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판 잡아먹는 넷플릭스의 두 얼굴

고맙지만 나쁘다…쏟아지는 두 가지 시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유례없는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 중이다. 단순히 작품의 인기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놀이나 ‘달고나’ 등의 식품도 각 나라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따라서 한국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한 넷플릭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 가운데 넷플릭스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과 함께 넷플릭스가 국내 IP(지적 재산권) 시장을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우려 등 양면적인 반응이 나온다. 

넷플릭스 내에 있는 모든 콘텐츠의 순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플릭스 패트롤’ 사이트를 보면 진기한 광경을 확인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 가입된 거의 모든 국가에서 TV 인기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 유럽에서는 덴마크, 동남아시아 몇 개국에서만 2위를 기록 중이다. 

전 세계
동시 1위

동남아시아에서 <오징어 게임>을 제친 작품은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다. 덴마크만이 <카스타제만덴>이라는 작품이 1위다. 덴마크를 제외하면 국내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1위를 기록 중인 것.

아이돌 그룹 BTS와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등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쓸 정도로 관심을 받은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오징어 게임>처럼 세계가 뜨겁게 열광하는 건 놀라울 따름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데, 우리도 놀랍게 받아들이고 있다. 넷플릭스 내에서도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배경에는 넷플릭스가 있다. 국내 콘텐츠가 전 세계에 알려지려면, 배급사나 방송사가 각 나라의 유통망을 일일이 뚫어야 할 뿐 아니라 자막을 나라마다 제작해야 하고, 홍보를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인력과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

이런 수고를 덜어주는 역할을 넷플릭스가 하고 있다. 90개국의 망 시스템을 구축한 넷플릭스는 비교적 손쉽게 홍보할 뿐 아니라, 모든 나라의 언어로 자막을 제공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특정 제작사가 감당하기엔 불가능에 가까운 업무를 넷플릭스가 대신해주는 셈이다. 

비교적 자본이 적은 제작사에서 이야기와 영상물로만 승부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넷플릭스가 갖춘 시스템이 콘텐츠에서 강점을 발휘한 한국 제작자의 능력과 맞물리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것.

이를 파악한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제작 관련 투자 비용을 매년 늘려왔으며, 최근에는 한국에 1년에만 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넷플릭스의 대규모 자본과 충분히 시간을 주는 제작 시스템은 국내 제작사들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한다. 국내 4대 배급사라 불리는 영화 배급사를 비롯해 각 드라마 제작사는 대체로 비용은 최소화하되 그 안에서 최대치의 효율을 내는 방식을 택해왔다.

수백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 아닌 경우에는 가성비를 극대화했다.

‘국뽕 차오른다’ 연이은 호재 반기는 여론
“세금·망 사용료도 안내?” 때리는 정치권


제작비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장면을 삭제하거나, 비교적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촬영하거나, 억지스러운 CG를 넣기도 했다. 때로는 상황에 맞지 않는 PPL을 넣어서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방식을 불가피하게 사용했다.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함이었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에겐 불편한 요소다. 

반대로 넷플릭스는 창작자에 있어서는 최고의 조건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지상파 드라마 한 회 제작비는 6억원에서 7억원인데, 넷플릭스의 회당 제작비는 20억원에서 30억원을 육박한다. 3배에서 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 

<킹덤>에서의 물밀 듯이 밀려오는 좀비 떼나 <오징어 게임> 내에 화려한 세트 역시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서 구현이 가능했다. 국내에서 제작됐다면, 화려한 미장센을 보여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촬영을 비롯해 편집 등 후반 작업까지 충분한 시간을 활용하는 시스템도 구축해 창작자가 원하는 작품을 제작하는 데 편의를 제공한다. 늘 마감에 쫓기던 창작자들이 비교적 여유 있게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완성도도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중간광고가 삽입되지 않아 작품을 끊기지 않고 쭉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며, 갑작스럽게 제품을 과도하게 홍보하는 식의 컷을 넣지 않아도 된다. 여러 방면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방송사나 영화 배급사는 국내 시청자만 노리고 작품을 만들어야 해서, 신선한 소재보다는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소재를 원한다. 지역색이 강하거나 소수만 즐기는 장르는 피하는 현상이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전 세계 수천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어, 꼭 K-콘텐츠가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작품의 질이 좋으면 제작에 돌입한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 역시 너무 설정이 독특하다는 이유로 국내 영화 제작사들이 기피한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은 클리셰도 짙을 뿐 아니라 이른바 ‘K-신파’가 강하다며 공개 초반에는 국내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신선한 면이 강하긴 하지만, 기시감이 드는 장면도 많다는 얘기다. 비록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세계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다.

