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소년범 연령 논란

피해자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그날 노인은 자신의 운명을 알았을까? 눈을 감는 순간까지 어리둥절했을지도 모른다. 나란히 걷고 있던 아내는 또 어떤가. 소식을 들은 유족은 황망함과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한다. 피해자와 그 유족의 눈물은 누가 닦아줄 수 있을까?

죄를 지으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가하는 사적 제재는 엄격하게 금지돼있다. 사법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이 만든 사각지대다. 어떤 피해자는 날벼락을 맞고도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나이 낮추자

서울 노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4시30분쯤 노원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서 70대 남성이 위에서 떨어진 주먹 크기의 돌에 맞아 숨졌다. 사망한 노인은 당시 다리가 불편한 아내를 부축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현장에는 동갑내기 친구인 초등학생 2명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방화문을 고정하기 위해 괴어둔 돌을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돌을 던진 초등학생에 대해 ‘입건 전 종결’ 처리했다. 처벌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 수사를 개시하지 않고 조사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문제가 된 부분은 가해자의 나이다. 돌을 던진 초등학생의 나이는 10세 미만으로 보호처분을 포함한 모든 형사처벌서 제외되는 이른바 ‘범법소년’에 해당한다.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런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 없는 범죄를 당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소년법상 19세 미만을 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14세 이상 19세 미만은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소년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 ▲10세 미만은 범법소년으로 구분한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은 받지 않지만 소년법에 의해 보호처분 등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범법소년에게 가할 수 있는 제재는 ‘훈계’에 불과하다.

물론 부모에게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민법 750조(불법행위의 내용)와 755조(책임무능력자의 감독자의 책임)에 따르면 감독자인 보호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일으킨 손해가 감독의무자의 의무 위반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10세 미만 사람 죽여도 
‘훈계’ 밖에 할 수 없다

만일 자녀에게 과거 비행 전력이 있을 경우 다시 범행을 벌일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부모가 인지했다고 보고 책임을 묻는 식이다. 법원은 ▲부모 등 감독의무자가 미성년자의 범행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 ▲범행을 방지하기 위한 감독 의무를 다했는지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사건 결과 발생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등을 확인한다. 

최근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면서 소년범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10세 미만 가해자가 70대 노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건을 일으키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돌에 맞은 70대 노인과 아내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공분이 일었다.

미성년자 범죄자의 범행과 그 책임은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다. 10세 미만 미성년자가 충격적인 사건을 저지르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소년범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힘을 얻는 식이다. 


실제로 2015년 경기도 용인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초등학생이 아파트 옥상서 던진 벽돌에 50대 여성이 맞아 사망한 사건이다. 이때도 벽돌을 던진 가해자는 10세 미만이라 불기소돼 처벌을 받지 않았다. 당시 함께 있던 11세 초등학생만 과실치사상 혐의로 소년원에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처벌보다는 교화와 교정이 우선이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논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문제는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이 있다는 점이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나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촉법소년인데 처벌할 수 있냐”고 되레 당당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경찰청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범죄유형벌 촉법소년·범죄소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촉법소년은 1만6435명에 이른다. 절도 7874명, 폭력 4075명, 기타 3855명, 강간·추행 557명, 방화 58명, 강도 15명, 살인 1명 등이다.

2018년 7364명. 2019년 8615명, 2020년 9606명, 2021년 1만1677명으로 5년새 가파르게 늘었다. 

현 형사처벌 가능 14세
12·13세로 하향 추진

이 같은 상황에 법무부와 정치권이 칼을 빼들었다. 국회에는 형사처벌 연령을 기존 만 14세서 12세 또는 13세로 하향하는 법안이 발의돼있고, 정부는 13세로 낮추는 안을 내놨다.

법무부는 지난해 6월부터 한동훈 장관 지시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태스크포스’를 꾸려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마련해왔다. 이후 같은 해 10월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현행 14세서 13세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년법과 형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한 장관은 “소년의 신체적 성숙도 및 사회환경 변화를 반영했다. 1953년에 비해 소년은 성숙했고 성년 연령과 선거 연령 등 변화가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형사 미성년 연령은 70년간 그대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년범에 대한 교육과 교정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사회 흉악범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에 행보에 제동을 건 기관은 대법원이다. 대법원은 소년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13세 소년이 형사책임 능력을 갖췄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게 반대 의견의 골자다. 

법원행정처는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 의견’서 “실무적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는 13세 소년의 경우 부모의 학대와 경제적 빈곤 등으로 인한 가정의 파탄,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사물변별 능력이나 그 변별에 따른 행동통제 능력이 결핍된 경우가 많다”며 “형벌 법령에 저촉된 행위를 한 13세 소년에게 그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처벌보다는 보호처분을 활용해 교육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처벌을 우선시할 경우 치료와 교육이 이뤄질 수 없어 개선과 교화 가능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소년교도소의 현황이나 운영 실태가 13세 소년의 교화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교화가 우선


일각에서는 형사처벌 연령과 더불어 범법소년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행 소년법이 교화와 교정을 앞세워 가해자 보호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졸지에 가족을 잃은 유족은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황망해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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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