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작’ 직장인 웹소설 창작 열풍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4.19 13:36:17
  • 호수 1319호
  • 댓글 0개

“하나만 뜨면 로또 안 부럽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과거 작가는 배고픈 직업 중 하나였다. 최근 웹소설 작가는 작품 하나만 뜨면 큰 돈을 벌게 됐다. 실제로 지하철에서 종이책 대신 휴대폰으로 웹소설을 보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웹소설 한편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면서 웹소설 작가로 도전하는 직장인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하 김부장)’.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끈 웹소설 제목이다. 이 소설은 온라인서 입소문을 타면서 알려지고 있는데 회사원이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겪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또 직장인들의 고충과 애환을 담아내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자아냈다.

조회 10만 훌쩍

이 소설은 22편까지 연재돼 한 달 만에 무려 170만명이 읽었다(지난 13일 기준). 소설을 쓴 송씨는 광고 수익으로 93만원을 벌었으며, 출판사·영화제작사와 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이한 점은 송씨가 웹소설 플랫폼이 아닌 블로그에 글을 썼다는 것이다.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 밟는 코스가 아닌 네이버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이 인터넷 카페,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돼 조회 수가 가파르게 올라갔다. 

3년 전 김부장과는 비슷한 사례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웹소설이 있다. 여타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오피스누나’다. 인터넷 커뮤니티 엠엘비파크(MLBPARK) 사이트에 게시된 이 글은 다른 대형 커뮤니티까지 알려지면서 최종회 조회 수 10만을 훌쩍 넘었다.


‘오피스누나’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평정하자 네이버 오디오북, 웹툰까지 진출하면서 재조명됐다. 이 작품도 회사에서 벌어진 애틋한 사랑이야기다. 작가는 미국에서 살고 있음을 밝히며 오전(한국시각)마다 글을 올렸다. 

‘서울 자가에 다니는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오피스누나’ 등 엄청난 조회 수를 자랑하는 이 두 편의 공통점은 현실성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험했을 법한 일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독자가 글속으로 빠져들었다. 

‘오피스누나’를 쓴 팔메이로 작가는 과거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최대한 담아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성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인위적이지 않아 독자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스타작가 알고 보니 회사원
히트작 인기 요인 ‘현실성’

이처럼 직장인이 쓴 소설이 웹상에서 주목받고 있다. 카페, 커뮤니티, 블로그 등 글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 영향과 함께 글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웹소설 지망생이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웹툰·웹소설 아마추어 창작자가 70만명으로 전년(58만명)보다 21%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거 소설작가로 등단하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공모전에서 수상을 해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요새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참신한 ‘글빨’만 있다면 웹소설 시장에서 수억원대 수익을 올리며 작가로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두꺼운 종이책 대신 스마트폰으로 웹소설을 보는 사람이 많아졌고, 누구나 재미있는 소재와 이야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연재할 수 있기 때문에 부업으로 웹소설 시장에 뛰어드는 직장인 관심이 매우 뜨겁다.


특히 상당수 웹소설 스타 작가가 본래 직장을 다니며 틈틈이 글을 써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제2의 스타작가’를 꿈꾸는 직장인의 도전도 늘고 있다. 당장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쿠팡파트너스는 쿠팡에서 판매하는 상품 홍보글을 본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블로그에 올리고 판매가 이뤄지면 수수료 3%를 받는 형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신인 작가 발굴을 위한 무료 웹소설 연재 사이트인 ‘카카오페이지 스테이지(STAGE, 가칭)’를 선보인다. 해당 공간은 아마추어 창작자를 위한 자유 연재 무대이자, 데뷔 기회가 주어지는 플랫폼이다. 

신인, 기성작가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든 연재가 가능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0년 발표한 ‘웹소설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웹소설 시장은 2014년 약 200억원 규모에서 2018년에는 4000억원대로 약 2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낮엔 회사원 밤엔 작가로 ‘투잡’
수천억 시장…황금 알바로 각광

웹소설 독자가 1020세대라고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특정 웹소설 플랫폼에서는 4050세대가 결제율이 훨신 높다. 과거 만화나 책 대여점에서 300원~500원 주고 빌려보던 향수를 자극해 최근에는 편당으로 결제하는 게 익숙해진 영향도 있다.

또 4050여성 사이에서 19금 로맨스 분야가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 성별, 연령에 따라 찾는 장르가 다 다르면서 전체 웹소설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큰 공을 거둔 웹소설도 속속 등장했다. 2019년 국내외 누적매출액 300억원을 기록한 카카오페이지의 ‘나 혼자만 레벨업’, 100억원을 넘긴 ‘닥터 최태수’ ‘템빨’이 있다.

2018년 tvN 드라마로 방영된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IP 확장에 성공한 사례다. 원작 웹소설과 웹툰은 누적 총합 800만명 이상이 열람했다. 이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150억원 이상 수익을 거뒀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IP 확장은 장르 간 시너지를 일으키며 콘텐츠의 가치를 높인다. 

웹소설 시장이 성장세지만 독자 확대와 인식 제고는 시장 확대를 위해 풀어야할 숙제다. 카카오페이지 측은 독자 확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과 홍보 방안을 고민 중이며 새로운 장르 발굴, 2차 저작물 확대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네이버웹툰은 2019년부터 웹소설·웹툰 공모전을 진행해 신인 작가 발굴에 적극적이다.

직장인이 우려하는 경우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웹소설의 겸업 여부다. 회사마다 규정이 다를 수 있지만 사기업은 웹소설 겸업이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숨기려 해도 매해 다가오는 연말정산에서 수입이 드러나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는 편이 낫다.


커지는 시장

이융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웹소설 시장에 대해 ”무엇보다 속도감 있게 창작되고 소비되는, 폭넓은 (독자)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문화시장“이라며 ”웹소설 공모전 기간에 4000여종의 작품이 올라올 정도로 다종, 다량의 작품이 창작 중이고, 작품 역시 꾸준히 성숙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웹소설이) 10년 역사에 불과해 웹소설에 대한 사회인식은 제고될 필요가 있다”며 “(발전 방향을 위한)정책 논의도 웹콘텐츠와 웹문화에 맞춰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