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은 이준석의 플랜C

선대위 걷어차고 “잘되나 보자”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선대위를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결국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선대위원장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출범 전부터 이어진 내홍이 겉으론 수습된 것처럼 보였지만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곪아 터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공보단장의 충돌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앞서 이 대표와 조 단장은 대장동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인 곽상도 전 의원 제명 여부를 두고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곽 전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조 단장은 이에 대한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삐걱삐걱
예견된 수순

한 발 더 나아가 조 단장은 전두환 신군부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는 문자메시지를 일부 기자들에게 전송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크게 반발했고, 조 단장은 한동안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이 대표에게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

갈등이 본격적으로 터진 시점은 지난 20일 열린 선대위 비공개 회의 도중이다. 두 인물은 윤석열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씨 및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언론 보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던 중 정면충돌했다. 

회의에서 조 단장은 윤 후보의 메시지라며 김씨에 대한 의혹 제기 부분을 이 대표를 비롯한 인사들에게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해 달라고 주문하자, 일부 인사가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오히려 조 단장에게 ‘윤핵관을 공보단이 잘 처리하라’고 반박하자, 조 단장은 ‘왜 자신이 당 대표의 지시를 받느냐’고 맞받아쳤다. 이 대표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이 상임선대위원장인데 누구 말을 듣느냐고 재반박한 것. 조 단장도 자신은 윤 후보 말만 듣는다며 강한 어조로 이 대표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이런 탓에 회의장 안의 분위기는 얼음장과 같았으며 고성까지 오갔다. 무언가를 강하게 내리치는 소리가 난 직후 이 대표는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조 단장이 이 대표에 사과하면서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예견됐다. 그러나 두 인물의 갈등은 메시지 한 통으로 인해 폭발했다. 조 단장이 이 대표를 비판한 영상을 일부 기자들에게 공유하면서다. 

조 단장의 영상 공유가 기폭제로 작용한 모양새다. 분노한 이 대표는 조 단장이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자신의 SNS에 공개하면서 사퇴를 통해 거취를 표명하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만일 조 단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자신이 모든 직을 내려놓고 사퇴하겠다고 예고했다.

집안싸움에 사퇴 강수
윤핵관에 마지막 경고?

그럼에도 조 단장은 사퇴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즉각 윤 후보가 울산 회동 때와 마찬가지로 직접 나서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예상과 달리 윤 후보는 두 인물의 갈등에 대해 말을 아꼈다. 갈등 당사자끼리 해결을 봐야 하는 문제로 봤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갈등은 민주주의 일부분”이라며 철저히 관망 자세를 취했다. 윤 후보는 울산 회동 전에도 이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 같은 태도를 취했던 바 있다.

이 같은 관망적 태도를 보이면서 윤 후보에게 리더십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윤 후보는 김종인 총괄위원장에게 사태 해결에 대해 일임했다고 밝혔다. 이는 자신에게 닥쳐올 리더십 문제를 회피하려는 모습으로 비친다. 

당 내부에서도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기까지에 이르렀다. 지속적인 압박을 느낀 듯 한 조 단장은 갈등 봉합을 위해 당 대표실을 직접 방문했으나 만남이 불발됐다.

결국 이 대표가 먼저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선대위에서 자신의 역할이 없다며 모든 직책을 내려놓은 것. 이 대표의 선대위 사퇴는 윤 후보와의 극적인 울산 회동 이후 18일 만이다. 선대위 내에서 당 대표로서의 역할과 위치를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 대표는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윤 후보를 함께 끌어들였다. 동시에 선대위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알리고 선대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알리려는 취지로 읽힌다. 

“끝났다”
배수진

당 대표로서의 역할은 하겠지만, 선대위에 본인이 먼저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대선 패배 시 책임을 당이 아닌 윤 후보에게 돌리겠다는 소리로도 들린다. 

사퇴의 표면적인 이유는 조 단장과의 직접적인 충돌이지만, 그 이면에는 선대위 체제에 대한 갈등이 핵심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대표의 지원이 없다는 것은 윤 후보에게 향후 행보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대표가 당 대표로서만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선대위가 방향성을 잃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함께 자신의 향후 정치 행보 역시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대표 지원 없이는 선대위가 힘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여지는 충분하다. 

이번 사퇴는 지난번 잠행과는 전혀 다른 기류가 포착된다. 앞서 당 대표 패싱 갈등이 촉발되자 부산 등을 방문하며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과는 다르게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를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사퇴에 대한 당 내부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당 대표가 갈등을 노출한 뒤 사퇴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또 사퇴로 대선에 패배할 시 모든 책임이 이 대표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선대위가 윤 후보를 중심으로 구성된 현재, 과거처럼 선대위 쇄신의 필요성을 강력히 요구하기 위한 전략이 엿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이 대표가 사퇴를 통해 선대위 쇄신을 요구하는 밑그림을 그린 셈이다. 

