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여행지 ②마포 문화비축기지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를 만나다

마포석유비축기지는 1973년 4차 중동전쟁의 여파로 시작된 1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은 산업 시설이다. 1976년부터 1978년까지 석유탱크 5기가 들어섰다. 당시 탱크는 매봉산 사면을 파서 만들었고, 숲으로 가려져 무슨 시설인지 몰랐다.

1급 보안 시설로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었다. 아파트 5층 높이로 둘레 15~38m나 되는 탱크 5기에 휘발유, 경유, 등유 등 6907만ℓ를 저장했다고 한다. 이는 서울 시민이 한 달간 사용할 양이자, 자동차 400만대가 주유할 양이라고 한다.

2000년 12월, 마포석유비축기지는 폐쇄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가 결정됨에 따라 서울월드컵경기장 500m 이내에 있는 위험 시설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마포석유비축기지는 폐쇄된 후에도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었다.

베일에 싸인 이곳은 2013년, 서울시가 버려진 시설 부지를 활용하고자 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래 시설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자원 재활용 방식으로 2017년, 드디어 시민에게 선보였다. 도심 속 생태 문화 공간 ‘문화비축기지’다.

다양한 볼거리

입구 안내동에서 리플릿 하나 들고 여유롭게 둘러보자. 문화비축기지는 T0부터 T6까지 7개 공간으로 나뉜다. T0(문화마당) 오른쪽은 시설물에 각종 설비를 지원·관리하는 설비동이다. 석유를 탱크로 보내는 역할을 하던 가압펌프장과 화재에 대비해 만든 소화액저장실이 있다.


가압펌프장은 스티븐 퓨지 작가의 ‘용의 노래’ 벽화가 그려진 ‘아트 스페이스 용궁’이 됐고, 소화액저장실은 휴식 공간이자 탱크와 이어지는 통로다.

탱크 가운데 가장 먼저 만나는 T5(이야기관)는 미디어 전시를 하는 영상미디어실과 마포석유비축기지의 역사를 담은 전시실로 나뉜다. 당시 직원들은 난지도쓰레기매립장의 악취, 1급 보안 시설에 발화점이 높아 정전기까지 신경 써야 하는 휘발유 탱크 점검 등 최악의 환경에서 근무해야 했다. 탱크 안팎, 콘크리트 옹벽, 매봉산 암반과 절개지 등 마포석유비축기지의 환경과 구조도 T5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T4(복합문화공간)는 탱크 내부를 그대로 살렸으며, 공연과 전시 등이 열린다. 철판으로 이어진 원형 탱크에는 무게를 분산하는 철제 기둥과 천장 중심에서 우산살처럼 뻗어 나간 소화액관이 인상적이다. 천장 한쪽에 구멍이 있는데, 여기로 유일하게 빛이 스며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유량을 계측하는 구멍으로, 탱크 외벽을 따라 가파르게 이어진 철제 계단에 올라가 구멍에 줄자를 넣어 유량을 쟀다고 한다.

콘크리트 옹벽과 탱크 사이로 난 길을 한 바퀴 걸어볼 수도 있다. 콘크리트 옹벽 틈으로 자라는 오동나무가 신비롭다. 당시 탱크에 위해를 가할 수 있어 제거했을 테니, 석유비축기지가 폐쇄된 후 자란 게 아닌가 싶다. 탱크 외벽을 따라 이어진 빨간색 소화액관, 탱크에 오르는 철제 계단, 유량 계측기 등이 남아 있다.

비상사태 대비 위해 지은 산업 시설
도심 속 생태 문화 공간으로 재활용

T3(탱크원형)는 석유비축기지 당시 탱크 원형을 보존한 곳으로, 탱크 시설에 오르는 언덕도 남았다. 탱크에 오르는 계단석은 다른 탱크 작업할 때 나온 암반을 가공해 만들었다. 녹슨 철판을 입은 탱크와 탱크 지붕에 오르는 철제 계단, 탱크를 둘러싸는 콘크리트 방유제까지 원래 모습 그대로다.


현재 일부만 볼 수 있어 아쉽다. 탱크 원형이 그대로 남은 T3를 비롯해 마포석유비축기지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고, 현재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T3가 원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면, T1(파빌리온)과 T2(공연장)는 새롭게 재탄생한 공간이다. T1은 탱크를 해체하고 벽과 지붕을 유리로 바꿨다. 매봉산 암반이 한눈에 들어오고, 계절과 날씨에 따라 내부 분위기가 바뀐다. T2는 야외무대와 공연장으로 쓰인다.

얕은 경사를 따라 오르면 탱크 상부 야외무대다. 공연하면 야외무대 앞뒤에 있는 매봉산 암벽과 콘크리트 방유제가 소리의 울림을 묵직하게 만든다. 탱크 하부에 실내 공연장도 마련했다.