제작비 1/5
가성비 갑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킹덤> 시리즈나 <인간수업> <스위트홈> <D.P.>도 국내에서는 제작하기 힘든 마니아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대중성보다는 선명한 색감의 작품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

한국 시장의 또 다른 강점은 좋은 가성비에 있다. 할리우드는 드라마 한 회당 제작비가 100억원에 육박한다. 할리우드에서 9화 분량의 <오징어 게임>을 만든다면 평균 900억원이 든다.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오징어 게임>은 순제작비가 200억원이었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대략 계산해도 약 700억원을 남긴다. 


무려 700억원을 남기는데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제작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도 볼 수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을 비롯해 국내 창작자들과의 협업해 탄생한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넷플릭스는 국가와 언어, 문화의 장벽을 넘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훌륭한 이야기를 선보이는 한국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포맷의 한국 콘텐츠로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오징어 게임>의 열풍은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공으로 볼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다. 한국 콘텐츠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대규모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 흥행 이후 콘텐츠 제작 회사 대부분 주가가 올랐다.

<오징어 게임> 배우들은 미국 유명 토크쇼인 <지미 펠런 쇼>에 출연하는 등 해외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도 얻게 됐다. 유능한 연출가나 작가, 배우들이 해외 진출을 하는 데 용이해진 것.

특히 배우들의 경우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에이전트나 소속사와 계약을 맺는 등의 부가적인 작업이 필요한데, 작품의 성공만으로 비교적 쉽게 해외 진출이 가능해졌다. 

한 연예 기획사 대표는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큰 자본과 노력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작품만 잘 만들면 해외로 나갈 기회가 생겼다. <오징어 게임> 배우들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기대감이 상승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아울러 웹툰 업체나, 게임 업체 등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IP 회사들도 영상물 제작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와 영상물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협업해 드라마와 영화 제작을 추진 중이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웹툰사와 게임사 등 IP 회사도 영상물 제작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제조업에서도 영상물 제작을 하려고 한다”며 “능력 있는 제작자들은 이미 대기업과 손을 잡고 작품을 개발 중이다. 엔터 산업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성공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넷플릭스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이에 따른 수익 배분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 5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콘텐츠 제작사는 아무리 유명한 드라마를 만들어도 일정 수익 이상을 거둘 수 없다”며 “일정 부분 외주제작사의 지적재산권을 보장하는 등 상생 가이드라인 등에 따라 넷플릭스와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 같은 주장은 현업에 종사하는 제작자들에겐 오히려 반감을 사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이른바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 산업으로 도박성이 짙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나친 요구라는 의견이다. 

<오징어 게임>처럼 리턴이 큰 예도 있지만, 대다수 작품이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한다. 잘된 작품의 리턴으로 실패한 작품의 리스크를 메우는 격이다. 그런 가운데 <오징어 게임>이 성공했다고 해서 수익을 더 내놓으라고 하는 건 ‘도둑놈 심보’라는 주장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계약을 어긴 것도 아니고,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는데 드라마가 흥행했다고 수익을 더 내놓으라는 건 너무 무식한 소리”라며 “넷플릭스가 리스크를 감내할 때는 왜 아무 말 않다가 이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제적 파급력에 엔터 업계는 기대감 ↑
독점에 대한 견제 필요 “미리 대비해야”

정치권은 이외에도 넷플릭스에 세금 회피 의혹을 제기하고, 망 사용료 부분에 있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 매출액 4154억원 중 3204억원(77%)을 본사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매출원가를 높이고 영업이익률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지난해 넷플릭스가 부담한 법인세는 21억여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을 의도적으로 낮춰 세금을 회피했다는 의혹이다. 

또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두고 SK브로드밴드(이하 SKB)와 소송 중이다. 1심에선 “넷플릭스가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고 형평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SKB는 반소로 맞섰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통신 3사에 내는 망 사용료는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들의 망 사용료 지급에 대한 법원 판단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는 “넷플릭스는 현재 국내 법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며 망 사용과 관련해서는 “트래픽 경감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증명된 오픈커넥트(OCA)를 ISP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비록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공동의 소비자들께 고품질의 콘텐츠를 원활히 제공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과 콘텐츠 산업에서 호의를, 정치권에서는 반감을 표시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독점권에 대해 우려를 낳고 있다. 

각 나라마다 OTT 업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90개국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디즈니 플러스나 HBO 등은 미국 내에서 OTT를 개발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쿠팡플레이나 티빙, 왓챠, 웨이브 등 OTT 플랫폼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넷플릭스처럼 세계적인 플랫폼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플랫폼 산업의 경우 한 업체가 경쟁사를 밀어낸 뒤 완전한 독점을 갖게 되면, 그 이후에는 대중을 상대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현재 OTT업체 중 1위인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완전한 독점
철저한 대비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전 세계에 망을 구축한 넷플릭스의 강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국내 제작사들이 좋은 콘텐츠를 잘 만들고 있어 힘의 논리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완전한 독점 기업이 됐을 땐 국내 IP 산업 전체가 넷플릭스에 끌려다닐 수 있다”며 “넷플릭스로 인해 국내 시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와 업계가 철저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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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