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아이 전용’ 사립초교의 비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07 14: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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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패밀리만 받는 ‘그들만의 철옹성’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어떤 학부모는 ‘로망’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는 재벌가나 유력 정치인의 손자손녀,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나열했다. 소위 ‘부잣집 아이들’만 모인다는 사립초등학교를 두고 하는 소리다. 남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며 일찌감치 부자인맥을 쌓는다는 이곳. 이른바 ‘끼리끼리 법칙’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립초등학교의 화려한 계보를 들여다봤다.


무상으로 다니는 공립초등학교와 달리, 비싼 학비를 부담하고 다니는 사립초등학교. 취학 연령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 “우리 아이도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볼까?”라는 생각을 한다.

어느 학교는 수학과 과학을 영어로 수업한다더라, 어느 학교는 전교생이 체육시간에 골프를 배운다더라 하는 식의 소문이라도 들려오면 ‘우리 아이 첫 학교인데’ 하는 생각에 솔깃해진다. 거기에 유명인들의 자녀가 다니고 있다고 하면 믿음은 더욱 확고해진다.

그러나 ‘1%를 위한’ 초등교육기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사립초등학교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재력이 있는 집안 자녀들만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소리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재용 아들 다니는
‘영훈초등학교’

서울 최고의 명문사립으로 꼽히는 영훈초등학교는 영어 교육에 관심 있는 엄마들에겐 ‘꿈의 학교’라 불린다. 매년 사립초등학교 경쟁률에서 1, 2위를 다툰다. 특히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로 더 유명하다.

출신들도 화려하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현 선진통일당) 대표의 손녀와 두산 그룹 손자들, 그리고 유정현 전 한나라당(현새누리당) 의원의 딸과 차인표·신애라 부부의 아들 등 정·재계와 연예계 유력 인사의 자녀들이 이 학교를 거쳐 갔다. 이밖에도 유명 방송인, 중견기업인들의 자녀가 상당수 이 학교에 재학 중이다.


강북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16대의 셔틀버스 중 8대가 강남으로 다닐 만큼 부유층 자제들이 포진해 있다.

학교 보안도 철저하다. 빼곡한 CCTV는 기본이고 출입카드를 받지 못하면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교시간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인근을 가득 메우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하고, 운동장 한켠에 있는 학부모 대기실엔 아이를 마중 나온 학부모들로 가득차기도 한다. 

초등학교지만 교육비는 만만치 않다. 영훈초등학교의 수업료는 2011학년도 1/4분기 기준 170여 만원이다. 입학금 100만 원은 별도납부다.

연간 4회의 수업료에 특기·적성비, 스쿨버스비, 급식비, 교재비 등이 추가되면 1년 교육비는 거의 1000만원을 육박한다. 웬만한 대학교 1년 등록금과 맞먹는 액수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이 영훈을 고집하는 이유는 탁월한 영어교육 수준 때문이다. 1998년부터 이미 ‘영어이멀전교육(한국어와 영어로 이중 언어 교육)’을 실시할 정도로 영어교육에 대한 역사가 깊다.

한국인 담임, 원어민 부담임, 한국인 부담임을 두고 한국의 교과 과정을 영어로 지도하는 이중 언어 교육을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어 영어를 생활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사 중 대부분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한 고급인력이다.

‘기막힌’최상류층 1% 위한 귀족학교 훔쳐보니
6년간 학비 약 6000만원, 이중언어 교육 특화


학부모들은 이 외에도 아이들에게 전인교육을 시키고, 독서왕 선발만 할 뿐 성적 위주로 따로 등수를 매기지 않는 점, 1인 1예능 교육을 시키는 점 등을 영훈의 장점으로 꼽는다.

방과 후 예능 교육 등으로 저학년이라고 해도 일찍 끝나지 않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들이 믿고 자녀를 맡기기에도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또 아이들이 교실이나 복도에서 뛰지 않도록 가르치고 천천히 줄을 서서 기다리는 ‘룰’을 몸에 익히게 하는 것도 좋은 점으로 꼽는다.

엄친아 학교로 유명
숭의·계성 초등학교

서울 중구 예장동의 사립학교인 숭의초등학교는 일명 엄친아 학교로 유명하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아들, 영화배우 차승원의 딸,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배우 김희애의 아들, 고 최진실과 조성민의 딸과 아들이 다니거나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빅뱅의 멤버 권지용도 이 학교 출신이다.

