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이색 자격증 열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3.22 11:38:46
  • 호수 13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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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맛 보고 돈 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연예인들만 부캐(두 번째 캐릭터)가 있는 게 아니다. 일반 회사원뿐 아니라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들도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처럼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회사원들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향후 5~10년 뒤에도 돈을 벌 수 있는 자격증을 찾고 있다. 미래에 유망할 이색 자격증에 대해 알아봤다. 
 

▲ 워터 소믈리에

코로나19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일부 회사들은 사정이 어려워지자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7일, 코로나19를 이유로 회사가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권고사직·무급휴직을 강요하는 등 이처럼 임금 삭감과 강제 발령 같은 불리한 조처를 내리는 ‘코로나 갑질’ 피해 사례를 공개한 바 있다.

칼바람

직장갑질119가 올해 1∼2월 제보받은 내용에 따르면 일부 노동자들은 회사가 코로나로 휴업했는데도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 이상)을 받지 못했다.

이 같은 사례를 경험 노동자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에서 미래를 그리지 않게 됐다. 이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평범한 이력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JTBC <아는형님>에 출연한 티파니 영이 시중에 판매된 다섯 가지의 물맛을 구분했다. 삼다수, 아이시스, 백산수, 에비앙, 평창수 등 5개의 물을 마신 뒤 브랜드마다 느껴지는 특징을 설명하며 출연진들을 놀라게 했다.


이때 자막으로 티파니 영을 가리키며 ‘물믈리에 등극’이라고 표기했는데 물맛을 평가하는 이 직업은 실제로 존재한다. 

이 외에도 특이한 자격증이 있다.

▲워터 소믈리에 = 사람들은 건강한 물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워터 소믈리에는 미래에 주목받는 직업 100위에 들었다. 이 직업은 와인을 구별하는 소믈리에처럼 물의 맛이나 점도, 향을 통해 물을 구별한다. 미세한 맛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운 일반인들을 위해 워터 소믈리에는 소비자의 상황에 맞게 물을 추천해준다.

앞서 지난 2011년 한국수자원공사는 워터 소믈리에 자격증 시험을 도입했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물과 건강, 테이스팅 기법 등과 관련한 75개 문항을 푸는 필기와 블라인드 테스트, 구술시험 등 실기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10년 전에는 워터 소믈리에를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호텔 직원부터 대학 교수, 셰프 등 다양한 이력의 워터 소믈리에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 ⓒpixabay

▲정리수납 자격증 = 예전에는 물건을 버리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미니멀라이프’라고 해서 물건을 줄이는 게 트렌드가 됐다. 이처럼 물건을 정리정돈하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한국장학진흥원의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 교육과정의 경우, 정리수납 전문가 과정을 기초로 좁은 집 정리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최근 새로운 직종군으로 손꼽히고 있다. 집 청소 도우미 업체 혹은 집안 정리정돈 업체, 정리 컨설턴트 관련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자격증이다. 

또 단순히 전문가 과정을 밟거나 자격증을 따는 것이 목적이 아니어도 주부들이 주방 수납정리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인터넷 강의도 있다. 집 꾸미기 비용을 효율적으로 줄이는 방법 등 다양한 목적으로 수강할 수 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습을 비롯한 70시간의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깔끔한 물건정리…돈 절약 방법
취업 시 가산점…청년에게 유익

▲결혼상담사 = 이 자격증을 취득하면 커플 매니저 역할을 한다. 주로 초혼이나 재혼, 만혼 혹은 국제결혼 등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울리는 이성을 주선하는 업무를 맡는다. 또 이성 간 배려와 교류를 통해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 간의 매너 및 에티켓, 경제적 정보 제공, 자문 역할, 상담사 역할도 하기도 한다. 결혼상담사 자격증은 인간관계론, 상담학, 매너학, 직업윤리 등 총 4과목으로 나뉘며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한다.

현재 국내 결혼 중개업체는 1600여개 정도로 추산된다. 결혼중개업은 업무 특성상 타 업종보다 시간의 제약이 적고 본인의 영업과 고객관리 능력에 따라 고소득을 창출할 수도 있는 직업군으로 알려져 있다.

결혼상담사의 역할은 결혼 예정자를 대상으로 예산 기획부터 예식, 예물, 혼수, 신혼여행 등 모든 것을 기획하거나 자문해 주는 웨딩플래너, 이미지 컨설턴트의 역할까지 업무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도로교통사고감정사 = 이 직종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수집된 자료를 과학적·체계적으로 분석해 정확한 사고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다. 또 당사자 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문가를 배출하고자 마련된 공인자격이다. 현재까지 약 4500여명의 합격자가 배출됐고 응시자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 ⓒpixabay

자격취득자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학점은행제로 관련 학과 10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어 그동안 개인 사정 등으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했거나, 고졸 이상 학력자가 학사 학위를 원할 경우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국가 공인 도로교통사고감정사 자격 소지자에 대해서는 경찰공무원 신규 채용 시 4점 및 승진 시 0.3점 가산점이, 도로교통공단 직원 신규 채용 시 가산점이 인정된다. 이처럼 경찰이나 도로교통공단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에게 유익한 자격증이다.  

