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파헤친다" 가상자산 칼 대는 국세청 표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07 13:39:50
  • 호수 1326호
  • 댓글 0개

보이지 않는 돈 끝까지 쫓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가상화폐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어떤 이에게 가상화폐는 취미이자 재테크 수단이다. 가상화폐로 인한 부작용이 늘어나면서 국세청은 가상자산 관련 TF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열풍이 식은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상화폐는 관련 책 출간을 비롯해 유튜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가상화폐에 빠진 직장인이 늘었다. 

늘어나는 
범죄 악용

가상화폐는 말 그대로 ‘가상’의 화폐로 눈에 보이지 않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렇다 보니 가상자산은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충분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가상화폐와 관련된 범죄 피해액은 수천억원대다. 가상자산 관련 범죄 피해 금액(추정치)은 2017년 4674억원, 2018년 1693억원, 2019년 7638억원, 지난해 2136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올해만 해도 지난 1~4월까지 가상화폐 관련 피해액은 942억원이다. 하지만 최근 경찰이 수조원에 달하는 가상화폐 사건을 수사하고 있어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관련 범죄 건수도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41건(126명)이었던 가상자산 관련 범죄 단속 건수는 지난해 333건(560명)으로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가상화폐 관련 범죄에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그동안 가상화폐와 관련이 있는 6개 정부 부처가 피해 사례에 대해 한 번도 조사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손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1년으로 기간을 좁혀도 가상화폐는 각종 범죄에 악용됐다. 지난 1년간 마약사범 가운데 20%가 가상화폐로 마약을 판매하는 등 가상화폐가 마약, 탈세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됐다. 특히 가상화폐 시장을 주도한 20·30대가 관련 범죄에도 함께 연루되고 있다. 

코인 부작용↑ 1월 TF 신설
신종탈세유형·과세정보 수집 

지난 1일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국내에서 대마를 재배하거나 외국에서 마약류를 밀반입한 뒤 다크웹(일반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 없는 웹사이트)과 가상화폐로 유통·판매한 49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가상화폐를 송금해 마약류를 매수·투약한 472명도 적발했다.

경찰은 지난 5월까지 약 1년간 수사해 총 521명을 검거했다. 다크웹·가상화폐를 이용한 마약 사범은 같은 기간(2020년 5월~2021년 4월) 서울청이 검거한 전체 마약 사범(2658명) 중 19.6%에 해당됐다. 전체 마약 사범 5명 중 1명이 가상화폐로 마약을 사거나 팔았다는 의미다.


이번에 검거된 마약사범 수법은 이른바 가상화폐 세탁을 통해 마약 대금을 현금화한 것이다. 대개 마약 구매자가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판매자의 텔레그램 아이디 등을 검색한 뒤 채팅을 신청해 흥정한다.

구매자가 거래를 결정하면 대금 지급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통해 진행된다. 판매자는 지정한 코인 지갑에 송금됐는지를 확인하고 구매자가 가져갈 수 있는 곳에 마약을 던진다.

판매자는 이후 최초에 어떤 사람에게 가상화폐를 받았는지 파악하기 어렵게 이른바 ‘코인 믹싱(세탁)’ 작업을 한 뒤 이를 현금화한다. 코인 믹싱은 코인이 지갑 A에서 지갑 B로 이동할 때 고유번호가 바뀐다는 점을 이용한 ‘가상화폐 세탁’ 작업이다.

비트코인을 예로 들면 1비트코인을 다양한 비율로 쪼개 수차례 다른 지갑으로 입금한 뒤 마지막으로 인출용 지갑에 모으는 방식이다. 지갑 이동 횟수만큼 고유번호가 바뀌어 이동 횟수가 늘어날수록 가장 처음의 고유번호를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마약 판매자들은 본인이 직접 믹싱 작업을 하지 않고 이를 대행해주는 업체를 주로 이용한다. 가상화폐는 마약 판매 수단으로뿐만 아니라 탈세에까지 사용되기도 했다.

불법행위
집중단속

국세청은 지난달 25일 치과의사 A씨가 고가의 비보험 현금 매출을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이를 숨기기 위해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실을 적발했다. A씨가 가상화폐에 투자한 돈은 수십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구입한 뒤 유학 중인 자녀에게 송금하는 방식으로 유학자금을 사용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가상화폐와 관련된 범죄가 늘자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1월, 서울청장 직할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에 가상자산TF를 신설했다. TF는 가상자산 연구·검증, 과세 정보 수집 등 과세를 위한 준비하고 있다.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은 신종 탈세 유형, 사이버거래 자료, 탈세 금융정보, 국제거래 관련 자료의 수집·분석 업무 등을 하고 있다.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은 최신 탈세 기법을 분석하고 그 추적 방안을 연구하는 조직으로 서울지방국세청에만 있는 기구다. 신종 탈세 유형, 사이버거래 관련 자료, 탈세 관련 금융정보, 국제거래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은 재계 저승사자로 유명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만큼이나 전국에서 영향력을 갖는 조직이다.  

