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키워준’ 카카오의 배신 ③곪아 터진 이권 카르텔

겉만 번지르르…꼰대 기업 저리 가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카카오의 경영 위기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로 사내외서 질타받고 있다. 경영진이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면서 내부 문제가 외부로 퍼졌다. 혁신기업으로 불렸던 카카오가 진짜 혁신할 때가 됐다. 준법과신뢰위원회 활동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카카오가 경영 리스크에 따른 쇄신안을 내고 있지만 오히려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이른바 ‘100인의 CEO’라는 경영철학에 대해 책임없이 권한만 가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창업자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의 ‘카카오 카르텔’ 폭로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내부 갈등
일파만파

‘카카오 카르텔’은 카카오 내부 경영진과 몇몇 특정 부서만 가지는 이권 모임을 칭한다. 특히 초기 사업을 함께한 임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카카오의 대표를 맡았던 남궁훈, 여민수, 조수용, 홍은택, 이석우, 임지훈, 류영준 등은 김 창업자가 삼성SDS를 다닐 때나 PC방을 운영할 때부터 알던 사이다.

최근 카카오 카르텔에 관해 폭로 중인 김 이사장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 창업자와 함께 국내 인터넷 산업을 일군 벤처 1세대 주역이다. 1999년 이씨가 네이버컴(현 네이버)을 설립했을 때 서비스본부 이사를 맡았고, 2000년 네이버와 김 창업자가 설립한 한게임이 합병해 NHN을 만들 때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전 김 창업자의 삼성SDS 입사 선배기도 하다.

김 이사장은 2001년 NHN서 엔터테인먼트 본부장, 2004년 부사장(COO) 등을 거쳐 NHN 한게임 대표를 맡았다. 김 창업자가 먼저 2008년 NHN을 떠나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을 설립했고, 김 이사장도 4년 뒤 NHN을 나와 2012년 ‘베어베터’를 창업했다.

소속은 달라졌지만 김 창업자와 김 이사장의 인연은 여전히 끈끈했다. 김 창업자는 김 이사장이 운영하는 베어베터에 개인 재산을 출자했다. 김 이사장도 김 창업자가 카카오를 창업할 때 투자금을 선뜻 내주기도 했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5월부터 자신의 재산 절반을 들여 설립한 사회공헌재단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을 김 이사장에게 맡겼다. 

그랬던 그가 지난 9월 ‘SM 시세조종’ ‘경영진 모럴해저드’ 등 카카오 위기 징후가 시작될 때 카카오 구원투수로 경영 현안에 직접 뛰어들었다. 카카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CA협의체(공동체얼라이언먼트센터) 경영지원총괄로 선임된 것이다. 당시 김 창업자가 직접 김 이사장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또 김 이사장은 최근 출범한 카카오 외부의 감사 조직인 ‘준법과신뢰위원회’에 카카오 내부 인사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지난달 28, 29일 카카오 내부 경영 실태를 폭로했다. 카카오를 둘러싼 굵직한 이슈를 진화하기 위해 투입된 김 이사장이 오히려 목에 칼을 대고 있는 셈이다. 

‘김범수의 남자’ 김정호 이사장 경영 실태 폭로 
어설픈 대기업 흉내내기 적나라하게 드러나

김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뒤죽박죽인 연봉 체계 ▲법인 골프 회원권 남용 ▲제주 본사 유휴 부지 개발 논란 ▲데이터센터(IDC)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에 관해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카카오에 합류한 이후)경영진 혹은 측근에 편중된 보상, 불투명한 업무 프로세스,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대외협력비 문제, 데이터센터·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끝없는 비리 제보 문제 등 이야기를 듣다 보니 끝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 관리 부서 실장급의 연봉이 그보다 경력이 더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부서장 연봉의 2.5배나 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들 부서는 20억원이 넘는 초고가 골프장 법인 회원권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김 이사장은 특혜처럼 돌아가는 골프 회원권에 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금요일부터 좋은 골프장에는 죄다 카카오팀이 있더라는 괴담 수준의 소문도 있다”며 “파악해 보니 100여명의 대표 이사들은 골프 회원권이 없었는데 특정 부서만 한 달에 12번, KLPGA 투어 프로 수준으로 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카카오 카르텔’ 의혹을 밝히며 최근 논란이 된 폭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에 따르면 카카오는 제주도 본사 부지 일부를 방치한 상태였다. 당초 카카오는 제주도 본사 부지를 워케이션 센터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다만 그룹 내에서 1개의 회사만 워케이션 센터 이용 의사를 밝히면서 쓸모가 없어졌다.

이에 김 이사장은 해당 부지에 ‘지역상생형 디지털 콘텐츠 제작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위해 카카오 AI캠퍼스 건축팀 28명을 투입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한 임원으로부터 “그 팀은 제주도서 싫어할 거고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언쟁이 시작됐다.