그동안 이 대표는 조 단장의 마찰과는 별개로 선대위 규모와 구성을 둘러싸고, 김 총괄위원장을 중심으로 선대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폭발적인 인사 영입을 하고 있는 선대위에서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또다시 충돌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앞서 울산 회동 당시 윤 후보는 이 대표와의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을 만큼 갈등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윤 후보의 말과 달리 이 대표와 김 총괄위원장의 뜻이 선대위 내부에 관철되지 않아, 갈등이 재차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또 선대위 잡음의 원인인 윤핵관을 제거해야 한다는 경고를 재차 했다고도 해석된다. 현재까지 윤핵관이 정확히 어느 인사인지는 밝혀진 바가 없으며 몇몇 인물들만 거론되고 있다. 윤핵관은 김 총괄위원장 합류 전 김 총괄위원장의 합류는 없을 것이라며 여러 차례 언급했다.

김 총괄위원장의 합류 이후 윤핵관이 해당 언론사에 발언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선대위 내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대표가 사퇴를 통해 선대위 개편을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비치는 대목이다. 

만약 지면
책임론? 


그동안 선대위의 엇박자는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새시대준비위원회 신지예 수석부위원장과 같은 인사 영입과 발표만 보더라도 내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일각에선 윤 후보와 김 총괄위원장, 이 대표 사이에 소통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의심도 있다. 정책 개발 등 업무가 중첩된다는 문제까지 제기되기도 한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름을 올린 인사만 500명이 넘는다. 조직 역시 거대해 20개가 넘는 위원회가 움직이는 중이다. 

규모가 큰 만큼 선대위 속 총괄상황본부 아래 정책총괄본부·조직총괄본부·종합지원총괄본부 등이 보고체계 역시 복잡하다. 현재의 보고체계는 각 본부를 거쳐 본부장, 이 대표, 김 총괄위원장, 윤 후보로 이어지는 구조로 상황에 대한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다. 

같은 당 홍준표 의원도 선대위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당 선대위가 김 총괄위원장 그룹, 김한길 위원장 그룹, 파리 떼 그룹으로 갈라져 있다고 직격했다. 안팎에서도 선대위 쇄신 요구는 지속적으로 불거졌다. 

이런 탓에 이 대표가 자신의 사퇴를 통해 김 총괄위원장의 힘을 강화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강력한 수를 둔만큼 복귀가 당장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본인 스스로 선대위 복귀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입장마저 밝혔다. 만일 이 대표가 자신의 말을 뒤집고 복귀한다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김 총괄위원장도 이 같은 이 대표의 전략을 단번에 알아차린 듯 사퇴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그는 “정치인이 한 번 내뱉은 말은 돌이킬 수 없다”며 “이 대표의 뜻이 완강하다”고 전했다.

김 총괄위원장은 이 대표의 전략을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모양새다. 그 역시 이 대표처럼 선대위의 문제점 개선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바 있다.

김 총괄 전격 쇄신 예고
지원은커녕 내부 적으로?

다만 김 총괄위원장은 선대위의 전면 재구성은 힘들다고 보고 있다. 대선까지의 시간이 고작 70여일 남아 물리적으로 촉박한 탓이다. 김 총괄위원장은 총괄상황본부의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선대위 내부에서 겹치는 역할을 정리하고, 후보의 전략과 메시지를 총괄상황본부 중심으로 일원화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선대위 조율을 두고서는 윤 후보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이에 일각에선 윤 후보가 김 총괄위원장의 선대위 쇄신 움직임에 얼마나 힘을 실어주고 협조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후보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만일 선대위의 변화를 거부한다면 또다시 당 대표 패싱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윤 후보는 선대위 조율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호남 일정을 늦추면서까지 김 총괄위원장과 만남을 가졌고 해당 자리에서 두 인물은 선대위 관련 수습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대위 조율과 쇄신을 거쳐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여전하다. 선대위 쇄신 이후 인사 중 일부가 역할이 축소돼 밀려나는 게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핵심 요직의 인사들의 줄 사퇴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내부에서도 선대위 조율을 두고 반응이 엇갈린다. 전면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데 조율에 방점을 찍는다고 해서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이 존재해서다. 

선대위를 둘러싼 두 번째 갈등인 탓에 자칫 등 돌릴 표심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지속적인 선대위 갈등으로 인해 위기감이 고조된 탓이다. 

당 안팎에서는 쇄신을 위한 밑그림은 충분히 그려졌다고 본다. 다만 이 대표와 윤 후보가 김 총괄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준 만큼 선대위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윤도
최대 위기

선대위 쇄신 이후 또 다시 내홍이 발생한다면 김 총괄위원장 역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선 앞으로의 조그만 갈등 자체가 대선 국면에서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제기된다. 현재 상황에 대해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윤 후보 선대위가 결국 파국을 맞았다.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분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건희 등판 없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아내 김건씨의 공식 활동 여부에 대해 처음부터 계획에 없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지난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씨 등판 시점에 대한 질문에 “예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윤 후보는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도 거론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며 영부인의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하는 것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제2부속실은 대통령 배우자인 영부인을 보좌하는 조직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위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은 “제2부속실과 관련해 폐지에 대해 공식 논의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후보가 제2부속실 폐지를 언급하며 자신의 대선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김씨 리스크를 지우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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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