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키워준’ 카카오의 배신 ③곪아 터진 이권 카르텔

겉만 번지르르…꼰대 기업 저리 가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카카오의 경영 위기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로 사내외서 질타받고 있다. 경영진이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면서 내부 문제가 외부로 퍼졌다. 혁신기업으로 불렸던 카카오가 진짜 혁신할 때가 됐다. 준법과신뢰위원회 활동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카카오가 경영 리스크에 따른 쇄신안을 내고 있지만 오히려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이른바 ‘100인의 CEO’라는 경영철학에 대해 책임없이 권한만 가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창업자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의 ‘카카오 카르텔’ 폭로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내부 갈등
일파만파

‘카카오 카르텔’은 카카오 내부 경영진과 몇몇 특정 부서만 가지는 이권 모임을 칭한다. 특히 초기 사업을 함께한 임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카카오의 대표를 맡았던 남궁훈, 여민수, 조수용, 홍은택, 이석우, 임지훈, 류영준 등은 김 창업자가 삼성SDS를 다닐 때나 PC방을 운영할 때부터 알던 사이다.

최근 카카오 카르텔에 관해 폭로 중인 김 이사장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 창업자와 함께 국내 인터넷 산업을 일군 벤처 1세대 주역이다. 1999년 이씨가 네이버컴(현 네이버)을 설립했을 때 서비스본부 이사를 맡았고, 2000년 네이버와 김 창업자가 설립한 한게임이 합병해 NHN을 만들 때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전 김 창업자의 삼성SDS 입사 선배기도 하다.


김 이사장은 2001년 NHN서 엔터테인먼트 본부장, 2004년 부사장(COO) 등을 거쳐 NHN 한게임 대표를 맡았다. 김 창업자가 먼저 2008년 NHN을 떠나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을 설립했고, 김 이사장도 4년 뒤 NHN을 나와 2012년 ‘베어베터’를 창업했다.

소속은 달라졌지만 김 창업자와 김 이사장의 인연은 여전히 끈끈했다. 김 창업자는 김 이사장이 운영하는 베어베터에 개인 재산을 출자했다. 김 이사장도 김 창업자가 카카오를 창업할 때 투자금을 선뜻 내주기도 했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5월부터 자신의 재산 절반을 들여 설립한 사회공헌재단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을 김 이사장에게 맡겼다. 

그랬던 그가 지난 9월 ‘SM 시세조종’ ‘경영진 모럴해저드’ 등 카카오 위기 징후가 시작될 때 카카오 구원투수로 경영 현안에 직접 뛰어들었다. 카카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CA협의체(공동체얼라이언먼트센터) 경영지원총괄로 선임된 것이다. 당시 김 창업자가 직접 김 이사장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또 김 이사장은 최근 출범한 카카오 외부의 감사 조직인 ‘준법과신뢰위원회’에 카카오 내부 인사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지난달 28, 29일 카카오 내부 경영 실태를 폭로했다. 카카오를 둘러싼 굵직한 이슈를 진화하기 위해 투입된 김 이사장이 오히려 목에 칼을 대고 있는 셈이다. 

‘김범수의 남자’ 김정호 이사장 경영 실태 폭로 
어설픈 대기업 흉내내기 적나라하게 드러나


김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뒤죽박죽인 연봉 체계 ▲법인 골프 회원권 남용 ▲제주 본사 유휴 부지 개발 논란 ▲데이터센터(IDC)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에 관해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카카오에 합류한 이후)경영진 혹은 측근에 편중된 보상, 불투명한 업무 프로세스,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대외협력비 문제, 데이터센터·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끝없는 비리 제보 문제 등 이야기를 듣다 보니 끝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 관리 부서 실장급의 연봉이 그보다 경력이 더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부서장 연봉의 2.5배나 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들 부서는 20억원이 넘는 초고가 골프장 법인 회원권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김 이사장은 특혜처럼 돌아가는 골프 회원권에 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금요일부터 좋은 골프장에는 죄다 카카오팀이 있더라는 괴담 수준의 소문도 있다”며 “파악해 보니 100여명의 대표 이사들은 골프 회원권이 없었는데 특정 부서만 한 달에 12번, KLPGA 투어 프로 수준으로 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카카오 카르텔’ 의혹을 밝히며 최근 논란이 된 폭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에 따르면 카카오는 제주도 본사 부지 일부를 방치한 상태였다. 당초 카카오는 제주도 본사 부지를 워케이션 센터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다만 그룹 내에서 1개의 회사만 워케이션 센터 이용 의사를 밝히면서 쓸모가 없어졌다.

