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여행지 ②마포 문화비축기지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를 만나다

마포석유비축기지는 1973년 4차 중동전쟁의 여파로 시작된 1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은 산업 시설이다. 1976년부터 1978년까지 석유탱크 5기가 들어섰다. 당시 탱크는 매봉산 사면을 파서 만들었고, 숲으로 가려져 무슨 시설인지 몰랐다.

1급 보안 시설로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었다. 아파트 5층 높이로 둘레 15~38m나 되는 탱크 5기에 휘발유, 경유, 등유 등 6907만ℓ를 저장했다고 한다. 이는 서울 시민이 한 달간 사용할 양이자, 자동차 400만대가 주유할 양이라고 한다.

2000년 12월, 마포석유비축기지는 폐쇄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가 결정됨에 따라 서울월드컵경기장 500m 이내에 있는 위험 시설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마포석유비축기지는 폐쇄된 후에도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었다.

베일에 싸인 이곳은 2013년, 서울시가 버려진 시설 부지를 활용하고자 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래 시설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자원 재활용 방식으로 2017년, 드디어 시민에게 선보였다. 도심 속 생태 문화 공간 ‘문화비축기지’다.

다양한 볼거리

입구 안내동에서 리플릿 하나 들고 여유롭게 둘러보자. 문화비축기지는 T0부터 T6까지 7개 공간으로 나뉜다. T0(문화마당) 오른쪽은 시설물에 각종 설비를 지원·관리하는 설비동이다. 석유를 탱크로 보내는 역할을 하던 가압펌프장과 화재에 대비해 만든 소화액저장실이 있다.


가압펌프장은 스티븐 퓨지 작가의 ‘용의 노래’ 벽화가 그려진 ‘아트 스페이스 용궁’이 됐고, 소화액저장실은 휴식 공간이자 탱크와 이어지는 통로다.

탱크 가운데 가장 먼저 만나는 T5(이야기관)는 미디어 전시를 하는 영상미디어실과 마포석유비축기지의 역사를 담은 전시실로 나뉜다. 당시 직원들은 난지도쓰레기매립장의 악취, 1급 보안 시설에 발화점이 높아 정전기까지 신경 써야 하는 휘발유 탱크 점검 등 최악의 환경에서 근무해야 했다. 탱크 안팎, 콘크리트 옹벽, 매봉산 암반과 절개지 등 마포석유비축기지의 환경과 구조도 T5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T4(복합문화공간)는 탱크 내부를 그대로 살렸으며, 공연과 전시 등이 열린다. 철판으로 이어진 원형 탱크에는 무게를 분산하는 철제 기둥과 천장 중심에서 우산살처럼 뻗어 나간 소화액관이 인상적이다. 천장 한쪽에 구멍이 있는데, 여기로 유일하게 빛이 스며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유량을 계측하는 구멍으로, 탱크 외벽을 따라 가파르게 이어진 철제 계단에 올라가 구멍에 줄자를 넣어 유량을 쟀다고 한다.

콘크리트 옹벽과 탱크 사이로 난 길을 한 바퀴 걸어볼 수도 있다. 콘크리트 옹벽 틈으로 자라는 오동나무가 신비롭다. 당시 탱크에 위해를 가할 수 있어 제거했을 테니, 석유비축기지가 폐쇄된 후 자란 게 아닌가 싶다. 탱크 외벽을 따라 이어진 빨간색 소화액관, 탱크에 오르는 철제 계단, 유량 계측기 등이 남아 있다.

비상사태 대비 위해 지은 산업 시설
도심 속 생태 문화 공간으로 재활용

T3(탱크원형)는 석유비축기지 당시 탱크 원형을 보존한 곳으로, 탱크 시설에 오르는 언덕도 남았다. 탱크에 오르는 계단석은 다른 탱크 작업할 때 나온 암반을 가공해 만들었다. 녹슨 철판을 입은 탱크와 탱크 지붕에 오르는 철제 계단, 탱크를 둘러싸는 콘크리트 방유제까지 원래 모습 그대로다.


현재 일부만 볼 수 있어 아쉽다. 탱크 원형이 그대로 남은 T3를 비롯해 마포석유비축기지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고, 현재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T3가 원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면, T1(파빌리온)과 T2(공연장)는 새롭게 재탄생한 공간이다. T1은 탱크를 해체하고 벽과 지붕을 유리로 바꿨다. 매봉산 암반이 한눈에 들어오고, 계절과 날씨에 따라 내부 분위기가 바뀐다. T2는 야외무대와 공연장으로 쓰인다.

얕은 경사를 따라 오르면 탱크 상부 야외무대다. 공연하면 야외무대 앞뒤에 있는 매봉산 암벽과 콘크리트 방유제가 소리의 울림을 묵직하게 만든다. 탱크 하부에 실내 공연장도 마련했다.

