소를 한다. 그런데 카카오택시는 손님과 택시가 2.3㎞, 2.8㎞ 떨어져 있어도 배차시킨다”고 지적했다.

즉, 카카오택시 배차 취소가 많은 것은 카카오 앱 강제 배차 때문인 것. 당연히 손님은 택시를 한참 기다리는 것보다 택시를 취소하고 다시 택시를 잡는 게 이득인 셈이다.

그렇다면 강제 배차 취소 수수료는 어떻게 될까? 우선 기본적으로 택시는 손님이 잡히면 손님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연료비나 시간 비용이 드는 것은 기본이다. 

호출 취소 수수료는 배차 완료 시점으로부터 1분이 지난 후 택시 배차를 취소하면 플랫폼·차량에 최대 5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예정 출발 시각으로부터 5분이 경과했는데 손님이 탑승하지 못하면 2000원서 5000원 사이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결국 손님이 콜을 취소하면 수수료가 적게 들거나 없기 때문에, 콜 취소에 대한 모든 부담은 택시 기사가 떠안게 된다.

카카오는 대표적인 택시 플랫폼 4곳 중 가장 높은 수수료를 부과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카카오 택시 기사들 사이에선 “이유 없이 택시 콜을 취소하는 손님을 신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안 할 수도… 
울며 겨자 먹기

B 택시 기사는 “손님이 이유도 없이 콜을 취소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렇게 당해도 택시 기사는 본인이 감당해야 하는 페널티가 있을까 봐 콜 대기를 누르는 분이 많다. 그런데 손님이 콜 취소를 일주일에 7회 하면 호출 제한 24시간 페널티가 부여된다”며 “사실 이런 손님은 거의 없다. 매일 택시를 타는 손님 자체가 적으니까”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한 명도 없는 게 아니란 것이 문제다. 어떤 손님은 계속 택시 콜을 불러서 취소하길 여러 번이다. 택시 기사는 콜이 잡히면 무조건 가야 페널티가 없지만, 손님은 페널티가 전혀 없으니 신고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B 택시기사는 “차가 많이 막히는 시간에 홍대 골목서 콜을 받고 좁은 골목길을 힘들게 들어갔다. 거의 다 왔는데 콜이 취소된 경험이 있다. 너무 화가 나서 손님 신고라도 하는데, 그렇다고 손님한테 가는 불이익은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손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사가 먼저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카카오 비가맹이다. 카카오 블루는 콜이 1분 이상 취소됐을 때 600원 입금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가맹 택시 기사에게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카카오는 택시 기사에게 손님 정보를 모두 숨겼다. 손님의 개인정보 같은 민감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콜 취소 건수, 콜 거리 정보 등 제공될 수 있는 기본 정보 역시 카카오만 알고 있다.

그런데 법인 택시는 3만3000원, 개인택시는 4만8000원의 별도 관리비도 받아 간다. 카카오는 관리비가 승객의 편안한 탑승과 가맹 차량의 품질 향상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이런 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관리해 주지도 않으면서 관리비를 받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카카오 대리운전도 문제가 발생했다. 애초에 카카오는 2020년 8월부터 월 2만2000원의 프로그램비를 받고 우선 배차권과 전화대리업체의 콜 등을 제공하는 ‘프로서비스’를 도입했다. 수수료 외에 어떤 비용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이 말이 바로 취소된 것이다. 

상품권 수수료
대기업과 차별

대리운전 기사 C씨는 “대리기사 80% 정도는 프로서비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선 배차의 의미는 사라지고 카카오가 사실상의 프로그램비를 받는 셈”이라고 분개했다. 

수수료 역시 0~20%까지 다양하지만, 실제로 수요가 많은 번화가에선 20%짜리 콜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또 카카오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콜 단가를 낮추고 있다는 것도 대리운전 기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대부분의 기사들이 카카오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카카오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종종 말도 안 되는 단가를 올려놓는다. 이런 게 너무 당연해지면 기사들의 수익 자체가 줄어들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카카오 헤어샵은 골목상권 침해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때 카카오 헤어샵은 국내 뷰티 예약 서비스 점유율 70% 이상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오명을 쓴 채 퇴출될 운명이다. 이유가 뭘까?

카카오 헤어샵 수수료는 24.48%로 책정됐다. 결제금액의 4분의1 가까이가 카카오에 수수료로 빠지는 것이다. 기존 11.48%서 2배 이상 올린 대신 재방문 고객에게 받던 4.48% 수수료를 없앴다. 신규 고객에게만 수수료를 받겠다는 방침이었다.

이 같은 카카오 헤어샵의 수수료 책정에 대한 불만이 폭주했다. 플랫폼을 이용한 대가라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미용실 업주는 “지불 비용이 턱없이 높아 망설였지만 ‘뭐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들어갔다. 첫 고객은 안 남긴다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억울해도…’ 페널티 먹고 전전긍긍
하다 하다 문구·장난감·미용까지

카카오 헤어샵에 입점한 미용실 최저가 9000원(남성 커트 기준)을 적용하면 사업자에게 남는 금액은 6750원꼴로 최저임금보다 낮다. 실제로 카카오 헤어샵 수수료는 타 서비스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동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 예약’의 경우 입점 비용 없이 2%대의 결제 수수료만 책정돼있다.

여러 불만이 폭주하면서 결국 카카오 헤어샵은 소매업 사업서 철수하기로 결정됐다. 지난 2021년 카카오는 국정감사를 비롯해 정치권서 문어발 확장 논란과 함께 헤어샵을 포함한 꽃·간식·샐러드·완구 사업 운영을 두고 골목상권 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헤어샵과 문구·장난감 소매업 사업은 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미용실 예약 플랫폼 카카오 헤어샵의 경우 투자자와 체결한 주주 간 계약에 따라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카카오 헤어샵 운영사인 ‘와이어트’ 역시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지분을 24.19% 갖고 있었는데 카카오가 철수 의사를 발표하자 와이어트 투자자들의 반발로 매각이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지난 6월 풋옵션 행사기일이 도래하면서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와이어트 투자자의 지분을 500억원 넘게 주고 매입하면서 보유 지분은 지난해 말 24.19%서 38.9%로 확대됐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카카오 헤어샵 매각을 재추진, 미용실 예약 플랫폼 사업서 철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투자 업계에 따르면 와이어트는 헤어샵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뒤 보유 지분 100%를 매각하는 카브아웃(Carve-out)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악재가 겹치면서 관련 소상공인들은 카카오톡의 모바일 상품권 거래 시 높은 수수료 산정과 수수료 차별 등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며 카카오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카카오는 수수료율 결정 문제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쿠폰사가 협의할 문제라며 맞섰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은 지난달 22일 참여연대서 카카오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신고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촉구했다.

카톡 선물하기의 모바일 상품권은 카카오-쿠폰 사업자-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 등의 과정을 통해 유통된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가맹점이 내는 수수료율은 5%~11%로, 카드 수수료(1.0~1.5%)에 비하면 최대 10배가량 차이 난다. 가맹점주 평균 영업이익률 8~12%임을 감안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카톡 선물하기 
수수료 논란도

하지만 카드 수수료와 달리 상품권 수수료가 산출되는 근거가 무엇인지 가맹점주는 알 수 없다. 이들 단체는 “스타벅스처럼 대기업 본사가 직영하는 경우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율이 5%로 상대적으로 낮고 가맹점주가 수수료를 모두 부담하는 경우는 10%가량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 차별 대우를 받는다”며 “카카오가 대기업과 소상공인 사이 수수료 차이를 두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가격 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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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