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주교도소 7사의 비밀 ②조직적인 은폐 의혹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김정수 기자 = 누군가에겐 공포의 장소였고, 누군가에겐 치 떨리는 기억의 현장이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괴물 양산소’라 했다. 20여년 동안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그럼에도 전주교도소에 수감됐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곳. 그들은 그곳을 ‘7사’라 부른다.
 

전주교도소가 현재의 자리, 평화동으로 이전한 시기는 1972년이다. 그로부터 5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7사는 최소 20년 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 실체는 여태껏 교도소 담장을 넘지 못했다. 전주서 10년간 활동한 인권단체 관계자도 처음 듣는 일이라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베일 속
최소 20년

7사는 전주교도소 일곱 번째 사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반사동이 아닌 특별사동으로 분류된다. 7사에는 1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여러 개 있다고 전해진다. 운용 목적은 재소자 보호와 진정이다. 흥분 상태가 지속되거나 자해 우려가 있는 재소자들이 수용된다. 일반 재소자가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이곳서 교도관들의 가혹행위가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주교도소를 거친 재소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7사를 알고 있었다. 20년 전 출소자부터 현재 수감 중인 재소자까지 예외는 없었다. 또 전주교도소서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포착됐다.

<일요시사>가 접촉한 전주교도소 출신은 인천과 부산, 영월, 전주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은 서로 일면식도 없고 수감 기간도 다르다. 하지만 7사에 대해서 만큼은 공통된 증언을 내놨다.

▲자해를 하거나 난동을 피우는 재소자를 끌고 간다 ▲빛이 없는 좁은 방에 가둔다 ▲수갑을 뒤로 채운다 ▲3종 세트(수갑, 족쇄, 헤드기어)를 착용시킨다 ▲곡소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식사 시간이나 용변이 급해도 풀어주지 않는다 등이다.

전주교도소 출신들은 7사에 끌려가 가혹행위를 당하는 ‘부류’가 따로 있다고 귀띔했다. 이른바 ‘법자’들이다. 법자는 교도소 은어다. ‘법무부 자식’의 준말로 가족이나 친지 없이 오로지 법무부와 관계가 있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끌려가고 당하는 특정 부류 있다
완벽한 고립…법자와 지적장애인

증언을 종합해보면 법자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외부와 단절됐다는 것이다. 접견인이 없어 7사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더라도 알릴 방법이 없다.

물론 교도소 내에서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교도관들의 ‘필터링’에 가로막힌다는 게 전주교도소 출신들의 공통된 말이다. 불리한 민원으로 판단되면 묵살하는 식이다. 면담조차 어려운 법자들에게 민원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국가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재소자가 정확한 근거와 자료를 확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자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전산망’에 있다. 재소자들의 신상정보가 고스란히 기록돼있기 때문이다. 누가, 언제, 얼마나 접견을 왔는지 파악하는 건 일도 아니라고 한다.

물론 법자라는 이유만으로 7사에 수용되는 건 아니다. 저마다 사유가 있다. 하지만 전주교도소 출신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지극히 사소한 이유를 걸고 넘어진다는 설명이다. 가장 많이 언급된 사례는 ‘떠드는 것’이었다.

장애인도 
예외 없다

재소자끼리 다툼이 있어도 7사에 수용되는 몫은 법자가 짊어진다. 접견인이 있는 재소자가 7사에 수용되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고 한다. 외부로 알려질 수 있어서다. 전주교도소 출신들은 법자 외에 지적장애가 있는 재소자들도 주요 대상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출소자는 이를 두고 ‘완벽한 고립’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2018년 4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전주교도소 출신들의 증언과 맞닿아 있는 청원이 게재됐다. ‘교도소 내에서 공무원의 장애인 폭행 등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전주교도소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담겨있었다.

‘정신장애를 이유로 의무과 진료를 원했던 재소자가 교도관의 거절로 항의하다가 폭행을 당했다.
 

▲ 전주교도소 출신들의 증언과 유사한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상처가 생겼지만 (교도소 측은) 접견인이 알지 못하도록 접견을 제한했고, 보호장비를 연속 13일 이상 착용시켰다’ ‘장애인 수용자가 외부와의 접촉이 없어 고립된 상태인 것을 알고 있는 전주교도소서 수용자를 폭행해 상처가 생기고 이가 부러졌다’ 등이다.

청원인은 이 외에도 전주교도소 진정실, 보호실서 교도관들의 가혹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정실과 보호실은 7사의 또 다른 이름이다. 또 보호장비를 징벌의 용도로 사용하고, 3일 이상 착용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민원과 고소를 접수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교도소 측이 제출한 CCTV만 확인할 수 있었고, 증거를 수집할 수도 없었다.

<일요시사>는 전주교도소 출신들의 증언과 청원인의 의혹을 뒷받침해줄 만한 자료를 확보했다.

