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느는 ‘말기신부전’

고혈압·당뇨병 다음은…

말기신부전은 신장이 스스로 기능할 수 없을 정도의 만성 신장질환으로, 노폐물을 제거하기 위한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단계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말기신부전의 진료현황을 발표했다. 말기신부전 진료인원은 2012년 5만156명에서 지난해 7만6281명으로 2만6125명 증가했고, 연평균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연평균 5.3%(1만7202명), 여성은 4.0%(8923명) 증가했다.

투석

지난해 기준 말기신부전의 연령 구분별 진료인원을 살펴보면, 전체 진료인원(7만6281명) 중 70대 이상 2만6759명(35.1%), 60대 2만2229명(29.1%), 50대 1만6343명(21.4%), 50대 미만 1만950명(14.4%)의 순으로 나타났다. 2012년 대비 증감률은 50대 미만이 6.1%(713명) 감소했으나, 50대 21.0%(2838명), 60대 75.1%(9531명), 70대 이상 117.7%(1만4469명) 증가했다. 투석 종류별로는 혈액 투석에서 연평균 5.7% 증가했으나, 복막 투석은 연평균 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말기신부전 신규 발생은 1만1480명으로 2012년 5212명에서 6268명(120.3%) 증가했다. 65세 미만은 2012년 3074명에서 지난해 5333명으로 2259명(73.5%) 증가했으며, 65세 이상은 2012년 2138명에서 지난해 6147명으로 4009명(187.5%) 증가했다.

지난해 말기신부전 신규 발생자 중 고혈압 기저질환자의 비율은 36.5%, 당뇨병 기저질환자의 비율은 46.9%로 나타났다.

말기신부전으로 발생한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2012년 1조2019억원에서 지난해 2조1647억원으로 2012년 대비 80.1%(9628억원) 증가했고, 연평균 증가율은 6.8%로 나타났다. 남성의 총진료비는 지난해 1조2958억원으로 연평균 증가율은 7.3%였으며, 여성의 총진료비는 지난해 8689억원으로 연평균 증가율은 6.0%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말기신부전의 건강보험 총진료비 구성비를 의료기관 종별로 살펴보면, 의원급은 9750억원(45.0%)으로 가장 많았고, 종합병원급 6553억원(30.3%), 병원급 2757억원(12.7%), 상급종합병원 2587억원(12.0%) 순으로 나타났다.

2012년 대비 총진료비 증가율은 병원급 122.0%, 의원급 92.0%, 종합병원급 86.0%, 상급종합병원 18.9% 순이였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병원급 9.3%, 의원급 7.5%, 종합병원급 7.1%, 상급종합병원 1.9% 순으로 나타났다.

신장은 대사노폐물(요독)과 수분을 소변으로 배설하고, 혈압 조절, 조혈 호르몬 생산 및 비타민D 대사에 관여하며, 전해질 및 산-염기의 균형을 조절하는 다양한 역할을 한다. 말기신부전이란 만성 신장질환이 진행해 신장기능의 10% 미만이 남은 상태를 의미한다. 말기신부전으로 진단되면 자체적으로 수분과 요독을 배설할 수 없어 수분과 요독을 배출하기 위한 신대치요법이 필요하다.

말기신부전의 주요 원인 질환은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 다낭성신질환 등이 있고, 신대치요법이 필요한 말기신부전의 환자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당뇨병의 유병률이 증가함에 따라 당뇨 합병증인 당뇨병성 신증으로 인한 말기신부전 발생이 수년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당뇨 환자에서 합병증 관리와 주기적인 신장 기능의 평가가 중요하다. 또한, 전체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나이가 들수록 노인 환자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신장질환의 원인 질환 유병률이 증가하며 유병 기간도 길어지게 돼 65세 이상의 인구에서의 말기신부전 신환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노인 인구에서 만성 신장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말기신부전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장 기능의 저하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검사를 시행하지 않으면 신장 기능 저하에 대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신장의 기능이 정상의 20〜30% 이하가 되면 증상이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노폐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요독 증상이 발생하면 쉽게 피로하고, 식욕이 없으며, 구역이나 구토가 동반되고, 가려움증이 발생한다. 또한 빈혈이 진행되고, 혈압 조절이 잘되지 않을 수 있고, 부종이 발생한다. 

진단 10년 전 비해 2배 이상 급증
50대 이하 줄고 70대 이상 늘었다

말기신부전으로 진단되면 의료진과 상의해 본인에게 적합한 신대치요법을 결정해야 한다. 신대치요법으로 선택 가능한 방법은 혈액 투석, 복막 투석, 신장 이식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투석은 복막 투석과 혈액 투석으로 나눌 수 있는데, 복막 투석은 투석액을 복막으로 흘려넣어 복막에서 노폐물을 걸러주는 방법이다. 혈액 투석은 혈액 투석기를 이용해 혈액 내 수분과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신장 이식은 다른 공여자 혹은 뇌사자의 신장 중 하나를 수술적으로 이식해 신장을 대치하는 치료방법이다. 투석 시작 시기는 요독증(식욕 부진, 구역/구토)이 나타날 때, 체액 과다(폐부종) 증상이 나타날 때이다. 투석 방법은 기저 질환과 환자 상태에 따라 의사와 상의 후 결정하는데, 개인 환경과 생활습관, 신부전의 원인, 여타 질환, 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한다.

신장의 기능이 나빠졌다 하더라도 말기신부전에 이르기 전 까지는 식이요법과 약물로 조절할 수 있다. 약물로 증상을 조절하고 고혈압과 당뇨병 등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을 치료한다. 염분을 적게 섭취하고 단백질을 제한하는 것은 신장 기능의 유지에 도움을 준다. 또한, 신장기능이 저하될수록 나트륨, 칼륨, 인, 단백질의 섭취를 제한하고 조절해야 한다. 만성 신장질환 초기에는 탈수를 막기 위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지만, 말기신부전으로 진행하면 소변의 양이 감소해 수분 배설이 어려워지므로 수분 섭취량을 제한해야 될 수 있다.

만성 신장질환 단계에서는 신장 기능의 보존이 가장 중요하다. 신장은 한번 나빠지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식이요법으로 신장기능이 나빠지는 것을 최대한 늦춰야 하며,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신장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독성이 있는 약물(일부 항생제, 조영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성분 미상의 한약제 등)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약 처방을 받을 때 자신의 질병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

처방

이상일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중증 난치 질환자 산정특례 대상인 만성신부전증환자의 경우 본인부담률을 경감해 주고 있지만, 완치가 어려워 평생 건강관리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있다. 특히, 말기신부전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고혈압·당뇨병 등 기저질환의 영향이 커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서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중증질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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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