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이태원 참사 애도 억압하지 말라’ 무소속 민형배가 생각하는 추모의 의미

[기사 전문]

-이태원 참사 집회에서 ‘관재’라는 표현을 썼는데…

'관재'는 '벼슬 관'에 재난이잖아요. 정부 책임을 강조하는 거죠. 정부가 제대로 대응했으면, 국가가 제대로 대응했으면 일어나지 않을 참사이고 일어나지 않을 재난이었다.

또 이것은 굉장히 사회적인 성격의 것이다. 어떤 개인이나 어떤 기업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쓰는 표현이죠. 그러니까 ‘행정 대참사’ 이렇게... ‘관재, 즉 행정 대참사’ 이렇게 쓰고 있는 겁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무엇의 부재로 발생한 것이라 생각하는지?

이번에 더욱 결정적으로 관재라고 얘기하는 건 여러 차례 징후가 있었고 직접적인 신고까지 있었는데, 대응을 안 한 거예요. 핵심은 그거죠.


여러 가지 징후가 있었고 신고가 있었잖아요. 벌써 서너 시간 전에 “이건 사고 난다”. 심지어 그때 압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잖아요. 그런데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그냥 방관한 거죠. 유족들이 다 그 얘기를 하잖아요. “15명 내지 20명만 인파에 대비했어도 이런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것이거든요.

정부 대응은 이를 참사라고 보지 않았어요. 그냥 사고라고 했어요. 근데 그냥 사고는 주체가 없어요. 그리고 거기에는 공감이 없어요. 정서적 접근이 없어요.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사고가 났는데 그 사고에 대한 책임이나, 그 사고에 대한 애도나, 그 사고에 대한 슬픔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이거는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고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거예요. 관재도 아니고 사회적 대참사도 아니고… 그래서 애도도 그렇게 가는 거예요. 애도 못하게 한 거잖아요. 제 표현으로 얘기하자면 분노를 분산시킨 거예요. 애도를 억압한 거예요.

왜냐하면 애도, 추모한다는 것은 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누구의 책임인가를 알 수 있게 된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이상민 장관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망발을 하는 거예요. “알았어도 막지 못했다” “경찰이 거기 있었어도 막지 못했다”.

-애도를 막았다고 하지만 대통령과 행안부 장관이 분향소를 방문했다.

정부가 그렇게 애도하려면 원인 규명부터 해야 해요. 진상부터 알아야 해요. 누가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를 알아야 애도할지 말지 결정이 되는 거예요. 근데 누가 죽었는지를 얘기하지 않잖아요.

그건 뭐냐면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학습효과가 있는 거예요. ‘유족들이 모여서 분노가 집적되고 폭발하면 이게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사전에 철저하게... 이를테면 애도를 진압한 거죠.


그러니까 어떻게 돼요? 추모제 한 번도 안 했잖아요. 합동 장례식도 안 치렀잖아요. 그리고 대통령은 매일같이 가서 흉내를 낸 거예요. 그러니까 이를테면 쇼한 거죠. 애도 쇼, 추모 쇼를 한 거죠.

근데 누구한테 도대체 추모를 한 거예요? 거기 위패가 없었잖아요. 영정이 없었잖아요. 죽은 사람이 누군지 모르고, 왜 죽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애도가 됩니까?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한 생각은?

저는 희생자 명단 공개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요. 그리고 정말 죄송한 표현인데, 이건 정말 정부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억지인데요. 모든 유족이 다 명단을 공개했어요. 장례 현장에 가보셨어요? 거기 명단 없던가요? 다 있었죠.

가령 이런 거잖아요. 내가 애도를 하려면 내 친구가 죽었는지, 내 가족이 어떻게 됐는지(알아야 하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돼요? 희생자 가족이 알리는 거예요, 결국은… 그거를 대신하기 위해서, 희생자 가족들이 ‘우리 아이가 이렇게 죽었어’라고 알리기가 그러니까 보통 그런 참사가 나면 공개하는 거예요. 사회적인 애도가 가능하게, 정부가 애도할 수 있도록, 이미 모든 장례식장에 가 보면, 제가 한 여섯 군데쯤 가봤는데요. 모두 다 공개돼있어요. 그런데 정부만 ‘명단 공개를 하느냐, 마느냐’ 그러고 있는 거예요.

저는 그 얘기(명단공개 논란)를 듣고 이게 논란이 될 일인가?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이미 (공개)됐는데… 다만 그것을 대하는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이걸 대하느냐 하는 것만 남았는데.

