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여행지 ②마포 문화비축기지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를 만나다

마포석유비축기지는 1973년 4차 중동전쟁의 여파로 시작된 1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은 산업 시설이다. 1976년부터 1978년까지 석유탱크 5기가 들어섰다. 당시 탱크는 매봉산 사면을 파서 만들었고, 숲으로 가려져 무슨 시설인지 몰랐다.

1급 보안 시설로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었다. 아파트 5층 높이로 둘레 15~38m나 되는 탱크 5기에 휘발유, 경유, 등유 등 6907만ℓ를 저장했다고 한다. 이는 서울 시민이 한 달간 사용할 양이자, 자동차 400만대가 주유할 양이라고 한다.

2000년 12월, 마포석유비축기지는 폐쇄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가 결정됨에 따라 서울월드컵경기장 500m 이내에 있는 위험 시설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마포석유비축기지는 폐쇄된 후에도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었다.

베일에 싸인 이곳은 2013년, 서울시가 버려진 시설 부지를 활용하고자 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래 시설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자원 재활용 방식으로 2017년, 드디어 시민에게 선보였다. 도심 속 생태 문화 공간 ‘문화비축기지’다.

다양한 볼거리

입구 안내동에서 리플릿 하나 들고 여유롭게 둘러보자. 문화비축기지는 T0부터 T6까지 7개 공간으로 나뉜다. T0(문화마당) 오른쪽은 시설물에 각종 설비를 지원·관리하는 설비동이다. 석유를 탱크로 보내는 역할을 하던 가압펌프장과 화재에 대비해 만든 소화액저장실이 있다.


가압펌프장은 스티븐 퓨지 작가의 ‘용의 노래’ 벽화가 그려진 ‘아트 스페이스 용궁’이 됐고, 소화액저장실은 휴식 공간이자 탱크와 이어지는 통로다.

탱크 가운데 가장 먼저 만나는 T5(이야기관)는 미디어 전시를 하는 영상미디어실과 마포석유비축기지의 역사를 담은 전시실로 나뉜다. 당시 직원들은 난지도쓰레기매립장의 악취, 1급 보안 시설에 발화점이 높아 정전기까지 신경 써야 하는 휘발유 탱크 점검 등 최악의 환경에서 근무해야 했다. 탱크 안팎, 콘크리트 옹벽, 매봉산 암반과 절개지 등 마포석유비축기지의 환경과 구조도 T5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T4(복합문화공간)는 탱크 내부를 그대로 살렸으며, 공연과 전시 등이 열린다. 철판으로 이어진 원형 탱크에는 무게를 분산하는 철제 기둥과 천장 중심에서 우산살처럼 뻗어 나간 소화액관이 인상적이다. 천장 한쪽에 구멍이 있는데, 여기로 유일하게 빛이 스며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유량을 계측하는 구멍으로, 탱크 외벽을 따라 가파르게 이어진 철제 계단에 올라가 구멍에 줄자를 넣어 유량을 쟀다고 한다.

콘크리트 옹벽과 탱크 사이로 난 길을 한 바퀴 걸어볼 수도 있다. 콘크리트 옹벽 틈으로 자라는 오동나무가 신비롭다. 당시 탱크에 위해를 가할 수 있어 제거했을 테니, 석유비축기지가 폐쇄된 후 자란 게 아닌가 싶다. 탱크 외벽을 따라 이어진 빨간색 소화액관, 탱크에 오르는 철제 계단, 유량 계측기 등이 남아 있다.

비상사태 대비 위해 지은 산업 시설
도심 속 생태 문화 공간으로 재활용

T3(탱크원형)는 석유비축기지 당시 탱크 원형을 보존한 곳으로, 탱크 시설에 오르는 언덕도 남았다. 탱크에 오르는 계단석은 다른 탱크 작업할 때 나온 암반을 가공해 만들었다. 녹슨 철판을 입은 탱크와 탱크 지붕에 오르는 철제 계단, 탱크를 둘러싸는 콘크리트 방유제까지 원래 모습 그대로다.


현재 일부만 볼 수 있어 아쉽다. 탱크 원형이 그대로 남은 T3를 비롯해 마포석유비축기지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고, 현재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T3가 원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면, T1(파빌리온)과 T2(공연장)는 새롭게 재탄생한 공간이다. T1은 탱크를 해체하고 벽과 지붕을 유리로 바꿨다. 매봉산 암반이 한눈에 들어오고, 계절과 날씨에 따라 내부 분위기가 바뀐다. T2는 야외무대와 공연장으로 쓰인다.

얕은 경사를 따라 오르면 탱크 상부 야외무대다. 공연하면 야외무대 앞뒤에 있는 매봉산 암벽과 콘크리트 방유제가 소리의 울림을 묵직하게 만든다. 탱크 하부에 실내 공연장도 마련했다.

