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폭염’ 펄펄 끓는 전기요금 딜레마

이래서 올릴 수도…
저래서 내릴 수도…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여름이 성큼 다가오면서 전력 사용량도 점차 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전력 사용량과 연료비가 동시에 정점을 찍을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는 전기요금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한국전력공사를 살리려면 요금을 올려야 하고, 서민을 생각한다면 내려야 한다. 둘 중 하나가 무조건 죽는 잔혹한 치킨게임 속, 둘 다 살릴 묘책은 정녕 없는 걸까.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최근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천정부지로 솟은 연료비 탓이다. 국제적인 고유가 현상으로 전력 생산원가가 급등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도매가는 지난해 4월 ㎾h당 76.35원에서 지난 1분기 200원 내외로 급등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 사이에 생산원가가 약 150% 이상 올라간 셈이다.

반값 판매
역대급 적자

반면 ‘정가’인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고물가 때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서민 부담이 가중된다”는 정부 판단 때문이었다. 지난 1분기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정부의 결정 앞에서 지난해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는 무색해졌다.

그 결과 한전은 1분기 내내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 기간 동안 ㎾h당 110.4원 남짓으로 전력을 판매했다. 사실상 제값에 들여와서 반값에 파는 모양새다.

‘반값 판매’의 여파는 고스란히 역대급 적자로 이어졌다. 한전은 올해 1분기 7조786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전력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액이 1조3729억원 늘었지만, 연료비와 전력 구입비 등으로 영업비용이 9조7254억원 증가한 결과다.


불과 한 분기 만에 지난해 적자 총액(5조8601억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올해 한전의 적자 총액이 20조원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대 30조원까지 불어날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여차하면 자본잠식으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한전은 비상경영 체제를 확대하면서 체질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전은 결국 정부에 구조요청을 보냈다. 지난 18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한전은 담당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 전기요금 결정 방식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판매 가격 조정에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세를 잘 반영할 수 있게 할 목적이다.

구체적인 요구 조건으로는 연료비 연동제 조정폭 확대·전기요금 약관 일부 개정 및 삭제 등이 포함됐다. 연료비 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을 최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도 한전 상황이 심각한 것을 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합리적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전 동결했다 역대급 ‘빚잔치’
올리자니 서민·중소기업 직격탄

업계에서는 한전의 운영 정상화를 위해 ㎾h당 최소 33원 이상의 연료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에는 정부가 요금 인상을 결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보조 대책을 내놔도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요금 인상’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사태 수습이 어렵다”고 짚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요금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기요금까지 올리면 중소기업과 서민 고통이 더욱 심화된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전기요금 인상을 반대했던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전기요금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전기요금 인상은 큰 부담”이라며 “코로나(유행) 기간에는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경제·산업계가) 전기요금 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과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앞선 발언이 요금 인상을 막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유행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긴 어려운 지금, 요금을 올리면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이는 등 정치적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활동 당시 요금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원가주의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전했다. 말 그대로 원가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얘기다. 

서민 이중고
정치적 부담

원활한 제도 정착을 위한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 강화도 약속했다. 전기위윈회는 전기요금 조정 및 체제 개편 업무를 전담한다. 정부로서도 곤혹스러운 상황의 연속이다. 국제적 추세에 따라 불어난 부담을 지울 이를 찾아야 하는데, 양쪽 모두 여건이 여의치 않다.

남은 시간이 많진 않지만, 일단 당장은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을 눈치다. 현재 정부는 한전에 전기를 공급하는 민간 발전사 쪽으로 눈을 돌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4일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전력시장에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를 신설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전력 도매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급등하면 시장에 임시적인 상한선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한전은 민간 발전사에 지금보다 20~30% 싼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받을 길이 열린다. 이를 통해 적자 폭을 일시적으로나마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한전의 손실이 줄어드는 만큼, 민간 발전사는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민간 발전사는 “반(反)시장적 ‘날벼락’”이라며 산업부 발표 이후 줄곧 강하게 반발하는 중이다. 이미 정부가 본 조치 나흘 전, 한 차례 시장에 개입했던 것도 반발을 키웠다.


