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아이 전용’ 사립초교의 비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07 14:53:56
  • 댓글 0개

로열패밀리만 받는 ‘그들만의 철옹성’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어떤 학부모는 ‘로망’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는 재벌가나 유력 정치인의 손자손녀,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나열했다. 소위 ‘부잣집 아이들’만 모인다는 사립초등학교를 두고 하는 소리다. 남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며 일찌감치 부자인맥을 쌓는다는 이곳. 이른바 ‘끼리끼리 법칙’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립초등학교의 화려한 계보를 들여다봤다.


무상으로 다니는 공립초등학교와 달리, 비싼 학비를 부담하고 다니는 사립초등학교. 취학 연령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 “우리 아이도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볼까?”라는 생각을 한다.

어느 학교는 수학과 과학을 영어로 수업한다더라, 어느 학교는 전교생이 체육시간에 골프를 배운다더라 하는 식의 소문이라도 들려오면 ‘우리 아이 첫 학교인데’ 하는 생각에 솔깃해진다. 거기에 유명인들의 자녀가 다니고 있다고 하면 믿음은 더욱 확고해진다.

그러나 ‘1%를 위한’ 초등교육기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사립초등학교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재력이 있는 집안 자녀들만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소리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재용 아들 다니는
‘영훈초등학교’

서울 최고의 명문사립으로 꼽히는 영훈초등학교는 영어 교육에 관심 있는 엄마들에겐 ‘꿈의 학교’라 불린다. 매년 사립초등학교 경쟁률에서 1, 2위를 다툰다. 특히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로 더 유명하다.

출신들도 화려하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현 선진통일당) 대표의 손녀와 두산 그룹 손자들, 그리고 유정현 전 한나라당(현새누리당) 의원의 딸과 차인표·신애라 부부의 아들 등 정·재계와 연예계 유력 인사의 자녀들이 이 학교를 거쳐 갔다. 이밖에도 유명 방송인, 중견기업인들의 자녀가 상당수 이 학교에 재학 중이다.


강북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16대의 셔틀버스 중 8대가 강남으로 다닐 만큼 부유층 자제들이 포진해 있다.

학교 보안도 철저하다. 빼곡한 CCTV는 기본이고 출입카드를 받지 못하면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교시간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인근을 가득 메우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하고, 운동장 한켠에 있는 학부모 대기실엔 아이를 마중 나온 학부모들로 가득차기도 한다. 

초등학교지만 교육비는 만만치 않다. 영훈초등학교의 수업료는 2011학년도 1/4분기 기준 170여 만원이다. 입학금 100만 원은 별도납부다.

연간 4회의 수업료에 특기·적성비, 스쿨버스비, 급식비, 교재비 등이 추가되면 1년 교육비는 거의 1000만원을 육박한다. 웬만한 대학교 1년 등록금과 맞먹는 액수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이 영훈을 고집하는 이유는 탁월한 영어교육 수준 때문이다. 1998년부터 이미 ‘영어이멀전교육(한국어와 영어로 이중 언어 교육)’을 실시할 정도로 영어교육에 대한 역사가 깊다.

한국인 담임, 원어민 부담임, 한국인 부담임을 두고 한국의 교과 과정을 영어로 지도하는 이중 언어 교육을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어 영어를 생활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사 중 대부분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한 고급인력이다.

‘기막힌’최상류층 1% 위한 귀족학교 훔쳐보니
6년간 학비 약 6000만원, 이중언어 교육 특화


학부모들은 이 외에도 아이들에게 전인교육을 시키고, 독서왕 선발만 할 뿐 성적 위주로 따로 등수를 매기지 않는 점, 1인 1예능 교육을 시키는 점 등을 영훈의 장점으로 꼽는다.

방과 후 예능 교육 등으로 저학년이라고 해도 일찍 끝나지 않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들이 믿고 자녀를 맡기기에도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또 아이들이 교실이나 복도에서 뛰지 않도록 가르치고 천천히 줄을 서서 기다리는 ‘룰’을 몸에 익히게 하는 것도 좋은 점으로 꼽는다.

엄친아 학교로 유명
숭의·계성 초등학교

서울 중구 예장동의 사립학교인 숭의초등학교는 일명 엄친아 학교로 유명하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아들, 영화배우 차승원의 딸,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배우 김희애의 아들, 고 최진실과 조성민의 딸과 아들이 다니거나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빅뱅의 멤버 권지용도 이 학교 출신이다.

