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판 15년, 소설가 15년, 그리고 육체노동 5년의 삶을 이어온 황천우가 신작으로 돌아왔다. 그의 인생 4막을 열며 우리 역사 최고 요부로 선조 말부터 광해군 시대를 풍미했던 김가희를 찾아 그녀의 실체에 걸맞은 이야기들을 적나라하게 풀어냈다.
김개시 혹은 김개똥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는 김가희의 궁궐서의 삶은 세자 시절 광해군의 연인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광해군의 아버지인 선조가 아들의 연인을 빼앗고 젊고 아름답다는 의미의 가희(佳姬)란 이름을 하사한다.
그녀와 더불어 생의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던 선조는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이한다. 선조의 죽음과 관련해 김가희가 모종의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란 의혹이 곳곳에 등장하지만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광해군이 보위에 오르면서 김가희의 위상은 상승했다. 조선 권력의 중심에 자리하기 시작한다. 이어 광해군 치세 시 최고의 간신인 이이첨은 상대도 되지 못할 정도로 광해군과 버금가는 권력을 휘두른다.
그녀의 권력 전횡의 실체를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조선 후기 문신 정재륜이 궁궐을 드나들며 보고 들은 내용들을 수록한 공사견문록(公私見聞錄)에 실려 있다.
광해군 시대 권력 정점의 끝 다룬 이야기
암울한 현실 타개하기 위한 시금석 되길
『홍문관 서리 김충열(金忠烈)이 김 상궁(김가희)의 소행에 사람들의 마음이 울분한 것을 보고 상소하기를, “《시경》에 ‘빛난 주(周) 나라는 포사(褒姒)가 망친다’ 하였는데, 조선 3백 년 종묘사직은 김 상궁이 망치니 신은 전하를 위하여 통곡합니다” 하였다.』
포사는 중국 주나라의 마지막 왕인 유왕의 애첩으로. 유왕은 그녀를 웃기려고 거짓 봉화를 올려 군사와 제후들을 놀라게 해 포사를 웃길 정도로 총애했고, 결국 그녀로 인해 주나라는 패망한다.
결국 광해군도 김가희로 인해 인조반정으로 보위서 물러나는데 동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사는 돌고 돈다는 진리가 입증되고 있다. 부패한 혹은 무능한 권력은 반드시 비참하게 종말을 맞이한다는 대목이다.
짧지 않은 기간 정치판에 머물다 소설가로 변신한 황천우는 “현재 우리 정치판의 현실이 당시 시대와 한 치의 오차도 없어 보인다. 김가희와 같은 부류의 인간들, 속된 표현으로 잡놈들과 골 빈 놈들, 즉 간신들의 오만방자함이 우리 현실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강변한다.
아울러 “이제는 모든 욕심 내려놓은 사람들이 나서서 이 나라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이 글이 현재의 암울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시금석이 되기를 고대해본다”고 속내를 밝히고 있다.
황천우는 1959년 서울 노원(당시는 경기도 양주군 노해면) 출생으로 대광고와 서울시립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정치판에 머물다 다시 시험을 치르고 서울 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하면서 소설가로 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