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아이 전용’ 사립초교의 비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07 14: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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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패밀리만 받는 ‘그들만의 철옹성’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어떤 학부모는 ‘로망’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는 재벌가나 유력 정치인의 손자손녀,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나열했다. 소위 ‘부잣집 아이들’만 모인다는 사립초등학교를 두고 하는 소리다. 남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며 일찌감치 부자인맥을 쌓는다는 이곳. 이른바 ‘끼리끼리 법칙’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립초등학교의 화려한 계보를 들여다봤다.


무상으로 다니는 공립초등학교와 달리, 비싼 학비를 부담하고 다니는 사립초등학교. 취학 연령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 “우리 아이도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볼까?”라는 생각을 한다.

어느 학교는 수학과 과학을 영어로 수업한다더라, 어느 학교는 전교생이 체육시간에 골프를 배운다더라 하는 식의 소문이라도 들려오면 ‘우리 아이 첫 학교인데’ 하는 생각에 솔깃해진다. 거기에 유명인들의 자녀가 다니고 있다고 하면 믿음은 더욱 확고해진다.

그러나 ‘1%를 위한’ 초등교육기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사립초등학교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재력이 있는 집안 자녀들만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소리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재용 아들 다니는
‘영훈초등학교’

서울 최고의 명문사립으로 꼽히는 영훈초등학교는 영어 교육에 관심 있는 엄마들에겐 ‘꿈의 학교’라 불린다. 매년 사립초등학교 경쟁률에서 1, 2위를 다툰다. 특히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로 더 유명하다.

출신들도 화려하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현 선진통일당) 대표의 손녀와 두산 그룹 손자들, 그리고 유정현 전 한나라당(현새누리당) 의원의 딸과 차인표·신애라 부부의 아들 등 정·재계와 연예계 유력 인사의 자녀들이 이 학교를 거쳐 갔다. 이밖에도 유명 방송인, 중견기업인들의 자녀가 상당수 이 학교에 재학 중이다.


강북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16대의 셔틀버스 중 8대가 강남으로 다닐 만큼 부유층 자제들이 포진해 있다.

학교 보안도 철저하다. 빼곡한 CCTV는 기본이고 출입카드를 받지 못하면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교시간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인근을 가득 메우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하고, 운동장 한켠에 있는 학부모 대기실엔 아이를 마중 나온 학부모들로 가득차기도 한다. 

초등학교지만 교육비는 만만치 않다. 영훈초등학교의 수업료는 2011학년도 1/4분기 기준 170여 만원이다. 입학금 100만 원은 별도납부다.

연간 4회의 수업료에 특기·적성비, 스쿨버스비, 급식비, 교재비 등이 추가되면 1년 교육비는 거의 1000만원을 육박한다. 웬만한 대학교 1년 등록금과 맞먹는 액수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이 영훈을 고집하는 이유는 탁월한 영어교육 수준 때문이다. 1998년부터 이미 ‘영어이멀전교육(한국어와 영어로 이중 언어 교육)’을 실시할 정도로 영어교육에 대한 역사가 깊다.

한국인 담임, 원어민 부담임, 한국인 부담임을 두고 한국의 교과 과정을 영어로 지도하는 이중 언어 교육을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어 영어를 생활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사 중 대부분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한 고급인력이다.

‘기막힌’최상류층 1% 위한 귀족학교 훔쳐보니
6년간 학비 약 6000만원, 이중언어 교육 특화


학부모들은 이 외에도 아이들에게 전인교육을 시키고, 독서왕 선발만 할 뿐 성적 위주로 따로 등수를 매기지 않는 점, 1인 1예능 교육을 시키는 점 등을 영훈의 장점으로 꼽는다.

방과 후 예능 교육 등으로 저학년이라고 해도 일찍 끝나지 않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들이 믿고 자녀를 맡기기에도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또 아이들이 교실이나 복도에서 뛰지 않도록 가르치고 천천히 줄을 서서 기다리는 ‘룰’을 몸에 익히게 하는 것도 좋은 점으로 꼽는다.

엄친아 학교로 유명
숭의·계성 초등학교

서울 중구 예장동의 사립학교인 숭의초등학교는 일명 엄친아 학교로 유명하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아들, 영화배우 차승원의 딸,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배우 김희애의 아들, 고 최진실과 조성민의 딸과 아들이 다니거나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빅뱅의 멤버 권지용도 이 학교 출신이다.