T6(커뮤니티센터)는 문화비축기지 중심에 있고, 규모도 가장 크다. T1과 T2를 해체할 때 나온 철판으로 내·외부를 꾸몄다. T1의 철판은 내장재로, T2의 철판은 외관으로 쓰였다. 둥그스름한 경사로를 따라 2층에 오르면 동그란 하늘을 만나는 ‘옥상마루’, 조용히 책 읽기 좋은 생태 도서관 ‘에코라운지’가 있다.

1층은 다양한 음료를 내는 카페 ‘Tank6’로 운영 중이다. 문화비축기지 실내 공간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야외 공원은 상시 개방한다.

지난 5월에 문을 연 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는 실내·외 암벽 등반장, 카페, 히말라야 14좌 모형과 연대별 해외 등반 역사를 관람할 수 있는 상설 전시실, 산악인 고(故) 박영석 대장의 유품을 보여주는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된다. 암벽 등반을 즐기는 어드벤처 체험이 가장 인기다.

‘하늘 오르기’는 최대 7m까지 높아지는 11개 기둥을 차례로 오른 뒤 하강하는 체험이다. ‘이벤트 클라이밍’은 높이 12m에 난도가 다른 3개 코스(백두산, 한라산, 설악산) 가운데 선택해 오른 뒤 종을 치고 내려온다.

2016년에 조성된 경의선숲길은 마포구에서 용산구까지 이어지는 선형 공원으로, 마포구를 대표하는 걷기 길이다. 2009년 서울역-문산역 구간에 광역전철이 개통하면서 지상에 남은 철길 구간(6.3km)을 공원으로 만들었다.

그중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연남동 구간과 와우교 구간(홍대 앞 와우교-서강대역)이 눈에 띈다. 와우교 구간에는 기차가 지날 때마다 건널목 차단기가 내는 소리에 따라 이름 붙인 ‘땡땡거리’, 다양한 책을 전시·판매하는 책방 부스가 이어지는 ‘경의선책거리’가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다.

경의선숲길

양화대교 인근에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도 가볼 만하다. 조선 말 역사에 오르내리는 외국인들이 잠든 곳이다. 배재학당을 세운 아펜젤러, 결핵 퇴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크리스마스실을 만든 셔우드 홀, 대한매일신보를 발간한 어니스트 베델, 한국의 국권 회복과 독립운동에 앞장선 호머 헐버트 등이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을 위해 의료와 교육에 헌신한 이들의 묘지를 경건한 마음으로 돌아보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경의선숲길→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문화비축기지→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경의선숲길→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망원정→서울함공원
둘째 날: 문화비축기지→서울에너지드림센터→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하늘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마포문화관광 www.mapo.go.kr/site/culture/home
- 문화비축기지 http://parks.seoul.go.kr/template/sub/culturetank.do
- 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 www.seoulmccenter.or.kr
- 경의선숲길 https://parks.seoul.go.kr/template/sub/gyeongui.do
-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www.yanghwajin.net/v2/index.html  

문의 전화
- 마포구청 관광기획팀 02)3153-8655
- 문화비축기지 02)376-8410
- 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 02)306-8848
- 경의선숲길(서울특별시서부공원녹지사업소 경의선숲길공원 커뮤니티센터) 02)719-8830
-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02)332-9174

대중교통
[지하철] 수도권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서 국도1호선(월드컵로) 따라 월드컵경기장교차로까지 직진, 교차로 건너 오른쪽 길 약 150m.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강변북로 방면: 강변북로 월드컵경기장교차로 방면 우측→월드컵경기장교차로 지나 약 300m→우측 도로→유턴, 약 300m→문화비축기지
올림픽대로 방면: 올림픽대로에서 월드컵대교 지나 월드컵경기장교차로 방면 직진→월드컵경기장교차로 지나 약 300m→우측 도로→유턴, 약 300m→문화비축기지

숙박 정보
- 스탠포드호텔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58길, 02)6016-0001, www.stanfordseoul.com/intro/hotel
- L7호텔 홍대: 마포구 양화로, 02)2289-1000, www.lottehotel.com/hongdae-l7/ko.html
- 아만티호텔 서울 : 마포구 월드컵북로, 02)334-3111, www.hotelamanti.com


식당 정보
- 외양간(갈비살): 마포구 성미산로, 02)334-7942
- 고래국수(멸치국수): 마포구 양화로18안길, 02)3144-3113
- 소금집델리 망원(잠봉뵈르샌드위치): 마포구 월드컵로19길, 02)336-2617

주변 볼거리
한국영상자료원, 난지한강공원, 홍대걷고싶은거리, 망리단길,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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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