T6(커뮤니티센터)는 문화비축기지 중심에 있고, 규모도 가장 크다. T1과 T2를 해체할 때 나온 철판으로 내·외부를 꾸몄다. T1의 철판은 내장재로, T2의 철판은 외관으로 쓰였다. 둥그스름한 경사로를 따라 2층에 오르면 동그란 하늘을 만나는 ‘옥상마루’, 조용히 책 읽기 좋은 생태 도서관 ‘에코라운지’가 있다.

1층은 다양한 음료를 내는 카페 ‘Tank6’로 운영 중이다. 문화비축기지 실내 공간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야외 공원은 상시 개방한다.

지난 5월에 문을 연 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는 실내·외 암벽 등반장, 카페, 히말라야 14좌 모형과 연대별 해외 등반 역사를 관람할 수 있는 상설 전시실, 산악인 고(故) 박영석 대장의 유품을 보여주는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된다. 암벽 등반을 즐기는 어드벤처 체험이 가장 인기다.

‘하늘 오르기’는 최대 7m까지 높아지는 11개 기둥을 차례로 오른 뒤 하강하는 체험이다. ‘이벤트 클라이밍’은 높이 12m에 난도가 다른 3개 코스(백두산, 한라산, 설악산) 가운데 선택해 오른 뒤 종을 치고 내려온다.

2016년에 조성된 경의선숲길은 마포구에서 용산구까지 이어지는 선형 공원으로, 마포구를 대표하는 걷기 길이다. 2009년 서울역-문산역 구간에 광역전철이 개통하면서 지상에 남은 철길 구간(6.3km)을 공원으로 만들었다.

그중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연남동 구간과 와우교 구간(홍대 앞 와우교-서강대역)이 눈에 띈다. 와우교 구간에는 기차가 지날 때마다 건널목 차단기가 내는 소리에 따라 이름 붙인 ‘땡땡거리’, 다양한 책을 전시·판매하는 책방 부스가 이어지는 ‘경의선책거리’가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다.

경의선숲길

양화대교 인근에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도 가볼 만하다. 조선 말 역사에 오르내리는 외국인들이 잠든 곳이다. 배재학당을 세운 아펜젤러, 결핵 퇴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크리스마스실을 만든 셔우드 홀, 대한매일신보를 발간한 어니스트 베델, 한국의 국권 회복과 독립운동에 앞장선 호머 헐버트 등이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을 위해 의료와 교육에 헌신한 이들의 묘지를 경건한 마음으로 돌아보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경의선숲길→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문화비축기지→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경의선숲길→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망원정→서울함공원
둘째 날: 문화비축기지→서울에너지드림센터→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하늘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마포문화관광 www.mapo.go.kr/site/culture/home
- 문화비축기지 http://parks.seoul.go.kr/template/sub/culturetank.do
- 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 www.seoulmccenter.or.kr
- 경의선숲길 https://parks.seoul.go.kr/template/sub/gyeongui.do
-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www.yanghwajin.net/v2/index.html  

문의 전화
- 마포구청 관광기획팀 02)3153-8655
- 문화비축기지 02)376-8410
- 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 02)306-8848
- 경의선숲길(서울특별시서부공원녹지사업소 경의선숲길공원 커뮤니티센터) 02)719-8830
-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02)332-9174

대중교통
[지하철] 수도권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서 국도1호선(월드컵로) 따라 월드컵경기장교차로까지 직진, 교차로 건너 오른쪽 길 약 150m.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강변북로 방면: 강변북로 월드컵경기장교차로 방면 우측→월드컵경기장교차로 지나 약 300m→우측 도로→유턴, 약 300m→문화비축기지
올림픽대로 방면: 올림픽대로에서 월드컵대교 지나 월드컵경기장교차로 방면 직진→월드컵경기장교차로 지나 약 300m→우측 도로→유턴, 약 300m→문화비축기지

숙박 정보
- 스탠포드호텔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58길, 02)6016-0001, www.stanfordseoul.com/intro/hotel
- L7호텔 홍대: 마포구 양화로, 02)2289-1000, www.lottehotel.com/hongdae-l7/ko.html
- 아만티호텔 서울 : 마포구 월드컵북로, 02)334-3111, www.hotelamanti.com


식당 정보
- 외양간(갈비살): 마포구 성미산로, 02)334-7942
- 고래국수(멸치국수): 마포구 양화로18안길, 02)3144-3113
- 소금집델리 망원(잠봉뵈르샌드위치): 마포구 월드컵로19길, 02)336-2617

주변 볼거리
한국영상자료원, 난지한강공원, 홍대걷고싶은거리, 망리단길,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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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