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먹히고 작아진’ 양육비이행관리원, 무슨 일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6.13 14:43:52
  • 호수 13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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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어 못 도와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양육비이행관리원은 2015년 3월에 출범했고, 그날부터 상담전화는 폭주했다. 관계자는 출범 당시 모습을 ‘작은 전쟁터’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양육비를 받지 못한 양육자들이 많았고, 이들은 양육비이행관리원으로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산하에 소속되면서 시끄러운 잡음이 들리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은 한부모 자녀의 양육받을 권리를 보호하고, 양육부·모가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원활히 지급받을 수 있도록 양육비 이행확보 법률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이행원 이용자가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있다. 

꼭 필요한
이행원 역할

바로 ‘이행원이 일을 하고 있냐’ ‘도대체 일이 언제 진행되냐’는 것이다. 이행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나올 수 없는 말 투성이다.

이행원을 이용 중이던 A씨는 “이행원을 통해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고 이행 명령문이 결정됐다. 당연히 전 남편은 이행명령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행원에 추가로 재산 명시와 강제집행 면탈죄 소송을 요청했다”며 “이행원은 이행 명령문에 따른 감치가 예산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는데 올해 예산이 이미 소진돼 내년에나 가능하다고 했다”고 글을 남겼다.

해당 글에는 “해마다 이런 일이 있다. 예산 증액을 요구해야 할 것”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돈주고 했을 텐데” “너무 막막하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 밖에도 이행원 이용자는 ▲상담전화를 받지 않음 ▲소송 횟수 제한 등의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이행원 이용자가 이행원을 비판하진 않는다. 이행원 이용자 B씨는 “이행원 조사팀이 경찰관과 직접 통화해 경찰서와 파출소에 협조 공문을 요청했다. 비양육자 근무지로 출장도 간다고 했다. 참 고맙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행원 이용에 대한 불만은 어떤 상황에서 나오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취재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일은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하 한가원)이 무리하게 산하기관으로 이행원을 소속시키며 생겼다. 

자료 표지에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위법·부당하고 비윤리적으로 조직을 운영해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부모 가정 아동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를 고발한다”고 적혀 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산하 소속 후 잡음
변호사 대거 퇴사에도 인력 충원 없어

한가원은 2004년에 개설됐다. 설립 목적은 다양한 가족의 삶의 질 제고 및 가족 역량 강화를 위해 가족정책을 효율적·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또 건강한 가족생활 영위 및 가족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한가원은 공공기관으로 시작했다. 2005년에는 ‘건강가정기본법’이 제정되며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가 됐다. 2011년에는 재단법인으로 법인화됐다. 그리고 한가원이 특수법인 승인이 난 것은, 이행원이 출범된 2015년이다. 

특수법인은 공익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정부 및 지방 공공단체가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자해 설립한다.

자료에는 애당초 기획재정부가 이행원만 특수법인을 승인하려 했다고 나온다. 그러나 한가원은 무리해서 이행원을 한가원 내에 설치했고 결과적으로 특수법인이 됐다. 애당초 기획재정부는 이행원을 독립된 기관으로 계획했고, 한가원 내에 설치되면서 이행원 직원이 정리해고됐다.

그렇다면 의문은 한가원이 왜 이렇게까지 무리한 행동을 했는지다. 그 이유는 기획재정부가 한가원의 기존 고유사업에 관한 인력증원을 승인해주지 않았고, 반대로 이행원 인력은 쉽게 승인해준 것이다. 2018년 기획재정부가 승인한 이행원 인력은 97명이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두 기관의 인력 다툼이었다. 한가원은 이행원 인력을 한가원에 지원해달라고 요청했고, 당시 이행원 1대 원장(이선희 양육비이행관리원 초대 원장)은 이를 거절했다. 대신 한가원의 인력을 이행원에 채용했다. 정리해고된 인력 일부가 구제됐으나, 한가원 인력 충원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핵심적인 문제는 2018년에 한가원 2대 이사장이 선출되고 발생했다. 이행원 출범 당시에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인력, 조직, 예산과 관련해서는 이행원장의 의견을 듣는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돼있었으나 한가원 2대 이사장이 해당 규정을 정관에서 지웠다. 

두 기관의
인력 싸움

지난해 8월5일 한가원 3대 이사장은 이행원 원장이 공석인 틈을 타 직제개편으로 이행원을 한가원 부서 중 하나로 만들었다. 이행원 원장은 본부장으로 격하됐는데 이때 이행원의 핵심 인력인 변호사들이 대거 퇴사했다. 

2018년 기준 변호사 인력은 21명이었으나 현재는 11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이들은 직제개편에 반발해 퇴사한 것으로, 이후 이행원이 변호사 인력을 충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채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반 인력을 채용해 타 부서에 배정했다.

이때부터 한가원은 이행원 인력을 55명으로 정했다. 기존 사업이 폐지되거나 축소된 것이 아니어서, 이행원 직원은 업무가 계속 과중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이행원의 상담 인력은 총정원이 5명이지만, 2명이 질병 휴직 중이다. 3명의 상담원이 상담을 전적으로 맡아서 하고 있지만, 그중 1명도 건강이 좋지 않아서 상담 응답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피해를 보는 것은 이행원 이용자들이다. 한가원과 이행원의 인력 싸움으로 해마다 이행원에서 직접 소송을 지원하는 숫자가 줄어들고 있고, 매년 10월이면 위탁소송 예산이 떨어져 소송을 진행할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이 양육비를 받는 시간만 길어졌다. 