이처럼 많은 유명인들이 2세의 학교로 숭의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독교 학교로 신앙을 통해 인성 교육을 제대로 시킨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원어민 교사와 함께 수준별로 영어 수업을 실시하고 방학 중에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며, 6학년에는 중국어 수업을 실시해 따로 외국어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1인 1악기 예능 교육 실시, 수영과 스키 등 다양한 체육 활동, 거기다 인성 함양을 위한 서예 교육까지 이뤄져 많은 학부모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강남권 유일의 사립 초등학교로 유명한 계성초등학교는 사립초등학교 경쟁률에서 매년 영훈초와 1,2위를 다투는 곳이다. 이곳에는 윤세영 SBS 명예회장의 손자와 손녀, 신승남 전 검찰총장 손녀, 배우 박상원의 아들과 딸 등이 다녔거나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 계열의 계성초교 역시 특히 인성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곳으로 유명하다. 체험학습을 통한 산 교육을 강조해 학생들은 경기도에 있는 학교 수련장에서 연간 3회 이상의 다양한 체험 활동과 체력 단련 프로그램을 받는다. 특히 기초 학력이 떨어지는 부진아를 책임 지도하는 시스템이 도입돼 학습 결손을 방지하고 있으며, 1인 1악기 갖기 운동을 하고 있다.

학부모의 참여도를 높이는 프로그램도 많다. 매년 2회 이상 공개 수업을 하고 4회의 시범 수업을 개최하고 있어 이곳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열혈 학부모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두 학교 모두 입학금이나 수업료 등은 동일한 수준이다. 연간 학비를 추산해 보자면 약 800만∼1200만원 정도다.

톱스타가 선택한
세종·경기 초등학교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 위치한 세종초등학교는 유명 연예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 차인표와 신애라 딸, 윤도현 딸, 이재룡과 유호정 부부의 딸 등 연예인 자녀들이 대거입학하면서 시상식 레드카펫을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연예인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세종초등학교는 영어, 수학중심의 교육 뿐 아니라 다양한 예체능 교육으로 사랑받고 있다. 승마장, 골프장, 리듬체조 연습실 등 최고급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과학영재학급이나 오케스트라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아이 교육에 관심 많은 건 일반 학부모나 연예인 학부모나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연예인들은 일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세심하게 아이를 돌볼 수 없어 초등학교 선택에 많은 신중을 기하는 편”이라며 “학부모 역할에 있어서만큼 연예인이라는 신분은 어떤 특별함도 없지만, 돈과는 상관없이 좀 더 나은 교육환경과 시설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승마장, 골프장, 수영장 등 최고급 체육시설 갖춰
초등학생부터 계층 울타리…상대적 박탈감에 한숨

역대 대통령의 자녀들이 많이 다닌 곳으로 유명한 경기초등학교 역시 연예인, 전문직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만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씨 등이 이곳 출신이다. 또 삼성가(家) 자제들이 많이 거쳐 간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정유경 신세계그룹 부사장 모두 이 학교를 거쳤다. 이 밖에 최불암, 김창숙, 김혜자, 이홍렬, 조재현, 이혜숙 등 많은 연예인들의 자녀도 이곳 출신이다.

경기초교는 학생들을 15명 이하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공부하는 ‘협력수업’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학년의 선생님들끼리, 혹은 예체능 교과 선생님들끼리 그룹별로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하기 때문에 수업의 질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또 영어 교육과 함께 1학년부터 전 학년이 생활 중국어 수업을 하는 등 일주일에 두 시간씩 중국어 수업도 받는다. 입학할 때부터 현악기 교육을 시작해 학년 진학에 따라 더욱 많은 악기와 다양한 음악교육을 배울 수 있는 ‘1인 1악기 음악 특활’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도

이곳의 장점으로 꼽힌다. 다양한 활동만큼이나 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해 학부모가 관리해야 할 몫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서민학부모에게는
‘그림의 떡’

그렇다면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들이 사립초교를 선호하고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재계 유명인들이 선택한 곳이라서? 남들보다 좋은 교육환경에서 받는 귀족교육이라서? 혹자는 오히려 사립초교가 촌지비용이나 사교육 등으로 드는 비용을 절감 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무리를 해서 자녀를 사립초교에 보냈던 한 학부모가 털어놓은 현실은 많이 달랐다.

직장인 김모(38·여)씨는 “입학 전부터 재벌가 자녀도 많고 연예인 자녀도 많고, 엄마들 치맛바람도 대단하다고해서 겁을 먹었었는데 그것보다 힘든 것은 그 학교의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또 엄청난 사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예전에는 사립초교가 정규공부를 너무 안 시켜서 사교육을 했다고 하는데, 최근엔 사교육을 안 하면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으니 사교육을 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어릴 때부터 특권층들의 인맥을 쌓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사립초의 장점이지만 아빠들 면면이 정말 장난이 아니라 내 아이가 그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많았다”며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을 절실히 깨달았다. 교육환경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엄마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사립초등학교로 쏠리는 학부모들의 관심에 우려를 표명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사회 권력층들이 자녀들을 사립초등학교에 보내 인맥을 형성하고 사회의 양극화나 계층의 대물림을 만들어간다”며 “다른 것도 아닌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서부터 계층간 울타리가 쳐지는 것을 보면서 많은 학부모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을 단순히 학부모들의 일그러진 교육열이라고 치부할 순 없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뜨거운 열정만큼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모의 지시와 각본에 따라 교육의 수레바퀴에 끼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아이들. “남들보다 빠르다”며 미소를 띨 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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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