이에 김 이사장은 해당 부지에 ‘지역상생형 디지털 콘텐츠 제작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위해 카카오 AI캠퍼스 건축팀 28명을 투입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한 임원으로부터 “그 팀은 제주도서 싫어할 거고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언쟁이 시작됐다.

도덕적 해이
방만한 사업

김 이사장은 이 과정서 해당 임원이 결재나 합의 없이 해당 업무의 외주 업체를 선정했다는 사실과 이런 발언에도 아무 말 없는 다른 임원들을 보다가 “분노가 폭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 700억~800억원이나 되는 공사업체를 그냥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저렇게 주장하는데 모두들 가만히 있는가”라며 “이런 개XX 같은 문화가 어디 있나?”라며 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조금 후 제가 너무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특히 개XX이라는 용어를 쓴 것에 사과한다고 3번 정도 이야기했다”며 “업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나온 한 번의 실수였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카카오의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오지훈 자산개발실 부사장은 카카오 내부 전산망에 올린 공동 입장문서 제주도 유휴 부지 개발 과정은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 경영진 결재를 모두 거쳐 진행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또 내부 감사 중인 안산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인 서울아레나 공사 업체 선정 과정서의 비리에 관해 시공사 선정이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카카오 안산 데이터센터의 공사 금액은 총 4249억원 규모로, 건설사와 계약한 건축·토목에 해당하는 금액은 1436억원 달한다.


카카오는 최근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아레나의 공사 업체 선정 과정서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공사를 몰아줬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아 내부 감사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의 경우 총 3곳의 건설사가 참여하는 공개입찰을 거쳐 시공사를 선정했다”며 “서울아레나의 공사업체 선정 방식과 관련해서는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인적 쇄신?
책임 탈피

김 이사장과 경영진의 다툼을 두고 카카오 내부서도 여러 말이 나왔다. 본사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괜찮냐’는 연락을 받는다”며 “경영진들의 문제가 외부로 나가 피해보는 건 그저 직원들뿐이다. 비상경영을 선포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구원투수가 오히려 폭투를 던지고 있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고 평가했다.

서승욱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장은 “신뢰와 소통, 근무제도에 이르기까지 카카오의 중요한 가치들은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며 “오히려 남은 것은 경영진 내부의 폭로다. 내부 경영진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기에 경영진에 대한 인적 쇄신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일침했다.


카카오 경영진이 직원들의 신뢰를 저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0년 카카오게임즈로 시작된 ‘쪼개기 상장’과 2021년 스톡옵션 ‘먹튀’ 논란이 제기됐던 바 있다.

카카오는 게임과 은행, 증권, 엔터 등 각 분야에 자회사를 만들며 사업을 확장했다. 카카오는 이들 자회사의 사업이 성공해 자리를 잡자 즉시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2020년에는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에 입성했고, 2021년에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코스피에 연달아 상장됐다. 이러한 쪼개기 상장으로 애꿎은 일반 주주들만 손해를 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막대한 가치를 지닌 자회사가 증시에 따로 상장되면 모기업인 카카오의 주주가치는 점차 희석될 수밖에 없다”며 “카카오는 쪼개기 상장으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격으로 주식시장서의 신뢰도가 매우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인으로 구성된 ‘100인의 CEO’
무책임 권한 “잇속 챙기기 바빠”

2021년 11월3일 카카오페이가 상장하고 한 달이 지나지 않은 11월24일 쪼개기 상장 비판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터졌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은 카카오페이 상장 당시 스톡옵션을 행사해 카카오페이 주식 약 44만 주를 취득했다.

그런데 이들은 불과 16일 만인 2021년 12월10일 동시에 주식 44만주 전량을 시장에 매각한다. ‘스톡옵션’은 미리 정해둔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현재 주가가 올랐어도 계약 당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매각 가격이 취득 가격의 40.8배였고, 이들이 얻은 차익은 총 877억6000만원, 1인당 평균 109억7000만원에 이르렀다. 경영진이 주식을 전량 매각하자 시장은 해당 시점이 고점이라고 받아들였고 카카오페이 주가는 폭락했다. 이때는 카카오가 코스피200에 편입된 첫날이었다.

