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먹히고 작아진’ 양육비이행관리원, 무슨 일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6.13 14:43:52
  • 호수 1379호
  • 댓글 6개

“돈이 없어 못 도와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양육비이행관리원은 2015년 3월에 출범했고, 그날부터 상담전화는 폭주했다. 관계자는 출범 당시 모습을 ‘작은 전쟁터’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양육비를 받지 못한 양육자들이 많았고, 이들은 양육비이행관리원으로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산하에 소속되면서 시끄러운 잡음이 들리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은 한부모 자녀의 양육받을 권리를 보호하고, 양육부·모가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원활히 지급받을 수 있도록 양육비 이행확보 법률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이행원 이용자가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있다. 

꼭 필요한
이행원 역할

바로 ‘이행원이 일을 하고 있냐’ ‘도대체 일이 언제 진행되냐’는 것이다. 이행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나올 수 없는 말 투성이다.

이행원을 이용 중이던 A씨는 “이행원을 통해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고 이행 명령문이 결정됐다. 당연히 전 남편은 이행명령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행원에 추가로 재산 명시와 강제집행 면탈죄 소송을 요청했다”며 “이행원은 이행 명령문에 따른 감치가 예산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는데 올해 예산이 이미 소진돼 내년에나 가능하다고 했다”고 글을 남겼다.

해당 글에는 “해마다 이런 일이 있다. 예산 증액을 요구해야 할 것”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돈주고 했을 텐데” “너무 막막하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 밖에도 이행원 이용자는 ▲상담전화를 받지 않음 ▲소송 횟수 제한 등의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이행원 이용자가 이행원을 비판하진 않는다. 이행원 이용자 B씨는 “이행원 조사팀이 경찰관과 직접 통화해 경찰서와 파출소에 협조 공문을 요청했다. 비양육자 근무지로 출장도 간다고 했다. 참 고맙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행원 이용에 대한 불만은 어떤 상황에서 나오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취재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일은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하 한가원)이 무리하게 산하기관으로 이행원을 소속시키며 생겼다. 

자료 표지에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위법·부당하고 비윤리적으로 조직을 운영해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부모 가정 아동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를 고발한다”고 적혀 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산하 소속 후 잡음
변호사 대거 퇴사에도 인력 충원 없어

한가원은 2004년에 개설됐다. 설립 목적은 다양한 가족의 삶의 질 제고 및 가족 역량 강화를 위해 가족정책을 효율적·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또 건강한 가족생활 영위 및 가족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한가원은 공공기관으로 시작했다. 2005년에는 ‘건강가정기본법’이 제정되며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가 됐다. 2011년에는 재단법인으로 법인화됐다. 그리고 한가원이 특수법인 승인이 난 것은, 이행원이 출범된 2015년이다. 

특수법인은 공익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정부 및 지방 공공단체가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자해 설립한다.


자료에는 애당초 기획재정부가 이행원만 특수법인을 승인하려 했다고 나온다. 그러나 한가원은 무리해서 이행원을 한가원 내에 설치했고 결과적으로 특수법인이 됐다. 애당초 기획재정부는 이행원을 독립된 기관으로 계획했고, 한가원 내에 설치되면서 이행원 직원이 정리해고됐다.

그렇다면 의문은 한가원이 왜 이렇게까지 무리한 행동을 했는지다. 그 이유는 기획재정부가 한가원의 기존 고유사업에 관한 인력증원을 승인해주지 않았고, 반대로 이행원 인력은 쉽게 승인해준 것이다. 2018년 기획재정부가 승인한 이행원 인력은 97명이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두 기관의 인력 다툼이었다. 한가원은 이행원 인력을 한가원에 지원해달라고 요청했고, 당시 이행원 1대 원장(이선희 양육비이행관리원 초대 원장)은 이를 거절했다. 대신 한가원의 인력을 이행원에 채용했다. 정리해고된 인력 일부가 구제됐으나, 한가원 인력 충원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핵심적인 문제는 2018년에 한가원 2대 이사장이 선출되고 발생했다. 이행원 출범 당시에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인력, 조직, 예산과 관련해서는 이행원장의 의견을 듣는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돼있었으나 한가원 2대 이사장이 해당 규정을 정관에서 지웠다. 

두 기관의
인력 싸움

지난해 8월5일 한가원 3대 이사장은 이행원 원장이 공석인 틈을 타 직제개편으로 이행원을 한가원 부서 중 하나로 만들었다. 이행원 원장은 본부장으로 격하됐는데 이때 이행원의 핵심 인력인 변호사들이 대거 퇴사했다. 

2018년 기준 변호사 인력은 21명이었으나 현재는 11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이들은 직제개편에 반발해 퇴사한 것으로, 이후 이행원이 변호사 인력을 충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채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반 인력을 채용해 타 부서에 배정했다.

이때부터 한가원은 이행원 인력을 55명으로 정했다. 기존 사업이 폐지되거나 축소된 것이 아니어서, 이행원 직원은 업무가 계속 과중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이행원의 상담 인력은 총정원이 5명이지만, 2명이 질병 휴직 중이다. 3명의 상담원이 상담을 전적으로 맡아서 하고 있지만, 그중 1명도 건강이 좋지 않아서 상담 응답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피해를 보는 것은 이행원 이용자들이다. 한가원과 이행원의 인력 싸움으로 해마다 이행원에서 직접 소송을 지원하는 숫자가 줄어들고 있고, 매년 10월이면 위탁소송 예산이 떨어져 소송을 진행할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이 양육비를 받는 시간만 길어졌다. 