이처럼 많은 유명인들이 2세의 학교로 숭의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독교 학교로 신앙을 통해 인성 교육을 제대로 시킨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원어민 교사와 함께 수준별로 영어 수업을 실시하고 방학 중에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며, 6학년에는 중국어 수업을 실시해 따로 외국어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1인 1악기 예능 교육 실시, 수영과 스키 등 다양한 체육 활동, 거기다 인성 함양을 위한 서예 교육까지 이뤄져 많은 학부모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강남권 유일의 사립 초등학교로 유명한 계성초등학교는 사립초등학교 경쟁률에서 매년 영훈초와 1,2위를 다투는 곳이다. 이곳에는 윤세영 SBS 명예회장의 손자와 손녀, 신승남 전 검찰총장 손녀, 배우 박상원의 아들과 딸 등이 다녔거나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 계열의 계성초교 역시 특히 인성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곳으로 유명하다. 체험학습을 통한 산 교육을 강조해 학생들은 경기도에 있는 학교 수련장에서 연간 3회 이상의 다양한 체험 활동과 체력 단련 프로그램을 받는다. 특히 기초 학력이 떨어지는 부진아를 책임 지도하는 시스템이 도입돼 학습 결손을 방지하고 있으며, 1인 1악기 갖기 운동을 하고 있다.

학부모의 참여도를 높이는 프로그램도 많다. 매년 2회 이상 공개 수업을 하고 4회의 시범 수업을 개최하고 있어 이곳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열혈 학부모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두 학교 모두 입학금이나 수업료 등은 동일한 수준이다. 연간 학비를 추산해 보자면 약 800만∼1200만원 정도다.

톱스타가 선택한
세종·경기 초등학교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 위치한 세종초등학교는 유명 연예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 차인표와 신애라 딸, 윤도현 딸, 이재룡과 유호정 부부의 딸 등 연예인 자녀들이 대거입학하면서 시상식 레드카펫을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연예인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세종초등학교는 영어, 수학중심의 교육 뿐 아니라 다양한 예체능 교육으로 사랑받고 있다. 승마장, 골프장, 리듬체조 연습실 등 최고급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과학영재학급이나 오케스트라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아이 교육에 관심 많은 건 일반 학부모나 연예인 학부모나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연예인들은 일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세심하게 아이를 돌볼 수 없어 초등학교 선택에 많은 신중을 기하는 편”이라며 “학부모 역할에 있어서만큼 연예인이라는 신분은 어떤 특별함도 없지만, 돈과는 상관없이 좀 더 나은 교육환경과 시설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승마장, 골프장, 수영장 등 최고급 체육시설 갖춰
초등학생부터 계층 울타리…상대적 박탈감에 한숨

역대 대통령의 자녀들이 많이 다닌 곳으로 유명한 경기초등학교 역시 연예인, 전문직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만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씨 등이 이곳 출신이다. 또 삼성가(家) 자제들이 많이 거쳐 간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정유경 신세계그룹 부사장 모두 이 학교를 거쳤다. 이 밖에 최불암, 김창숙, 김혜자, 이홍렬, 조재현, 이혜숙 등 많은 연예인들의 자녀도 이곳 출신이다.

경기초교는 학생들을 15명 이하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공부하는 ‘협력수업’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학년의 선생님들끼리, 혹은 예체능 교과 선생님들끼리 그룹별로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하기 때문에 수업의 질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또 영어 교육과 함께 1학년부터 전 학년이 생활 중국어 수업을 하는 등 일주일에 두 시간씩 중국어 수업도 받는다. 입학할 때부터 현악기 교육을 시작해 학년 진학에 따라 더욱 많은 악기와 다양한 음악교육을 배울 수 있는 ‘1인 1악기 음악 특활’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도

이곳의 장점으로 꼽힌다. 다양한 활동만큼이나 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해 학부모가 관리해야 할 몫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서민학부모에게는
‘그림의 떡’

그렇다면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들이 사립초교를 선호하고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재계 유명인들이 선택한 곳이라서? 남들보다 좋은 교육환경에서 받는 귀족교육이라서? 혹자는 오히려 사립초교가 촌지비용이나 사교육 등으로 드는 비용을 절감 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무리를 해서 자녀를 사립초교에 보냈던 한 학부모가 털어놓은 현실은 많이 달랐다.

직장인 김모(38·여)씨는 “입학 전부터 재벌가 자녀도 많고 연예인 자녀도 많고, 엄마들 치맛바람도 대단하다고해서 겁을 먹었었는데 그것보다 힘든 것은 그 학교의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또 엄청난 사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예전에는 사립초교가 정규공부를 너무 안 시켜서 사교육을 했다고 하는데, 최근엔 사교육을 안 하면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으니 사교육을 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어릴 때부터 특권층들의 인맥을 쌓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사립초의 장점이지만 아빠들 면면이 정말 장난이 아니라 내 아이가 그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많았다”며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을 절실히 깨달았다. 교육환경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엄마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사립초등학교로 쏠리는 학부모들의 관심에 우려를 표명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사회 권력층들이 자녀들을 사립초등학교에 보내 인맥을 형성하고 사회의 양극화나 계층의 대물림을 만들어간다”며 “다른 것도 아닌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서부터 계층간 울타리가 쳐지는 것을 보면서 많은 학부모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을 단순히 학부모들의 일그러진 교육열이라고 치부할 순 없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뜨거운 열정만큼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모의 지시와 각본에 따라 교육의 수레바퀴에 끼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아이들. “남들보다 빠르다”며 미소를 띨 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