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세기의 입방정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6.29 13:50:48
  • 호수 12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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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잡으려다 한반도 잡겠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책 한 권의 파장이 크다. 최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폭로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접근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회고록을 통한 폭로는 외교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그가 발간한 회고록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두고 사방이 시끌시끌하다.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 등을 낱낱이 공개한 존 볼턴의 회고록 파장과 관련해 백악관은 “기밀정보들이 맞다”며 법적 대응을 벼르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공개 반발하는 등 회고록 내용이 향후 한미,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3억 가치?
회고록 파문

지난해 11월 AP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겪다 경질된 존 볼턴이 저서 출간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약에 관해 알고 있는 정통한 출판업계 관계자 3명은 볼턴이 지난 몇 주 동안의 협상 끝에 출판사 ‘사이먼 앤드 슈스터’와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출판 관계자 2명은 “그 계약은 약 200만달러(약 23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사이먼 앤드 슈스터는 지난해 백악관 안팎 인물의 충격적인 인터뷰 내용을 담은 책 <화염과 분노>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 등을 펴낸 미국의 유명 출판사다. 이번 계약은 저자를 대신해 출판 계약과 발행, 판매 협상을 맡는 문예 저작물 대행사 재블린이 대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재블린은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 수사를 이끌다 해임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 공보참모를 지낸 클리프 심스의 책 출간을 대리했다.

당초 회고록은 지난 3월 출간 예정이었다. 회고록 내용이 언론에 소개되면서부터 민주당은 볼턴을 탄핵 심판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YT(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회고록 원고에는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에게 ‘우크라이나 수사당국이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수사에 협력할 때까지 원조를 계속 보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반면 공화당 측에서는 회고록과 관련해 출판을 앞두고 책을 팔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의 보도에 대해 거짓이라며 “나는 바이든 부자를 우크라이나 원조와 연계하라고 존 볼턴에게 결코 말하지 않았으며, 볼턴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것은 단지 책을 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볼턴은 왜 그가 오래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서 경질됐을 때 이 몰상식한 일(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지칭)에 관해 불평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한 뒤 “당시 그(볼턴)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회고록에 관한 언론 기사 등을 통해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8월 내게 직접 ‘우크라이나 정부가 바이든 부자의 비리 혐의를 조사하겠다고 동의할 때까지 군사지원금 지급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고 폭로한 것은 거짓말이란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저서 출간 계약
원고 검토…두차례 출판 연기

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금 3억9100만달러(약 4567억원)와 우크라이나 검찰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조사를 직접 연계시켰다”는 의혹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조사하지 않으면 미국의 군사원조는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한테 사실상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백악관은 회고록이 세상에 나오는 걸 막기 위해 출판에 제동을 걸었다. 책은 탄핵심리를 요동치게 할 최대할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원천봉쇄하기로 한 것.


백악관 국가안보 회의는 볼턴의 신간 원고에 대한 예비 검토 결과 이 회고록에 상당한 양의 기밀 정보가 포함된 만큼 현재 상태 그대로는 출판이 불가하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AFP통신은 이 같은 검토 작업은 책을 펴내는 모든 백악관 출신 인사들에게 적용되는 검열 절차라고 전했다.

볼턴은 지난 2월11일 노스캐롤라이나 더럼 소재 듀크대학교서 개최한 ‘2020년 안보 도전’ 강연서 “회고록에 더 많은 폭로를 담았다. 예정 날짜대로 출간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까지 관심은)우크라이나(스캔들)와 탄핵심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그것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책에 담긴 내용들에 비춰볼 때 아이스크림 위에 뿌린 설탕가루 정도”라고 비유했다.
 

▲ 악수 나누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그는 “이것은 역사를 기록하려는 노력이고 나는 최선을 다했다”며 “백악관 검열 결과가 어떨지는 두고 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궁극적으로 이 책이 출판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트윗 공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볼턴은 “그는 트위터를 하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이 얼마나 공평한가?”라고 반문했다. 볼턴은 이날 강연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 상원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심판서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책 팔려고 
허위사실?

