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49·50) 새우젓, 어리굴젓

우리네 삶과 가장 밀접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새우젓

이응희의 작품 새우(蝦, 하)다.

體瘦長鬚物(체수장발물) 
몸은 여위고 수염 긴 물건이
彌曼擁大洋(미만옹대양) 
넓은 바다에 두루 널려있네
巨殼藏深壑(거각장심학) 
큰 놈은 골짝 깊이 숨어있고
稚群入細網(치군입세망) 
어린 무리는 그물에 걸려드네
皮脫丹璾色(피탈단제색) 
껍질 벗으면 붉은 옥 색깔이고
腸披紫粟香(장피자속향)  
창자 꺼내면 붉은 조 향기네
盤肴多勝膳(반효다승선) 
안주로 맛 좋은 반찬 많지만
眞味獨新芳(진미독신방) 
참된 맛은 유독 향기롭네 
 
어패류 중에서 새우만큼 우리네 삶과 밀접한 종이 있을까 할 정도로 새우는 우리네 실생활에 자주 등장한다. 

불편한 잠자리를 의미하는 ‘새우 잠’이니, 실처럼 가는 눈을 의미하는 ‘새우 눈’이니 하는 말들을 포함해 ‘새우 벼락 맞던 이야기 한다(잊어버린 지난 일들을 들춰 쓸데없이 이야기함)’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등 여러 속담에서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에 대해 고찰해보자.


이 말은 강한 자들끼리 싸우는 중에 아무 상관도 없는 약한 자가 중간에 끼어 피해를 입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속담에 정말 이런 말이 있었을까.

시간을 조선조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조선조 제 14대 임금인 선조가 신하들의 청에 답변하면서 인용한 구절이다.

諺曰鯨鬪蝦死(언왈경투하사)로 ‘속담에 이르기를 고래 싸움에 새우가 죽는다’는 의미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조 재위 시 발생한 정유재란 때 왜군에 의해 포로로 붙잡혀 갔다가 되돌아 온 인물인 정희득(鄭希得)이 그의 작품 <해상록>에 鯨戰休言蝦亦死(경전휴언하역사, 고래 싸움에 새우가 죽는다고 말하지 말라)라는 기록을 남긴다.


이를 살피면 원래는 ‘고래 싸움에 새우가 죽는다’인데 누군가가 ‘죽는다’를 ‘등이 터진다’로 바꾼 듯하다.

이를 감안하면 동 속담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다. 

여하튼 절대 강자인 고래가 싸우는 과정에 역시 절대 약자인 새우가 죽는다는 의미인데 정말 그렇기만 할까.

<어우야담>으로 유명한 유몽인의 작품 ‘여관진의 고기’(女觀津魚, 여관진어)의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해본다. 

風波違咫尺(풍파위지척)
풍파가 가까이서 달라지니
蝦蛭笑鯨鯢(하질소경예)
새우가 고래를 비웃네 

유몽인에 의하면 바람과 파도에 의해 고래와 새우의 상황이 달라진단다.

즉 새우가 마냥 고래에게 당하기만 하지는 않는 듯 보인다.

그래서 역으로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라는 말이 등장하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새우가 등장하는 단어 혹은 속담은 항상 부정적으로 비친다.

왜 그럴까.

그 답을 중국 명나라 학자인 진백사(陳白沙)의 ‘대두하(大頭蝦, 머리만 큰 새우)의 설’(說)에서 찾아보자.

「새우는 수염이 뻗었고 눈이 튀어나오고 머리가 몸뚱이보다 크고 수백 개의 꼬리를 모아 있으면서도 한 번 먹는 것을 제대로 얻지 못하며, 그 바깥은 풍부하면서도 속이 텅 비어 있는 것이 마치 진실을 힘쓰지 않는 사람과 같다.」


양기에 으뜸 ‘총각은 새우 먹지 말라’는 말도
어리굴젓 이름의 여러 가지 유래… 얼얼해서?

진백사는 위 글처럼 새우에 대해 혹평했는데 정말 그럴까.

<음식백과>에 실린 글 중 일부를 인용해본다.

「<본초강목>에서는 새우가 양기를 왕성하게 하는 식품으로 일급에 속한다고 했다. 신장을 좋게 하는데, 혈액 순환이 잘 되어 기력이 충실해지므로 양기를 돋워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총각은 새우를 먹지 말라는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위 내용을 살펴보면 진백사가 새우에 대해 혹평한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 좋은 새우를 남들과 나눠 먹고 싶지 않아서였던 것이다.


또 진백사는 지상 최대의 포유동물인 고래와 당당하게 겨루는 새우의 기세를 신기한 듯 보인다. 

 

어리굴젓

이익의 작품 ‘석화’(石花)를 감상해보자.

無情物發有情花(무정물발유정화) 
정 없는 돌에서 정 있는 꽃 피어나니
色苞眞同未綻葩(색포진동미탄파) 
무성한 색이 피지 않은 꽃잎과 똑같네
蒼海爲根催長養(창해위근최장양) 
푸른 바다는 뿌리 되어 잘 자라라 재촉하고
靑春無跡尙繁華(청춘무적상번화) 
푸른 봄은 자취 없이 성한 꽃 피우네
登槃不必時成實(등반불필시성실) 
소반에 오름에 제철에 결실할 필요 없고
入口偏能助味奢(입구편능조미사) 
입에 들어가면 입맛 몹시 돋우어 준다네
細和蕪菁作淹菜(세화무청작엄채)  
순무에 잘게 섞어 나물로 범벅이고 
呼來伴酒旺脾家(호래반주왕비가) 
술안주로 먹으면 비위 왕성하게 하네

위 작품 속 석화는 굴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바위에 핀 꽃이 굴이다.

이 굴을 재료로 ‘어리굴젓’을 출시하고 있는데 왜 어리굴인지 그 이유부터 헤아려보도록 하자.

일설에 의하면 고춧가루 양념에 의해 젓갈이 매워 입이 얼얼하기에 어리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말이 있다.

또 돌이나 너럭바위에 붙어사는 어리고 작은 자연산 굴을 ‘어리굴’이라 지칭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어리’하면 필자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세종대왕의 큰 형이자 태종 이방원의 큰 아들로 폐세자에 처한 양녕대군이다.

양녕이 세자에서 폐하게 된 원인이 바로 어리라는 여인 때문이었다. 

양녕대군은 세자 시절 그녀의 출중한 미모에 빠져 태종의 명까지 거부하며 아기까지 낳는다.

이에 이르자 태종은 양녕을 세자에서 폐한다.

이를 감안하면 어리는 양녕이 임금의 직을 사양하게 할 정도의 미모를 지녔다고 추론해볼 수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어리’라는 말에는 ‘황홀하거나 현란한 빛으로 눈이 부시거나 어른어른하다’라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어리굴을 어리의 굴 즉 탐스럽고 황홀한 굴로 정의 내리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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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