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현대차그룹 새 수장 정의선

지휘봉 잡고 새로운 시대 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정의선 체제가 본격 가동되면서 현대차그룹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20년 만에 총수가 교체된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기업문화 혁신에 앞장서며 주목을 받은 만큼, 정의선 시대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기대가 모이고 있다.
 

▲ 정의선 현대차 회장 ⓒ현대·기아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14일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기존 회장직을 수행했던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신인 회장 선임 안건을 보고했다. 각 사 이사회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의견과 함께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년 만에
총수 교체

정 회장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감안해 별도의 취임식은 열지 않았다. 대신 영상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취임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이 인류의 삶과 안전, 행복에 기여하고 다시 그룹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평소 지론인 ‘고객 존중과 행복’을 힘줘 말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여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이 돼야 한다”며 “고객의 평화롭고 건강한 삶과 환경을 위해 모든 고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고객의 가치를 인류로 확장, 이를 위한 새로운 도전과 준비를 주문했다.

정 회장은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세상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 경험을 실현시키겠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인류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시티 같은 상상 속의 미래 모습을 더욱더 빠르게 현실화시켜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회장은 나눔을 통해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변화도 역설했다.

젊은 감성·파격행보
새 바람 불어 넣는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나가고, 그 결실들을 전 세계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주주,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사회의 다양한 이웃과 소중한 결실을 나누고, 이웃과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열린 조직문화 구현에 앞장설 것도 다짐했다.


정 회장은 “전 세계 사업장의 임직원 모두가 개척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룹의 성장과 다음 세대의 발전을 위해 뜻을 모은다면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임직원의 귀중한 역량이 존중받고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소통과 자율성이 중시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회장은 범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선대회장과 현대차그룹을 성장시킨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 경영철학 역시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기아차

정 회장은 “두 분의 숭고한 업적과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행복에 공헌하는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고자 한다”며 “미래를 열어가는 여정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안 되면 되게 만드는’ 창의적인 그룹 정신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서로 격려하고 힘을 모아 노력하면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18년 9월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 재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을 총괄하는 부회장 역할을 맡게 되면서 3세 경영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정 회장의 승진에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인사 배경을 글로벌 통상 문제 악화와 주요 시장의 경쟁구도 변화 등 경영환경이 급변에 통합적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몽구 회장이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창의적 정신
긍정 마인드

현대차그룹은 같은 해 12월 사장단을 전격 교체하며 정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주요 계열사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결과, 정몽구 명예회장을 보좌했던 핵심 인사들은 2선으로 물러나났다. 대신 정 회장 체제를 위한 세대교체형 인사들을 전진 배치했다. 특히 연구개발(R&D) 부문을 책임지는 자리에는 정 신임 회장이 직접 영입한 외국인 임원을 앉혀 주목받았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서 굵직한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기아차 사장 당시 디자인경영을 통해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바 있다. 또 현대차 부회장 재임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이끌었다. 비슷한 시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선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올라선 뒤로는 그룹의 미래 혁신 과제를 제시하고, 핵심 사업을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세계 최고 완전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합작 기업 ‘모셔널’을 설립하고, 다양한 글로벌 회사들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미래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의 가능성에 주목, 수소 생태계 확장에 앞장섰다.

정 회장의 첫 공식 일정은 ‘수소’였다. 정 회장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민간 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정 회장은 이날 회의에 현대자동차 수소전기 차량인 ‘넥쏘’를 타고 와 눈길을 끌었다.


수소경제위원회는 대한민국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8개 관계부처와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 분야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현대·기아차

정 회장은 이날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이 적용된 수소 상용차 개발과 보급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7월 세계 최초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스위스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소트럭 2종과 수소버스 1종을 수출한 바 있다. 이어 대형 수소 트랙터를 출시했고, 준중형 및 중형트럭 전 라인업에 수소전기차 모델을 마련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시장과 해외시장 등에 수소 상용차를 누적 8만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 공식 일정 
‘수소 경제’

회의를 마치고 나온 정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회의가 잘됐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며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좀 더 경쟁력 있게 다른 국가들보다 빨리 움직여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회장은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약 2년 전 무산 된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을 고려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와 규제환경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개편 계획을 취소했다.

정 회장 선임 이후 그룹 지배권 강화와 안정적 승계를 위해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당장 개편 비용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으며 발생하는 증여세 등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이날 정몽구 명예회장의 당부 사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항상 품질에 대해 강조했다”며 “성실하고 건강하게 일하라고 자주 말했기 때문에 그것이 바로 당부 사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의 경영 계획에 대해 정 회장은 “좀 더 일을 ‘오픈’해서 할 수 있는 문화로 바꾸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며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수렴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그룹 인사에 대해서는 “수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1970년생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정공(현대모비스의 전신) 과장으로 입사했지만 곧 유학길에 올랐다. 정 회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대학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고객 존중·행복 ‘사랑받는 기업’
파격 또 파격…앞으로 행보 주목

이후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서 근무했고 현대자동차 구매실장으로 재입사했다.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과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기아차 대표이사와 현대차 부회장 자리에 오른 뒤, 최근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최종 선임됐다.

