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제작자 정우성의 낭만

“‘도전을 응원한다’ 말이 마음에 남네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정우성은 낭만주의자로 통한다. 누군가는 쉽게 하지 못할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막대한 투자를 하거나, 기부하거나 굳이 시간을 내어 봉사활동을 한다. 잃을 것이 많은 그지만, 정치적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미담이 많다. 인간적이고 배려심이 많다고 한다. 섬세하게 스태프 한 명 한 명을 챙기기로 유명하다. 미담만큼 직업도 많다. 배우가 직업이지만, 영화 제작자로도 연출가로도 꿈을 꾼다. 이번에는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제작자로 나섰다. 한국에서 시도된 적 없는 SF 판타지 장르다. 낭만을 앞세운 도전자로 나선다. 

정우성은 <나를 잊지 말아요>를 통해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 처음 나섰다. 당시 그는 “제작자로 이끈 건 무엇이냐”는 질문에 “철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기보다는 인간적인 온정에 이끌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제작자로 나섰다는 걸 철이 없다고 표현한 셈이다. 

주인공 W
로망이었다

<나를 잊지 말아요>의 이윤정 감독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스크립터였다. <놈놈놈>에서 인연을 맺은 이 감독은 <나를 잊지 말아요>의 시나리오를 정우성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뿐 아니라 이 감독의 모든 시나리오의 주인공은 ‘W’였다. 정우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게 로망이기 때문이었다. 이후 <나를 잊지 말아요>는 단편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감독은 단편을 보완해 장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정우성을 만나 자문했다.

이 감독을 만난 정우성은 그에게 “단편영화 시나리오는 왜 안 보여줬어?”라고 물어봤다. 이 감독은 “어떻게 보여줘요?”라고 반문했다. 정우성은 당연히 단편영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대본을 보여주는 것이 결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당시 정우성은 그 주저함이 싫었다고 한다. “로망은 꿈이라는 건데, 왜 시도조차 못 했을까요. 그 고정관념이 싫었다”고 했다.

정우성은 단편영화의 시나리오를 보완할 게 아니라 새로운 장편 시나리오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감독은 그렇게 새 시나리오를 썼다. 정우성은 그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 직접 배우로 나서기로 했다. 그리고 직접 좋은 제작자를 알선하려 했으나,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때는 2015년, 영화계에서 멜로는 죽은 장르였다. 아무리 정우성이라도 수익을 보장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 감독은 당시만 해도 연출력이 입증되지 않은 신인 감독이었다. 시나리오 수정 요구가 심했다. 정우성은 일부 제작사의 요구가 이 시나리오의 미덕을 해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작자로 나섰다. 철이 없었기 때문에 멋있는 선택을 할 수 있었고, 철이 없었기 때문에 도전도 할 수 있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정우성의 낭만’이라고 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 이어 두 번째 제작 작품
“처음 철이 없었고, 이번엔 너무 어려웠어요”

비록 영화는 <내부자들>과 <히말라야>의 맹공으로 인해 42만의 관객수를 동원하는 데 그친다. 약 10억원의 손해가 있었지만, 한국 영화계에 의미 있는 도전으로 기억된다. 

정우성은 다시 한 번 꿈을 꿨다. 우연히 본 단편영화 <고요의 바다>를 보고 제작자로 나서야겠다는 마음이 꿈틀댔다. 물의 보급량이 권력을 입증하는 디스토피아가 <고요의 바다>의 배경이다. 물이 넉넉하냐 그렇지 않으냐가 계급의 척도다.


무례한 사람은 “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겠어요?”라고 질문한다. 요즘으로 치면 “월급이 넉넉하겠어요?”를 대신하는 말이다.

그런 시기 물을 구하기 위해 달에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5년 전 달에 있는 물을 발견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발해기지라는 곳에서 연구했다. 아쉽게도 그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이후 5년 만에 재시도되는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다.

“인류가 물이 없어서 달로 간다는 설정에 매료됐어요. 지구를 떠난 우주선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생기는 긴장감을 구현해내면 충분히 재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첫 번째 제작은 관계에서 출발했고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오히려 몰랐으니까. 두 번째 제작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제작자로서 제삼자적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려고 했어요.”

