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민주당 조국 딜레마

버릴 수도… 안을 수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쇄신안 발표를 앞둔 사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이 출간됐다. 시선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입으로 쏠렸다. 4·7 재보선 참패와 여당 지지율 감소의 도화선이 됐던 조 전 장관을 얼마나, 어떻게 언급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례 없는 하락세를 겪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2017 대선과 2018 지방선거, 2020 총선에서 모두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올해 재보선 참패 이후 좀처럼 반등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활로 모색

야당에서는 괄목한만한 변화가 관측됐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준석 돌풍’으로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 보수정당 대표에 30대 정치인이 선출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민주당으로서는 진보정당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음’과 ‘청년’이라는 키워드를 선점당한 셈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서둘러 쇄신안 발표에 나섰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취임 직후 민생에 초점을 맞추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 행사’를 기획했다. 그동안 민주당 안팎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을 혁신과 쇄신으로 봉합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는 사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출간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 과정에서 다하지 못했던 조 전 장관의 반박이 주를 이뤘다. 시기가 공교로웠다.

조국 사태는 민주당 재보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면면을 살펴보면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의 징계와 탈당, 친 조국 공천 논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갈등, 민주당 소신파 의원들을 향한 문자 폭탄 논란 등이 차례로 이어졌다.

해당 과정 속에서 민주당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지지율 하락 국면 쇄신안 돌파 계획
조국 회고록 등장 난감해진 지도부

물론 민주당에서도 조국 사태에 따른 지도부 차원의 사과는 있었다. 지난 2019년 10월 민주당 이해찬 당시 대표는 “검찰개혁이란 대의에 집중하다 보니,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마침표를 찍지 못했고, 민주당 내에서도 대립 구도가 형성되면서 송영길 지도부로 공이 넘어갔다. 동시에 조 전 장관의 회고록이 출간되면서 조국 사태에 대한 민주당의 최종 입장을 확인해볼 수 있게 됐다.

송 대표는 지난 2일 대국민 보고행사를 통해 조 전 장관과 관련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반면 정치권 안팎에선 ‘톤 다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왜일까.


송 대표는 조 전 장관과 관련된 법률적 문제는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수사 기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검찰 가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조국의 시간>은 일부 언론이 검찰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쓰기한 것에 대한 반론 요지서라고 이해한다”고 밝혔다.

반성은 그 다음이었다. 송 대표는 조 전 장관을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자녀 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 “우리 스스로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들이 과연 자기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 정부 여당 지지율이 줄어든 요인이었던 조 전 장관과 완전한 거리두기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정치권에서는 송 대표가 당내 계파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앞서 조 전 장관의 회고록이 발간되자 민주당 지도부에서 조국 사태를 사과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사과해야 한다’와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반성한다면서도 강도 조절
당내 갈등 봉합이냐 심화냐

친 조국 인사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지난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이 재판받는 사건이 공무원 시절에 저질렀던 권력형 비리가 아닌 과거 10여년 전 민간인 시절에 벌였던 일”이라며 “당이 대신 나서서 사과한다는 것 자체가 주체로서 적절하냐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 조국 인사인 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 역시 이튿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 전 장관에 대한 송 대표의 입장 표명 가능성을 두고 “어떤 식으로든 입장 발표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부분은 민주당이 사과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 사건을 자꾸 그렇게 몰아갈 게 아니라 윤 전 총장이 자신의 대권을 위해서 정치적인 야욕을 위해서 자기 상급자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은 사건이고 검찰권 남용의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소신파들의 입장은 달랐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2일 ‘사과는 필요없다’는 주장에 대해 “(조 전 장관은)정부 여당이 추천했던 장관 후보자고 우리 청와대에서 수석을 맡은 주요한 역할을 했던 분”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조응천 의원 역시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재궐선 패배의 원인을 돌아보며 민심을 경청하는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는 중에 하필 선거 패배의 주요한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분이 저서를 발간하는 것은 우리 당으로서는 참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사전 차단?

정치권 관계자는 “송 대표 입장에서 보면, 조 전 장관을 언급해야 하면서도 당내 갈등 가능성을 차단해야 했다”며 “대선을 앞두고 조국 논란이 계속된다면 마땅한 해법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고질적인 ‘친문(친 문재인)’과 ‘비문(비 문재인)’ 계파 갈등이 대선 경선 연기론 등으로 번진 와중에 조국 사태를 두고 다시 갈라진다면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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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