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합법과 불법 경계’ 교도소 수발 브로커 정체

“범털, 개털…출소 빼고 다 해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도소 안의 소식은 좀처럼 바깥으로 나오는 법이 없다. 대중매체에서 그리는 모습으로 미루어 짐작만 할 뿐이다. 담장을 경계로 존재하는 또 하나의 사회. 다른 세상처럼 여겨지는 교도소지만 그 안에도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 ‘돈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 ⓒpixabay

우리나라는 헌법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에 의거,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 

2019년 9월 <시사저널>이 ‘포스터데이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0.9%에 그쳤다. 국민 10명 중 7명은 ‘법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국민 70%
법 불공정

교도소는 그나마 평등의 원칙이 남아있다고 여길만한 최후의 보루였다. 범죄를 저지르면 누구나 법에 따라 선고된 형량만큼 사회와 단절된 공간에서 지내야 한다. 교도소 안에서는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재벌·정치인 등 특권층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욱 평등하다”는 구절이 있다. 교도소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다른 재소자보다 더욱 평등하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교도소에 수감돼있다가 얼마 전 출소한 A씨는 “교도소에 무슨 평등이 있느냐”며 “(돈)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그 어떤 곳보다도 큰 게 교도소다. 제한된 공간이기 때문에 그 차이가 더 뚜렷하다”고 말했다. 

현재 뇌혈관 질환으로 고생 중인 A씨는 수감 당시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보내달라고 했던 자신을 교도관들이 12시간 넘게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수감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치소에 있을 당시 외부 의료진의 진료를 받은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재소자들은 일반적으로 ‘범털’과 ‘개털’로 나뉜다. 범털은 이른바 교도소 내 금수저, 개털은 흙수저를 뜻한다. 재벌·정치인 등 사회에서 높은 위치에 자리했던 범털들은 교도소에서도 의·식·주 등 모든 부분에서 특혜를 누린다.

2014년 유영철 성인만화 반입
2015년 전후로 크게 늘어났다

죄수복일지라도 잘 다림질된 옷을 입고, 바깥에서 공수해온 음식을 먹으며 독방을 사용하는 식이다. 2015년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범털들을 위한 접견 도우미, 이른바 ‘집사 변호사’의 존재를 보도하면서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집사 변호사는 변호인의 피의자·피고인 접견 횟수에 제한이 없는 점을 이용해 교도소를 수시로 드나들며 의뢰인의 잔심부름을 해주는 사람을 뜻한다. 범털들은 집사 변호사를 이용해 개털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자유를 누렸다.

범털과 개털로 크게 구분됐던 교도소 내 계층은 시간이 흐르면서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범털들이 돈뿐만 아니라 권력, 사회적 지위 등에서 개털들과 차이를 보였다면, 개털들 사이의 계층은 철저히 돈으로 나뉘었다.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가 형성된 것이다.
 

▲ ‘재무지(제)표 보내줄 종목’으로 일요시사가 입수한 재소자 편지 일부다.

재소자들은 영치금 범위 내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구매물 리스트’를 보고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물건 값은 영치금에서 나가는 구조다. 영치금은 액수와 관계없이 접수가 가능하지만 재소자가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개인당 300만원으로 한정된다. 

재소자들은 영치금을 이용해 세면도구, 화장품, 옷, 세탁용품, 신발, 과일, 채소, 식료품, 스낵, 음료수 등을 살 수 있다. ‘2021년 구매물품 코드 및 가격표’ 기준으로 고무신 3220원, 폼클렌징 3260원, 항소 이유서 360원, 참기름 2800원, 여름 이불 1만9610원 등의 가격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교도소 안에서는 영치금이 많은 재소자가 ‘왕’이다. 하지만 구매물 리스트 속 물품들로만 형성됐던 교도소 내 시장은 ‘수발업체’라는 특정 업종이 활성화되면서 확장되기 시작했다. 재소자들에게 외부 물품을 전문적으로 공급해주는 업체가 생긴 것이다.

돈에 따라
계층 구분

2014년 21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교도관의 도움을 받아 반입금지 물품인 성인 화보와 소설 등을 전달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유영철이 요구한 물품을 교도관에게 공급한 게 바로 수발업체였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돼있던 유영철은 수발업체에 성인 화보와 일본 만화, 성인 소설을 주문하면서 특정 교도관 앞으로 보내야 한다는 주의사항까지 적었다. 당시 유영철 사건으로 수발업체의 존재도 같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수발업체가 언제 처음 생겨났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2014~2015년 사이에 크게 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 전직 수발업체 관계자 B씨는 “2015년을 전후해 수발업체가 전국적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수발업체와 재소자는 편지로 소통한다. 재소자가 신문 광고 등을 보고 편지를 보내면 수발업체는 카탈로그 등의 안내문을 보내준다. 안내문에는 수발업체에서 재소자 대신 해줄 수 있는 일과 가격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재소자가 그중 요구사항을 편지에 적어 보내면 수발업체가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일종의 심부름센터와 영업방식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교도소는 제한된 공간에 사람은 많은 구조이기 때문에 소문이 빠르다. 수발업체 입장에서는 1~2명의 재소자만 단골(?)로 확보해도 추가 고객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영치금 등 재소자가 가진 돈에 따라 계층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돈이 있는 재소자는 범털 부럽지 않은 수감생활이 가능하다. 

