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대왕’ 김승연 한화 회장의 ‘다음 승부수’

멀어져간 대우조선해양 인수 “신(新)성장동력 찾아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대한생명 등을 인수하면서 ‘승부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러나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라고 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결국 접어야만 했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수·합병 불패신화를 써왔던 그였기에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어느 순간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승부사’ 김 회장의 다음수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인수·합병 불패신화가 깨졌다. 그것도 “내 인생 최대 승부수”라고 할 정도로 공들였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24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만 해도 김 회장의 인수·합병 불패신화는 깨지지 않는 철옹성처럼 여겨졌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밀어붙이는 그의 뚝심은 ‘승부사 김승연’이라 칭함에 지나침이 없어 보였다. 본입찰 참여 당시 한화는 현금성 자산과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9조원 수준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자금조달 계획서를 산업은행 측에 제출했다. 낙찰가는 6조5000억원. 이후 산은과 합의로 대우조선 매각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세계경제가 더 나빠지면서 자금조달 계획에 크나큰 차질이 생겼다. 그의 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한화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인수대금에 미달하는 자금조달규모를 제시하고 부족분은 5년 후에 분할매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임직원에게 특별 메시지를 통해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를 대우조선에 걸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하며 “각 사는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절박한 심정으로 상시적인 위기대응 체제를 철저히 구축해나가야 한다”며 조직내부의 결속에 나섰다.
그러나 산은은 한화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22일 산은은 대우조선 매각 무산을 공식 선언했다. 선친에 이어 만 29세의 나이로 한화그룹 회장에 등극한 김 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덩치를 불려왔다. 한양화학, 정아그룹(현 한화리조트),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 동양백화점(현 한화타임월드), 대한생명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대우조선 매각실패로 인해 김승연 회장의 무패신화가 무너져 버렸다.
김 회장의 신화가 깨지던 날 오후 한화는 경영기획실 금춘수 사장을 비롯한 전 계열사 대표이사 및 경영기획실 임원 등 35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 자리에 없었다. 단지 금 실장 입을 통해 “그동안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범그룹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무산된 데 대해 아쉽다”며 “앞으로 각 사는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대우조선해양을 대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도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김 회장이 자리에 없었던 이유는 한화 도쿄법인 등을 방문하느라 국내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 인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오던 지난달 13일 일본으로 출국, 20여일 후인 같은 달 31일 입국했다. 일본에서 체류하는 동안 김 회장은 인수 무산을 염두에 두고 신성장동력이 될 만한 사업 분야 등을 고민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귀국 후 그는 “올해는 내실을 다지고 내년에는 성장전략을 수립해 도약의 원년으로 삼자”고 당부했다.
한화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귀국한 이후 “지난 일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향해 뛰자”며 “경기상황이 악화된 만큼 올해는 내실경영이 화두”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년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을 대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도록 힘쓰자”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한화는 비상경영을 선포, 생존과 도약을 위한 ‘그레이트 챌린지 2011’ 프로젝트의 세부 시행안을 마련해 올 사업계획부터 본격 실시키로 했다.
‘그레이트 챌린지 2011’은 전사적으로 생존전략을 수립하고 각 사업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들보다 앞서는 경쟁력을 구비해 2011년에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환골탈태하자는 한화의 비상경영 계획이다.
한화가 기존 사업계획에서 매출 및 당기순이익에 초점을 맞춰오다가 현금흐름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영계획을 재정립 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후 지난 4일 한화는 부사장 1명, 전무 7명, 상무 26명, 상무보 46명 등 임원 80명에 대해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글로벌 경영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기획 및 신사업 부문에 대한 승진 폭을 확대했다. 또한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도다. 그만큼 김 회장의 의도가 이번 인사에 숨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대우조선 인수 실패를 딛고 일어설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승부사’ 김 회장의 행보는 어디로 향할까?

김 회장의 다음 행보는 쌍용건설 인수·합병?
한화 “내실 다지는 데 주력할 뿐 검토도 안 해”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당부했다는 점과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덩치를 키워온 만큼 인수·합병 시도는 계속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될 즈음부터 “대우조선을 대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노력해달라”고 주문해왔다.
그런 이유로 현재 나와 있는 매물 가운데 쌍용건설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쌍용건설은 대우조선에 비해 인수자금면에서 부담이 적고 한화건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해외토목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한화가 눈독을 들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지난해 쌍용건설은 동국제강이 인수·합병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자금악화로 결국 무산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해 12월 동국제강에 쌍용건설 인수를 위해 체결했던 주식매매 MOU에 대한 해제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서의 법적 자격을 상실했다.
당시 동국제강이 쌍용건설을 인수·합병하기 위한 인수자금은 4620억원.
인수 금액 면에서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위해 제시한 가격 6조3000억원에 비해  ‘만만한’ 금액이다. 한화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여력과 재무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부담이 적은 인수 대상인 셈.
해외토목 분야 경쟁력도 쌍용건설의 매력이다. 쌍용건설은 중동 주요국가에서 건설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 한화 입장에서는 한화건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해외토목 역량을 쌍용건설 인수를 통해 메울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해외 건설보다 국내 건설에 특화된 건설사와 합칠 경우 사업 구성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한화 측은 올해 당장 쌍용건설 등을 대상으로 인수전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분간은 무리한 확장보다는 재무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
한화 관계자는 “현재 쌍용건설 인수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올 한 해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임원 승진 인사 단행
‘그레이트 챌린지 2011’에 맞춘 내실 다지기 돌입

한화그룹은 지난 4일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사장 1명, 전무 7명, 상무 26명, 상무보 46명 등 전체 80명이 승진됐다. 지난해 84명에 비해 5% 정도 축소된 규모다.
한화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전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Great Challenge 2011’ 프로젝트에 맞춰 영업부문과 생산부문 등 현장 위주의 인재를 발탁했다. 전체 임원수도 10% 정도 축소 조정했으며 글로벌 경영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기획 및 신사업 부문에 대한 승진 폭을 확대했다.
계열사별로는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한화와 한화석유화학의 인원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화 측은 “향후에도 필요한 경우 수시로 임원 인사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강호 대한생명 전략기획실장은 대신생명,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대한생명을 인수한 직후인 지난 2003년에 대한생명으로 입사한 강호 실장은 경영기획실장, 상품고객실장 등을 거치면서 대한생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과 시스템 개선 등에 기여해 회사가 업계 2위로 올라서고 누적적자를 완전히 해소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하게 됐다.
김연석 한화석유화학 여수공장장은 탁월한 현장관리 역량을 발휘해 LDPE(저밀도폴리에틸렌), CA(염소), OXY(이염화에틸렌) 사업 등 각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연료비 등 160억원 이상의 원가절감을 실현했다. 재임기간 동안 현장밀착 경영을 통해 노사 무분규 사업장을 유지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권태 재무실장은 한화의 모기업인 한화의 CFO(자금관리이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회사의 견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해 신용평가 등급 향상 등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한 한화증권의 백대욱 헝가리은행장은 헝가리은행의 여신잔고 및 수익성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달성했고, 철저한 신용리스크 관리를 통해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영업이익을 27% 증가시키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전병영 한화·무역 철강사업팀장은 철강영업 17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매출액 3500억원(전년비 272%), 이익 110억원(전년비 440%)을 달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무보가 됐다.
강기수 경영기획실 상무보는 기업 홍보전문가로서 그룹 전체 홍보기획 및 실행에 있어 탁월한 역량과 성과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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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