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권의 ‘순장조’ 라스트 미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21 10:29:45
  • 호수 13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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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막을 충신들 집합!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레임덕 신호가 곳곳에서 잡힌다. 최초의 ‘레임덕 없는 정권’을 자신했던 임기 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 <일요시사>는 ‘레임덕 저지’라는 특명을 안은 문재인정권 ‘순장조’를 취재했다. 
 

▲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고성준 기자

레임덕은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뜻한다. 매 정권마다 집권 4~5년 차에 이 같은 레임덕 현상을 겪는다. 레임덕 현상 전에는 전조증상이 나타난다. 지지율 하락, 공직사회의 분열 및 기강해이 등이다. 집권 4년 차 끝자락에 있는 문재인정권은 레임덕 전조증상을 겪고 있다.

4년 차 끝자락
지지율 하락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지난 1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12월 3주 차(주중 기준) 국정수행 지지율은 38.2%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1.5%포인트 오른 수치다. 지지율 하락 3주 만에 반등했으나 낙관적이라고만 할 순 없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 역시 0.9%포인트 올라 59.1%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여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등의 여파다. 공수처 개정안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0.9%포인트 하락해 지지율 30%선이 무너졌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관가에서는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가 눈에 띄었다. 외교부 관련 성비위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8월 외교관이 주뉴질랜드 대사관 근무 당시 뉴질랜드 국적 직원을 성추행한 의혹이 터졌다. 

지난 10월에도 주나이지리아 대사관에서 한국인 직원이 현지인을 성추행한 사건이 보도됐다. 외교부는 가해자에게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슷한 시기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국총영사관에 파견된 국가정보원 직원이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뒤 국내로 소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외교부 관련 성비위 사건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야권의 공세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제 리더십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국민과 대통령이 평가한다면 합당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직의 반발 역시 레임덕의 신호다. 지난달 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정지 명령을 내렸을 당시 일선 검사들은 물론 검찰 고위층인 검사장급 이상 검사들까지 집단반발, 7년 만에 ‘평검사 회의’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제1차 검란이 발생한 바 있다.

이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하자 2차 검란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기반 흔들, 기강 해이…심상찮다
문과 ‘운명’ 함께할 참모 누구

전직 검찰총장 9명(김각영·송광수·김종빈·정상명·임채진·김준규·김진태·김수남·문무일)이 집단 성명서를 내 우려를 표명했으며, 일선 지검 중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검의 35기 부부장검사들까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정치권에서도 레임덕의 신호가 감지된다. 여당 소속 의원들이 돌출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민주당 윤미향 의원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증가하는 가운데 지인들과 와인 모임을 한 사진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윤 의원은 횡령, 배임, 준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돼 민주당으로부터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원권 정지는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박탈하는 것으로 중징계에 해당한다.

민주당 의원들과 정의당 간의 설전 역시 구설에 올랐다. 시작은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정의당 대변인에게 항의성 전화를 했다는 ‘갑질’ 논란이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 의원이 우리당 조혜민 대변인에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낙태죄 공청회 관련 브리핑 내용에 대해 항의 전화를 했다”며 “김 의원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낙태죄 폐지는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제정 등 정의당이 추진하는 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사태는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정의당의 이 같은 브리핑에 대해 김 의원은 ‘왜곡’이라고 맞섰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당 대변인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왜곡 논평을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역시 논란에 휩싸였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정의당을 향해 “정말 농성이 진심인가”라고 물은 게 화근이었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표결에 정의당이 참여하지 않은 일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의당 측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조직 기강
휘청휘청

논란이 커지자 양이 의원은 “소모적인 필리버스터 국회 상황을 정리하는 데 정의당도 함께해달라는 기대로 쓴 글”이라며 “서투른 글이 오해를 일으켰다면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감 표명 이후 양이 의원은 정의당 지도부를 저격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감정을 드러냈다.

민주당 의원들이 연이어 구설에 오르자 지도부가 직접 나섰다. 부적절한 와인 모임으로 구설에 오른 윤 의원에 대해서는 지도부 차원의 ‘엄중경고’, 정의당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김남국·양이원영 의원에 대해서는 김태년 원내대표 차원에서 ‘주의’를 줬다.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먼저 윤 의원 사태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간담회에서는 윤 의원 외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기강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어느덧 국민의힘에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줬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는 문 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주게 되면 ‘정권 심판론’이 서울·부산으로부터 시작돼 걷잡을 수 없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레임덕 신호가 본격적인 징후로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 (사진 왼쪽부터)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 최재성 정무수석 ⓒ고성준 기자

문 대통령은 내년에 임기 5년 차로 접어든다. 최초의 ‘레임덕 없는 정권’이라는 평가와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기강을 다시 잡을 분위기 쇄신이 절실하다. 정권이 끝날 때까지 함께할 인물로 당정청을 채울 필요가 있다. 이른바 순장조(임기 마지막까지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 할 참모)다.

