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지도부 험지 출마해야” 요청에 여야 셈법 복잡

국민의힘은 인요한 VS 지도부
민주당은 친명 VS 비명계 양상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최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서 ‘중진·지도부의 험지 출마’ 요청으로 인해 안팎으로 어수선한 모양새다.

앞서 지난 6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김기현 대표 및 당 지도부, 중진 의원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을 향해 “어제 저녁에도 ‘빨리 결단하라’고 전화했다. 지도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누군지 다 알지 않느냐”고 압박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분들이 용기가 부족해서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원치 않아 한다”면서도 “그 중에 한두명만 결단을 내리면 다 따라오게 돼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혁신위 의결이 아닌 권고 수준으로 제안한 부분에 대해선 “어던 경우 권고가 결의보다 더 무섭다. 대통령을 사랑하면, 나라를 사랑하면, 대한민국 미래가 걱정되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지도부 및 중진들의 거듭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인 위원장의 권고에 대해 당사자인 김 대표나 중진 의원들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으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인 위원장이 당내 여러 인사들에게 직접 전화해서 희생 결단하라는 메시지를 냈다고 하는데 연락을 받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또 다른 질문 있나?”고 즉답을 피했다.


취재진이 재차 ‘인 위원장의 전화를 받았나?’ ‘(지도부·중진 불출마 및 험지 출마가)지도부 내에서 논의가 됐나?’고 묻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당 중진들 사이에서도 ‘현실 정치와는 맞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험지에 출마한다고 해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은퇴(불출마)도 좋고 어디든 좋지만 민주당을 도와주는 결과(패배)가 나온다면 그건 해당행위”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건 무책임한 제안일 뿐만 아니라 현실 정치를 너무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TK(대구·경북) 지역의 중진 의원도 “타 지역의 중진을, 연고도 없는 후보를 수도권이나 타 지역구에 출마시킨다는 건 어떻게 보면 특정 지역 유권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해당 발언은 ‘험지 출마에 따른 명분이 부족하다’는 뉘앙스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인 위원장의 ‘불출마 및 험지 출마’ 요청은 혁신위 차원의 공식 안건이 아닌 만큼 최고위원회의 의결 대상이 아니다. 즉 권고사항인 만큼 당장의 요구에 응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난달 23일,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김 대표가 언급했던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던 약속과는 정면으로 배치돼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김 대표는 “인 교수가 정치개혁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투철한 의지도 가진 만큼 국민의힘을 보다 신뢰받는 정당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최적의 처방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가 변화를 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절박한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라며 “옷만 바꿔 입는 환복 쇄신이 아니라, 민심과 괴리된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는 것에 모두 동참해 진정한 쇄신과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던 바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신위원회에 전권을 주고 (인 위원장을)영입했는데 당 대표가 혁신위를 비판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홍 시장은 “혁신위는 당 대표가 잘못했기 때문에 만든 것인데 제 마음에 안 든다고 혁신위 활동을 제한하고 감시한다는 건 자기부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안을 수용하고 당을 새롭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내년 총선이라도 해볼 수 있다”며 김 대표의 용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가 이재명 대표의 험지 출마론을 두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

신호탄을 쏜 것은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으로 지난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서 “(이 대표는)한국 정치서 대표적인 기득권자 중의 한 명이다. 3선 의원 험지 출마론이 나오는 것도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솔선수범을 보여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3선 중진인 저도 기득권자다. 이재명 대표와 이 대표 측근들이 먼저 선택해준다면 언제든지 당이 가라는 곳으로 가겠다”며 험지 출마론에 불을 당겼다.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비명계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 탈당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고 저도 현재는 당을 개선하고 혁신해보자는 취지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의원이 이 대표에게 경북 안동지역에 출마를 권유한 이유는 해당 지역이 이 대표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당내 친문(친 문재인)계로 인사인 김두관 의원도 16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수도권 등 험지에 출마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서 “내년 총선서 승리하기 위해 모든 정당들이 혁신 경쟁을 하고 있다. 선거서 자기만 살겠다고, 자기만 당선되겠다고 고집하는 순간 당이 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측면서 험지 출마에 대해 ‘지도부가 앞장서야 한다, 장수가 앞장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국민과 당원들이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내가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정도의 메시지가 나와줘야 인요한이나 이준석 등과 혁신 졍쟁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험지로는 경기도 성남, 대구, 안동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험지를)선택하라는 게 아니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총선을 봐야 한다. 쉽진 않겠지만 지도부가 그런 각오로 결심해야 어려운 22대 총선을 승리할 수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명계 주장에 대해 친명계인 정성호 의원은 “그래도 3선 중진 아니냐. 좀 격 있게 (말)했으면 좋겠다”며 “재산 1만원 갖고 있는 사람이 재난 1억 갖고 있는 사람과 우리 재산 다 걸고서 ‘단판승부 한 번 해보자’와 같은 얘기 아니냐”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지난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권리당원 지지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당 대표고, 총선 전략을 짜고 공천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인지, 당무를 맡고 있는 대표에게 ‘나와 같이 공직 출마하자’는 말은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이야기”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대표가 안동 지역구로 가게 되면 거기서 전력을 다해야 되는 거 아니냐? 그냥 안동에 가둬두는 것”이라며 “안동 가서 지역구 관리만 하고 있으라는 거냐? 거기서 선거운동 해야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당내 비명계 인사들의 험지 출마 및 혁신 요구 방향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엔 “그건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 총선 국면서 어떻게 민주당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는지,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하려는지 그때 보여줄 문제”라고 답했다.

친명계 안민석 의원도 “그럼 저도 고향인 경남 의령에 출마해야 하느냐? 이재명 대표의 안동 출마가 총선에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당 대표 험지 출마 요구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남에게 희생을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가 희생을 결단하는 게 용기 아니겠나? 스스로 자신들이 희생하면 진정성이 인정받을 것”이라고 비명계의 용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항상 스스로가 정치하면서 순간순간의 결단을 통해 지금까지 성장해왔으니 당이 요구하면, 또 총선 승리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본인이 헌신하고 희생할 것이라고 본다”며 이 대표의 험지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여야 지도부의 험지 출마에 대한 유권자들은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 14일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 위원장의 불출마 및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서 최대허용오차 ±3.1%p, 응답률은 6.5%) 결과에 따르면, 56.9%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반대는 20.1%, 잘 모름은 23.0%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전 세대서 인 위원장의 인적쇄신과 희생 요구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앞섰으며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은 61.0%로 압도적이었다.

지역별로도 전 지역서 절반 이상이 주요 인사들의 인적쇄신 및 희생을 지지했다. 특히 TK 찬성 응답이 59.0%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으며 보수층 58.8%, 국민의힘 지지층서도 57.8%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주목할만한 점은 여권의 핵심 지지층이자 지지 기반인 60대 이상과 TK, 보수층, 국민의힘 지지층의 찬성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평균 찬성 응답(56.9%)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당 혁신의 일환으로 내년 총선서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의 다선(중진) 의원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찬성 54.1%, 반대 26.1%, 잘 모름 19.8%로 각각 집계됐다.

연령별로 전 세대서 지도부와 다선 의원들의 험지 출마에 찬성 응답이 높았다. 특히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40대·50대서도 찬성 응답이 절반을 넘어섰다.

지역별로도 전 지역서 지도부 및 다선 의원들의 험지 출마에 대해 찬성 응답이 높았다. ‘전통적 텃밭’으로 통하는 호남서도 절반 이상이 찬성했으며, 진보층과 민주당 지지층의 찬성 응답 역시 절반에 달했다.

<kangjoom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