한국에서 시도된 적 없는 SF 장르다. 엄청난 세트 비용과 막대한 CG 비용이 든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장르라고도 볼 수 없다. <나를 잊지 말아요>가 그랬던 것처럼, <고요의 바다>도 비슷한 장벽에 부딪혔다. 선뜻 영화에 투자하겠다는 배급사가 나오지 않았다.

SF 스릴러
높은 장벽

<고요의 바다>가 가진 고유성, 반짝반짝한 설정은 차치하고 상업적인 코드를 집어넣으려는 의견이 많았다. 한참 때를 기다리다 넷플릭스를 만났다. 

“SF 스릴러 미스터리가 국내에서는 첫 시도예요. 이 영화에 도전하고 싶은 움직임은 보였는데, 실행하고자 하는 의지는 동반되지 않았었던 것 같아요. 상업적으로 안전한 코드를 집어넣으려고 했어요. 이 작품이 가진 무모한 도전이 생명이고 개성이거든요. 이를 훼손하려고 했었어요. <고요의 바다>만의 세계관이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죠. 해외 배급사는 좀 더 이해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던 차에 넷플릭스와 함께하게 됐어요. 그리고 에피소드를 8개로 늘렸습니다.”

<고요의 바다>가 가진 가장 독특한 설정은 월수다. 달에서 나온 물인데, 이 물은 증식을 한다는 것. 인간의 체내에 흡수되면 그 안에서 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결국, 물의 증식을 막지 못하는 인간은 몸에 있는 모든 물을 쏟아내고 죽음을 맞이한다.

좀비 바이러스가 번지면서 숙주를 죽이는 좀비 영화의 설정이 물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월수는 이 작품이 가진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에요. 원석을 가공해가는 작업을 촘촘히 했죠. 단편은 메시지가 강하다면, 장편은 비주얼이 필요하죠. 이 독특한 설정의 매력이 극대화되는 것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요즘에는 ‘절대적으로 반짝해야 할 이게 반짝했나’라는 우려가 있긴 해요.”

정우성의 직업은 배우다.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도 배우로서 나오되 제작자를 겸했다. <고요의 바다>는 철저하게 제작자로서만 역할을 맡았다. 주위에서 카메오 출연에 대한 의견을 냈지만 “말도 꺼내지 마라”면서 출연 자체를 거부했다. 후반부 목소리로만 등장했다.

정우성으로선 특별하게 새 옷만 입은 셈이다. 정우성은 <고요의 바다>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제작자를 하면서 많이 돌아본 것 같아요. 젊은 시절에 배우로서 정우성이 추구해야 하는 세계관은 무엇인지, 작품을 고를 때 세상에 추구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고민을 했어요. 이번에도 이 영화를 내놓는 것은 무엇을 위함인지에 고민도 많았고요. 이러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다른 걸 추구하는 건 위선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이 들었죠. 앞으로도 연출과 제작을 꿈꾸고 있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무슨 고민을 해야 할지도 되물어요.”

프로 의식
스타의 왕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상에서 <고요의 바다> 출연진은 “현장에 마트가 있었다”고 기뻐했다. 빵과 과자, 음료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는 것이다. 배우나 스태프 모두 쉬는 시간에 해당 다과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제작자의 세심한 배려였다. 

“저한테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거로 생각했어요. 촬영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배려예요. 식료품을 놓는 건데요. 그것만으로 스태프들이 좋아하고 즐기게 된다면, 어찌 보면 감사한 일이죠. 이러한 작업이 우리가 각자 프로로서 할 일을 하고 헤어지는 건데, 어찌 됐든 함께하는 거잖아요.”

“<고요의 바다>의 세계관을 온전히 세상에 내놓기 위해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내는 과정이잖아요. 그러려면 결속력이 중요해요. 그런 결속력을 위한 작은 행위인데, 배우진이 마트라고 표현해줘서 감사해요. 촬영 현장은 모두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즐거운데, 누군가는 즐겁지 않으면 제가 좋지 않더라고요. 누구든 즐거웠으면 했어요.”

대부분 배우는 프로의식을 갖고 일한다. 특히 이름값이 널리 알려진 스타일수록 그렇다. 자신의 잘못은 물론이고, 주위 스태프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 책임까지 짊어지는 게 스타의 몫이다. 20대 초반부터 스타라는 왕관을 쓴 정우성의 프로의식은 그 누구보다 뛰어나고 세밀할 가능성이 크다.