이미 가상화폐를 이용한 신종 탈세 방법도 적발한 바 있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지난 1월 “코로나19로 반사적 이익을 누리면서도 정당한 납세의무를 회피하는 경우는 공정성 관점에서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관련 조직 운영은 지난 3월 가상자산에 재산을 은닉한 고액 체납자 2416명을 적발해 정부 부처 최초로 약 366억원을 강제징수한 사실을 공개하며 암시됐다. 당시 국세청은 재산 은닉행위에 대해 새로운 기획분석을 추진하고, 외부기관 자료수집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징수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담당 조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국세청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조세 회피 사례도 지난 3월 이후 거의 매달마다 소개해왔다. 서울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등 호화생활 중인 C씨는 체납액 27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수입 금액을 가상자산으로 39억원가량 은닉했다가 현금 징수를 당했다.

내년부터
과세 적용

정부는 오는 사업자 신고유예 기간 도중 불법행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6월까지로 예정된 ‘범부처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9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기간에는 불법 다단계, 사기, 유사수신, 해킹, 피싱·스미싱 등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가상자산 거래로 이익을 거뒀다면 내년부터 세금을 내야 한다. 과세를 유예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왔으나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상화폐 관리·감독은 금융위원회가 담당하고,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산업 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기로 했다.


가상자산은 그동안 사업자 관리·감독 및 제도 개선 등을 담당할 주무부처가 명확하지 않았다. 앞으로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맡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관련 기구와 인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가상자산과 관련한 불법 행위가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해 국무조정실에서 가상자산 관계부처 태스크포스(이하 TF)를 운영하고, TF에 국세청과 관세청을 추가하기로 했다.

정부는 불법 행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거래 투명성은 높이면서도 블록체인 기술발전 및 산업육성은 계속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 부처로서 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는 예정대로 내년 소득분부터 적용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과 소득 간 형평성, 해외 주요국 과세 동향 등을 고려했다고 국조실은 설명했다.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0% 세율로 분리과세(기본 공제 금액 250만원)를 하게 되며, 2023년 5월부터 종합소득세 신고 때 첫 납부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1000만원 수익이 발생할 경우 기본 공제액 250만원을 뺀 750만원에 대해 20%인 150만원을 세금으로 걷는다.

1000만원 벌면 150만원 세금
“주식보다 더 많다” 비판도

과세 시 1년간 여러 가상자산에서 낸 소득과 손실을 합산해 세금을 매기는 손익 통산을 적용하지만 이월공제는 적용치 않는다. 국세청은 거래소와 실시간 협업으로 개인별 거래자료를 파악하고 과세 대상자를 걸러내는 ‘가상자산 관리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오는 2023년부터 주식이나 채권 거래를 통한 양도차익은 ‘금융투자소득세’를 적용한다. 금융투자소득세는 5000만원까지 공제한 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린다.

일각에서는 주식보다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과 소득간 형평성, 주요국 과세 동향을 고려한 것 조치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상자산 과세 논란과 관련해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들에서는 조세 형평성상 과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투자 광풍이 불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선 “리스크가 큰 자산으로, 막대한 손실이 생길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과세와 관련해 국세청 직원들은 가상화폐 공부에 돌입했다. 국세청 직원 50명은 6월부터 7월까지 가상화폐 집중 교육을 받는다.

국세청은 6월 중 ‘암호 화폐 이해와 활용, 세무’ 위탁 교육 과정을 개설하기로 하고, 최근 조달청 용역 입찰 시스템인 나라장터에 교육과정 수행 업체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국세청 가상화폐 교육은 직원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조사국은 조사 요원 전문성 강화를 위해 매년 15개 정도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데, 올해 초 직원들에게 교육 수요를 조사했더니 가상자산 교육을 받고 싶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

국세청은 본청과 지방청, 세무서에서 가상자산 분야를 주로 맡을 직원들을 선발해 온라인 수업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해당 분야의 수요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지식을 오래 가용할 수 있는 30·40대 젊은 직원들 위주로 교육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조사요원
공부 열풍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가상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를 1년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선이 열리는 내년부터 가상자산으로 인한 소득에 과세하겠다는 문재인정부 기조와 다른 입장이다. 이어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데 1년 때문에 젊은이에게 상실감이나 억울함을 줄 필요가 있나 싶다”고 우려했다. 이 지사는 “양도차익에 과세를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