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대왕’ 김승연 한화 회장의 ‘다음 승부수’

멀어져간 대우조선해양 인수 “신(新)성장동력 찾아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대한생명 등을 인수하면서 ‘승부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러나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라고 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결국 접어야만 했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수·합병 불패신화를 써왔던 그였기에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어느 순간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승부사’ 김 회장의 다음수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인수·합병 불패신화가 깨졌다. 그것도 “내 인생 최대 승부수”라고 할 정도로 공들였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24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만 해도 김 회장의 인수·합병 불패신화는 깨지지 않는 철옹성처럼 여겨졌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밀어붙이는 그의 뚝심은 ‘승부사 김승연’이라 칭함에 지나침이 없어 보였다. 본입찰 참여 당시 한화는 현금성 자산과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9조원 수준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자금조달 계획서를 산업은행 측에 제출했다. 낙찰가는 6조5000억원. 이후 산은과 합의로 대우조선 매각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세계경제가 더 나빠지면서 자금조달 계획에 크나큰 차질이 생겼다. 그의 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한화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인수대금에 미달하는 자금조달규모를 제시하고 부족분은 5년 후에 분할매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임직원에게 특별 메시지를 통해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를 대우조선에 걸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하며 “각 사는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절박한 심정으로 상시적인 위기대응 체제를 철저히 구축해나가야 한다”며 조직내부의 결속에 나섰다.
그러나 산은은 한화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22일 산은은 대우조선 매각 무산을 공식 선언했다. 선친에 이어 만 29세의 나이로 한화그룹 회장에 등극한 김 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덩치를 불려왔다. 한양화학, 정아그룹(현 한화리조트),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 동양백화점(현 한화타임월드), 대한생명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대우조선 매각실패로 인해 김승연 회장의 무패신화가 무너져 버렸다.
김 회장의 신화가 깨지던 날 오후 한화는 경영기획실 금춘수 사장을 비롯한 전 계열사 대표이사 및 경영기획실 임원 등 35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 자리에 없었다. 단지 금 실장 입을 통해 “그동안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범그룹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무산된 데 대해 아쉽다”며 “앞으로 각 사는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대우조선해양을 대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도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김 회장이 자리에 없었던 이유는 한화 도쿄법인 등을 방문하느라 국내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 인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오던 지난달 13일 일본으로 출국, 20여일 후인 같은 달 31일 입국했다. 일본에서 체류하는 동안 김 회장은 인수 무산을 염두에 두고 신성장동력이 될 만한 사업 분야 등을 고민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귀국 후 그는 “올해는 내실을 다지고 내년에는 성장전략을 수립해 도약의 원년으로 삼자”고 당부했다.
한화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귀국한 이후 “지난 일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향해 뛰자”며 “경기상황이 악화된 만큼 올해는 내실경영이 화두”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년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을 대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도록 힘쓰자”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한화는 비상경영을 선포, 생존과 도약을 위한 ‘그레이트 챌린지 2011’ 프로젝트의 세부 시행안을 마련해 올 사업계획부터 본격 실시키로 했다.
‘그레이트 챌린지 2011’은 전사적으로 생존전략을 수립하고 각 사업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들보다 앞서는 경쟁력을 구비해 2011년에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환골탈태하자는 한화의 비상경영 계획이다.
한화가 기존 사업계획에서 매출 및 당기순이익에 초점을 맞춰오다가 현금흐름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영계획을 재정립 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후 지난 4일 한화는 부사장 1명, 전무 7명, 상무 26명, 상무보 46명 등 임원 80명에 대해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글로벌 경영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기획 및 신사업 부문에 대한 승진 폭을 확대했다. 또한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도다. 그만큼 김 회장의 의도가 이번 인사에 숨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대우조선 인수 실패를 딛고 일어설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승부사’ 김 회장의 행보는 어디로 향할까?

김 회장의 다음 행보는 쌍용건설 인수·합병?
한화 “내실 다지는 데 주력할 뿐 검토도 안 해”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당부했다는 점과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덩치를 키워온 만큼 인수·합병 시도는 계속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될 즈음부터 “대우조선을 대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노력해달라”고 주문해왔다.
그런 이유로 현재 나와 있는 매물 가운데 쌍용건설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쌍용건설은 대우조선에 비해 인수자금면에서 부담이 적고 한화건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해외토목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한화가 눈독을 들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지난해 쌍용건설은 동국제강이 인수·합병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자금악화로 결국 무산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해 12월 동국제강에 쌍용건설 인수를 위해 체결했던 주식매매 MOU에 대한 해제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서의 법적 자격을 상실했다.
당시 동국제강이 쌍용건설을 인수·합병하기 위한 인수자금은 4620억원.
인수 금액 면에서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위해 제시한 가격 6조3000억원에 비해  ‘만만한’ 금액이다. 한화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여력과 재무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부담이 적은 인수 대상인 셈.
해외토목 분야 경쟁력도 쌍용건설의 매력이다. 쌍용건설은 중동 주요국가에서 건설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 한화 입장에서는 한화건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해외토목 역량을 쌍용건설 인수를 통해 메울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해외 건설보다 국내 건설에 특화된 건설사와 합칠 경우 사업 구성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한화 측은 올해 당장 쌍용건설 등을 대상으로 인수전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분간은 무리한 확장보다는 재무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
한화 관계자는 “현재 쌍용건설 인수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올 한 해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임원 승진 인사 단행
‘그레이트 챌린지 2011’에 맞춘 내실 다지기 돌입

한화그룹은 지난 4일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사장 1명, 전무 7명, 상무 26명, 상무보 46명 등 전체 80명이 승진됐다. 지난해 84명에 비해 5% 정도 축소된 규모다.
한화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전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Great Challenge 2011’ 프로젝트에 맞춰 영업부문과 생산부문 등 현장 위주의 인재를 발탁했다. 전체 임원수도 10% 정도 축소 조정했으며 글로벌 경영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기획 및 신사업 부문에 대한 승진 폭을 확대했다.
계열사별로는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한화와 한화석유화학의 인원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화 측은 “향후에도 필요한 경우 수시로 임원 인사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강호 대한생명 전략기획실장은 대신생명,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대한생명을 인수한 직후인 지난 2003년에 대한생명으로 입사한 강호 실장은 경영기획실장, 상품고객실장 등을 거치면서 대한생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과 시스템 개선 등에 기여해 회사가 업계 2위로 올라서고 누적적자를 완전히 해소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하게 됐다.
김연석 한화석유화학 여수공장장은 탁월한 현장관리 역량을 발휘해 LDPE(저밀도폴리에틸렌), CA(염소), OXY(이염화에틸렌) 사업 등 각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연료비 등 160억원 이상의 원가절감을 실현했다. 재임기간 동안 현장밀착 경영을 통해 노사 무분규 사업장을 유지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권태 재무실장은 한화의 모기업인 한화의 CFO(자금관리이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회사의 견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해 신용평가 등급 향상 등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한 한화증권의 백대욱 헝가리은행장은 헝가리은행의 여신잔고 및 수익성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달성했고, 철저한 신용리스크 관리를 통해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영업이익을 27% 증가시키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전병영 한화·무역 철강사업팀장은 철강영업 17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매출액 3500억원(전년비 272%), 이익 110억원(전년비 440%)을 달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무보가 됐다.
강기수 경영기획실 상무보는 기업 홍보전문가로서 그룹 전체 홍보기획 및 실행에 있어 탁월한 역량과 성과를 인정받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