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획> 가습기살균제 참사, 그후 ④엎치락뒤치락 과실치사 공방전

‘13명 무죄’ 망신당하고도 무기력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법원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 기업에 면죄부를 던져준 지 2년이 돼간다. 항소심에서는 여전히 1심처럼 5명도 되지 않는 공판 담당 검사가 10명이 넘는 대형 로펌 변호사를 상대하고 있다. 검찰의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광고기사를 심사에서 제외한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SK케미칼과 애경은 그간 일부 가습기살균제 원료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광고해왔으나 공정위는 해당 광고기사들에 대해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은 가습기살균제의 제조 및 판매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해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근거가 밝혀진 바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주요 임원들
전원 면죄부

그러나 지난달 말 공정거래위원회의 SK케미칼 무혐의 처분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면서 가해기업 유죄 입증이 수월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검찰은 1심에서 SK케미칼과 애경의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지난해 1월12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사용과 피해자들의 상해·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의 나머지 쟁점은 살펴볼 필요가 없이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2018년 11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현직 대표에 대한 고발을 계기로 재수사에 착수했고 “최초 개발단계부터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부실 개발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2019년 2월 첫 기소가 이뤄진 후 피고인 13명에 대해 3개의 사건이 병합되고, 2년 가까운 기간 심리가 이뤄졌다. 검찰은 1심 결심공판에서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가습기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지만,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원료의 인체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해왔다.

그러나 2년 만에 나온 1심 결론은 ‘무죄’였다.

재판부는 역학조사, 임상사례, 세포독성시험, 빅데이터 연구를 흡입독성시험 결과와 함께 살펴보더라도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모든 연구 결과를 종합하더라도 CMIT·MIT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단 것이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 기준은 근본적으로 PHMG 성분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로부터 도출된 것”이라며 “물질적 성질이 상당히 다른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CMIT·MIT에 의한 폐손상 피해를 공식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피해자 구제라는 목적을 위해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피해 인정 절차에서 피해 인정 결과를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형사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 공정위 위헌 판단…항소심 영향 가능성
검, 주의의무 위반·침해 인과관계 규명 박차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를 ‘단독’으로 사용해 폐질환 피해를 인정받은 사람이 존재(11명)하는 것에 대해서도 “CMIT·MIT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폐질환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의심할만한 사정이 다수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환경부 종합보고서’에 대해서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 기존 연구결과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추정 내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일종의 ‘의견서’”라며 “형사재판에서 이런 추정에 기초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재판 항소심은 서울고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면 항소심 공판을 지켜보며 상황을 지켜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도 있다. 특조위 출신 한 관계자는 “1심과 느낌이 다르다. 1심 당시 검찰은 여론에 떠밀려 수사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최근 담당 검사가 정해지고 난 후 공판이 답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인체 위해성과 상해,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아닌 주의의무 위반 행위와 침해 결과 간의 인과관계 규명에 힘쓰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 공소사실 중 사실관계나 주장이 불명확한 부분을 지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사건 주심인 김대현 부장판사는 검찰에 “공소장을 보면 피해자들의 제품 사용 시기가 2000년부터 시작되는데, 제품 생산 시기를 보면 2002년부터로 돼있다”며 “실제 사용 시기가 맞는지 차근차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윤승은 재판장도 “과실범으로 처벌하려면 ‘주의의무’가 전제돼야 하는데, 개별 피고인들의 주의의무가 명시된 게 아니라 뭉뚱그려져 있다”며 “근거를 명확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SK케미칼·애경
고발 가능성 높아

최근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은 그런 보고서 내용을 확인하고서도 이를 무시하고 추가적인 안전성 실험 없이 판매를 강행했다”며 “안전기준이나 근거 없이 표준 사용량을 결정하고 과량 사용 등에 대한 주의 등 고지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품 판매 중에도 소비자들이 호흡기 불편, 피부 과민 등 불만을 접수했고 영유아와 산모에게 안전한지 문의가 많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결국 본인들이 화학물질 제조 판매업자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해자 박나원·박다원 등 44명에게 폐 손상을 입히고 피해자 4명에게 천식 상해를 입혔다는 게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라고 했다.

검찰은 동물과 인간 간 종간 차이 등을 무시한 채 동물 실험만으로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등 원심 오류도 지적했다.


검찰은 “전문가 진술, 증거 등을 종합해 인과관계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 법률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원심은 단편적인 접근으로 (과학적인 연구 결과 등)증거를 개별적으로 분리하고 비합리적인 근거로 주요 증거를 배척했다”며 “증거 전체 취지를 왜곡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시험 결과와 전문가 진술 등에 대한 판단을 누락했다”고 했다.