정 회장은 부친과 마찬가지로 바닥부터 시작했다. 실무부터 배워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으라는 지침이 있었다. 정 회장은 소박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현대차에 젊은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기업문화 혁신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부친을 대신해 그룹 총수 역할을 맡았던 지난 2년간 현대차 기업문화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사내에 완전 자율복을 도입했다. 구두와 정장 차림서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고, 반바지를 입고 업무를 보기도 했다. 파격적인 변화였다.

또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에 유연근무를 도입했다. 하루 8시간 근무 시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현대차 임원 시스템도 개편됐다. 연말에 시행되는 정기 임원인사는 연중 수시 인사 체제로 전환됐다. 기존 ‘이사대우·이사·상무·전무·부사장·사장’ 6단계였던 임원 직급제는 ‘상무·전무·부사장·사장’ 4단계로 재편됐다.

기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5단계 일반직 직급 체계는 ‘매니저·책임매니저’ 2단계로 변경됐다. 주요 10대그룹 가운데 정기 공채를 처음 없애기도 했다. 대신 각 부문별로 필요한 인재를 수시 채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정 회장의 파격 행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은 직원들과의 ‘셀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양재동 사옥서 직원 1200명과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당시 정 회장은 “과거 5~10년간 그룹이 정체됐다. 트렌드를 바꾸기 위해 변화하는 것은 좀 부족했다. 좀 더 과감한 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내 반응이 좋았던 타운홀 미팅은 현재 현대차 임원들이 직원들과 소통하는 사내 미팅 상시 운영 체제로 이어졌다.

시스템 개편
연말 인사는?

현대차그룹은 최근 코로나19 이슈서도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룹은 지난 3월 연수원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경주인재개발연수원과 글로벌상생협력센터를 대구와 경북 지역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치료시설로 제공한 바 있다. 그 다음달인 4월에는 경기지역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오산교육센터를 지원했고, 해외 입국자 임시 생활시설 용도로 파주인재개발센터를 제공했다.

또 코로나19 피해 복구 등을 위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50억원을 기탁했고, 코로나19 환자들이 제때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전국 소방본부 구급차에 대한 정밀 점검 및 소모품 교환 등을 무상으로 시행한 바 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의선 회장 취임 후…국민 호감도 좋아졌다

현대자동차그룹 수장으로 취임한 정의선 회장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취임 전에 비해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정 회장의 취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다음날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소장 김다솜, GBR)는 뉴스·커뮤니티·카페·유튜브·블로그·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지식인·기업/조직·정부/공공 등 12개 채널 22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정 회장에 대한 긴급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기간은 10월10일부터 15일 오전 9시 반까지다. 분석결과 정 회장이 그룹 수장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전 3일간 일별 정보량은 63~178건에 불과했으나 13일 처음 취임 뉴스가 뜨면서 1554건으로 늘었다.

취임 당일인 14일엔 5014건까지 급증했다. 15일엔 오전 9시 반까지 630건을 기록, 자정까진 무난하게 수천 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간 정 회장 호감도를 살펴본 결과 취임 소식이 알려지기 전 3일간 긍정률은 14.3∼30.2%에 그쳤으나, 취임 소식이 전해진 지난 13일부터 3일간 긍정률은 34.7~52.1%로 급등했다.

국민들은 정의선 회장의 취임에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사회 직후 빅데이터 분석 결과
연관어 1·2위는 ‘고객’ ‘국민’

부정률의 경우에도 취임 소식이 알려지기 전 3일 동안 4.5∼10.0%였으나, 취임 소식이 알려진 13일부터 15일 오전까지엔 2.2∼5.2%로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정 회장의 취임을 기점으로 두고 부정적인 눈길이 되레 줄어든 것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새로 도입한 ‘TPOP' 4가지 분석기법(시간·공간·인물·사건/상황)’중 ‘인물’ 연관 데이터도 조사했다.

취임 전후 6일간 정 회장 포스팅 자료 중 어떤 인물들이 많이 언급됐는지 알아보는 분석기법이다.

분석 결과 최근 6일간 정 회장 포스팅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은 ‘고객’으로 2333건에 달했다.

정 회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인물 연관어 2위는 ‘국민’으로 984건을 기록했으며 3위는 ‘아들’(724건), 4위는 ‘창업자’(689건), 5위는 ‘아버지’(665건) 순이었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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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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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