정부는 지난 20일 전력거래소 규칙을 개정해 용량요금을 줄였다. 용량요금은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올 때 내는 일종의 고정비다. 물론 민간 발전사가 한전처럼 손실을 보는 일은 없다. 산업부는 발전사들의 원가가 상한가보다 높으면 차액을 전액 보상한다. 하지만 줄어든 이익에 대한 보상은 사실상 없다.

장기 대책
원전 확대

민간 발전사들은 “상한제는 한전 손실을 민간기업에 떠넘기는 편법”이라며 “유명무실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부활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탈원전 백지화’ 시계는 이 사태와 맞물려 점차 빨리 돌아가고 있다. 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지난 1분기 원전 가동률이 다시 80%대에 들어섰다. 문재인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면서 60~70% 수준까지 떨어졌던 가동률이 임기 말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팔부능선에 오른 것.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자 비용이 저렴한 원전 발전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원전 발전 비용은 LNG 복합 발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가동률은 앞으로도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한전이 원가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데다,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는 원전을 전력 해결을 위한 장기 대책으로 낙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원전 비중 상향을 주장해왔다.


그는 2050년 원전 발전 비중 35%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제적인 에너지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더 나아가 새 정부는 ‘에너지 믹스’ 정책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해당 정책에는 원전 생태계 복원과 원전 수출 등의 세부 과제가 포함됐다. 

단기 대책 부재…인상 불가피
취약층 어쩌나…열사병 우려 

국제적 협력도 구체화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21일 공개된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원전 수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보스포럼에 대통령 특사로 참가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알 하마디 아랍에미리트 원자력 공사를 만나 양국의 원자력 발전 협력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면담에서는 한국형 원전 4기를 UAE 바라카 지역에 건설하는 ‘바라카 원전’ 사업을 포함해 원전 시장 공동진출과 연구·개발 등 양국 원자력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제행사로 대구 세계 가스 총회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개회식 축사에서 “우리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가 에너지 정책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원전과 재생에너지, 천연가스를 합리적으로 ‘믹스’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교적 저렴한 원전 비중을 계속 늘려나간다면, 한전의 체질 개선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큰 버팀목이 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원전은 장기 대책으로는 제격이지만,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평가다. 시설 확충에 걸리는 시간이 상당한 탓이다.

이 가운데 다음 달 20일, 오는 3분기 전기요금이 결정된다. 지금까지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정부가 요금 인상을 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묘수 없나?
대응 안간힘

저소득 독거노인 등의 사회취약계층에게는 유독 무더운 여름이 될 전망이다. 이들은 냉방비를 부담할 능력도, 무더위를 견뎌낼 여력도 부족한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해 여름철 온열질환을 앓은 환자는 총 1376명. 그중 20명이 목숨을 잃으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모두 열사병이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기·수도 민영화 진실은? 

느닷없이 선거판에 들이닥친 민영화 논란. 정부와 민주당이 공공서비스 민영화 추진을 두고 연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진원지는 지난 17일 국회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 40%를 민간에 팔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민주당은 이 발언을 기점으로 민영화 논란 대공세를 이어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기·수도·공항·철도 등 민영화 반대’라는 글을 게시했다. 같은 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민영화 반대 국민 저항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같은 당 김성환 정책위원회 의장은 “최근 유가와 석탄 가격 인상 탓에 한국전력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며 “문재인정부 들어서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놨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자산 매각을 통해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현실화하고 있다. 자산 매각이 결국 민영화를 뜻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국민에 밀접한 시설에 대한 민영화를 방지하는 ‘민영화 방지법’을 만들어서 권력 사유화나 MB정부 실패를 거울삼아 윤석열정부가 민영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게 제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 같은 지적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민영화를 새 정부 들어 검토한 적도 없고, 검토 지시를 내린 적도 없으며, 앞으로 당분간 검토할 생각이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법적 대응을 통해 엄호사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원회 공명선거본부는 지난 22일 이재명 위원장과 송영길 후보를 비롯해 비슷한 주장을 펼친 네티즌 34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낙선 목적 허위사실 공표)로 고발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선대위 소속 신인규 변호사는 지난 24일 “추 부총리가 공식적으로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입장을 밝히라는 것은 정치 쟁점화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민주당의 지적은)의심을 넘어서 지금은 소설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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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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