대신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실패하게 돼있는 정책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봉사를 했다”며 “(결국)북한에 2년이라는 시간만 더 벌어줬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의 회고록은 5월로 연기됐다. 하지만 5월에도 백악관이 원고를 검토하면서 한차례 또 연기됐다. 지난 20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이날 볼턴이 회고록 출간을 계속 진행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램버스 판사는 출간 강행이 심각한 국가안보상의 우려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램버스 판사는 출간 예정일이었던 지난 23일을 앞두고 미 전역을 비롯해 전 세계에 회고록 수십만부가 퍼졌고 언론사에도 다수 입수돼 피해는 이미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기밀 누설로 인한 회고록 수익 환수와 형사처벌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회고록에 기밀이 다수 포함돼있다며 지난 16일, 출간을 연기해달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이날 법원의 결정은 금지명령에 대한 것이라 민사소송은 그대로 남아 있다.

17일에는 WP와 NYT 등 미 주요 언론에 회고록 주요 내용이 일제히 보도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같은 날 회고록 공개 중지에 대한 긴급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회고록 출간 금지명령을 둘러싼 법정 공방 1라운드에서는 볼턴이 승리한 셈이다.

볼턴의 법정 다툼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으로 꼽히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볼턴은 출간 지연을 노리는 듯한 백악관과의 장기간 협의 끝에 기밀을 다 덜어냈다고 주장했다. 

예정대로 지난 23일 출간한 회고록은 현재 아마존 등 미국 서점서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책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의 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와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회고록 내용을 두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회고록이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도 기밀 유출 등을 지적하며 400여 곳에 대한 수정과 삭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볼턴은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 21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PDF파일이 최근 인터넷에 공개됐다. 구글 등에서 책 제목만 검색해도 바로 파일이 나오는 탓에 회고록 출판사인 ‘사이먼 앤 슈스터’는 이를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로 보고 해적판 유포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서도 회고록 PDF파일을 다운받을 있는 것이 공유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관련해 번역본이 캡쳐화면으로 떠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게시되기도 했다. 회고록 내용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비핵화 정책 방향을 두고 ‘조현병 환자 같다’고 표현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발끈
내용 보니…

업계에 따르면 회고록에는 지난해 2월말 베트남 하노이서 열린 제2차 미북정상회담과 관련 된 내용도 서술돼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당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언급하며 미국에 경제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이른바 ‘주고받기’를 요구한 셈.

한국과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주고받기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해체라는 카드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볼턴은 평가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볼턴은 문 대통령이 북한의 입장을 나름 지지하면서도 회고록서 중국의 ‘수평적이고 동시적인’ 접근방식이 북한이 요구하는 ‘주고받기’ 식 협상 전략과 같은 소리로 들린다며, 두 개의 서로 다른 상황을 동시에 지지하는 듯 한 인상을 주는 문 대통령을 ‘조현병 환자 같은’이라는 수식어로 표현한 것.
 

▲ 존 볼턴 미

이뿐만이 아니다. 그의 회고록을 살펴보면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회담과 한미회담, 한일 간 반도체 수출규제 갈등 등 중요 사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반면 한국을 상대로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트럼프는 북한에 이어 미국의 최대 골칫거리 외교 현안인 대이란 문제에 아베를 끌어들였다.

아베를 상대로 “미·이란 관계 개선의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고 절박하게 요청한 사실이 회고록서 확인됐다. 트럼프 시대서 아베의 글로벌 외교력을 확장시켜준 것.

결과적으로 아베에 내밀한 도움을 요청한 트럼프는 일본의 도발로 반도체 핵심소재 분쟁이 불거지자 “한일 간 분쟁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 정부의 중재 요청을 무시했다. 이처럼 한미일 동맹의 삼각축서 미국이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지에 대해 존 볼턴의 회고록은 “한국보다 일본에 더 우선순위가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 청와대는 일단 왜곡과 허위, 과장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한일 간 다시 중대한 이익 충돌이 발생했을 때 미국의 중재와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한국 외교가 어떤 노력과 전략을 구사할지에 대해 볼턴의 회고록은 역설적으로 그 필요성과 사안의 중대성을 증명하고 있는 것.

400곳 수정 요청했지만 거절
문 대통령 ‘조현병 환자’ 비유

무엇보다 향후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서 일본이 어떤 방식으로 훼방을 놓고 한미 간 내밀한 정보들을 캐내는지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볼턴의 회고록은 입증하고 있다. 힘과 정보의 대결인 외교전서 일본의 대미 전략은 혀를 내두를 만큼 헌신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회고록은 보여준다.

