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 중구 소재 우손갤러리에서 안창홍 작가의 개인전 ‘미완의 리허설’을 준비했다. 안창홍의 화업 초기부터 최근까지 50년의 궤적을 담은 작품을 파노라마로 선보인다. 그의 전환기적 작품을 중심으로 사유적 변천사를 되돌아보는 회고전 형식으로 기획됐다.
2012년 봄, 대구 봉산 문화의 거리에 우손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510㎡에 달하는 전시공간에는 일체의 창문이 없는 2개 전시실을 포함해 총 3개의 전시실이 있다. 우손갤러리는 현대미술 작품의 전시를 위한 이상적인 공간, 다채로운 복합 전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미술기관을 지향하고 있다.
사유의 질주
안창홍 작가의 개인전 ‘미완의 리허설’은 1970년대 초기작부터 본격적으로 화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이후 그가 펼쳐온 작품세계를 연표적으로 조명한 전시다. 이번 전시는 글의 시놉시스면서 영화의 트레일러 같은 성격을 띤다.
우손갤러리는 안창홍의 작품세계를 관류하고 있는 변화무쌍한 주제의식, 환상과 무의식의 영토에서 캐낸 일탈적 시선, 인간세태에 관한 통렬한 발언, 허구와 비극미 사이에서 전율할 듯 흐르고 있는 인간의 에로스적 욕망, 그러면서도 버리지 않는 자연과 식물에 대한 애잔한 경외심 등을 재조명하고자 했다.
안창홍이 다뤄온 소재는 유목적 시선으로 포획된 시대상의 통찰과 개인적 환상을 넘나드는 예술적 지층이라 할 수 있다. 1970년대까지의 초기 유화작업이 청색조의 습작기였다면 1970년대 후반부터 ‘인간 이후’ ‘가족사진’ 등 개성 있는 연작이 잇따라 발표됐다.
화업의 연표 파노라마로
시놉시스이자 트레일러
눈동자를 제거한 부재의 증명, 화목함을 뒤로 한 죽음의 암시 등 암울하고 염세적 세계관이 특징적으로 드러난 시기였다.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위험한 놀이’ 연작에는 사탄의 세계에서나 나올법한 제의적 행위가 표현돼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는 비참한 최후나 고통의 비극을 맞이하는 ‘새’ 연작이 회화, 드로잉, 오브제 콜라주 작업 등 표현 형식의 변주성을 지닌 채 발표됐다.
동시에 ‘얼굴’ ‘인간’ 연작을 중심으로 한 시대상과 세태를 반영하는 회화 연작, 가면 연작이 테라코타 부조와 종이 오브제, 나무조각, 드로잉, 오브제 콜라주 형식 등 자유분방하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상상력과 환상적 이미지로 화산처럼 분출했다.
이 시기는 1988년 경기도 양평으로 작업실을 옮긴 무렵으로 안정적인 공간에서 역설적으로 유목적인 사유가 질주하는 상태를 경험한 것이다.
회고전 형식으로
시대·세태 반영
1990년대 안창홍은 민중미술과의 연계성을 일정 부분 유지하면서 암울했던 당시 시대상과 욕망으로 가득 찬 세태의 허구와 이면을 들춰낸 ‘인간’ 연작을 다채롭게 변주했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고비사막, 인도, 네팔, 그리스 등 외국으로 스케치 여행을 다니면서 회화적 사유를 더욱 꽃피우기에 이른다.
‘이름도 없는’ ‘눈먼 자들’ ‘마스크’와 같은 데포름된 인간의 얼굴 부조 혹은 조각적 형식이 현대사의 질곡 속에 사라져간 인간의 영혼에 바치는 진혼곡처럼 부상했다. 또 작업실 뜰에서 발견한 맨드라미의 생멸에 주목한 ‘맨드라미’ 연작, ‘화가의 심장’과 ‘화가의 손’ 연작과 같은 대형 오브제 작품이 발표됐다.
지난해 ‘유령패션’은 ‘인간 이후’ 작품이 담고 있던 허구성의 미학을 채굴하듯이 캐내 새롭게 구현한 일체성의 한 단면이었다.
우손갤러리 관계자는 “안창홍의 이번 전시는 그의 끝나지 않은 회화적 지도의 좌표 없는 항해지도를 분석적, 해체적으로 재구성한 전시가 될 것”이라며 “언젠가 선명하게 드러날, 그러면서도 여전히 예술적 미망 속에서 전개될 회고전의 제의에 미리 바치는 오마주”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변주
그러면서 “안창홍 회화 50년의 궤적을 조감하면서 관람객의 시선에서 그의 회화, 드로잉, 부조, 입체조각, 오브제와 콜라주, 사진 등을 포괄한 총체적인 작품의 양상을 부감하듯이 구성했다”며 “안창홍의 예술적 서사가 새롭게 조명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오는 12월3일까지.
[안창홍은?]
▲1953년 경남 밀양 출생
▲학력
동아고등학교 졸업(1973)
▲개인전
‘안창홍: 미완의 리허설’ 우손갤러리(2022)
‘안창홍: 유령패션’ 사비나 미술관(2022)
‘안창홍: 유령 패션’ 오스왈드 과야사민 미술관(2021)
‘안창홍: 디지털 팬화 유령패션’ 호리아트스페이스(2021)
‘안창홍: 이름도 없는’ 경남도립미술관(2019)
‘안창홍: 화가의 심장’ 아라리오 갤러리(2019) 외 다수
▲수상
제25회 이중섭미술상(2013)
제10회 이인성미술상(2009)
부산일보사 부일미술대상(2001)
봉생문화재단 봉생문화상(2000)
제21회 카뉴국제회화제 특별상(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