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주교도소 7사의 비밀 ②조직적인 은폐 의혹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김정수 기자 = 누군가에겐 공포의 장소였고, 누군가에겐 치 떨리는 기억의 현장이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괴물 양산소’라 했다. 20여년 동안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그럼에도 전주교도소에 수감됐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곳. 그들은 그곳을 ‘7사’라 부른다.
 

전주교도소가 현재의 자리, 평화동으로 이전한 시기는 1972년이다. 그로부터 5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7사는 최소 20년 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 실체는 여태껏 교도소 담장을 넘지 못했다. 전주서 10년간 활동한 인권단체 관계자도 처음 듣는 일이라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베일 속
최소 20년

7사는 전주교도소 일곱 번째 사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반사동이 아닌 특별사동으로 분류된다. 7사에는 1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여러 개 있다고 전해진다. 운용 목적은 재소자 보호와 진정이다. 흥분 상태가 지속되거나 자해 우려가 있는 재소자들이 수용된다. 일반 재소자가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이곳서 교도관들의 가혹행위가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주교도소를 거친 재소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7사를 알고 있었다. 20년 전 출소자부터 현재 수감 중인 재소자까지 예외는 없었다. 또 전주교도소서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포착됐다.

<일요시사>가 접촉한 전주교도소 출신은 인천과 부산, 영월, 전주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은 서로 일면식도 없고 수감 기간도 다르다. 하지만 7사에 대해서 만큼은 공통된 증언을 내놨다.


▲자해를 하거나 난동을 피우는 재소자를 끌고 간다 ▲빛이 없는 좁은 방에 가둔다 ▲수갑을 뒤로 채운다 ▲3종 세트(수갑, 족쇄, 헤드기어)를 착용시킨다 ▲곡소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식사 시간이나 용변이 급해도 풀어주지 않는다 등이다.

전주교도소 출신들은 7사에 끌려가 가혹행위를 당하는 ‘부류’가 따로 있다고 귀띔했다. 이른바 ‘법자’들이다. 법자는 교도소 은어다. ‘법무부 자식’의 준말로 가족이나 친지 없이 오로지 법무부와 관계가 있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끌려가고 당하는 특정 부류 있다
완벽한 고립…법자와 지적장애인

증언을 종합해보면 법자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외부와 단절됐다는 것이다. 접견인이 없어 7사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더라도 알릴 방법이 없다.

물론 교도소 내에서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교도관들의 ‘필터링’에 가로막힌다는 게 전주교도소 출신들의 공통된 말이다. 불리한 민원으로 판단되면 묵살하는 식이다. 면담조차 어려운 법자들에게 민원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국가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재소자가 정확한 근거와 자료를 확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자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전산망’에 있다. 재소자들의 신상정보가 고스란히 기록돼있기 때문이다. 누가, 언제, 얼마나 접견을 왔는지 파악하는 건 일도 아니라고 한다.


물론 법자라는 이유만으로 7사에 수용되는 건 아니다. 저마다 사유가 있다. 하지만 전주교도소 출신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지극히 사소한 이유를 걸고 넘어진다는 설명이다. 가장 많이 언급된 사례는 ‘떠드는 것’이었다.

장애인도 
예외 없다

재소자끼리 다툼이 있어도 7사에 수용되는 몫은 법자가 짊어진다. 접견인이 있는 재소자가 7사에 수용되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고 한다. 외부로 알려질 수 있어서다. 전주교도소 출신들은 법자 외에 지적장애가 있는 재소자들도 주요 대상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출소자는 이를 두고 ‘완벽한 고립’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2018년 4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전주교도소 출신들의 증언과 맞닿아 있는 청원이 게재됐다. ‘교도소 내에서 공무원의 장애인 폭행 등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전주교도소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담겨있었다.

‘정신장애를 이유로 의무과 진료를 원했던 재소자가 교도관의 거절로 항의하다가 폭행을 당했다.
 

▲ 전주교도소 출신들의 증언과 유사한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상처가 생겼지만 (교도소 측은) 접견인이 알지 못하도록 접견을 제한했고, 보호장비를 연속 13일 이상 착용시켰다’ ‘장애인 수용자가 외부와의 접촉이 없어 고립된 상태인 것을 알고 있는 전주교도소서 수용자를 폭행해 상처가 생기고 이가 부러졌다’ 등이다.

청원인은 이 외에도 전주교도소 진정실, 보호실서 교도관들의 가혹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정실과 보호실은 7사의 또 다른 이름이다. 또 보호장비를 징벌의 용도로 사용하고, 3일 이상 착용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민원과 고소를 접수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교도소 측이 제출한 CCTV만 확인할 수 있었고, 증거를 수집할 수도 없었다.

<일요시사>는 전주교도소 출신들의 증언과 청원인의 의혹을 뒷받침해줄 만한 자료를 확보했다.