일각에선 스톡옵션은 경영진이 주가를 올리기 위해 애쓰도록 만들어 경영진의 이해와 주주의 이해를 일치시키려는 제도인데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과연 주주의 이해를 고려하고 있는가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먹튀 논란’으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다가 사퇴했다. 그러나 이후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남궁훈 전 대표도 비슷한 논란을 일으켰다. 

내정 당시인 지난해 2월10일 그는 “(카카오가)대표이사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면 그 행사가는 15만원 아래로 설정하지 않도록 (회사에)요청드렸다”고 밝혔다. 당시 카카오 주가가 8만7300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주가가 2배 가까이 오를 때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남궁 전 대표가 카카오 대표 이전 시절에 받은 스톡옵션을 주당 1만7000원대에 행사해 약 94억원을 챙기며 다시금 신뢰를 저버렸다. 지난 9월에는 김기홍 카카오 재무그룹장이 법인카드로 1억원어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신뢰위원회
조사 결과는?

서 지회장은 “김 창업자는 평소 ‘100인의 CEO’를 키우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100인의 자본가’만 키운 것 같다”며 “회사의 빠른 변화가 과연 혁신을 위한 게 맞는지 의문이었는데, 일련의 사태로 혁신이 아니라 경영진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음이 명백해졌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관해 노조 측은 외부인으로 구성된 준법과 신뢰위원회에 조사 요청을 진행했다”며 “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경영진의 인적 쇄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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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 유병언 일가 졸속 재판 막전막후