이처럼 많은 유명인들이 2세의 학교로 숭의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독교 학교로 신앙을 통해 인성 교육을 제대로 시킨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원어민 교사와 함께 수준별로 영어 수업을 실시하고 방학 중에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며, 6학년에는 중국어 수업을 실시해 따로 외국어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1인 1악기 예능 교육 실시, 수영과 스키 등 다양한 체육 활동, 거기다 인성 함양을 위한 서예 교육까지 이뤄져 많은 학부모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강남권 유일의 사립 초등학교로 유명한 계성초등학교는 사립초등학교 경쟁률에서 매년 영훈초와 1,2위를 다투는 곳이다. 이곳에는 윤세영 SBS 명예회장의 손자와 손녀, 신승남 전 검찰총장 손녀, 배우 박상원의 아들과 딸 등이 다녔거나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 계열의 계성초교 역시 특히 인성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곳으로 유명하다. 체험학습을 통한 산 교육을 강조해 학생들은 경기도에 있는 학교 수련장에서 연간 3회 이상의 다양한 체험 활동과 체력 단련 프로그램을 받는다. 특히 기초 학력이 떨어지는 부진아를 책임 지도하는 시스템이 도입돼 학습 결손을 방지하고 있으며, 1인 1악기 갖기 운동을 하고 있다.

학부모의 참여도를 높이는 프로그램도 많다. 매년 2회 이상 공개 수업을 하고 4회의 시범 수업을 개최하고 있어 이곳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열혈 학부모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두 학교 모두 입학금이나 수업료 등은 동일한 수준이다. 연간 학비를 추산해 보자면 약 800만∼1200만원 정도다.

톱스타가 선택한
세종·경기 초등학교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 위치한 세종초등학교는 유명 연예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 차인표와 신애라 딸, 윤도현 딸, 이재룡과 유호정 부부의 딸 등 연예인 자녀들이 대거입학하면서 시상식 레드카펫을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연예인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세종초등학교는 영어, 수학중심의 교육 뿐 아니라 다양한 예체능 교육으로 사랑받고 있다. 승마장, 골프장, 리듬체조 연습실 등 최고급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과학영재학급이나 오케스트라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아이 교육에 관심 많은 건 일반 학부모나 연예인 학부모나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연예인들은 일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세심하게 아이를 돌볼 수 없어 초등학교 선택에 많은 신중을 기하는 편”이라며 “학부모 역할에 있어서만큼 연예인이라는 신분은 어떤 특별함도 없지만, 돈과는 상관없이 좀 더 나은 교육환경과 시설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승마장, 골프장, 수영장 등 최고급 체육시설 갖춰
초등학생부터 계층 울타리…상대적 박탈감에 한숨

역대 대통령의 자녀들이 많이 다닌 곳으로 유명한 경기초등학교 역시 연예인, 전문직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만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씨 등이 이곳 출신이다. 또 삼성가(家) 자제들이 많이 거쳐 간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정유경 신세계그룹 부사장 모두 이 학교를 거쳤다. 이 밖에 최불암, 김창숙, 김혜자, 이홍렬, 조재현, 이혜숙 등 많은 연예인들의 자녀도 이곳 출신이다.

경기초교는 학생들을 15명 이하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공부하는 ‘협력수업’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학년의 선생님들끼리, 혹은 예체능 교과 선생님들끼리 그룹별로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하기 때문에 수업의 질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또 영어 교육과 함께 1학년부터 전 학년이 생활 중국어 수업을 하는 등 일주일에 두 시간씩 중국어 수업도 받는다. 입학할 때부터 현악기 교육을 시작해 학년 진학에 따라 더욱 많은 악기와 다양한 음악교육을 배울 수 있는 ‘1인 1악기 음악 특활’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도

이곳의 장점으로 꼽힌다. 다양한 활동만큼이나 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해 학부모가 관리해야 할 몫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서민학부모에게는
‘그림의 떡’

그렇다면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들이 사립초교를 선호하고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재계 유명인들이 선택한 곳이라서? 남들보다 좋은 교육환경에서 받는 귀족교육이라서? 혹자는 오히려 사립초교가 촌지비용이나 사교육 등으로 드는 비용을 절감 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무리를 해서 자녀를 사립초교에 보냈던 한 학부모가 털어놓은 현실은 많이 달랐다.

직장인 김모(38·여)씨는 “입학 전부터 재벌가 자녀도 많고 연예인 자녀도 많고, 엄마들 치맛바람도 대단하다고해서 겁을 먹었었는데 그것보다 힘든 것은 그 학교의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또 엄청난 사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예전에는 사립초교가 정규공부를 너무 안 시켜서 사교육을 했다고 하는데, 최근엔 사교육을 안 하면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으니 사교육을 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어릴 때부터 특권층들의 인맥을 쌓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사립초의 장점이지만 아빠들 면면이 정말 장난이 아니라 내 아이가 그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많았다”며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을 절실히 깨달았다. 교육환경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엄마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사립초등학교로 쏠리는 학부모들의 관심에 우려를 표명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사회 권력층들이 자녀들을 사립초등학교에 보내 인맥을 형성하고 사회의 양극화나 계층의 대물림을 만들어간다”며 “다른 것도 아닌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서부터 계층간 울타리가 쳐지는 것을 보면서 많은 학부모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을 단순히 학부모들의 일그러진 교육열이라고 치부할 순 없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뜨거운 열정만큼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모의 지시와 각본에 따라 교육의 수레바퀴에 끼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아이들. “남들보다 빠르다”며 미소를 띨 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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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