T6(커뮤니티센터)는 문화비축기지 중심에 있고, 규모도 가장 크다. T1과 T2를 해체할 때 나온 철판으로 내·외부를 꾸몄다. T1의 철판은 내장재로, T2의 철판은 외관으로 쓰였다. 둥그스름한 경사로를 따라 2층에 오르면 동그란 하늘을 만나는 ‘옥상마루’, 조용히 책 읽기 좋은 생태 도서관 ‘에코라운지’가 있다.

1층은 다양한 음료를 내는 카페 ‘Tank6’로 운영 중이다. 문화비축기지 실내 공간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야외 공원은 상시 개방한다.

지난 5월에 문을 연 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는 실내·외 암벽 등반장, 카페, 히말라야 14좌 모형과 연대별 해외 등반 역사를 관람할 수 있는 상설 전시실, 산악인 고(故) 박영석 대장의 유품을 보여주는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된다. 암벽 등반을 즐기는 어드벤처 체험이 가장 인기다.

‘하늘 오르기’는 최대 7m까지 높아지는 11개 기둥을 차례로 오른 뒤 하강하는 체험이다. ‘이벤트 클라이밍’은 높이 12m에 난도가 다른 3개 코스(백두산, 한라산, 설악산) 가운데 선택해 오른 뒤 종을 치고 내려온다.

2016년에 조성된 경의선숲길은 마포구에서 용산구까지 이어지는 선형 공원으로, 마포구를 대표하는 걷기 길이다. 2009년 서울역-문산역 구간에 광역전철이 개통하면서 지상에 남은 철길 구간(6.3km)을 공원으로 만들었다.

그중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연남동 구간과 와우교 구간(홍대 앞 와우교-서강대역)이 눈에 띈다. 와우교 구간에는 기차가 지날 때마다 건널목 차단기가 내는 소리에 따라 이름 붙인 ‘땡땡거리’, 다양한 책을 전시·판매하는 책방 부스가 이어지는 ‘경의선책거리’가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다.

경의선숲길

양화대교 인근에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도 가볼 만하다. 조선 말 역사에 오르내리는 외국인들이 잠든 곳이다. 배재학당을 세운 아펜젤러, 결핵 퇴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크리스마스실을 만든 셔우드 홀, 대한매일신보를 발간한 어니스트 베델, 한국의 국권 회복과 독립운동에 앞장선 호머 헐버트 등이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을 위해 의료와 교육에 헌신한 이들의 묘지를 경건한 마음으로 돌아보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경의선숲길→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문화비축기지→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경의선숲길→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망원정→서울함공원
둘째 날: 문화비축기지→서울에너지드림센터→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하늘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마포문화관광 www.mapo.go.kr/site/culture/home
- 문화비축기지 http://parks.seoul.go.kr/template/sub/culturetank.do
- 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 www.seoulmccenter.or.kr
- 경의선숲길 https://parks.seoul.go.kr/template/sub/gyeongui.do
-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www.yanghwajin.net/v2/index.html  

문의 전화
- 마포구청 관광기획팀 02)3153-8655
- 문화비축기지 02)376-8410
- 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 02)306-8848
- 경의선숲길(서울특별시서부공원녹지사업소 경의선숲길공원 커뮤니티센터) 02)719-8830
-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02)332-9174

대중교통
[지하철] 수도권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서 국도1호선(월드컵로) 따라 월드컵경기장교차로까지 직진, 교차로 건너 오른쪽 길 약 150m.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강변북로 방면: 강변북로 월드컵경기장교차로 방면 우측→월드컵경기장교차로 지나 약 300m→우측 도로→유턴, 약 300m→문화비축기지
올림픽대로 방면: 올림픽대로에서 월드컵대교 지나 월드컵경기장교차로 방면 직진→월드컵경기장교차로 지나 약 300m→우측 도로→유턴, 약 300m→문화비축기지

숙박 정보
- 스탠포드호텔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58길, 02)6016-0001, www.stanfordseoul.com/intro/hotel
- L7호텔 홍대: 마포구 양화로, 02)2289-1000, www.lottehotel.com/hongdae-l7/ko.html
- 아만티호텔 서울 : 마포구 월드컵북로, 02)334-3111, www.hotelamanti.com


식당 정보
- 외양간(갈비살): 마포구 성미산로, 02)334-7942
- 고래국수(멸치국수): 마포구 양화로18안길, 02)3144-3113
- 소금집델리 망원(잠봉뵈르샌드위치): 마포구 월드컵로19길, 02)336-2617

주변 볼거리
한국영상자료원, 난지한강공원, 홍대걷고싶은거리, 망리단길,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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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