도덕적 해이
방만한 사업

김 이사장은 이 과정서 해당 임원이 결재나 합의 없이 해당 업무의 외주 업체를 선정했다는 사실과 이런 발언에도 아무 말 없는 다른 임원들을 보다가 “분노가 폭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 700억~800억원이나 되는 공사업체를 그냥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저렇게 주장하는데 모두들 가만히 있는가”라며 “이런 개XX 같은 문화가 어디 있나?”라며 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조금 후 제가 너무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특히 개XX이라는 용어를 쓴 것에 사과한다고 3번 정도 이야기했다”며 “업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나온 한 번의 실수였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카카오의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오지훈 자산개발실 부사장은 카카오 내부 전산망에 올린 공동 입장문서 제주도 유휴 부지 개발 과정은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 경영진 결재를 모두 거쳐 진행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또 내부 감사 중인 안산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인 서울아레나 공사 업체 선정 과정서의 비리에 관해 시공사 선정이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카카오 안산 데이터센터의 공사 금액은 총 4249억원 규모로, 건설사와 계약한 건축·토목에 해당하는 금액은 1436억원 달한다.

카카오는 최근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아레나의 공사 업체 선정 과정서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공사를 몰아줬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아 내부 감사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의 경우 총 3곳의 건설사가 참여하는 공개입찰을 거쳐 시공사를 선정했다”며 “서울아레나의 공사업체 선정 방식과 관련해서는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인적 쇄신?
책임 탈피

김 이사장과 경영진의 다툼을 두고 카카오 내부서도 여러 말이 나왔다. 본사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괜찮냐’는 연락을 받는다”며 “경영진들의 문제가 외부로 나가 피해보는 건 그저 직원들뿐이다. 비상경영을 선포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구원투수가 오히려 폭투를 던지고 있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고 평가했다.

서승욱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장은 “신뢰와 소통, 근무제도에 이르기까지 카카오의 중요한 가치들은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며 “오히려 남은 것은 경영진 내부의 폭로다. 내부 경영진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기에 경영진에 대한 인적 쇄신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일침했다.

카카오 경영진이 직원들의 신뢰를 저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0년 카카오게임즈로 시작된 ‘쪼개기 상장’과 2021년 스톡옵션 ‘먹튀’ 논란이 제기됐던 바 있다.

카카오는 게임과 은행, 증권, 엔터 등 각 분야에 자회사를 만들며 사업을 확장했다. 카카오는 이들 자회사의 사업이 성공해 자리를 잡자 즉시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2020년에는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에 입성했고, 2021년에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코스피에 연달아 상장됐다. 이러한 쪼개기 상장으로 애꿎은 일반 주주들만 손해를 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막대한 가치를 지닌 자회사가 증시에 따로 상장되면 모기업인 카카오의 주주가치는 점차 희석될 수밖에 없다”며 “카카오는 쪼개기 상장으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격으로 주식시장서의 신뢰도가 매우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인으로 구성된 ‘100인의 CEO’
무책임 권한 “잇속 챙기기 바빠”

2021년 11월3일 카카오페이가 상장하고 한 달이 지나지 않은 11월24일 쪼개기 상장 비판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터졌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은 카카오페이 상장 당시 스톡옵션을 행사해 카카오페이 주식 약 44만 주를 취득했다.

그런데 이들은 불과 16일 만인 2021년 12월10일 동시에 주식 44만주 전량을 시장에 매각한다. ‘스톡옵션’은 미리 정해둔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현재 주가가 올랐어도 계약 당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매각 가격이 취득 가격의 40.8배였고, 이들이 얻은 차익은 총 877억6000만원, 1인당 평균 109억7000만원에 이르렀다. 경영진이 주식을 전량 매각하자 시장은 해당 시점이 고점이라고 받아들였고 카카오페이 주가는 폭락했다. 이때는 카카오가 코스피200에 편입된 첫날이었다.

일각에선 스톡옵션은 경영진이 주가를 올리기 위해 애쓰도록 만들어 경영진의 이해와 주주의 이해를 일치시키려는 제도인데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과연 주주의 이해를 고려하고 있는가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먹튀 논란’으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다가 사퇴했다. 그러나 이후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남궁훈 전 대표도 비슷한 논란을 일으켰다. 

내정 당시인 지난해 2월10일 그는 “(카카오가)대표이사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면 그 행사가는 15만원 아래로 설정하지 않도록 (회사에)요청드렸다”고 밝혔다. 당시 카카오 주가가 8만7300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주가가 2배 가까이 오를 때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남궁 전 대표가 카카오 대표 이전 시절에 받은 스톡옵션을 주당 1만7000원대에 행사해 약 94억원을 챙기며 다시금 신뢰를 저버렸다. 지난 9월에는 김기홍 카카오 재무그룹장이 법인카드로 1억원어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신뢰위원회
조사 결과는?

서 지회장은 “김 창업자는 평소 ‘100인의 CEO’를 키우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100인의 자본가’만 키운 것 같다”며 “회사의 빠른 변화가 과연 혁신을 위한 게 맞는지 의문이었는데, 일련의 사태로 혁신이 아니라 경영진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음이 명백해졌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관해 노조 측은 외부인으로 구성된 준법과 신뢰위원회에 조사 요청을 진행했다”며 “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경영진의 인적 쇄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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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