B씨는 “출소 빼고 다 된다”고 말했다. 성인 만화책·잡지 등의 서적, 커피·술 등의 외부 식료품이나 담배 같은 반입금지 물품이 수발업체를 통해 교도소로 흘러 들어가는 건 예삿일이라고 덧붙였다. 

펜팔·접견
주식·토토


재소자에게 사람을 소개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펜팔 서비스는 상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재소자는 5~10만원, 일반인은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B씨에 따르면 편지는 3회까지 보장돼있고, 그 이후에는 재소자와 상대의 의사에 따라 펜팔을 이어갈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실제 접견인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그중에는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와달라는 요구도 따라붙는다.
 

▲ ▲▲ 교도소에서 화폐로 통용되는 우표

수발업체는 재소자가 직접 처리할 수 없는 외부에서의 일도 맡는다. 재산을 처분해 달라거나 체포 과정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물건을 없애 달라는 요구도 많다. 피해자가 있는 범죄일 경우 합의 문제를 의뢰하기도 한다. 재소자의 가족을 만나 말을 전달하는 일은 수발업체에서 흔하게 처리하는 업무 중 하나다.

주식 투자 및 스포츠 토토 등의 요청도 많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재소자의 편지에서 몇몇 기업의 ‘재무제표’를 요구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소자가 편지로 특정 기업에 얼마를 투자해 달라고 요구하면 수발업체에서 그대로 해주는 식이다. 스포츠 토토 역시 같은 구조로 진행된다. 

최근에 생긴 한 수발업체는 선물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재소자는 이 서비스를 통해 가족이나 지인에게 꽃이나 가방 등의 선물을 보낼 수 있다. 해당 수발업체 관계자는 “(재소자들이) 어머니나 아내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결제는 ‘우표’로 이뤄진다. 재소자들은 교도소 안에서 현금이나 수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우표를 통해 거래한다. 이른바 교도소 안의 화폐인 셈이다. 전직 수발업체 관계자 B씨에 따르면 우표는 교도소 안에서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이 통용된다.


B씨는 “10명가량이 함께 지내는 방에서 방장 역할을 하는 재소자가 자신의 수발을 들어주는 재소자에게 우표로 용돈을 준다. 소지(사동 도우미)에게도 일종의 팁 형식으로 우표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표가 화폐로 통용
현금 깡 영치금으로

2021년 구매물품 코드 및 가격표에 따르면 재소자는 10원권, 100원권, 380원권, 2480원권, 2980원권, 항공서간(400원) 등의 우표를 살 수 있다. 이 중 수발업체와의 거래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게 2980원권. 교도소 밖에서는 ‘선납등기라벨’이라고 불린다. 지난해 7월 2680원에서 298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재소자는 요구사항과 함께 우표를 동봉해 수발업체로 보낸다. 일부 재소자는 우표로 현금 깡을 해 영치금으로 받기도 한다. 이때 현금 깡 시세는 원가의 약 55~60% 정도로 형성돼있다. 예를 들어 2980원권 100장(약 30만원)으로 현금 깡을 할 경우 약 18만원을 영치금 입금 방식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수발업체는 거래를 통해 모은 우표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작업을 거친다. B씨에 따르면 명동에 우표 매입 시장이 형성돼있고, 중고나라 등에서도 선납등기라벨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사례를 간간이 찾아볼 수 있다. 우표의 양이 많을수록 수수료는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최소 1000만원 정도 돼야 환전이 가능하다”며 “억대로 넘어가면 수수료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수발업체는 2019년 11월 교도소 도서 반입이 제한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교도소 등 교정시설 재소자가 외부로부터 도서를 반입할 때는 상담을 거쳐 허용하는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을 시행했다. 그전까지는 재소자가 읽고자 하는 도서를 신청하면 우편을 통해 받거나 가족이나 지인이 교정시설에 넣어주는 차입 방식으로 책을 반입해왔다.

“재소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법무부는 “최근 5년간 금지 물품 반입 건수가 194건에 이르고, 수발업체가 부당하게 금지 물품을 보내준 사례로 고발된 건수도 8건이 되는 등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B씨는 “당시 도서 제한으로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많은 수발업체가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도서 반입
힘겨루기?

하지만 지난해 12월 법무부는 해당 지침을 철회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권고에 따른 조치다. 지난해 10월27일 인권위는 법무부의 지침을 두고 “수용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시행중지를 권고한 바 있다. 그 후로 지난해 12월7일부터 재소자 1인당 1일 5권에 한해 도서 반입이 허용됐다. 

도서 반입이 재개되면서도 문을 닫았던 수발업체들이 다시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B씨는 “당시 수발업체 관계자들이 법무부의 지침이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민원을 인권위에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던 수발업체에서 늘 그랬듯 이번에도 또 다른 길을 찾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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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