도로교통사고감정사 자격을 활용 가능한 업무분야로는 교통사고와 관련해 공무집행을 시행하는 경찰관·군 헌병·검찰 및 법원 공무원, 국영기업체와 정부 산하기관, 일반 교통관련 기업체 또는 단체·교통용역업체·사설감정인 등이 있다.

▲브레인 트레이너 = 이 자격증은 두뇌 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지도하는 뇌 훈련 자격증이다. 이 자격증이 있다면 초·중·고 방과후 교사로 집중력 향상 수업을 맡거나, 대학생·일반인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관리에 관해 강의하는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필기와 실기에서 성과가 있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으며 필기는 객관식으로 과목당 100점 만점에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실기는 필답형으로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시 합격이다. 

불안정


한 노동 전문대학 교수는 “기술 자격증이 사회초년생의 취업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중장년층의 기술자격시험 응시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씁쓸한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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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전쟁’ 이재명-한덕수 파워게임

‘주도권 전쟁’ 이재명-한덕수 파워게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그런 한 총리 옆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우뚝 섰다. 국정 주도권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혼란스러운 한 해가 저물어간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대통령이 궐위, 또는 사고로 인해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이를 대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권한대행의 범위는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조약 체결이나 국군통수권을 비롯해 긴급명령·긴급경제명령 발동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정사 세 번째 권한대행이지만 구체적인 권한의 범위를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쌓여가는 요구안 첫 번째 권한대행은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서 고건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이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공백을 채웠다. 윤석열정부서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그 자리를 맡으면서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권한대행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와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외교·안보는 물론 주가와 환율 등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한 권한대행은 요동치는 경제 상황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정 주도권은 법적으로 권한을 가진 한 권한대행이 쥔 것처럼 보이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카드를 들고 있을뿐더러 헌법재판관 임명권과 거부권을 놓고 여당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 참여한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계엄법 제 2조 6항에 따라 국방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가 국무총리를 거쳐서 대통령에게 이뤄졌다면 내란죄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며 한 권한대행을 내란 혐의로 고발했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야권 의석수만으로도 가능한 만큼 정국의 목줄은 사실상 야당이 쥐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자 민주당 내부서도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부겸 전 총리는 “나중에 (한 권한대행)수사를 하다가 혐의가 드러나면 그때 탄핵을 하면 되지 않나”라며 “당장 법안 하나하나 가지고 ‘뭘 하면 탄핵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당은 “국정 혼선을 고려해 일단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내란 사태의 책임과 국정 난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정 안정을 위해 일보 후퇴하겠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그대로 끝 총리 탄핵 밀당…신중하게 접근 이 대표는 “어제(14일) 한 권한대행과 통화를 했다”며 “이제는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정파를 떠나 중립적으로 정부의 입장서 국정을 해나가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은 교과서적으로 현상 유지관리가 주 업무고 현상을 변경하거나 새 질서를 형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는 국정 공백 상황서 ‘탄핵 남발’ 프레임에 걸려들 경우 사법 리스크를 떠안은 민주당에 화살촉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발 물러섰지만 언제든 탄핵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쥔 거대 야당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은 어수선한 정국의 틈새를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5일 이 대표는 정국 정상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초당적 협의체인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크게 휘청인 금융경제, 민생에 관한 정책적 협의를 비롯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히 논의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이 이 대표를 선두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고 자연스럽게 대권 행보로 이어가려는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모든 정당과 함께 국정 안정과 국제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며 “시장 안정화, 투자 보호 조치 등 경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협조를 요구하며 “거절 시 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전에는 당 소속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무적 판단을 했다면 이제는 그냥 국회 구성원이자 제2당으로서 국정 안전, 민생회복이라는 큰 공통의 목표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국민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서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기관은 이제 국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띄운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에 한 권한대행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고 헌법 규정에 의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됐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끝까지 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민주당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어떻게 하면 윤정부를 붕괴시킬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마치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국정 운영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옳지 못하고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기 대선 몸풀기 이에 이 대표는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도 좋고 이름이나 형식, 내용이 어떻게 결정되든 상관없다”고 받아쳤다. 