‘세월호 참사 10주기’ 유병언 일가 졸속 재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특별조사위원회와 특별검사까지 투입됐으나 명확한 윗선의 책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참사 보상금 지출 비용 회수를 위한 ‘유병언 일가’ 재판을 진행 중이다. 결과는 잇단 패소다. 법원 법리 설득도 실패하면서 졸속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가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건 7년 전이다. 세월호 참사 보상금 지출 비용 회수가 주된 이유다. 이른바 ‘유병언 일가’의 차명주식 120억원을 받아내려 했으나 법원은 정황 증거와 신빙성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미지근한 부처 대응 정부가 지출한 세월호 참사 관련 비용은 2015년 8월 기준 1878억원, 지출이 예정된 금액을 합치면 4390억원에 달한다. 2015년 정부가 유 전 회장 자녀들과 청해진 해운 주주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4213억원 구상권 청구 소송은 서울고법서 2심이 진행 중이다. 2020년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는 “유 전 회장의 자녀인 유섬나·상나·혁기씨 남매가 총 1700억여원을 국가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세월호 참사의 수습 과정서 국가가 지출한 비용으로 인정된 금액(3723억원) 중 70%를 유 전 회장 일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은 사고에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국가가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구상권은 누군가가 부담해야 할 채무를 대신 졌을 때 원래의 채무자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정부는 수천억원을 유병언 일가로부터 받아내야 하지만 추가 회수를 위해 여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 중 김혜경 전 한국제약 대표를 상대로 120억원 규모 주식인도청구가 최근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 뒤 수사 대상에 올랐던 김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10월 미국서 체포돼 송환됐다. 또 유 전 회장이 촬영한 사진을 회삿돈 1억여원으로 사들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된 뒤 지난 2018년 징역 1년6개월이 확정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세월호 운항을 맡았던 청해진해운 주식 2000주와 세모그룹 계열사인 정석케미칼 주식 2만주, 세모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한 아이원아이홀딩스 주식 5만5000주 등 관계사 6곳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주식가격을 합치면 모두 120억원 상당이다. 지난 2017년 소송을 시작한 정부는 “김 전 대표가 세모그룹 계열사 대주주이자 유 전 회장 최측근으로서 유 전 회장의 부동산과 주식 등 재산을 차명으로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세모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서 “김 전 대표는 유 전 회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 재산을 차명으로 관리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근로소득과 상속재산 등 본인 자금으로 직접 주식을 취득했다"며 본인이 실소유주”라고 반박했다. ‘수백억대 차명 주식’ 패소…법원 설득도 실패 “유 회장 가족 국가에 1700억원 지급” 2심으로 재판부는 “정부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 전 회장과 김 전 대표 사이에 차명 보유를 위한 약속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유 전 회장과 김 전 대표 사이 관계에 대한 임직원들 진술이 상당 부분 추측에 불과하거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이어 “김 전 대표가 직접 대금을 납부해 주식을 취득한 정황은 확인되지만 유 전 회장이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기 위한 대금을 지급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지출 비용 회수에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이승원 부장판사)는 정부가 유 전 회장 차명 의혹 주식으로 보고 관련자 5명을 상대로 청구한 약 4억원의 정석케미칼 주식인도청구도 기각했다. 앞서 정부가 유 전 회장 측근 이강세·이재영 전 아해(정석케미칼로 변경 전 상호) 대표 등 6명을 상대로 낸 10억원 규모 주식 확보 소송도 지난해 7월, 2심서 패소했으며 대법원서 그대로 확정됐다. 위 두 재판에는 기독교복음침례회 일명 구원파도 참여해 “해당 주식은 유 전 회장이 아니라 구원파가 맡긴 주식이므로 구원파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구원파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전 회장 일가를 상대로 한 구상권 소송은 여전히 2심서 멈춰 있다. 유병언 일가가 항소해 2심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변론까지 모두 마쳤지만 재판부는 아직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유병언 일가가 ‘세월호피해지원법이 위헌인지 판단해달라’며 위헌제청을 신청한 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추가적인 비용 회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상권 소송이 지지부진한 상황서 차명 의혹 주식은 잇따라 확보에 실패하고 있는 만큼 세월호 참사 관련 비용 회수는 어려울 것”이라며 “법원 설득도 실패했기에 현재 재판이 끝난 이후 실질적으로 금액을 받아내는 데만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송 이겨도 받기 한세월 다른 변호사도 “일반적 민사도 오래 걸리는데 과거 사건을 두고 정부가 소송을 진행하는 건 10년 가까이 걸린다. 차명주식의 경우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중요한데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받아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유병언 일가 간 소송이 끝난다고 해도 수천억원의 금액을 받아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유병언 일가 자식들이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혁기씨가 국내로 송환됐을 당시 검찰은 “세월호 선사 계열사들 대표들과 공모해 경영 자문료, 상표 사용료, 사진 대금 등 명목으로 254억6346만원을 반출한 뒤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공소사실을 밝혔다. 혁기씨 측은 “상표권·사진 판매 계약 관련해 일방적 지시한 적 없다. 정상적 처분의 계약이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도 모두 이행했다. 횡령 행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이 증거 인부 여부를 다음 기일로 미루면서 이날 재판은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4남매의 막내인 혁기씨는 1989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미시건 대학을 졸업한 뒤 전문직 취업비자를 받았고, 2002년 재미 교포와 결혼해 2007년 영주권을 받았다. 