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불견' 무료 캠핑족 백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3.08 00:00:00
  • 호수 1365호
  • 댓글 0개

공짜니까 막 쓴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캠핑에도 에티켓은 필요하다. 몰지각한 캠핑족은 얌체 같은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관리가 소홀한 무료 캠핑장에서 이들의 추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실내 모임이 줄어들고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캠핑족들이 늘고 있다. 캠핑 문화가 점점 활성화됨에 따라 새로운 취미생활로 급부상했다. 오토캠핑, 백패킹, 글램핑 등 캠핑 종류들도 다양하다.

민폐

케이스탯리서치, 캠핑아웃도어진흥원이 한국관광공사에 제출한 ‘2020년 기준 캠핑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캠핑 산업 규모는 약 5조8336억원으로 추산됐다. 전년 대비 90.1%(2조7647억원) 증가했다. 캠핑 산업규모가 커지는 데 영항을 미친 건 급증한 캠핑 이용자들 덕이다.

연간 평균 숙박 캠핑 이용자 수도 534만명으로, 전년 대비 34.0%(135만명) 늘었다. 당일 캠핑 인구 수와 합치면 689만명으로 추산된다. 캠핑 1회 비용은 39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33.6%(9만9000원) 증가했다. 비용이 오르면서 캠핑 입문자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40만원 가까운 비용은 캠핑의 진입장벽을 높였다. 

이들에게 대안이 된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무료 캠핑장이다. 무료 캠핑장은 수익 목적보다 시민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곳으로, 캠핑 입문자에게 최적의 장소다. 


하지만 지자체가 운영하다 보니 무료 캠핑장 운영의 허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 같은 점을 악용한 캠핑족이 등장하고 있다. 

몰지각한 캠핑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쓰레기 무단투기다. 이들은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가 아닌 일반 봉투에 담아놓거나 가재도구, 취사 장비, 음식물 쓰레기 등을 캠핑장에 버리고 간다. 그뿐만 아니라 캠핑장 화장실에 쓰레기를 쌓아놓기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캠핑장 화장실 사진에는 부탄가스, 일회용 수저, 컵라면 용기 등 각종 쓰레기가 분리수거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방치됐다.

지자체는 쓰레기 무단투기에 대해 단속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일일이 적발하기도 어렵고 캠핑족이 텐트를 해체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쓰레기 무단투기를 제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이다. 지자체는 ‘쓰레기를 버리지 마라’고 주의만 줄 뿐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캠핑장에서 대표적으로 민폐를 끼치는 행위는 음주 및 고성방가다. 캠핑족이 캠핑장을 찾는 이유는 도시에서 느끼지 못한 여유를 자연 속에서 느끼기 위함이다. 캠핑족은 야외에서 기분을 내기 위해 간단히 음주를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과하게 술을 마신 뒤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 캠핑족도 급증하고 있다. 

지자체 운영 허점 노리고 악용
술판에 노래까지…난장판 파티


무리 지어 다니는 이른바 ‘떼캠(단체 캠핑)’이 주로 만취로 인한 소음 공해를 일으킨다. 이들은 단체로 다니기 때문에 캠핑 관련 행사나 운동회 등 시끌벅적한 경우가 많아 소음의 주범이 된다. 개별적으로 다니는 캠핑족 사이에서 “떼캠 주변은 얼씬도 하지 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떼캠은 아이들이 시끄럽게 뛰어다녀도 제지할 생각이 없고 술 취한 사람들끼리 욕설과 몸싸움을 벌여도 신경도 안 써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캠핑족에게는 기피 대상이다. 

캠핑장 측은 매너타임(오후 11시~오전 7시 사이)을 캠핑 회원에게 안내한다. 매너타임 규정은 권장사항에 그치다 보니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캠핑장 측에서 소음이 심하다고 판단해 시끄럽게 한 캠핑족을 퇴출할 수 있지만 소음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실제로 퇴출이 이뤄지진 않는다. 

캠핑족 사이에서 가장 얌체 같은 행동은 ‘텐트 알박기’다. 텐트 알박기란 한 곳에서 장기간 사람 없는 텐트가 설치해 놓는 것을 의미한다. 무료 캠핑장이어도 규정상 1박2일이나 2박3일 등 텐트 설치 기간이 정해져 있다. 이 규정을 지키지 않고 나무 그늘이 짙고 풍경이 좋은 명당에 텐트만 덩그러니 있는 경우다.

텐트 알박기는 다른 캠핑족의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행동이면서도 무료 캠핑장 취지와도 어긋난다.

일부 캠핑족의 추태는 나비효과를 가져왔다. 캠핑장 추태가 지속되자 무료 캠핑장을 운영해온 지자체가 골머리를 앓게 됐다. 결국 무료 캠핑장을 줄이고 폐쇄하거나 유료 캠핑장으로 바뀌고 있다. 일부 캠핑족의 추태로 인해 선량한 캠핑족만 피해를 본 셈이다.

실제로 2016년 청주와 2020년 강원도 홍천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무료 캠핑장이 있다. 청주시 문암생태공원은 무료 캠핑장으로 인기가 많았지만 텐트 알박기로 2016년 유료로 전환됐다. 무료로 운영되던 강원도 홍천의 마곡유원지도 무질서한 캠핑족의 쓰레기 무단투기로 결국 2020년 9월 폐쇄됐다. 

이 두 캠핑장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캠핑족 추태로 운영의 어려움을 느끼고 폐쇄하거나 유료로 전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의 소중한 공간이 일부의 욕심 때문에 폐쇄되거나 유료화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알박기

캠핑협회 관계자는 “무료 캠핑장이 폐쇄되거나 유료로 바뀌는 이유는 단순하다. 캠핑장 운영 주체인 지자체가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양심이 없는 캠핑족이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린 것을 치워야 하는 관리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캠핑장을 폐쇄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