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먹히고 작아진’ 양육비이행관리원, 무슨 일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6.13 14:43:52
  • 호수 1379호
  • 댓글 6개

“돈이 없어 못 도와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양육비이행관리원은 2015년 3월에 출범했고, 그날부터 상담전화는 폭주했다. 관계자는 출범 당시 모습을 ‘작은 전쟁터’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양육비를 받지 못한 양육자들이 많았고, 이들은 양육비이행관리원으로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산하에 소속되면서 시끄러운 잡음이 들리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은 한부모 자녀의 양육받을 권리를 보호하고, 양육부·모가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원활히 지급받을 수 있도록 양육비 이행확보 법률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이행원 이용자가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있다. 

꼭 필요한
이행원 역할

바로 ‘이행원이 일을 하고 있냐’ ‘도대체 일이 언제 진행되냐’는 것이다. 이행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나올 수 없는 말 투성이다.

이행원을 이용 중이던 A씨는 “이행원을 통해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고 이행 명령문이 결정됐다. 당연히 전 남편은 이행명령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행원에 추가로 재산 명시와 강제집행 면탈죄 소송을 요청했다”며 “이행원은 이행 명령문에 따른 감치가 예산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는데 올해 예산이 이미 소진돼 내년에나 가능하다고 했다”고 글을 남겼다.

해당 글에는 “해마다 이런 일이 있다. 예산 증액을 요구해야 할 것”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돈주고 했을 텐데” “너무 막막하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 밖에도 이행원 이용자는 ▲상담전화를 받지 않음 ▲소송 횟수 제한 등의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이행원 이용자가 이행원을 비판하진 않는다. 이행원 이용자 B씨는 “이행원 조사팀이 경찰관과 직접 통화해 경찰서와 파출소에 협조 공문을 요청했다. 비양육자 근무지로 출장도 간다고 했다. 참 고맙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행원 이용에 대한 불만은 어떤 상황에서 나오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취재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일은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하 한가원)이 무리하게 산하기관으로 이행원을 소속시키며 생겼다. 

자료 표지에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위법·부당하고 비윤리적으로 조직을 운영해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부모 가정 아동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를 고발한다”고 적혀 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산하 소속 후 잡음
변호사 대거 퇴사에도 인력 충원 없어

한가원은 2004년에 개설됐다. 설립 목적은 다양한 가족의 삶의 질 제고 및 가족 역량 강화를 위해 가족정책을 효율적·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또 건강한 가족생활 영위 및 가족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한가원은 공공기관으로 시작했다. 2005년에는 ‘건강가정기본법’이 제정되며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가 됐다. 2011년에는 재단법인으로 법인화됐다. 그리고 한가원이 특수법인 승인이 난 것은, 이행원이 출범된 2015년이다. 

특수법인은 공익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정부 및 지방 공공단체가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자해 설립한다.


자료에는 애당초 기획재정부가 이행원만 특수법인을 승인하려 했다고 나온다. 그러나 한가원은 무리해서 이행원을 한가원 내에 설치했고 결과적으로 특수법인이 됐다. 애당초 기획재정부는 이행원을 독립된 기관으로 계획했고, 한가원 내에 설치되면서 이행원 직원이 정리해고됐다.

그렇다면 의문은 한가원이 왜 이렇게까지 무리한 행동을 했는지다. 그 이유는 기획재정부가 한가원의 기존 고유사업에 관한 인력증원을 승인해주지 않았고, 반대로 이행원 인력은 쉽게 승인해준 것이다. 2018년 기획재정부가 승인한 이행원 인력은 97명이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두 기관의 인력 다툼이었다. 한가원은 이행원 인력을 한가원에 지원해달라고 요청했고, 당시 이행원 1대 원장(이선희 양육비이행관리원 초대 원장)은 이를 거절했다. 대신 한가원의 인력을 이행원에 채용했다. 정리해고된 인력 일부가 구제됐으나, 한가원 인력 충원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핵심적인 문제는 2018년에 한가원 2대 이사장이 선출되고 발생했다. 이행원 출범 당시에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인력, 조직, 예산과 관련해서는 이행원장의 의견을 듣는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돼있었으나 한가원 2대 이사장이 해당 규정을 정관에서 지웠다. 

두 기관의
인력 싸움

지난해 8월5일 한가원 3대 이사장은 이행원 원장이 공석인 틈을 타 직제개편으로 이행원을 한가원 부서 중 하나로 만들었다. 이행원 원장은 본부장으로 격하됐는데 이때 이행원의 핵심 인력인 변호사들이 대거 퇴사했다. 

2018년 기준 변호사 인력은 21명이었으나 현재는 11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이들은 직제개편에 반발해 퇴사한 것으로, 이후 이행원이 변호사 인력을 충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채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반 인력을 채용해 타 부서에 배정했다.

이때부터 한가원은 이행원 인력을 55명으로 정했다. 기존 사업이 폐지되거나 축소된 것이 아니어서, 이행원 직원은 업무가 계속 과중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이행원의 상담 인력은 총정원이 5명이지만, 2명이 질병 휴직 중이다. 3명의 상담원이 상담을 전적으로 맡아서 하고 있지만, 그중 1명도 건강이 좋지 않아서 상담 응답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피해를 보는 것은 이행원 이용자들이다. 한가원과 이행원의 인력 싸움으로 해마다 이행원에서 직접 소송을 지원하는 숫자가 줄어들고 있고, 매년 10월이면 위탁소송 예산이 떨어져 소송을 진행할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이 양육비를 받는 시간만 길어졌다. 

