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담> ‘건희사랑’ 김건희 호위무사 강신업 변호사 직문직답

“윤 주변 갈아엎을 때 됐다”

[일요시사 취재 1팀·정치팀] 오혁진·박희영 기자 = “저기 강신업 변호사, 출마 좀 자제시킬 수 없을까?”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국민의힘 관계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 중 일부다. 대통령실서 총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결국 강 변호사는 지난 3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대표 후보로 출마했지만 단박에 컷오프됐다.

강신업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 팬클럽인 ‘건희사랑’ 회장으로 알려졌다. 총선 당시 김 여사가 언론에 거론되는 것을 사전에 막고자 대통령실서 미리 수를 썼다는 게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사건의 전말을 마주한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 만나 “정치에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발 뒤로 물러설지언정 절대 꺾이지 않겠다는 의지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8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V(윤석열 대통령) 얼굴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며 출마 자제를 부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를 접하고 어떤 기분이었나?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출마를 자제해달라고 했는데, 내가 들을 사람은 아니다. 어림도 없다는 걸 강 수석도 알았을 것이다. 그 녹취록을 듣고 다음 날 내 유튜브 계정에 영상을 하나 올렸다. “대통령을 모시니까 고소는 하지 않겠지만 그렇게 하지 말아라”라고. 공개 경고를 한 셈이다.

-서운하진 않았나?

▲서운함은 없다. 내가 워낙 기가 세다. 나한테 직접 전화하지 않고 한 다리 건너 전화 온 것도 그 이유라고 본다.다만 최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보면 아쉽다는 마음은 든다. 야당을 향한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데 달달 외운 걸 읽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여당 대표는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근데 김 대표는 그걸 못한다.


-본업이 변호사인데 당 대표 출마 이유가 뭔가?

▲문재인정부의 적폐를 보면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캠프에 들어가 돕게 된 것이다. 문 전 대통령도 할 말은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정권교체 적임자가 누구일까 했는데 아무리 봐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인물이 없었다.

그런 상태서 윤 후보가 국민의 지지를 받았고 이 시대에 필요로 하는 정치인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에 내가 직접 정치판에 들어가서 개혁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전당대회에 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기득권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나를 잘랐다.

-당시 주변 반응은 어땠나?

▲나 같은 사람이 되기를 응원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뒤에서는 호박씨를 까면서도 나를 굉장히 높이 평가하는 분이 있다. 당 대표 선거 본선에 올라갔다면 방송 등에 나가서 공약이나 정책을 알리고 그 과정서 나의 정치 지향점을 얘기하면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컷오프시키는 바람에 기회가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어떻게 보면 대통령실이 선거에 개입한 셈이다. 현재 대통령 체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정치의 목적은 생민이고, 정치의 방법은 소통이다. 임기 초반 윤 대통령이 도어스태핑할 때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국민과 언론을 대상으로 소통을 시도한 것인데 누게 막겠는가. 그랬던 대통령이 어느 사이에 확 바뀌었다.도어스테핑을 중단하면서 언론은 물론이고 야당과의 소통이 거의 막혀버렸다.


서로 대화가 안 되니까 대통령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경제가 나빠지거나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워지면 고스란히 대통령의 부담이 된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리 어려움이 있어도 변화를 줘야 한다.

-어떤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권력이 몽땅 대통령한테 집중되는 건 막아야 한다. 권력구조를 바꾸고 개헌도 필요하다. 기득권도 손봐야 한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정치권에는 기득권이 있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정치해온 사람들의 어떤 자기들만의 스크럼이 있다. 친윤(친 윤석열), 반윤(반 윤석열)을 불문하고 계속해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려고 하는 이런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은 자기들끼리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자기들의 정권 연장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에만 연연한다.

윤핵관 끝까지 업고 가면 개혁에 한계
“총선 전후 물갈이 필요” 당당한 요구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뭘 의미하는가? ‘대통령 누가 돼도 상관없다. 대통령 탄핵을 당해도 나만 국회의원 하면 된다’는 마인드다. 결국은 다 적폐라고 보는데 이런 세력들이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다 보니까 정치 발전이 없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개헌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총선 이후 바로잡지 않으면 평생 못한다. 정치가 후진적인 나라는 결국은 선진국으로 가지 못했다. 정치가 후진적이라 하더라도 경제 성장이든 사회문화 발전이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정치가 끝까지 발목을 잡으면 결국은 무너진다.

대통령 중임제, 중대선거구제로 체제를 바꿔 극단적인 당파 파벌을 지양해야 한다. 극단적인 파벌 정치, 후진적인 정치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결국은 성장이 멈추고 퇴보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내가 정치판에 뛰어들고 정치에 인생을 다시 건 이유기도 하다.

-총선에 나온다는 의미인지?

▲그렇다. 사람들이 나를 국민의힘 탈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니다. 아직 국민의힘 소속이다. 서초을을 1순위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험지라도 마다하지 않겠다.

-늘 강조하는 ‘정치진퇴론’에 관해 설명해달라.


▲정치에는 나아가야 할 때 물러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대선이 끝났으면 다시 나오지 않고 잠시 물러나야 하는 것이다. 누구를 특정한 게 아니라 양당 모두 그렇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죽는 것보다 국민에게 잊히는 게 더 무서운 사람들이다.

-국회에 입성하면 어떤 부분을 개혁하고 싶은지?