이행원의 변호사 인력 부족은 감치명령을 받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악성 채무자에게 형사고소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또 인력 부족으로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이 끝난 이용자들의 구상금 청구소송 진행을 도울 수 없어서 양육비 회수율도 미미하다.

서비스 받는 
기준 높아져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장 지원반이 필수로 운영돼야 하지만, 인력은 1명뿐이다. 이 1명이 전국의 현장을 관리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구색만 갖춘 셈이다.

이 밖에도 이행원의 면접 교섭 지원 서비스는 인력부족으로 본원에서 불가능해 인근 가족센터에 위탁을 주고 진행한다.

이행원 서비스를 받기 위한 기준 자체도 높아지고 있다. 이행원은 2020년부터 중위소득 125%인 경우까지만 지원해 주는 것으로 바뀌어, 수혜 아동 수가 줄어들고 있다. 서류에서는 이 모든 것이 이행원이 한가원 부서로 들어가면서 시작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2017년 한가원 경영평가에서는 “이원화된 조직구조를 해결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두 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의 성격 자체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문제 해결도 불가능하다.

우선 한가원 사업은 대부분 용역관리를 하는 사업이다. 가장 최근에 시행한 한가원 사업은 ▲아이돌봄 중앙지원센터 운영 ▲위기 및 사회적 재난 가족 지원 사업 ▲가족 서비스 연구 사업 등이 있다. 

이에 반해 이행원 사업은 법률구조 등 사법 행정적 성격이 강한 사업이다. 주를 이루는 것은 ▲소송 관련 상담 및 법률 지원 ▲원만한 합의 진행과 민사 집행법상의 강제집행 ▲가사소송법상의 양육비 이행확보 소송 등 양육비 추심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

한가원과 이행원의 사업은 사업의 결 자체가 달라서 이원화 구조일 수밖에 없다. 반면 한가원 측이 이행원 사업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10월이면 예산 부족으로 사업 중단
4번이나 실시된 애매한 만족도 조사

취재원이 제공한 서류에는 한가원 경영본부 측 인사가 ‘전자소송’을 ‘비대면 화상재판’으로 여겨, 전자 소송 확대를 근거로 변호사 인력을 감축시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자소송은 소송절차가 원칙적으로 기존 민사 또는 특허소송절차와 동일하다.

다만 전자 소송의 특성에 따라 제약 사항이 일부 추가될 뿐이다.

이행원 소속 직원이 한가원의 ▲기관 운영 방식 ▲조직개편 ▲소통 방식 ▲인력 배분 방식 등으로 불만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한가원은 경영평가에서 나온 “이원화된 조직구조를 해결하라”는 의견을 처리해야 했고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로 이를 개선했다.

자료에는 지난해 총 4회에 걸친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를 했다고 나온다. 첫 번째는 지난해 8월2일부터 13일까지 조사했다. 그러나 이때 조사 결과는 전년 대비 13점이나 떨어졌다. 두 번째는 지난해 11월16일부터 23일까지였는데,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때 이뤄졌던 만족도 조사에는 직원의 전화번호, 본부명, 별명 등을 기재하지 않으면 제출할 수 없었다.

세 번째 조사는 지난해 11월23부터 26일까지였다. 이때는 목표점수 미달 시 재조사할 것과 본부별 응답자 수와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공고했다. 부장을 통해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고 강요하는 요구도 있었다.

한가원은 모두 세 번 조사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지난해 12월20일부터 22일에 마지막 내부 고객만족도 조사를 했다. 

이 조사는 설문 문항 자체가 애매모호했다. 조사 결과로 실제로 직원들이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없었고, 결과만 발표했다. 이 조사에 응한 직원은 총 87명뿐이다. 

이때 설문 문항은 ▲기관의 비전과 사업방향 이해도, 사업과의 연계성 ▲직무·업무수행 만족도, 대인관계 만족도 ▲조직 및 직무 이해도, 조직 운영체계 변화 노력 및 필요성 공감도, 부서 내 및 부서 간 협조 정도 등이었다. 자료에는 “한가원 경영본부에서 경영평가위원을 속이기 위해 꾸민 일”이라고 적혀있다.

피해는
아동 몫

한가원 관계자는 기자의 ‘이행원 인력을 한가원에서 제한하느냐’는 질문에 “공공기관은 주먹구구로 운영할 수 없다. 이사장이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 인력이 정해진 대로 하는 것”이라며 “요즘은 사람을 한두명 더 뽑는 것보다 시스템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이행원 사업 같은 경우는 시스템 개발을 통해 자동으로 바꾸고 있다. 업무가 과도할 수 없다. 매번 경영평가나 감사를 통해서 보고한다”고 답했다. 

‘이행원 원장이 공석일 때 한가원 소속으로 바꾼 것’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직원이 개인적인 불만이 있고 경영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데 그것을 제보나 신문고 등으로 잘못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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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