제작자 정우성도 마찬가지였다. 정우성은 <고요의 바다> 촬영 현장을 매일 같이 출근했다. 제작자가 매일 출근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세트 촬영이라서 상주했어요. 달에서 뛰는 신을 찍는데, 발자국이 찍혔어요. 그곳에는 수없이 많은 스태프가 있었어요. 작업 순서를 명확히 정해주지 않으면 한 신 찍는데도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았어요. 동선도 세심하게 잡고, 다른 길목에서 스태프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어요. 현장에서 즉각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이 많았어요. 제가 경험이 많은 편이라 현장에서 많은 걸 결정했죠.”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이야기, 독특한 설정 등 <고요의 바다>는 콘텐츠로서 도전의 성격이 강하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묵직하게 그려낸다. K-콘텐츠의 클리셰라 할만한 유머와 신파는 거세했다. 작품의 속도감도 더딘 편이다. 빠르게 상황이 흘러가기보다는 인물의 감정에 집중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세계관에 완전히 매료됐죠”
“<오징어 게임>이 흥행의 기준? 너무 가혹해”

대중성 측면에서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 중에도 전 세계 3위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재밌게 봤다는 말이 제일 좋았어요. 재밌게 봤다는 말이 사실 추상적이긴 해요. ‘뭐가 재밌다는 거지?’라는 질문까지는 안 하고 싶더라고요. 어떤 한 사람의 상상 안에서 각자 새롭게 구현해내는 게 더 좋더라고요. 또 하나 좋았던 건 ‘도전을 응원한다’는 문구였어요. 제작자로서 작품이 재미있고 없음을 떠나 의미를 알아주시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제게 큰 도전이었어요. 시청자들에게 의미를 강요할 수 없는데, 이름 모를 시청자분께서 그 도전의 가치를 이해해주셨을 때 기쁨을 느꼈습니다.”

영화 <비트>로 시대를 풍미한 스타로 떠오른 후 벌써 25년째를 맞이한다. 영화를 촬영할 때 사용하는 카메라는 필름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넘어왔다. 대형 극장의 입김 아래 이뤄졌던 극장 시스템은 멀티플렉스라는 형태가 됐다. 대기업의 대규모 자본이 투입됐고, 영화 산업의 부피는 상상할 수 없이 커졌다.

영화계는 또 다른 혁신 과정을 거치고 있다. OTT 플랫폼이다. 집에서도 전 세계의 작품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OTT 플랫폼의 혁신적인 성장에 한국의 창작자들이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대규모 자본과 한국 창작계는 아름다운 공생을 이어가는 중이다. 영화계의 변화를 온몸으로 거친 그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코로나19가 OTT 플랫폼이 시청자의 피부로 흡수되는 데까지 시간을 앞당긴 것 맞는 것 같아요. 코로나19가 없었어도 플랫폼의 다각화는 있었을 것 같아요. 다른 나라의 작품을 쉽게 볼 수 있는 플랫폼은 있었을 것 같아요. 시간만 앞당겨졌을 뿐 갑작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또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 도래했네요. 코로나19를 우리는 극복할 거예요. 그리고 극장 문화를 다시 즐길 거라는 기대와 희망이 있어요. 그리고 OTT 플랫폼과 극장은 양립할 거라고 봐요.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 세계 영화팬들이 한국 작품을 본다는 건 벅찬 일이에요. 그에 따르는 큰 책임이 동반되는 것 같아요. 의식이 많이 되네요.”

<오징어 게임> 신드롬 이후 국내외에서 K-콘텐츠의 흥행 기준이 <오징어 게임>에 맞춰준 느낌도 있다. 기본적으로 세계 1위를 찍어야 하며, 대다수 해외 팬들이 K-콘텐츠를 보고 느끼고 환호하는 장면이 담긴 2차 콘텐츠도 무수히 쏟아져야 한다. 단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일이 당연한 기준이 되고 있다. 

OTT·극장
양립 가능

“가혹한 일입니다. 저희는 그 기준을 빨리 떼야 해요. <오징어 게임>은 사회적 현상이고 돌풍이에요. 그런 현상을 겪은 할리우드 작품이 몇 개나 있나요. 다른 나라에서도 몇 작품 없어요. 아무도 가질 수 없는 우연적인 현상을 얻은 것이고요. 제작자나 감독이나 배우가 닿겠다고 노력해서 닿을 수도 없는 거예요. 그런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작품 고유의 재미나 메시지를 놓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이제는 떼야 합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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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