외부 발설
주의 지시

박성철은 지난 2017년 11월 전주교도소 교도관들과 맞고소전을 벌였다. 박성철과 교도관들은 서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박성철의 진술조서에는 교도관들의 당시 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특히 박성철은 7사에 수용되면서 본격적인 폭행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진술 말미에는 ‘접견을 오지 않는 수형자들이 더 많은 폭행을 당하고 있어 외부에 알려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성철은 법자보다 훨씬 나은 형편이었다. 매주 접견을 오는 어머니가 있었고, 사선 변호인도 선임했다. 그래서였을까. 전주교도소는 박성철을 외부와 차단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외부 접촉에 빗장이 걸렸다. 어머니의 접견이 제한된 것이다. 결국 변호인이 접견을 신청해 어렵사리 박성철을 만날 수 있었다. 변호인은 당시 처참했던 박성철의 상태를 소상히 기록해 검찰에 제출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변호인 의견서에 따르면 ▲머리에 보호 장비가 사흘 동안 채워져 코 주변에 하얀 곰팡이가 핀 점 ▲손가락과 손목이 수갑으로 꽉 조여진 탓에 피부가 벗겨지고, 빨간 자국 위에 고름이 드러난 점 ▲배에 선명한 멍자국 2개가 있는 점 ▲수술 부위에 고름이 찬 점 ▲17일 동안 손목이 묶여 있었고, 의무과에서 손이 다 썩는다며 수갑을 풀게 한 점 등 이다.

교도소 은폐 정황, 증언과 맞닿아 
사실무근이라지만…의혹 현재진행형

<일요시사>는 2018년 1월 작성된 ‘전주교도소 7사 근무일지’를 확보했다. 근무일지 내 ‘교육·지시사항’서 ‘특이수용자 관련 언행에 유의해 외부인이 아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대목이 포착됐다.

당시 7사 수용자는 박성철뿐이었다. 즉, 그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라는 지시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박성철은 2017년 11월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달 말에는 검찰 조사도 받았다. 고소 사건은 2018년 1월 언론에 보도됐다. 이후 전주교도소는 7사에 수용 중이던 박성철에 대한 감시 수위를 높여 더 이상 내부 사정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전주교도소의 조직적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성철은 교도관을 폭행한 혐의와 관련, 추가로 형을 선고 받았다. 반면 교도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그의 주장은 증거불충분으로 일단락됐다.

현재 박성철은 원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하지만 끝내 박성철을 직접 만날 수는 없었다. 원주교도소 관계자는 박성철의 주장은 이미 사법 절차가 완료된 사건이라며 선을 그었다. 원주교도소 측은 사법 판결을 내세워 사건의 종결을 주장했지만 7사와 관련된 의혹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타 의혹
법적 공방

지난 8월 전주교도소서 날아온 편지에는 7사서 일어난 교도관의 가혹행위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한 재소자가 교도관에게 묶여 7사로 끌려갔다. 그러던 중 욕설을 내뱉었다. 7사 앞 꺾어지는 골목이 있다. CCTV가 없는 사각지대다. 그 재소자는 3종 세트에 묶여 대략 30대 넘게 주먹으로 머리를 맞았다.’ 전주교도소 7사의 비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이름을 모두 가명 처리했음을 밝힙니다)

<jsjang@ilyosisa.co.kr>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주교도소 입장은? “가혹행위 없었다”

-전주교도소 7사 수용동의 용도는 무엇인지.

▲보호실로 운영 중에 있다.
※ 관련 규정 :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95조(보호실 수용)
1. 자살 또는 자해의 우려가 있는 때
2. 신체적·정신적 질병으로 인하여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때

-7사 수용동서 수용자에 대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증언을 다수 확보했는데.

▲7사 수용동서 수용자에 대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일요시사>서 확보한 2018년 1월12일 전주교도소 7사 수용동 근무일지 ‘교육 지시사항’란에 ‘특이 수용자 관련 언행에 유의해 외부인이 아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문구가 확인되는데 어떤 의미인지. 또 재소자의 처우와 관련해 무언가를 은폐하려 한 것인지.

▲해당 수용자의 경우 정당한 직무를 수행 중인 직원을 폭행해 재판 및 조사 중이므로 재판에 영향을 주는 언행을 하지 않도록 근무자에게 주의사항을 당부한 내용이다.

-<일요시사>서 확보한 자료와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7사 수용동서 가혹행위 후유증으로 사망한 재소자가 있다는 의혹이 나왔는데 사실인지.

▲가혹행위를 하거나 후유증으로 수용자가 사망한 사실이 없다.

-접견자가 없거나 접견 횟수가 적은 재소자들 또는 지적 장애인을 상대로 더 많은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증언을 다수 확보했는데 사실인지.

▲수용자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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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