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배우 하정우가 화가로 돌아왔다. 연예계 만능 재주꾼으로 알려진 그는 2010년 첫 개인전을 연 이후 화가로서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소재 표갤러리에서 하정우의 개인전 ‘히트 더 로드(HIT THE ROAD)’를 준비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면서 삶의 모든 영역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입국과 출국이 막히면서 세계와의 단절이 시작됐다.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진 순간이다.
형형색색
우리나라도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하늘길을 닫았다. 동시에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경험하고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여행’도 멈췄다. 다행인 점은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전환되면서 여행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화가로 돌아온 하정우가 준비한 전시 제목은 ‘히트 더 로드(HIT THE ROAD)’. ‘먼 길을 나서다’ ‘여행길에 오르다’를 뜻하는 관용어다. 코로나 완화로 여행 분위기가 꿈틀대고 있는 현 시점에 잘 어울리는 전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여행 분위기 위축
먼 길 떠나고 여행길에 오르고
앞서 하정우는 지난해 3월 표갤러리에서 10번째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2010년 ‘마스크(MASK)’를 시작으로 ‘피에로(Pierrot)’ ‘트레이스(Trace)’ ‘베케이션(VACATION)’ 등에 이은 ‘앳 홈(At Home)’ 전시다.
당시 하정우는 일상에서 즐기고 경험한 대중문화를 소재로 활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유명 브랜드 옷을 입은 강도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저수지의 개들>을 내걸고 화면에 등장하거나 날카롭고 예민한 얼굴의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가 근육질의 몸에 망토를 두른 영웅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대범한 상상력을 드러냈다.
1년 만에 다시 표갤러리로 돌아온 하정우는 영화 촬영지에서의 경험을 화폭에 담았다. HIT THE ROAD 전시는 올해 하정우가 영화 촬영을 위해 떠난 모로코에서 보고 느낀 것을 담은 신작으로 구성됐다. 마라케시, 카사블랑카 등 모로코 현지의 이국적인 풍경과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았다.
영화 촬영지에서의 경험
돌아와서도 영감 이어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캔버스 화면을 채운 다수의 도자기와 패턴이다. 전통 공예는 모로코의 뿌리 깊은 유산 중 하나다. 모로코 어딜 가도 형형색색의 도자기와 카펫을 볼 수 있을 정도다.
하정우는 도자기의 화려한 색감과 복잡하고 기하학적인 아라베스크 패턴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를 캔버스 곳곳에 풍부한 패턴으로 표현했다. 늘 일상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을 그려온 그는 모로코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 영감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전시 작품 중 일부는 귀국 후 모로코에서의 경험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치 있게 풀어낸 것이다.
도자기와 카펫
표갤러리 관계자는 “하정우의 이번 전시는 코로나 장기화로 멈춰있던 모두에게 새로운 여정을 떠나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해방감과 더불어 작은 위안이 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달 19일까지.
[하정우는?]
배우·영화감독·영화제작자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20대부터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왔다.
2010년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래로 표갤러리, 까르띠에 청담, 호림아트센터, 뉴욕 Walter Wickiser Gallery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홍익대학교 현대 미술관, JW 메리어트 강남, 서울미술관, 킨텍스, 코엑스 등 다양한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 LA Art Show, 홍콩 아트페어, 프랑스 아트페어 등 여러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가해 작품이 완판 되는 등 작가로서도 큰 사랑과 호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