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 전통 수공예 브랜드서 갤러리로 영역을 확장 중인 ‘채율’서 정윤영 작가의 개인전 ‘레이어드 컬러(Layered Colors)’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정윤영의 10번째 개인전이다. 정윤영은 불교미술과 서양 회화를 접목한 작품세계로 주목받고 있다.
불교미술을 전공한 정윤영은 졸업 이후 10년여 동안 ‘식물을 통해 바라보는 생명력’을 주제로 작업을 전개해왔다. 이후 석·박사 과정서 서양 회화를 전공하면서 한국의 전통적 요소를 재해석하기 위한 조형실험을 거듭했다.
불교미술
10번째 개인전인 ‘레이어드 컬러(Layered Colors)’에서는 비단의 겉면에 동양화 안료를 녹이듯 안착시키는 ‘스며듦’이라는 형식과 캔버스 표면에 서양화 안료를 축적하듯 포개어 쌓아 올리는 ‘집적’의 형식을 함께 적용했다.
정윤영은 “문화예술 분야서 많은 이들이 ‘전통의 현대화’라는 슬로건 아래 융합적 결과물을 만들려 애쓴다”면서도 “하지만 대부분은 전통을 단편적 소재 혹은 표피적인 재료로만 가져오거나 주제만 현대적으로 바꾸는 것에 머무는 등 엄연한 한계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윤영은 전통미술을 전공하면서 이 같은 문제에 천착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전통인가 무엇인가’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또 좋은 질문은 때때로 좋은 답이 된다고 믿었다.
스며들고 얹히는
과거이면서 현재
정윤영은 “불교미술을 전공한 이력이 동시대 미술계서 현대미술 작가로서 정체성을 쌓아가는 데 장점이 되기도 했고 단점이 되기도 했다”며 “전통은 단순히 낡고 고루한 옛날의 것이 아닌 이어져왔고 이어져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 불화의 기법과 현대적 서양 회화의 기법을 동시에 유지하면서 전통이 가진 철학적인 시대성을 현대적인 색감의 추상회화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관람객은 이번 전시를 통해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로 확장되는 정윤영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정윤영의 작품에는 고려불화의 전통적인 채색 기법인 배채법과 배접 방식을 서양 회화 방식에 접목시켜 풀어낸 식물 이미지가 가득하다. 식물이라는 존재와 작품을 만들어가는 시간 사이의 관계는 다층적인 색채의 겹으로 구성돼있다.
서양 회화
색채의 중첩으로 만든 화면은 이전에 남겨진 붓질이 스며들고 다음 것 위에 얹혀 이어지는 상태가 된다. 이는 새로움을 만드는 것이라기보다 남아 있는 상태서 덧붙여진, 마치 지속되고 있는 과거이자 현재 그 자체와 닮아 있다.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화면에 담긴 절개된 꽃의 단면, 잎의 줄기를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형태와 색감이 서로 겹쳐지는 과정은 생명의 지속성과 전통의 지속성을 함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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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영은?]
▲학력
국민대 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박사 졸업(2020)
국민대 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석사 졸업(2015)
동국대 미술학부 불교미술 전공 졸업(2011)
▲개인전
‘살결로 스며들어’ 갤러리 호호(2023)
‘미완의 단면들’ 영은미술관(2021)
‘불투명한 중첩’ 갤러리 도올(2021)
‘어떤 그늘’ 박수근미술관(2021)
‘겹의 언어_Palimpsest’ ART SPACE IN(2020)
‘겹의 언어(The layered voice)’ 갤러리 도스(2019)
‘식물 같은 밤’ 팔레 드 서울(2017)
‘감각의 산책자’ 서진아트스페이스(2015)
‘안에-있음(In-sein)’ 갤러리 마하(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