이행원의 변호사 인력 부족은 감치명령을 받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악성 채무자에게 형사고소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또 인력 부족으로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이 끝난 이용자들의 구상금 청구소송 진행을 도울 수 없어서 양육비 회수율도 미미하다.

서비스 받는 
기준 높아져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장 지원반이 필수로 운영돼야 하지만, 인력은 1명뿐이다. 이 1명이 전국의 현장을 관리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구색만 갖춘 셈이다.

이 밖에도 이행원의 면접 교섭 지원 서비스는 인력부족으로 본원에서 불가능해 인근 가족센터에 위탁을 주고 진행한다.

이행원 서비스를 받기 위한 기준 자체도 높아지고 있다. 이행원은 2020년부터 중위소득 125%인 경우까지만 지원해 주는 것으로 바뀌어, 수혜 아동 수가 줄어들고 있다. 서류에서는 이 모든 것이 이행원이 한가원 부서로 들어가면서 시작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2017년 한가원 경영평가에서는 “이원화된 조직구조를 해결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두 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의 성격 자체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문제 해결도 불가능하다.

우선 한가원 사업은 대부분 용역관리를 하는 사업이다. 가장 최근에 시행한 한가원 사업은 ▲아이돌봄 중앙지원센터 운영 ▲위기 및 사회적 재난 가족 지원 사업 ▲가족 서비스 연구 사업 등이 있다. 

이에 반해 이행원 사업은 법률구조 등 사법 행정적 성격이 강한 사업이다. 주를 이루는 것은 ▲소송 관련 상담 및 법률 지원 ▲원만한 합의 진행과 민사 집행법상의 강제집행 ▲가사소송법상의 양육비 이행확보 소송 등 양육비 추심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


한가원과 이행원의 사업은 사업의 결 자체가 달라서 이원화 구조일 수밖에 없다. 반면 한가원 측이 이행원 사업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10월이면 예산 부족으로 사업 중단
4번이나 실시된 애매한 만족도 조사

취재원이 제공한 서류에는 한가원 경영본부 측 인사가 ‘전자소송’을 ‘비대면 화상재판’으로 여겨, 전자 소송 확대를 근거로 변호사 인력을 감축시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자소송은 소송절차가 원칙적으로 기존 민사 또는 특허소송절차와 동일하다.

다만 전자 소송의 특성에 따라 제약 사항이 일부 추가될 뿐이다.

이행원 소속 직원이 한가원의 ▲기관 운영 방식 ▲조직개편 ▲소통 방식 ▲인력 배분 방식 등으로 불만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한가원은 경영평가에서 나온 “이원화된 조직구조를 해결하라”는 의견을 처리해야 했고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로 이를 개선했다.

자료에는 지난해 총 4회에 걸친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를 했다고 나온다. 첫 번째는 지난해 8월2일부터 13일까지 조사했다. 그러나 이때 조사 결과는 전년 대비 13점이나 떨어졌다. 두 번째는 지난해 11월16일부터 23일까지였는데,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때 이뤄졌던 만족도 조사에는 직원의 전화번호, 본부명, 별명 등을 기재하지 않으면 제출할 수 없었다.

세 번째 조사는 지난해 11월23부터 26일까지였다. 이때는 목표점수 미달 시 재조사할 것과 본부별 응답자 수와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공고했다. 부장을 통해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고 강요하는 요구도 있었다.

한가원은 모두 세 번 조사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지난해 12월20일부터 22일에 마지막 내부 고객만족도 조사를 했다. 

이 조사는 설문 문항 자체가 애매모호했다. 조사 결과로 실제로 직원들이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없었고, 결과만 발표했다. 이 조사에 응한 직원은 총 87명뿐이다. 

이때 설문 문항은 ▲기관의 비전과 사업방향 이해도, 사업과의 연계성 ▲직무·업무수행 만족도, 대인관계 만족도 ▲조직 및 직무 이해도, 조직 운영체계 변화 노력 및 필요성 공감도, 부서 내 및 부서 간 협조 정도 등이었다. 자료에는 “한가원 경영본부에서 경영평가위원을 속이기 위해 꾸민 일”이라고 적혀있다.

피해는
아동 몫

한가원 관계자는 기자의 ‘이행원 인력을 한가원에서 제한하느냐’는 질문에 “공공기관은 주먹구구로 운영할 수 없다. 이사장이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 인력이 정해진 대로 하는 것”이라며 “요즘은 사람을 한두명 더 뽑는 것보다 시스템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이행원 사업 같은 경우는 시스템 개발을 통해 자동으로 바꾸고 있다. 업무가 과도할 수 없다. 매번 경영평가나 감사를 통해서 보고한다”고 답했다. 

‘이행원 원장이 공석일 때 한가원 소속으로 바꾼 것’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직원이 개인적인 불만이 있고 경영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데 그것을 제보나 신문고 등으로 잘못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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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