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어두운 응급실의 현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에게 듣다

“우리나라 응급의료는 타이타닉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크든 작든 위기는 조용히 오는 법이 없다. 사건이 일어난 후 복기를 해보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전조증상’이 있었다. 문제는 경고를 무시할 때 일어난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가 바로 이 상태다. 경고음은 줄기차게 울리고 있는데 변화는 요원하다.

기자 앞에 앉은 교수는 인터뷰 내내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탁자에 잔뜩 늘어놓은 자료를 뒤적이면서 “사실 몇 박 며칠을 얘기해도 다 못할 건데…”라며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에 관해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대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서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소리 없이
다가온 위기

조 교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2000여명 등 총 3000~4000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른바 “떠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조 교수가 보낸 응급의료체계 관련 자료를 이메일로 받았다. 수십통에 이르는 이메일에는 조 교수가 오랜 시간 파악한 현실과 함께 경고가 담겨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응급의료체계가 붕괴할 것이라는 섬뜩한 진단이었다. 

조 교수는 현재의 응급의료체계를 ‘타이타닉호’에 비유했다.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충돌한 이후 서서히 침몰했듯 응급의료체계도 붕괴 단계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타이타닉은 침몰하기 전 이미 빙산을 발견했다. 하지만 배가 너무 크다보니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데 실패하면서 결국 부딪혔다”며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가 지금 그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문제가 눈앞에 있지만 거대한 이해관계로 개선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교수는 응급의료체계가 타협할 수 없는 3자 간의 균형 관계 위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환자, 즉 국민과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 그리고 보험회사(국가)다. 세 주체가 원하는 바는 모두 다르고 그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맞닿아 있다. 

“환자는 가까운 거리에 대형병원이 있고 그곳에서 가장 실력 있는 의사가 ‘빠르고 편하고 친절하게, 그리고 값싼 비용’으로 진료를 봐주길 원한단 말이야. 의사는 어떻겠어요. 월급 많이 주고 일을 적게 하는 것을 원하겠죠? 국가는 돈을 쥐고 있으면서 국민과 의료진에게 ‘돈은 내되, 병원에 가지 마라’ ‘의료사고 치지 마라’ 이런단 말이죠.”

3자 간의 미묘한 균형 관계는 최근 들어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70년대 만든 보험체계가 수명을 다하면서 연쇄적으로 응급의료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조 교수는 응급의료체계를 넘어 의료체계 자체가 앞으로 10~20년 안에 완전히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고려말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귀족은 산과 강을 경계로 제 땅을 삼고 빈자는 송곳 하나 꽂을 땅이 없었단 말이에요. 그러자 조선왕조가 나오고 토지계획이 이뤄졌죠. 영정조 시대 정약용 선생이 또 그런 이야기를 했고. 이런 식으로 어떤 제도가 생기고 시간이 흐르면 모순이 생기면서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단 말입니다. 의료체계가 딱 그 꼴이에요.”

의료체계 전반서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인데 국민은 ‘국뽕’에 취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 관한 찬사가 모순점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망조의 시초’가 응급실서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민낯 드러나
빅5 몰린 서울에서도 응급실 못 간다


조 교수에 따르면 응급실은 ‘모래시계’에 비유되곤 한다. 응급환자가 응급실로 모였다가 상황에 따라 각 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빗댄 것이다. 조 교수는 모래가 교차하는 가운데의 좁은 부분, 그곳이 응급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체계의 모순점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바로 응급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불과 수개월 사이 중증 응급환자 재이송 문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잇달아 일어났다. 지난 3월 대구서 17세 응급환자가 2시간가량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사망했다. 지난 5월 경기도 용인서 차에 치인 70대 응급환자가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다가 이송 도중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 강남서 심정지 상태의 50대 남성이 응급실을 찾아 헤맨 끝에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서울 한복판 그것도 강남서 응급실 뺑뺑이로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은 응급의료체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서울에는 서울아산병원·신촌세브란스·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 등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이 집중돼있다. 

조 교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의 원인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지목했다. 의료전달체계는 종합병원의 환자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1·2차병원을 거친 다음 3차병원으로 가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정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이미 유명무실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 교수는 “증상의 경중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이나 병상 부족 문제를 언급하기 전에 경증환자조차 대형병원으로 향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의료전달체계의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환자의 대형병원행 역시 공고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형병원에 사람이 몰리면 1·2차병원이 망한단 말이에요. 그럼 병이 났을 때 환자가 갈 곳이 대형병원밖에 안 남아요. 또 몰리는 거죠. 환자가 외래(입원하지 않고 병원에 다니는 것)에서는 아직 문제점을 잘 못 느껴요. 그런데 응급 쪽은 문제라는 거죠. 급하지 않을 때야 괜찮은데 이제 급한 상황이 되면 난리가 나는 거예요.”

분명한 전조
외면하는 현실

결국 환자를 증상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조 교수는 영국의 상황을 예로 들었다. 그는 “영국은 1차병원 의사가 환자를 보고 추가 진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한다.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전원시킬 때에도 해당 병원의 의사와 조율을 거친다. 환자가 병원을 정하는 게 아니라 의사가 환자가 갈 병원을 정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1차병원 의사는 환자가 상급병원으로 ‘멋대로’ 갈 수 없게 막는 역할을 한다. 같은 병을 진료하더라도 상급병원으로 가면 의료비가 높아진다. 1차병원 의사가 환자에 대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면서 의료비 상승을 막고 상급병원 과밀화 현상을 방지하도록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미국도 주치의가 환자의 흐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의료체계가 구성돼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누구든 상급병원에 갈 수 있다. 환자가 원하는 대로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예를 들어 의사가 A 병원으로 전원을 권유해도 환자가 B 병원으로 가면 더 이상 말을 얹을 수 없다.


