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키워준’ 카카오의 배신 ②피눈물 흘리는 소상공인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04 09:46:02
  • 호수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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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폭탄’ 대통령도 화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카카오가 ‘수수료 폭탄’ ‘소상공인 죽이는’ 카카오로 변했다. 그러나 대책은 뜨뜻미지근할 뿐. 이미 소상공인의 눈물은 마를 길이 없고, 속 시원한 해결 방안도 없다. 카카오가 선택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수료 파티’였다.

혁신, 도전, 신뢰. 이 단어는 모든 기업들이 추구하는 이미지다. 카카오가 출범할 때만 해도 카카오를 대표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소비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때는 ‘혁신’과 가장 어울리는 기업으로 불렸던 카카오. 하지만 이미지는 역전됐다.

야금야금
골목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거라,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카카오 기업의 택시 사업인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1위 택시 사업자다. 이용자 수는 3300만명에 달하는데 택시 대다수가 카카오택시다.

사업 초기 당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호출 방식으로 침체된 택시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카카오는 ‘과도한 수수료’ ‘최저임금보다 낮은 기사 수입’ ‘소비자 이용 불편 문제’가 화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5년 처음 택시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이때부터 기존에 길에서 손을 흔들거나 콜택시를 불러야 했던 택시 시장은 ‘호출 시장’으로 바꿨다. 여기에 기존 택시 서비스에 불만이 많았던 소비자까지 큰 호응을 보내며 전용 앱 ‘카카오T’ 가입자 수는 5년 만에 2700만명을 달성했다.

이용자 수도 빠르게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택시 호출 시장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점유율은 95%에 육박한다. 택시 100대 중 95대가 카카오택시다. 2019년 92.99%였던 점유율은 2020년 94.23%, 2021년 94.46%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월간 평균 활성 이용자 수 역시 1169만명으로 압도적 우위다.

빠르게 시장 선점에 성공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와 함께 대리운전, 주차, 내비게이션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시장을 독점했다. 대표적으로 가맹 택시 기업인 ‘블루’의 경우 점유율이 2021년 기준으로 73.7%에 달한다. 이 서비스는 가맹 택시에 승객의 호출을 우선적으로 배치한다.

문어발식 경영…80% 이상 시장 독점
혁신의 아이콘? 가격만 높인 플랫폼

반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요 경쟁 사업자의 가맹 택시 수와 점유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초 타다와 아이엠택시가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합병을 추진했지만, 추가 투자 유치 문제 등으로 무산됐다. 이런 상황서 피해를 보는 것은 택시 기사와 소비자다.

택시 기사 A씨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A씨는 “카카오는 너무 먼 거리에 있는 손님과 기사를 강제 배차해서 서로 힘들게 만든다. 손님은 배차된 택시가 1.5㎞ 이상 멀리 떨어져 있어도 콜 취소를 한다. 그런데 카카오택시는 손님과 택시가 2.3㎞, 2.8㎞ 떨어져 있어도 배차시킨다”고 지적했다.

즉, 카카오택시 배차 취소가 많은 것은 카카오 앱 강제 배차 때문인 것. 당연히 손님은 택시를 한참 기다리는 것보다 택시를 취소하고 다시 택시를 잡는 게 이득인 셈이다.


그렇다면 강제 배차 취소 수수료는 어떻게 될까? 우선 기본적으로 택시는 손님이 잡히면 손님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연료비나 시간 비용이 드는 것은 기본이다. 

호출 취소 수수료는 배차 완료 시점으로부터 1분이 지난 후 택시 배차를 취소하면 플랫폼·차량에 최대 5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예정 출발 시각으로부터 5분이 경과했는데 손님이 탑승하지 못하면 2000원서 5000원 사이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결국 손님이 콜을 취소하면 수수료가 적게 들거나 없기 때문에, 콜 취소에 대한 모든 부담은 택시 기사가 떠안게 된다.

카카오는 대표적인 택시 플랫폼 4곳 중 가장 높은 수수료를 부과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카카오 택시 기사들 사이에선 “이유 없이 택시 콜을 취소하는 손님을 신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안 할 수도… 
울며 겨자 먹기

B 택시 기사는 “손님이 이유도 없이 콜을 취소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렇게 당해도 택시 기사는 본인이 감당해야 하는 페널티가 있을까 봐 콜 대기를 누르는 분이 많다. 그런데 손님이 콜 취소를 일주일에 7회 하면 호출 제한 24시간 페널티가 부여된다”며 “사실 이런 손님은 거의 없다. 매일 택시를 타는 손님 자체가 적으니까”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한 명도 없는 게 아니란 것이 문제다. 어떤 손님은 계속 택시 콜을 불러서 취소하길 여러 번이다. 택시 기사는 콜이 잡히면 무조건 가야 페널티가 없지만, 손님은 페널티가 전혀 없으니 신고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B 택시기사는 “차가 많이 막히는 시간에 홍대 골목서 콜을 받고 좁은 골목길을 힘들게 들어갔다. 거의 다 왔는데 콜이 취소된 경험이 있다. 너무 화가 나서 손님 신고라도 하는데, 그렇다고 손님한테 가는 불이익은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손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사가 먼저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카카오 비가맹이다. 카카오 블루는 콜이 1분 이상 취소됐을 때 600원 입금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가맹 택시 기사에게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카카오는 택시 기사에게 손님 정보를 모두 숨겼다. 손님의 개인정보 같은 민감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콜 취소 건수, 콜 거리 정보 등 제공될 수 있는 기본 정보 역시 카카오만 알고 있다.