특히 “혹시라도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럽다면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를 구성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거듭 국민의힘의 참여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손을 내밀었지만 여당은 연일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권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이 이 대표의 죄를 덮어주는 ‘대선 출마 허가증’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국 불안정으로 경제와 외교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묻지마 탄핵’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 대통령이 된 듯 ‘상왕 놀이’에 심취한 이재명 한 명의 존재가 한국 경제와 정치의 최대 리스크”라고 거들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난동범일 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홍 시장은 “범죄자, 난동범을 대통령으로 모실 만큼 대한민국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내란 정당’ ‘내란 공범’ 단어 앞에서는 무뎌질 뿐이다.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한동훈 전 대표를 들어내고 그 자리에 친윤(친 윤석열)계를 앉힌 국민의힘인 만큼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옹호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초당적 협의체를 제안한 야당과 이를 거절한 여당, 그리고 둘 사이에 낀 한 권한대행 간의 삼각관계는 갈수록 복잡하기만 하다. 권력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사이 이 대표는 ‘개딸(개혁의 딸)’과 거리를 두고 보수 세력과 만남을 가지면서 중도 세력 확장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우선 지난 16일, 그는 자신의 팬클럽인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장직은 재명이네 마을 회원 등급 중 하나로 이 대표만 가진 등급이다. 이 대표는 재명이네 마을에 “삼삼오오 광장으로 퇴근하는 여러분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덩달아 요즘 챙겨야 할 일이 참 많아졌다”며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아쉬운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비상시국인 만큼 야당 대표로서 업무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끝없는 딜레마 앞서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팬덤 정치, 정당 사당화를 비판했다. 그동안 이장직을 내려놓지 않은 이 대표가 이런 결정을 한 데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자 중도층 확장을 위한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월 ‘이재명 2기체제’가 출범함과 동시에 금투세 폐지 등 경제 분야서 우클릭을 시도해 왔다. 12·3 내란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에도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을 찾거나 정·재계 보수 인사와 만남을 갖는 등 외연 확장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 대선서 “윤석열은 싫지만 이재명도 싫다”는 비토 세력의 목소리가 컸던 만큼 중도층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연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발 물러섰지만 한 총리가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사용할 경우 탄핵안 발의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한덕수 권한대행의 거부권 사용에 대해 “상황을 봐야겠다”면서도 “똑같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석열 시즌2’가 아닌가. 권한대행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만일 사태에 대비해서 탄핵안은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 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한 차례 보류했지만 윤 대통령과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면 역시나 같은 결과를 맞이할 것이란 경고를 날린 셈이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한 권한대행은 헌법상 절차에 따른 권한대행일 뿐 선출된 권력이 아님을 명심하시라. 권한대행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헌법상의 필요 최소한의 대통령 권한 행사만 대행해야 한다”며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권한을 침탈하는 입법 거부권과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으로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부해라, 받아라” “임명해라, 못한다” 여야 사이에 낀 한 총리 깊어지는 고민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한 권한대행이 살얼음판을 걷는 사이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또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여야가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한 권한대행과 이 대표의 힘겨루기 역시 이 문제를 놓고 절정에 치달았다. 우선 야당은 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거부권은 불가능하지만 재판관 임명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대통령 궐위 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직무가 정지된 때에는 임명할 수 없다며 ‘거부권은 가능하지만 재판관을 임명할수 없다’는 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향후 치러질 윤 대통령 심판의 핵심이 되는 축이다. 재판관 3인의 공석으로 인해 ‘6인 체제’로 재판을 치를 경우 한 명만 이탈하더라도 탄핵안은 기각된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위해 민주당이 강경하게 밀고 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안 남발로 역풍이 불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윤 대통령 탄핵이 갈림길에 선 지금 민주당은 ‘이판사판 전투태세’라는 게 한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국민의힘 주장대로라면 머릿수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서 무리하게 심판을 치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비상계엄 여진이 상당히 길다”며 “6인 체제로 심판할 경우 국민 정서에 어떻게 비춰질지 안 봐도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는 것은 결이 다른 이야기”라며 “국가가 불안정한 상태서 지도자를 자주 교체하는 건 대내외적으로 바람직하게 비치지 않는다. 지금 상황서 한 권한대행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없다.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여야의 협치에 기대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벼랑 끝 탈출구 윤 대통령의 경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달리 비상계엄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권한대행 역시 주어진 역할은 같지만 과거보다 활동 폭이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부터 권한대행은 여야 사이서 질타를 받는 위치였다. 잘해도 욕 먹고 못하면 더 욕먹는 고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벌써 대통령처럼 행동하는 이 대표에게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여당의 제어가 필요하다”며 “여야 불문하고 힘든 시기일수록 협치를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 이상 국민에게 실망스러운 정치를 보여드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탄핵 후 처음 만났지만…빈손으로 돌아선 여야 지난 18일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상견례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대표급 만남이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머리를 맞대면 혼란 정국을 잘 수습할 것”이라면서도 “탄핵소추로 인해 국정이 마비 상태니 그것도 풀어주시기를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국정이 매우 불안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헌정 질서의 시급한 복귀”라며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완벽할 수 없으니 국회 1당과 2당 모든 세력의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이들은 여야 간 소통을 강화하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자주 만나서 같이 합의하고 결론을 낼 수 있는 게 있으면 보여주자. 오른손으로는 싸우더라도 왼손으로는 합의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