2년 전인 2018년 4월11일. 미국 워싱턴 DC 인근 댈러스 국제공항에 청와대 고위 인사가 도착했다. 같은 달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현안을 공유하기 위해 방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었다. 도착 다음날 정 실장과 만난 볼턴은 뜻밖의 요구를 내놓는다. 27일 남북 회담 때 대화 테이블에 ‘비핵화’를 올려놓지 말라는 것이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 역사적 회동을 하는 한국을 상대로 가장 중요한 의제인 비핵화 문제를 다루지 말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회담을 하지 말라는 뜻과 다름없었다. 물론 4월27일 정상회담 뒤 양국 정상은 공동선언문서 한반도의 영구적 비핵화를 천명해 볼턴의 주장이 무색하게 됐다.

결과를 떠나서 볼턴은 정 실장에게 대체 왜 이런 무리한 요구를 했을까. 그의 회고록을 보면 한마디로 한국은 미국이 지향하는 북한 비핵화 개념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치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은 회고록서 볼턴이 당시 상황을 메모한 내용이다.
 

‘미국이 말하는 북한의 비핵화 개념에 대한 한국의 이해수준은 미국의 근본적 국익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4·27 판문점 회담은 실체가 없는 위험한 연극일 뿐이다. 나는 정의용에게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서 비핵화를 논의하는 걸 피하라고 요구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평양이 가장 선호하는 외교전략인 한국과 일본, 미국 간 관계를 틀어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말했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주 정교한 조정을 해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

볼턴 회고록서 발견되는 놀라운 사실은 당시 한미 정상 간 판문점 회담에 개입하고 정보를 캐내려는 일본의 노력이 집요했다는 사실이다. 볼턴은 이날 정 실장을 만난 수 시간 뒤 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을 만나 정 실장이 전한 남북회담 내용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전했다. 

“한국보다
일본 우선”