그런데 법인 택시는 3만3000원, 개인택시는 4만8000원의 별도 관리비도 받아 간다. 카카오는 관리비가 승객의 편안한 탑승과 가맹 차량의 품질 향상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이런 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관리해 주지도 않으면서 관리비를 받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카카오 대리운전도 문제가 발생했다. 애초에 카카오는 2020년 8월부터 월 2만2000원의 프로그램비를 받고 우선 배차권과 전화대리업체의 콜 등을 제공하는 ‘프로서비스’를 도입했다. 수수료 외에 어떤 비용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이 말이 바로 취소된 것이다. 

상품권 수수료
대기업과 차별


대리운전 기사 C씨는 “대리기사 80% 정도는 프로서비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선 배차의 의미는 사라지고 카카오가 사실상의 프로그램비를 받는 셈”이라고 분개했다. 

수수료 역시 0~20%까지 다양하지만, 실제로 수요가 많은 번화가에선 20%짜리 콜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또 카카오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콜 단가를 낮추고 있다는 것도 대리운전 기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대부분의 기사들이 카카오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카카오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종종 말도 안 되는 단가를 올려놓는다. 이런 게 너무 당연해지면 기사들의 수익 자체가 줄어들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카카오 헤어샵은 골목상권 침해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때 카카오 헤어샵은 국내 뷰티 예약 서비스 점유율 70% 이상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오명을 쓴 채 퇴출될 운명이다. 이유가 뭘까?

카카오 헤어샵 수수료는 24.48%로 책정됐다. 결제금액의 4분의1 가까이가 카카오에 수수료로 빠지는 것이다. 기존 11.48%서 2배 이상 올린 대신 재방문 고객에게 받던 4.48% 수수료를 없앴다. 신규 고객에게만 수수료를 받겠다는 방침이었다.

이 같은 카카오 헤어샵의 수수료 책정에 대한 불만이 폭주했다. 플랫폼을 이용한 대가라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미용실 업주는 “지불 비용이 턱없이 높아 망설였지만 ‘뭐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들어갔다. 첫 고객은 안 남긴다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억울해도…’ 페널티 먹고 전전긍긍
하다 하다 문구·장난감·미용까지

카카오 헤어샵에 입점한 미용실 최저가 9000원(남성 커트 기준)을 적용하면 사업자에게 남는 금액은 6750원꼴로 최저임금보다 낮다. 실제로 카카오 헤어샵 수수료는 타 서비스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동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 예약’의 경우 입점 비용 없이 2%대의 결제 수수료만 책정돼있다.

여러 불만이 폭주하면서 결국 카카오 헤어샵은 소매업 사업서 철수하기로 결정됐다. 지난 2021년 카카오는 국정감사를 비롯해 정치권서 문어발 확장 논란과 함께 헤어샵을 포함한 꽃·간식·샐러드·완구 사업 운영을 두고 골목상권 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헤어샵과 문구·장난감 소매업 사업은 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미용실 예약 플랫폼 카카오 헤어샵의 경우 투자자와 체결한 주주 간 계약에 따라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카카오 헤어샵 운영사인 ‘와이어트’ 역시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지분을 24.19% 갖고 있었는데 카카오가 철수 의사를 발표하자 와이어트 투자자들의 반발로 매각이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지난 6월 풋옵션 행사기일이 도래하면서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와이어트 투자자의 지분을 500억원 넘게 주고 매입하면서 보유 지분은 지난해 말 24.19%서 38.9%로 확대됐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카카오 헤어샵 매각을 재추진, 미용실 예약 플랫폼 사업서 철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투자 업계에 따르면 와이어트는 헤어샵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뒤 보유 지분 100%를 매각하는 카브아웃(Carve-out)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악재가 겹치면서 관련 소상공인들은 카카오톡의 모바일 상품권 거래 시 높은 수수료 산정과 수수료 차별 등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며 카카오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카카오는 수수료율 결정 문제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쿠폰사가 협의할 문제라며 맞섰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은 지난달 22일 참여연대서 카카오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신고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촉구했다.

카톡 선물하기의 모바일 상품권은 카카오-쿠폰 사업자-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 등의 과정을 통해 유통된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가맹점이 내는 수수료율은 5%~11%로, 카드 수수료(1.0~1.5%)에 비하면 최대 10배가량 차이 난다. 가맹점주 평균 영업이익률 8~12%임을 감안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카톡 선물하기 
수수료 논란도

하지만 카드 수수료와 달리 상품권 수수료가 산출되는 근거가 무엇인지 가맹점주는 알 수 없다. 이들 단체는 “스타벅스처럼 대기업 본사가 직영하는 경우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율이 5%로 상대적으로 낮고 가맹점주가 수수료를 모두 부담하는 경우는 10%가량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 차별 대우를 받는다”며 “카카오가 대기업과 소상공인 사이 수수료 차이를 두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가격 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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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