이후 미국서 사진홍보대행사 아해프레스와 경영컨설팅업체인 키솔루션 대표 등을 맡았다. 그는 2014년 3월 사업 차 한국을 찾았다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4일 뒤 인천지검이 세월호 선사 경영 비리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더는 한국에 오지 않았다는 게 혁기씨 측의 설명이다. 2014년 5월 한국 법무부는 미국에 있던 혁기씨에 대해 범죄인인도 청구를 했다. 혁기씨가 경영비리에 연루돼있다고 본 것이다. 한동안 행적이 묘연하던 혁기씨는 결국 2020년 뉴욕 남주연방검찰청(SKNY)에 체포됐다. 2021년 7월 뉴욕남부연방법원이 범죄인인도 결정을 내렸지만 혁기씨는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하면서 버텼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청원이 기각되면서 9년 만에 국내 송환이 이뤄졌다. 혁기씨와 달리 장녀 섬나, 장남 대균씨 등 유 전 회장 일가는 이미 검찰 수사를 거쳐 재판을 받았다. 대균씨는 2002년 5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5개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71억원을 받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소송 끝나도 사건들 산적 2014년 1심 재판부(인천지법 형사12부)는 대균씨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서울고법 형사1부)는 징역 2년형으로 감형했다. 유 전 회장의 부인 권윤자씨는 2010년 2월 기독교복음침례회 재산을 담보로 신협 등으로부터 297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배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선고됐다. 유 전 회장의 형 병일씨는 2008년 개인 부동산 구매를 위해 D 주식회사 자금을 한 영농조합을 통해 송금받은 혐의(횡령)로 징역 2년형을 받았다. 이들은 역으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7년 9월 서초세무서는 세무조사 결과 세모그룹 계열사들이 대균씨에게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를 포함해 소득을 다시 산정했다며 총 11억3000여만원의 종합소득세(가산세 포함)를 부과했다. 이에 대균씨는 “2015년 형사재판을 받는 동안 청해진해운에 35억여원, 천해지에 13억여원을 반환했는데도 세무당국이 이를 고려하지 않아 부당하다”며 2019년 3월 행정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대균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항소심은 2021년 1월 원심을 깨고 대균씨의 손을 들어줬다. 아직 법적 판단을 확정짓지 못한 사건도 있다. 검찰이 특경법·조세처벌법위반 혐의로 장녀 섬나씨를 추가 기소한 사건은 1월 인천지법 형사15부가 업무상 배임횡령 건에 대해 일부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후 검찰이 항소하면서 서울고법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혁기씨는 추가 기소 가능성도 남아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혁기씨를 기소하면서 “306억원에 달하는 유씨의 추가 범행, 125억원 조세포탈 범행을 추가로 기소하기 위해 미국의 동의 요청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부 간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르면 인도의 근거가 된 범죄 이외의 범죄로 처벌하기 위해선 미국의 추가 동의가 필요하다. 피해지원법 위헌 여부 헌재 판단 관건 정부 소송 잇단 패소 법률적 전략 한계?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가 범죄인인도를 청구할 당시 기재된 혁기씨의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기소했지만, 추가로 입증한 범죄사실을 기재해 추후 미국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혁기씨는 현재 구속 기한 만료로 보석이 허가된 상태다.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혁기씨의 구속 기한 만료일이 다가오자 지난달 5일 보석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유씨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거주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했다. 혁기씨 측 변호인은 “여러 조건을 달아 보석을 허가받았고 혁기씨는 자택에 머무르고 있다”며 “여러 증인들을 신청했기 때문에 선고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지부진한 대응은 예고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설 명절 특사를 단행하면서 세월호 유족 사찰 혐의로 형이 확정됐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인사들에게 면죄부를 뿌렸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뿐만 아니라 전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소속 장군들이 포함됐다. 특사 명단에는 김대열 소장(전 기무사 참모장)과 지영관 소장(전 기무사 참모장)은 잔형 집행정지와 더불어 복권 처분을 받았다. 소강원 소장(전 기무사 참모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 당시 사면됐는데, 이번에 복권까지 됐다. 앞서 기무사 주요 직위에 있었던 김대열·지영관·소강원 소장, 김병철 준장, 손정수·박태규 대령 등 6명은 ‘세월호 TF’를 조직해 유가족 사찰을 지휘·감독한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우선 이번에 사면·복권된 김대열 소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기무사 참모장 직위에 있으면서 손 대령과 박 대령에게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세월호 유가족 첩보 수집은 당시 정권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한데도 범행을 일체 부인하며 당시 직속상관인 사령관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지 소장은 정보융합실장일 당시 김 소장과 공모해 세월호 유가족의 성향 사찰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등 여론 조성 작업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복권된 소 소장의 경우 세월호 참사 당시 광주·전남 지역 관할 610기무부대장으로서 세월호 유가족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한 혐의를 받았다. 1심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사실상 면죄부 세월호 TF장이었던 손 대령과 세월호 TF 현장지원팀장이었던 박 대령은 세월호 유가족 사찰 지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서 각각 징역 1년6월과 1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사면·복권됐다. 세월호 민간인 사찰 사건은 계엄령 문건 작성, 댓글 공작과 함께 기무사라는 부대 자체를 없앤 계기가 된 이른바 ‘3대 불법행위’ 중 하나다. 특히 세월호 민간인 사찰 사건 재판부는 이들 기무사 간부들이 직무 범위를 넘어 국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