이행원의 변호사 인력 부족은 감치명령을 받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악성 채무자에게 형사고소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또 인력 부족으로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이 끝난 이용자들의 구상금 청구소송 진행을 도울 수 없어서 양육비 회수율도 미미하다.

서비스 받는 
기준 높아져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장 지원반이 필수로 운영돼야 하지만, 인력은 1명뿐이다. 이 1명이 전국의 현장을 관리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구색만 갖춘 셈이다.

이 밖에도 이행원의 면접 교섭 지원 서비스는 인력부족으로 본원에서 불가능해 인근 가족센터에 위탁을 주고 진행한다.

이행원 서비스를 받기 위한 기준 자체도 높아지고 있다. 이행원은 2020년부터 중위소득 125%인 경우까지만 지원해 주는 것으로 바뀌어, 수혜 아동 수가 줄어들고 있다. 서류에서는 이 모든 것이 이행원이 한가원 부서로 들어가면서 시작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2017년 한가원 경영평가에서는 “이원화된 조직구조를 해결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두 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의 성격 자체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문제 해결도 불가능하다.

우선 한가원 사업은 대부분 용역관리를 하는 사업이다. 가장 최근에 시행한 한가원 사업은 ▲아이돌봄 중앙지원센터 운영 ▲위기 및 사회적 재난 가족 지원 사업 ▲가족 서비스 연구 사업 등이 있다. 

이에 반해 이행원 사업은 법률구조 등 사법 행정적 성격이 강한 사업이다. 주를 이루는 것은 ▲소송 관련 상담 및 법률 지원 ▲원만한 합의 진행과 민사 집행법상의 강제집행 ▲가사소송법상의 양육비 이행확보 소송 등 양육비 추심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


한가원과 이행원의 사업은 사업의 결 자체가 달라서 이원화 구조일 수밖에 없다. 반면 한가원 측이 이행원 사업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10월이면 예산 부족으로 사업 중단
4번이나 실시된 애매한 만족도 조사

취재원이 제공한 서류에는 한가원 경영본부 측 인사가 ‘전자소송’을 ‘비대면 화상재판’으로 여겨, 전자 소송 확대를 근거로 변호사 인력을 감축시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자소송은 소송절차가 원칙적으로 기존 민사 또는 특허소송절차와 동일하다.

다만 전자 소송의 특성에 따라 제약 사항이 일부 추가될 뿐이다.

이행원 소속 직원이 한가원의 ▲기관 운영 방식 ▲조직개편 ▲소통 방식 ▲인력 배분 방식 등으로 불만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한가원은 경영평가에서 나온 “이원화된 조직구조를 해결하라”는 의견을 처리해야 했고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로 이를 개선했다.

자료에는 지난해 총 4회에 걸친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를 했다고 나온다. 첫 번째는 지난해 8월2일부터 13일까지 조사했다. 그러나 이때 조사 결과는 전년 대비 13점이나 떨어졌다. 두 번째는 지난해 11월16일부터 23일까지였는데,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때 이뤄졌던 만족도 조사에는 직원의 전화번호, 본부명, 별명 등을 기재하지 않으면 제출할 수 없었다.

세 번째 조사는 지난해 11월23부터 26일까지였다. 이때는 목표점수 미달 시 재조사할 것과 본부별 응답자 수와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공고했다. 부장을 통해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고 강요하는 요구도 있었다.

한가원은 모두 세 번 조사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지난해 12월20일부터 22일에 마지막 내부 고객만족도 조사를 했다. 

이 조사는 설문 문항 자체가 애매모호했다. 조사 결과로 실제로 직원들이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없었고, 결과만 발표했다. 이 조사에 응한 직원은 총 87명뿐이다. 

이때 설문 문항은 ▲기관의 비전과 사업방향 이해도, 사업과의 연계성 ▲직무·업무수행 만족도, 대인관계 만족도 ▲조직 및 직무 이해도, 조직 운영체계 변화 노력 및 필요성 공감도, 부서 내 및 부서 간 협조 정도 등이었다. 자료에는 “한가원 경영본부에서 경영평가위원을 속이기 위해 꾸민 일”이라고 적혀있다.

피해는
아동 몫

한가원 관계자는 기자의 ‘이행원 인력을 한가원에서 제한하느냐’는 질문에 “공공기관은 주먹구구로 운영할 수 없다. 이사장이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 인력이 정해진 대로 하는 것”이라며 “요즘은 사람을 한두명 더 뽑는 것보다 시스템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이행원 사업 같은 경우는 시스템 개발을 통해 자동으로 바꾸고 있다. 업무가 과도할 수 없다. 매번 경영평가나 감사를 통해서 보고한다”고 답했다. 

‘이행원 원장이 공석일 때 한가원 소속으로 바꾼 것’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직원이 개인적인 불만이 있고 경영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데 그것을 제보나 신문고 등으로 잘못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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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