▲극단적인 정치 환경을 타파해야 한다. 의회는 지금 민주당이 잡고 있고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지배하고 있다. 법안 같은 경우도 한쪽이 강경하게 반대하면 통과하기가 어렵다. 만일 어떤 법안이 민생에 필요한 것이라고 했을 때 이걸 통과시켜주는 대신 다음에는 상대방이 원하는 안건을 들어주는 것, 이게 협치다. 당략적 입장서만 생각하니까 답이 안 나오는 것이다. 국민 입장서 시급한 민생 법안부터 통과를 시키면 된다.

-여야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중인데 가능할까?

▲이념이 깔리는 법안은 뒤로 미루고 시급한 민생 정책, 누가 생각해도 국민에게 필요한 것부터 통과시키면 된다. 공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어려운 것부터 풀다 보면 쉬운 것도 못 푼다.

-법조 쪽에서 필요한 개혁은 무엇이 있는지?


▲지금 주장하는 게 법원개혁과 검찰개혁이다. 특히 대법관 변호사 개업 금지를 중점으로 보고 있다. 1년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한두 명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개업하면 대법원 사건을 장악한다. 큰 사건의 결과를 바꿔버리는 일을 초래한다. 그게 권순일(전 대법관) 같은 경우에 나타났다. 전관예우를 완전히 철폐하기 위해서는 판검사 시험과 변호사 시험을 분리해야 한다. 검찰도 같다. 검찰의 전관예우 같은 것들을 철폐하고 개혁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서초을 출마” 자신감 넘쳐
‘V 전용’ 쓴소리 담당 자청

-최근 대통령 개각 인사에 대해서도 비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는 원래 사람을 통해서 하는 거다. 천하의 인재를 두루 모은다고도 한다. 삼고초려가 왜 있겠나? 그래서 사람을 새로 뽑을 때는 많은 추천을 받고 직접 만나봐야 한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한테만 추천을 받아서 그렇다. 다양한 파이프 라인 통해서 사람을 만나고 신진 인사를 대거 등용하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

-최근 장·차관으로 개각, 지명된 인물을 보면 MB(이명박 전 대통령)맨 인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옛날에 유사한 일을 했던 사람 하면 대통령 본인이 편하다. 그게 첫 번째 이유라고 본다. 둘째는 좁은 추천 경로로 인한 인사 부족이다. 이명박계 사람이 이명박계를 추천받고, 그 사람이 또 같은 계열 사람을 추천하면서 특정한 무리가 형성된다. 인사를 정하는 원칙과 방법에 있어서 아쉬운 게 많다.

-‘쓴소리’ 담당으로도 유명하다. 지금 용산 내부에서는 이런 조언을 해줄 사람이 없나?

▲없다. 명나라 때 영락제라는 황제가 있었다. 그에게는 방효유라는 충신이 있었는데 자신에게 충언을 하자 가족을 뜻하는 구족에 친구를 포함한 십족을 멸했다. 서슬 퍼런 황제 시절에도 옳은 말을 하는 신하들은 있었다. 근데 지금은 어떤가?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지금 윤 대통령이 올바른 정보를 받고 있는지 우려가 된다. 만약 내가 윤 대통령을 만난다면 시중에 들리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충언하겠다.

-지금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인재는 누구라고 보는지?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사람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야당과 비교했을 때 소수당이다. 그러다 보니 총선 전까지 윤 대통령이 당을 꽉 쥐고 갈 수밖에 없다. 총선에 돌입하면 국회를 개혁할 수 있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 또는 신진 정치인을 대거 공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윤 대통령은 당 내부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기득권 정치 세력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분명 공천을 통해 국회를 개혁하고 그다음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현재 자리 잡은 윤핵관은 어떻게 되는 건가?

▲지금으로서는 윤핵관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끝까지 업고 가면 내칠 수가 없다. 그럼 결국 개혁에 한계가 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으로 유명하다. 팬클럽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윤 대통령을 돕기 위해 시작했는데 김 여사까지 어려운 상황이었다. 과거 김 여사가 유흥주점서 일할 때 사용했던 가명이 ‘쥴리’라는 등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나는 김 여사가 무너지면 윤 대통령이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 여사의 인권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와 김 여사가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는 들었는데 두 사람 사이를 내가 알 수는 없다. 친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설사 김 여사가 김 후보를 추천했다 하더라도 능력이 있으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난 정치판 바꿀 수 있다”

-국회 현안에 대해서도 짚어보겠다. 법조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어떻게 보나?

▲페이스북에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적은 걸 봤다. 본인이 왕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검찰 소환 소식을 듣고 단식에 들어갔기 때문에 감방에 갈 바에는 차라리 굶어 죽는 게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선 떨어지고 감옥까지 가게 생겼는데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리 없다.

마지막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어쨌든 이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면서 야권을 결집하는 데 성공했다. 설사 구속된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정권이 바뀌면 다 쓸어버리겠다.” 이런 메시지도 전달됐다고 본다.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 이후 양당이 본격적으로 체제를 갖출 전망인데 이번 총선 어떻게 예상하는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무조건 몰패할 것이라고 말하고 다니는데 너무 극단적이다. 사실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현재로서는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계획에 따라 공천을 주고 정책을 개편할 힘이 있다. 잘 활용한다면 적어도 국민의힘이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신업의 정치 이념에 관해 묻고 싶다.

▲강조해온 것처럼 정치개혁이 1순위다. 사실 개혁이라는 건 사람만 갖고는 안 되는 것이다. 사람은 물러나면 그만이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정말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바란다면 제도를 바꾸시라고 충언하고 싶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충언하는 자리에 내가 있으면 한다.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국회를 움직여야 한다. 그 다음 총선 승리까지 끌어내면 그때는 개혁 드라이브를 걸 준비가 끝났다. 그때는 국민을 위한 정치개혁이 실현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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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