외부 발설
주의 지시

박성철은 지난 2017년 11월 전주교도소 교도관들과 맞고소전을 벌였다. 박성철과 교도관들은 서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박성철의 진술조서에는 교도관들의 당시 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특히 박성철은 7사에 수용되면서 본격적인 폭행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진술 말미에는 ‘접견을 오지 않는 수형자들이 더 많은 폭행을 당하고 있어 외부에 알려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성철은 법자보다 훨씬 나은 형편이었다. 매주 접견을 오는 어머니가 있었고, 사선 변호인도 선임했다. 그래서였을까. 전주교도소는 박성철을 외부와 차단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외부 접촉에 빗장이 걸렸다. 어머니의 접견이 제한된 것이다. 결국 변호인이 접견을 신청해 어렵사리 박성철을 만날 수 있었다. 변호인은 당시 처참했던 박성철의 상태를 소상히 기록해 검찰에 제출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변호인 의견서에 따르면 ▲머리에 보호 장비가 사흘 동안 채워져 코 주변에 하얀 곰팡이가 핀 점 ▲손가락과 손목이 수갑으로 꽉 조여진 탓에 피부가 벗겨지고, 빨간 자국 위에 고름이 드러난 점 ▲배에 선명한 멍자국 2개가 있는 점 ▲수술 부위에 고름이 찬 점 ▲17일 동안 손목이 묶여 있었고, 의무과에서 손이 다 썩는다며 수갑을 풀게 한 점 등 이다.

교도소 은폐 정황, 증언과 맞닿아 
사실무근이라지만…의혹 현재진행형

<일요시사>는 2018년 1월 작성된 ‘전주교도소 7사 근무일지’를 확보했다. 근무일지 내 ‘교육·지시사항’서 ‘특이수용자 관련 언행에 유의해 외부인이 아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대목이 포착됐다.

당시 7사 수용자는 박성철뿐이었다. 즉, 그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라는 지시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박성철은 2017년 11월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달 말에는 검찰 조사도 받았다. 고소 사건은 2018년 1월 언론에 보도됐다. 이후 전주교도소는 7사에 수용 중이던 박성철에 대한 감시 수위를 높여 더 이상 내부 사정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전주교도소의 조직적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성철은 교도관을 폭행한 혐의와 관련, 추가로 형을 선고 받았다. 반면 교도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그의 주장은 증거불충분으로 일단락됐다.

현재 박성철은 원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하지만 끝내 박성철을 직접 만날 수는 없었다. 원주교도소 관계자는 박성철의 주장은 이미 사법 절차가 완료된 사건이라며 선을 그었다. 원주교도소 측은 사법 판결을 내세워 사건의 종결을 주장했지만 7사와 관련된 의혹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타 의혹
법적 공방

지난 8월 전주교도소서 날아온 편지에는 7사서 일어난 교도관의 가혹행위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한 재소자가 교도관에게 묶여 7사로 끌려갔다. 그러던 중 욕설을 내뱉었다. 7사 앞 꺾어지는 골목이 있다. CCTV가 없는 사각지대다. 그 재소자는 3종 세트에 묶여 대략 30대 넘게 주먹으로 머리를 맞았다.’ 전주교도소 7사의 비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이름을 모두 가명 처리했음을 밝힙니다)

<jsjang@ilyosisa.co.kr>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주교도소 입장은? “가혹행위 없었다”

-전주교도소 7사 수용동의 용도는 무엇인지.

▲보호실로 운영 중에 있다.
※ 관련 규정 :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95조(보호실 수용)
1. 자살 또는 자해의 우려가 있는 때
2. 신체적·정신적 질병으로 인하여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때

-7사 수용동서 수용자에 대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증언을 다수 확보했는데.

▲7사 수용동서 수용자에 대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일요시사>서 확보한 2018년 1월12일 전주교도소 7사 수용동 근무일지 ‘교육 지시사항’란에 ‘특이 수용자 관련 언행에 유의해 외부인이 아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문구가 확인되는데 어떤 의미인지. 또 재소자의 처우와 관련해 무언가를 은폐하려 한 것인지.

▲해당 수용자의 경우 정당한 직무를 수행 중인 직원을 폭행해 재판 및 조사 중이므로 재판에 영향을 주는 언행을 하지 않도록 근무자에게 주의사항을 당부한 내용이다.

-<일요시사>서 확보한 자료와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7사 수용동서 가혹행위 후유증으로 사망한 재소자가 있다는 의혹이 나왔는데 사실인지.

▲가혹행위를 하거나 후유증으로 수용자가 사망한 사실이 없다.

-접견자가 없거나 접견 횟수가 적은 재소자들 또는 지적 장애인을 상대로 더 많은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증언을 다수 확보했는데 사실인지.

▲수용자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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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