조 교수는 “환자의 요구를 전부 들어주는 방향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공급을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자를 한 번 걸러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자가 가정서 먼저 자가진단을 합니다. 구급차를 불러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인지 개인병원서 처치가 가능한지 스스로 판단해보는 거죠. 응급의료상황실(가칭)의 상담원은 환자의 설명에 따라 119로 연결할지, 의료기관으로 안내할지를 결정합니다. 그렇게 되면 경증환자의 경우는 119가 아닌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과부화를 막는 겁니다.”

조 교수는 이런 방식의 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8년 일본 도쿄의 개인병원 산부인과서 임산부의 상태가 나빠지는 일이 일어났다. 개인병원 관계자는 도쿄 내 8개 대학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임산부는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했다. 우리나라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과 유사하다. 

조 교수는 당시 일본 구급의학회의 대처를 예로 들었다. 임산부 사망사건이 일어나고 두 달 뒤 일본 구급의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전반적인 응급의료 관련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조 교수는 “두 달 만에 성명서를 냈다는 것은 전문가 집단이 평소에도 응급의료체계에 상당히 고민해왔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전문가 집단서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 없다?
안 하는 것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일어난 뒤 보건복지부 등 정부와 정치권서 칼을 빼든 상태다.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4개 병원이 철퇴를 맞았고 나아가 현장에 있던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사법 처리될 상황에 놓여 있다. 

의료전달체계 붕괴에 따른 연쇄반응이 의사 이탈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소아과 기피 현상이 일어나면서 소아응급체계는 빠른 속도로 망가지는 중이다. 응급의료체계 역시 이미 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암울한 진단이 나오고 있다.

조 교수는 “예전에는 학부를 졸업하고 전문의를 하다가 개업의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전문의도 따지 않고 개업의로 간다”고 한탄했다. 

조 교수는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서 일어난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을 언급했다. 30대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실을 찾았지만 당장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가 없어 결국 사망한 사건이다.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학회 참석, 휴가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간호사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간호사의 사망 이후 서울아산병원 안팎에서는 ‘충격’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병원 안에서 의료진이 쓰러졌는데도 불구하고 처치를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 골든타임을 넘긴 점에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조 교수는 “신경외과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그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부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서울아산병원에 뇌질환을 담당하는 신경외과 전문의는 3명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외과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2명이었다. 이 2명이 자리를 비우면서 간호사는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한 것이다. 

응급환자 분류하고 배분해야
“이대로면 10~20년 내 붕괴”

조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당 신경외과 의사 수를 보면 미국의 3배다. 그런데 그 많은 신경외과 의사가 다 어디에 갔느냐? 개업해서 물리치료를 하고 있다. 뇌수술을 해야 할 신경외과 의사가 다 개업의로 활동하고 있다고. 그러니 서울아산병원은 의사 2명이 전국서 몰려드는 뇌질환 환자의 수술을 담당해야 한다. 의사양성체계부터 엉망이라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조 교수는 “의료체계는 일종의 ‘고차방정식’이다. 크고 작은 병원 간의 관계가 있고 지역 간의 관계가 있다. 사안별로 개선점을 찾아 환자가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되는데 이게 풀리지 않고 있다. 국민은 당장 외래 쪽에서 문제를 못 느끼니 심각성을 모른다. 응급 쪽 문제가 터져도 그때뿐”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의료체계가 완전히 망가져서 온 국민이 ‘이제 더 이상 안 되겠다’하는 지경에 이르러야 해결될 것 같다. 이미 의료계에서는 숱한 경고음을 냈다. 하지만 국민은 그걸 이해할 생각도 없고 정치인은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타이타닉이 빙산에 부딪쳐 침몰했듯 우리나라 의료체계도 그 단계까지 가야 변화가 시작되리라 본다”고 체념한 듯 말했다.

평생 응급의료학계서 일한 조 교수는 응급의료체계의 현실을 보면서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환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인의 영달을 위해, 지역의 경제발전을 위해 도시마다 대형병원을 유치하려고 경쟁하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수록 지역의 작은 병원은 망하고 의료체계 붕괴가 가속화될 것을 예상하는 태도였다. 

조 교수는 그럼에도 거듭해서 강조했다. 환자를 배분하고 분산시키는 체계, 특히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를 뜻하는 KTAS(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수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KTAS는 응급환자를 평가할 때 증상을 중심으로 분류하기 위해 고안됐다. 분류 결과에 따라 진료의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응급의료체계는 병원 전 단계와 병원 단계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남다르다. 다시 말해 응급의료체계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돼있다. 소방, 의료 등 응급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이들에게 확실한 역할을 부여하고 그 체계가 톱니바퀴 맞물리듯 제대로 굴러가면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조 교수가 평생 바라온 바다.

이미 시작
가속화되나

조 교수는 현재 위암으로 투병 중이다. 5년 생존율이 70~80%에 이르는 2기 상태지만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말초신경염을 앓고 있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것조차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에 관해 책을 쓰고 싶지만 몸 상태가 여의치 않아 무리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터뷰가 자신의 ‘유언’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인터뷰를 마친 뒤 쇼핑백 가득한 서류를 들고 움직였다. 기자를 배웅하면서도 여러 차례 의료계 상황을 언급하고 개탄했다. 조 교수는 이미 빙산을 봤다. 이대로 가면 충돌은 불가피하다. 응급의료체계라는 커다란 배는 침몰을 앞두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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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모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정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이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을 점을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 현안 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별검사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