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수도 이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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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제17대 임금인 인종 13년(1135)에 일이다. 서경(평양)을 기반으로 한 묘청, 정지상 등이 풍수지리설에 입각해 수도인 개경(개성)의 지덕(地德)이 쇠했다는 이유로 서경으로 수도 이전을 주장하며 난을 일으킨다.

그러자 인종은 김부식 등 개경파를 앞세워 토벌에 나서고, 난을 일으킨 지 1년 만에 서경천도운동은 그 막을 내린다.

묘청과 정지상 등 서경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난의 주도 세력은 표면상으로 풍수지리설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을 살피면 개경파의 독주에 대한 서경 세력의 불만서 비롯됐다.

결국 이 난으로 공을 세운 김부식 등 문인 세력의 권력 독점은 ‘무신란’(고려 후기에 무신에 의해 일어난 난)으로, 뒤이어 고려 왕조가 패망으로 치닫는 계기가 된다.

동 난에 대해 단재 신채호는 묘청 등이 주장한 칭제건원(군주를 황제라 칭하고,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자는 주장)과 금국(금나라) 정벌에 대해 ‘조선역사상 1000년 내의 제1대 사건’이라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한데, 이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다. 대신 독자들께 그 이면에 가려져 있는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밝히고자 한다. 김부식과 <삼국사기>의 탄생에 대해서다.


발단은 고려의 명장인 윤관과 김부식의 악연으로부터 비롯된다. 16대 임금인 예종 치세 시 예종은 윤관에게 자신의 숙부인 대각국사 의천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비문 작성을 지시한다. 윤관이 비문을 완성하자 당시로서는 햇병아리였던 김부식이 시비를 걸고 결국 윤관이 작성한 비문을 수정하게 된다.

그리고 후일 김부식이 대신의 반열에 올랐을 때, 김부식은 윤관의 아들인 윤언이에게 된통 수모를 당한다. 국자감에 행차한 인종은 그 자리서 김부식에게 주역에 대한 강의를 지시했고, 주역에 밝은 윤언이는 조목조목 반박해 김부식은 그야말로 비지땀을 흘리며 호되게 복수를 당한다.

이어 묘청의 난이 일어나자 토벌대의 원수로 임명된 김부식은 윤언이를 제거하기 위한 의도로 자신의 보좌역으로 임명하고, 난을 평정하는 과정에 윤언이가 서경파인 정지상과 결탁했다는 혐의를 씌워 제거하고자 했다.

그러나 김부식의 계획은 성사되지 못하고, 우여곡절을 겪은 윤언이가 중앙 정치 무대에 복귀하자 생명의 위협을 느낀 김부식은 정계를 떠난다. 결국 인종은 할 일 없는 김부식에게 위로 삼아 <삼국사기>를 편찬토록 지시함에 따라 삼국사기가 탄생하게 된다.

각설하고,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토 균형 발전과 서울 부동산값 안정을 위한 대책 측면서 세종시로 행정 수도 이전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고, 그 일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말인 즉 거창하지만, 결국 여권의 주장은 서울 부동산 가격을 내리기 위해 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는 논리다. 정치꾼다운 발상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행정 수도 이전에 적극 찬성한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서울이 더 이상 정치꾼들의 이전투구의 장, 민주당 이해찬 대표 말대로 ‘천박한 도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로, 천박한 정치꾼들 모조리 데려가라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수도 이전이 성공할 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경쟁력이라고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세금을 뜯어내 생색내는 일 밖에 없는 그들이, 자신들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인해 서울의 지덕, 즉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이유를 천박한 정책으로 복구하고자 하는 꼼수가 통용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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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