전해철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장관 후보자는 해이해진 관가의 기강을 잡을 적임자다. 친문(친 문재인) 핵심인 양정철·이호철 전 비서관과 함께 ‘3철’로 불리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전 후보자는 참여정부에서 문 대통령과 인연을 시작했다.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을 상관으로 모셨다.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승격된 후에는 민정수석 자리를 이어받았다. 

전 후보자는 19대 총선부터 내리 3선에 성공, 어느덧 중진으로 거듭났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이자 중진 의원인 전 후보자를 행안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이는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부산
내주면 끝?

정치인 출신 장관은 관료, 교수 출신에 비해 소위 조직 그립감(장악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랜 기간 정치권에 몸담으며 키워 온 정무감각과 추진력으로 공무원 조직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검찰개혁의 적임자로서 임명한 이유도 정치인 출신 특유의 정무감각과 강한 추진력을 기대해서다.

행안부는 선거를 관리하는 주무부처다. 전 후보자는 내정 이후 첫 출근 일성으로 ‘정부혁신’을 언급했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앞두고 해이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 기강을 잡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전 후보자를 행안부 장관으로 지명했다며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또 행안부는 경찰을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 공수처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 권력기관 개혁 3법을 통과시켰다. 공수처 출범의 기틀을 마련한 민주당의 다음 스텝은 권력기관의 한 축인 경찰개혁이 될 전망이다. 추 장관이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했다면, 전 후보자는 경찰개혁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 후보자에 대해 “권력기관 개혁, 과거사 진상규명, 사법개혁 등에서 노력해온 변호사 출신 3선 국회의원”이라며 “돌파력과 리더십, 당정청 국정 운영을 바탕으로 재난 관리체계 강화, 실질적 자치분권실현 정부혁신 등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특히 지역균형뉴딜을 통해 중앙-지방 간 균형발전을 잘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3철의 또 다른 축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차기 대통령비서실장 하마평에 이름을 올렸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다음달 8일이면 임기 2년을 채운다. 통상적으로 2년의 임기를 채운 청와대 참모들은 스스로 물러나거나 교체된다. 

문 대통령이 관리형과 돌파형 중 어떤 유형의 비서실장을 원하는지에 따라 양 전 원장이 노 실장의 후임으로 임명될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관리형 비서실장으로는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돌파형 비서실장으로는 양 전 원장과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꼽힌다. 

‘3철’ BH·내각 진출?
차기 당 대표 중책은?

양 전 원장은 최근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를 비롯해 당 핵심 인사들과의 회동을 가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 전 원장의 행보가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양 전 원장은 혼란한 당정청을 수습할 힘을 지녔다. 현 정권을 세운 1등 공신이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19대 대선 당시 그는 ‘광흥창팀’에서 일하며 당선에 일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주였던 문 대통령을 정치권에 입문하도록 설득한 사람도 양 전 원장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의 복심이지만, 양 전 원장이 노 실장의 뒤를 이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 총선 이후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는 양 전 원장은 최 수석을 차기 비서실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 (사진 왼쪽부터)송영길·홍영표·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 역시 레임덕 저지라는 특명을 받고 취임한다. 당 내부에서는 벌써 차기 당 대표에 대한 하마평이 들려온다. 이낙연 대표의 대권 도전을 위해 중도 퇴임하는 일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대권-당권 분리 규정에 의해 이 대표는 내년 3월 당 대표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이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인천맹주’ 송 의원은 호남 출신의 인천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이다. 지난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냈으며, 문 대통령의 당선 후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박병석 국회의원, 문희상 전 국회의원과 함께 4대 열강 특사로 활동했다. 송 의원은 현 정권 들어 꾸준히 몸집을 불리며 체급을 키워가고 있다.

우원식·홍영표 의원은 지난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도전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두 의원 모두 당내 확실한 지지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당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는 우 의원을, 부엉이 모임의 멤버가 만든 ‘민주주의4.0’은 홍 의원을 각각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형?
돌파형?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대권 도전이 예상되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내년 초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 총리의 후임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만약 정 총리가 교체된다면 후임은 남은 1년여 기간 동안 내각을 안정시키는 중책을 수행할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경선 일정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 나설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설 연휴가 끝난 후에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민주당은 재보선기획단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방안 논의했다.

내년 설은 2월12일이다.

이에 2월 말에 민주당 서울·부산시장 후보가 확정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기획단은 다음 주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된 내용을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민주당에서는 우상호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과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등의 출마가 예상된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선동 전 사무총장, 이종구 전 의원, 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등 5명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추가로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출격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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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