일례로 원심은 이규홍 박사 진술의 경우 “천식이 악화된다고 단정적으로 결론내리기는 어렵다”는 답변 취지를 왜곡했다. 이는 단 하나의 동물 실험 결과를 가지고 단정적으로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무엇보다 이 박사의 답변 취지는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천식 발생에 근거가 된다”는 것이었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가습기살균제 관련 광고성 온라인 기사도 공정위 조사 대상이라고 결정했다. 2016년 조사 당시 공정위는 기자 이름이 쓰인 2005년의 온라인 기사는 심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헌재가 기사 형식이라도 광고로 볼 수 있고, 처분시효가 지나지도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례적
신속 처리

해당 기사 3건은 여전히 구글과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헌재는 ‘당시 공정위가 사건을 종결할 때까지 인체 위해성 여부가 판단되지 않았으므로 거짓·과장 광고로 보고 행정처분과 고발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판단으로 공정위의 재조사가 이뤄지는 것도 맞지만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보통 회의는 수요일이나 금요일에 열리는데 오는 24일에 전원회의가 열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만큼 사건을 질질 끌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공정위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회의는 매주 수요일에 개최된다. 총 9명의 위원이 모여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에 대한 제재 여부와 처벌 수위 등을 정하게 된다. 관행적인 일정대로라면 전원회의는 오는 26일에 열려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의 공소·처분시효가 오는 30일 종료되기 때문에 공정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표시광고법의 공소·처분시효는 제품이 판매를 위해 마지막으로 진열된 시점부터 5년을 기준으로 한다.

만약 오는 24일 공정위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게 되면 SK케미칼과 애경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검찰 고발도 이뤄질 수 있다. 공정위가 이달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면 과징금이나 시정명령을 부과할 수 없고, 검찰에 고발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가 불가능하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미흡한 부분이 있던 것 같아 사과드린다”며 “처분시효가 지나기 전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가 SK케미칼과 애경에 대한 조사를 부실하게 진행하지만 않았더라도 1심 재판의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금까지 SK케미칼과 애경은 CMIT·MIT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광고해왔다. 가해 기업 측이 CMIT·MIT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인과관계가 드러난 바 없다고 주장해온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인체 무해” 거짓광고 기사
가해 기업 변호 논리와 대조

1심 재판부도 가해 기업 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법조계에서는 공정위의 조사 후 SK케미칼과 애경에 대한 처분이 확정되면 가해 기업 측 변호인들의 논리가 흐트러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확실한 실험 결과를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 더 확실하지만 SK케미칼과 애경이 거짓광고를 해왔다는 게 인정되면 CMIT·MIT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었다는 게 된다”며 “검찰의 혐의 입증이 한층 쉬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케미칼과 애경의 무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만이 아니다. 지난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지커 대표다. 신 전 대표는 2018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징역 6년형을 확정받고 감옥살이를 했다.

그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사건 본질은 SK케미칼이 PHMG가 흡입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고, 가습기살균제로 만들어질 것을 알았다면 흡입독성 실험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본질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2016년 진행된 첫 번째 가습기살균제 검찰 수사는 신 전 대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당시 검찰은 옥시제품에 PHMG를 공급한 SK케미칼은 기소하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로 사용될 줄 모르고 원료를 납품했다”는 SK케미칼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2019년 시작한 2차 가습기살균제 수사는 달랐다. 1998~2007년 SK케미칼 스카이바이오팀 연구실에서 PHMG 개발 업무 등을 총괄한 최모씨 등이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PHMG를 옥시에 추천하면서 원료 분석자료에 독성 정보를 빼거나 누락한 정황을 확인했다. 신 전 대표도 서울남부교도소에서 검찰수사에 여러 차례 협조했다.

신 전 대표는 2020년 10월 최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SK케미칼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PHMG가 유독물임을 알았더라면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의 원료물질로 채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SK케미칼 측이 원료 독성 정보를 누락하거나 허위 기재한 자료를 옥시에 넘긴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이들의 잘못과 인명피해의 연관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자료에) 부주의가 있더라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이나 상해 결과에 본질적 기여를 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공동정범으로서 죄책을 질 만큼 과실을 범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심은 오판
거짓말 확신”

SK케미칼 측이 자신들이 넘긴 PHMG로 옥시가 가습기살균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의견교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판단했다. 그러나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의 원료물질을 선정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 배합비율을 적절하게 정해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옥시의 업무”라며 흡입 독성 여부를 판단할 주체는 원료공급자인 SK케미칼이 아닌 제조사 옥시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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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