그중에는 “나는 내 아이의 죽음을, 혹은 내 가족의 죽음을 알리고 싶지 않아. 얼굴이 드러나는 게 싫어” 이런 분들이 계실 수 있죠. 이런 분들은 공개 안 하면 되죠.

그리고 지난번에 어디 무슨 언론에서 이렇게 명단을 공개했잖아요. 그게 공개인가요? 누군지도 알 수 없는데 그냥 이름만 이렇게 했잖아요. 저는 오히려 그렇게 공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누군지 알아야죠.

김춘수 시인의 시 중에 <꽃>이라는 시가 있잖아요. 그거 아시잖아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분을 호명했을 때, 그분을 알았을 때 그게 비로소 우리의 이웃이 되고 우리 사회적 구성원이 되는 거지. 누군지 모르게 해라?

-희생자 명단을 제대로 공개한다는 건 어느 범위까지?

그러니까 사전에 유족들하고 그런 것에 대해 논의를 할 기회가 있었어야죠. 그런데 그거를 주선 자체를 행안부가 막았잖아요. 이런 사회적인 참사에는 그 사회가 가진 기본적인 룰이 있죠. 그 룰을 가지고 유족들이 일단 만나게 해야 해요.

그래서 “장례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각각 개인적으로 치르실까요”(물어야 해요) 당연히 연락해서... 경황이 없겠지만 유족 중에 대표자들이 한 분씩이라도 모이든지, 아니면 유족들이 아니더라도 대리인이라도 와서 “이걸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냐?”고 하는 게 시민과 주권자들에 대한 예의죠.


그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리고, 사실 인륜을 저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계속 그 후로부터 엉터리 접근이 계속 나오는 거예요. 접근을 잘못한 거죠, 처음부터. 그러니까 우리 아이의 죽음, 우리 가족의 죽음에 “국가는 어디 있었냐?”고 묻는 거예요.

-결국 국가의 대응 방식이 집회로 이어졌다고 보는지?

거기 촛불집회는 원래 이것 때문에 있었던 게 아닌데. 그 전부터 윤석열정부의 문제 때문에 그 문제를 지적하는 그런 집회였는데, 집회가 진행되는 과정에 이 참사가 났고, 이 참사가 나자 추모행사를 한번 한 거죠. 그때 추모집회에 많은 분이 나왔었죠.

그때는 크게 보면 저는 세 가지 정도였다고 봐요. 일단은 진상을 몰라요. 왜 죽었는지, 누가 죽었는지. 그래서 진상을 밝혀라, 그다음에 진상이 밝혀지면... 그러기 전부터도 정부는 해야 하지만, 사과를 해야 하는 거예요. 희생자들에게, 희생자 유족들에게...

그런데 그 사죄는 처벌과 연관돼요. 책임과 연관돼요. “정부가 제 역할을 했으면, 국가가 그 곁에 있었으면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못 막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 희생의 책임은, 이 참사의 책임은 저희입니다”라고 그렇게 사죄해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잖아요. “비가 적게 와도 걱정, 비가 많이 와도 걱정이었습니다. 그게 다 내 탓인 것 같았습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입니다. 그게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세에요.


-촛불집회 맞은편에서 태극기집회가 있었다고…

그 추모집회 다음에 전국 집회할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하고 갔었는데... 저는 거기 안 가보는 게 더 이상해요. 수십명, 수백명도 아니고 수천명도 아니고 수만명, 수십만명이 모여서 뭔가 외치는데 정치인이 거기를 안 가보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저희가 거기 갈 때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서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때 어떤 기자가 “집회에 갈 거냐?”고 물어본 거예요.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당연히 가봐야 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무슨 정치적인 셈을 해서 앞뒤를 따져서 가보자고 한 게 아니죠.

그런데 가서 행진하면서 보니까 저쪽에는 정치인들이 안 왔다고 그래요. 아주 앰프를 고성능으로 해서… 아마 그 측정해보면 데시벨이 엄청 높았을 거예요. 나는 그런 집회가 어떻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진행되는지 모르겠던데, 그 규정을 저는 어겼을 것 같아요.

거기에 정치인이 없었다면 그런 집회에 참여할만한 정치인들이 없는 거고. 그것은 정치인들이 판단해볼 때 그런 집회가 정치인이 가볼만한 집회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죠. 그래서 없었겠죠.

-<일요시사> 구독자에게 한마디

<일요시사>의 독자 여러분,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주권자 시민입니다.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의 주인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어떻게 이 사안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정부도 하는 행동이 달라지고 정치인들도 하는 행동이 달라집니다. 여러분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게 됩니다. 오늘을 판단하게 됩니다. 과거를 심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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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정인균
기획: 강운지
촬영: 김희구
편집: 배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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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