극렬 매파인 볼턴은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일본 정부와 동일하다는 점을 수시로 언급하며, 당시 야치 쇼타로에게 전한 메시지가 아베에게 그대로 전달됐다고 말하고 있다. 며칠 뒤 미·일 정상회담서 아베가 트럼프에게 자신의 메시지와 동일한 내용으로 북한 비핵화 해법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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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이 지핀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노소영이 지핀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 등이 노태우 일가 세무조사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서 불거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 메모 사건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지난달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고발한 5·18기념재단 관계자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세기의 이혼 흑역사 불러 재단이 지난 10월14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조세범 처벌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지 한 달여 만에 본격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노태우 일가를 둘러싼 부정 은닉재산 의혹 등 실체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는 약 4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추징된 금액은 2628억원에 그친다. 재단 측은 지난 10월14일 대검찰청에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김 여사의 ‘선경 300억’ 관련 메모에 기재된 전체 금액이 904억원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이 127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와 노 관장, 노 원장을 조세범처벌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원순석 5·18재단 이사장은 고발 당시 “올바른 정의와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 고발장을 접수하게 됐다. 피의 대가로 권력을 장악해 부정부패를 통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습해 자식들에게 넘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 국가에 환수당하지 않으려 과세 관청에 신고하지 않았고 이를 통해 상속세도 포탈했다”며 “상속세 포탈 금액이 연간 5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단은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의 유산이 연희동 자택이 유일하다고 하는 등 추징 이후 부정 축재한 은닉재산이 없는 듯이 가장해 왔으나 재판 과정서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및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 왔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은닉재산에 대해 최근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과정서 피고발인인 김 여사가 2000~2001년까지 약 21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차명으로 불법 보관하다가 다시 한번 보험금으로 납입해 자금을 세탁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비자금 4600억” 정재계 증언 이어져 5·18 관계자 고발로 부인·남매 소환 재단 측은 추징금 완납 이후에도 비자금 관련 뇌물죄 수사 및 추징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용해 그동안 은닉했던 불법 비자금 총 152억원을 피고발인 노 원장 명의로 공익법인에 기부해(동아시아문화센터 147억원, 노태우 재단 5억원) 다시 한번 자금을 세탁하고 자녀에게 불법 증여한 것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1991년 메모와 약속어음을 근거로 비자금이 SK 측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봤다. 김 여사의 메모에 ‘선경 300억’이라고 적혀 있었고,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증거로 내세웠다. 이후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했다. 또 이 자금이 당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2심 재판 과정서 과다하게 부풀려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 회장 측도 지난 8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며 이 부분에 대한 여러 오류를 문제 삼았다. 노태우정부 시절 경제수석, 민주자유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매체를 통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노태우 자금 문제를 관리하는 이원조씨가 있는데 사돈 기업에 통치 자금 이야기를 해 (선경서 노태우 측에)꾸준히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서 일단 뭘 좀 주라고 해서 어음 자체를 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씨는 5·6공 시절 ‘금융계의 황제’로 불렸다.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모아 전달한 혐의로 대법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준 돈? 받은 돈! 실제 어음 발행일은 노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1992년 12월로 알려졌다. 선경건설이 당시 발행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 과정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나 ‘비자금’이 SK의 성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결했다. 노 관장 측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기여도가 크다고 보고, 최 회장이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즉각 반발했고, 최근 상고심 시작에 앞서 500여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다양한 쟁점 가운데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및 후광 등은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오히려 손해가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은 반박했다. 그는 진술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선경건설의 약속어음은 태평양증권 인수와는 무관하고, ‘받았다’는 의미인 차용증은 ‘주겠다’는 의미의 약속어음이라며 노 관장 측 주장에 반박했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의 전언과도 일치된다. 손 명예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하면서 확인된 김 여사의 비자금 메모, 지난 2007~2008년 적발했지만 덮은 214억원+α, 지난 2016~2021년까지 동생 노재헌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 2023년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 등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 은닉, 돈세탁, 불법증여는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고발 내용과 경위 등을 확인하는 한편 조사 내용을 토대로 노 관장 등 노태우 일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심우정 검찰총장이 국회 국정감사서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은닉 관련 직접 수사 의지를 피력한 만큼 실체 규명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후 자금 시드머니 정재계는 물론 시민단체서도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수사가 한 달이 지나도 진척이 없자 환수위는 지난 22일에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수사 촉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환수위는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이 진행 중인 ‘노태우 위인화 사업’에 “적게는 수억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수위 역시 노 관장 등을 범죄수익은닉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어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 범죄수익의 은닉과 증식을 도모한 가족공범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환수위는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가 해외서 굴리는 자금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추가 고발도 예고했다. 또 환수위는 지난달 25일 열린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 대통령 노태우> 출판기념회에 사용된 비용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서도 노 관장이 직접 불법 비자금이 있다고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노 관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은 불법 비자금 관련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도 국정감사에 불참하는 등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행사에는 참석하고 있다”며 “불법 비자금에 대해 떳떳하다면 직접 설명하고, 조사에도 철저하게 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300억 메모’꺼낸 노 관장 자충수 “네오트라이톤 뒤져야” 의혹 제기 정치권서도 ‘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8일, 노태우 일가의 은닉 자금은 김옥숙 여사의 904억원을 비롯해 차명으로 보관한 210억원 규모의 보험금, 동아시아문화센터 기부금 147억원 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도 지난달 24일 “노재헌 원장 측근의 명의로 설립된 네오트라이톤이 부동산 분양 및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 회사가 운영되는 데 있어 비자금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8일 법무부 국정감사서 ‘6공화국 비자금’과 관련해 “(전체 비자금 추정 규모 대비)일부만 환수되고 1400억원이 붕 뜬 상태였는데, 최근 소송서 밝혀진 904억 메모, 152억 기부금 등 비자금 은닉 정황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며 “불법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방안을 마련해 종합감사까지 보고할 것”을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주문한 바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 관련 자금 흐름을 국세청 홈택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살펴보는 과정서 노태우 일가가 최대주주인 회사를 발견했다. 노 원장의 최측근 명의로 설립된 부동산 임대·매매업을 영위하는 ㈜네오트라이톤이라는 회사를 파악하게 됐다. 노 원장은 네오트라이톤의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네오트라이톤에는 최초 설립 이사부터 전·현직 임원 등에 노 원장의 측근이 다수 포함돼있었다. 언론을 통해 노재헌 원장과 홍콩서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을 받는 김정환씨, 그리고 비자금 세탁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노 원장의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의 과거 이사장인 채현종씨도 포함돼있다.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개정 전 마지막으로 공시된 ‘네오트라이톤 201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노 원장을 포함한 총 2~3인의 주주단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무이자·무담보 형식으로 회사에 대여해 줬다. 네오트라이톤은 현재 자본금이 1660만원에 불과한데 주주와 은행의 차입금으로 토지 구매, 건물 건설, 분양 및 임대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다. 불똥 튄 남동생 김 의원은 “노태우 일가는 비자금 일부만 추징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납부 여력이 없다며 사돈과 친척을 통해 추징금을 대납시켰다고 하는데, 이후 어머니 김옥숙씨는 아들 공익법인에 147억을 출연했다”며 “노태우 일가의 자금 출처와 흐름이 비정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재헌 원장은 지난달 16일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서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를 통해 비자금을 세탁하고 부동산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