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빼돌려 판 유명 카센터 ‘올드카’ 정비사기 고발

온라인스토어서 판매 중 착오? ‘오리발’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잊을만하면 터지는 차량 정비사기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피해자 주장에 따르면 ‘믿고 맡긴’ 정비업체는 차량을 똑바로 고쳐주지도 않았을뿐더러, 부품을 빼돌려 판매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업체는 잘못을 시인하는 대신 변변치 않은 보상안을 제시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본인 소유의 1995년식 BMW 차량을 한 올드카 전문 정비업체에 맡겼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B 업체는 클래식카·올드카 정비업계에서 잘 알려진 곳이다. A씨는 그 이름값을 믿고, 차량 곳곳 정비를 의뢰했다. 수리에 필요한 모든 부품은 A씨가 직접 공수해 B 업체에 전달했다. 수리 도중에 새로 필요해진 부품도 직접 구매해 전달할 정도였다. 

부실 정비

이후로는 미심쩍은 일이 계속 이어졌다. A씨는 작업 도중 차량 수리 관련 사진을 여러 장 받았다. 하지만 진행 상황을 가늠할만한 주요 부위는 제대로 담겨있지 않았다. 업체가 의뢰한 작업 일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한 달 뒤, 차량을 돌려받으러 갔을 때 통보받았다. 작업량이 많은 반면 필요성은 딱히 없다는 이유였다. 

A씨는 “작업 도중에는 별다른 언급도 없더니, 출고 날 현장에서 그런 설명을 하니 당혹스러웠다”며 “그런데 재작업을 요청하면 (다시 차를 받기 위해)먼 거리를 또 이동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차를 넘겨받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수리비로 270만원을 지불했다. 부품 구입에 쓴 140만원을 합치면 차량 정비에 총 410만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A씨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는 “출고 후 첫 주행을 하는데, 수리 전보다 차량 상태가 더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며 “소음은 수리 전보다 더 커졌고, 출력은 그전만 못했다. 급가속 때 나는 쇳소리는 덤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망스러웠지만, 당장 주행이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어서 당분간 그냥 차를 몰아보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정비 후 1년간 약 3000㎞를 주행했다. 차량에 갑작스러운 이상이 생긴 때는 지난 6월. 여러 정비업체에 방문해본 결과, 지난해 고친 엔진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업체들은 기존에 수리했던 B 업체와 상의해볼 것을 권유했다. 작업 시 큰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이유였다.

B 업체 대표는 A씨와의 통화에서 “기계적 문제가 아닌 소프트웨어 문제”라는 소견을 냈다. 이어 각종 해결법을 제시했지만, A씨 차량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였다. 결국 A씨는 “업체를 방문하면 문제 진단이 가능하다”는 안내에 따라 다시 B 업체를 찾았다. 

미심쩍은 수리 과정…1년 뒤 열어보니 ‘엉망’ 
정비업체, 제공된 부품 빼돌려 판매하다 덜미

하지만 차량을 며칠 동안 맡겼는데도, B 업체는 별다른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오히려 차량을 돌려받은 뒤 이전에 없던 고장이 하나 더 확인됐다. 고장난 부품은 지난해 B 업체가 교체했던 것이었다.

A씨는 “블랙박스를 확인해보니, B 업체에 입고된 다음 날부터 고장난 게 확인됐다. 이를 알았을 텐데, 차량 인계할 때 설명도 해주지 않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며 “혹 떼려다 혹을 붙이고 돌아오니 큰 회의감을 느꼈다”고 하소연했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던 A씨는 B 업체 대표에게 항의했다. A씨가 “이런 일이 발생했으면 차주에게 사전 고지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대표는 “우리 직원들도 사장님 같은 손님 싫어한다”고 응수했다. ‘지난해 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A씨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결국 그는 지난달 다른 업체에서 차량을 점검했다. 지난해 6월 교체한 제품이 또 말썽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해당 차량 부품교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엔진을 살폈다. 수리 흔적이 없다는 사실은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됐다. 

A씨는 당초 열린 흔적도 없던 엔진덮개를 열어 내부 부품을 살폈다. 지난해 수리 당시 전달했던 새 부품이 들어있을 리 만무했다. A씨가 조달한 부품 중 상당수는 B 업체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발견됐다. 부품 사진 구석에는 ‘판매 중’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부품의 포장 상태, 라벨이 붙은 위치 등 모든 특징이 동일했다. 심지어 A씨의 차대번호가 적힌 라벨을 그대로 붙인 채 판매 중인 상품도 있었다. A씨 차량을 정비하기는커녕, 부품을 뒤로 빼돌려 판 셈이다.

B 업체는 고의성을 부인했다. 직원들의 업무상 착오로 발생한 실수라는 해명이 이어졌다.

당시 B 업체 관계자는 “차량 작업 당시 같은 종류 차량이 입고됐던 것으로 확인되고, 엔진 작업을 위해 부품을 준비했지만 결국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차량 추가 손상이 확인되고 작업이 지연되면서 차량과 부품이 작업장 안에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가 다른 차량을 위해 준비했던 부품을 (A씨 차량에)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과 대신 보상안 놓고 ‘기싸움’
“억울하다”더니 돌연 연락 두절

이어 “이 때문에 A씨가 보낸 부품이 남게 됐고, 이것이 창고로 들어가 있다가 최근 창고 정리를 하면서 매물로 나온 것으로 확인된다”며 “해당 작업이 1년 이상 지난 시점이라 모든 것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되지 않는 부분은 양해해달라”고 부연했다. 

A씨가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자, B 업체는 “현재로서는 보상 측정이 어렵다”고 발을 뺐다. “충분히 오해가 될만한 상황으로 보인다”던 처음 입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A씨가 공론화·법적 조치 등 각종 대응을 시사하자, B 업체는 “전문 경영인과 고문 변호사를 내세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B 업체는 A씨에게 2가지 ‘협상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정비 과정에서의 과실은 인정하지 않지만, 차량을 다시 보내주면 고쳐주겠다는 안’과 ‘부품가격 100만원을 돌려주겠다는 안’ 등이었다. 앞서 A씨가 B업체에게 결제한 수리비와 부품대 전액 환급·추가 손실에 대한 보상안 논의를 요구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사기를 치다 걸리고도 손해 보고 싶지 않다는 발상에 혀를 내두른다”며 “적어도 사기 치다 걸렸으면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당연하게도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양측 사이에는 별다른 논의나 교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요시사>는 B 업체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대표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다. B 업체 대표는 통화에서 A씨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일요시사>에 “너무 억울하다.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일요시사>는 이달 초 B 업체에게 질의서를 보내고 이를 알렸다. “다음 주까지 답변을 주겠다”던 업체는 이내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B 업체는 <일요시사>에 그 어떤 입장도 전해오지 않았다. 


부품 횡령?

A씨는 법적 대응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그 이후로 업체 측이 어떠한 연락도 해온 바 없다. 보상 규모나 방법에 대한 논의는 아예 중단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형사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진행할 예정이며, 결과에 따라 민사적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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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