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한반도’ 김여정 앞세운 김정은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6.22 10:26:38
  • 호수 12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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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 프로젝트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우리 정부를 향한 무력 도발로 읽힌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번 사태를 진두지휘했다. 김 부부장은 북한 권력서열 2인자를 넘어 초특급 실세로 거듭나고 있다. 일각에선 ‘최고지도자’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 폭파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쾅! 지난 16일 오후 2시49분경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했다. 경기북부 최북단에 위치한 파주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집이 흔들릴 정도의 진동을 느꼈으며, 개성공단 쪽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발표한 ‘판문점 선언’ 이후 세워진 연락사무소는 1년9개월 만에 폐허가 됐다.

전격폭파
무력도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연락사무소 폭파 등 일련의 사태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13일 담화를 통해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북한은 김 부부장의 제가에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김 부부장 담화 직후 폭약을 운반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연락사무소 일대로 이동했다. 연락사무소 내부에 폭약을 설치해 폭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국방부 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김 부부장이 말한 다음날부터 (건물 1·2층서)불꽃이 관측됐다고 한다”며 “에이치빔(H빔)으로 세운 건물을 폭파할 때는 빔을 미리 절단해야 한다”며 불꽃이 관측된 이유가 폭파를 위한 사전작업일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는 김 부부장이 밝힌 대적사업의 일환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김 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지시 내용이라며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이후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를 연결하는 핫라인이 설치 2년 만에 끊겼다. 북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정부와의 채널을 모두 차단했다. 통일부는 지난 9일, 북한이 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통화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국방부는 같은 날 남북 간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쾅! 연락사무소 폭파…폐허로
여동생 전면 부상 ‘진두지휘’  

북한의 조치는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의 첫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은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엄포를 놨다. 

특히 DMZ 내 GP 복구는 문재인정부의 성과 중 하나였던 9·19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의미한다. 향후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측은 군사행동 계획들을 더욱 세부화해 빠른 시일 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비준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변화는 김 부부장의 변신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김 부부장은 ‘평화메신저’서 ‘독설가’로 변신했다. 지난 3월 청와대가 북한의 합동타격훈련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자 김 부부장은 ‘저능하다’ ‘적반하장의 극치’ 등의 폭언을 했다. 이어 지난 4일 담화에선 ‘쓰레기’ ‘똥개’, 지난 13일에는 ‘남조선 것들’ ‘말귀가 무딘 것들’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김 부부장의 이 같은 독설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강해지는 추세다.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그는 우리 정부에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적대적인 담화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 영상 메시지를 꼬투리 잡아 “자기 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됐다”며 “명색은 대통령의 연설이지만 나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원색 비난했다.

북한이 남북 갈등의 원인으로 규정한 탈북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김 부부장은 우리 정부가 묵인하고 있다고 봤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자의 이번 연설은 응당 사죄와 반성, 재발 방지에 대한 확고한 다짐이 있어야 마땅했으나 변명과 술수로만 일관했다”고 재차 비난했다.

전면에서
진두지휘

그는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교착의 원인을 외부로 돌렸다. 뿌리 깊은 사대주의 근성에 시달리며 오욕과 자멸로 줄달음치고 있는 이토록 비굴하고 굴종적인 상대와 더 이상 북남관계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이 굳어질 대로 굳어진 우리의 판단”이라며 우리 정부를 대화 상대서 제외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행사 참석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왔을 당시 예의를 차려 인사를 건넸던 과거의 김 부부장의 모습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에게 “통일의 새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고 덕담을 전하기도 했다.

사실 북한의 거친 발언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인 김 부부장이 직접 선봉에 섰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씨 일가가 문정부를 얼마나 적대적으로 생각하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심각하게 대화 나누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 왼쪽)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

갑작스런 변신의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 지도자의 필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혁명 업적’을 쌓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김 부부장은 ‘여성’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군에서 권력을 쌓을 수 있지만, 여동생인 김 부부장은 그렇지 못하다. 이에 수위 높은 담화를 발표, 선전선동부서 권력을 넓히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 1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서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은 문 대통령과 과거의 관계를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여지는 살려놓는 것”이라며 “김 부부장이 일종의 악역을 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인민군 신망
얻으려고?

김 위원장은 이번 사태서 한발 물러나 있다.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이후 열흘째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지난 18일 기준). 김창섭 전 국가보위성 정치국장 빈소에 조화를 보내는 등의 활동은 하지만 공개석상에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다.

그사이 김 부부장은 대적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이 김 부부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지난 13일,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겠다고 예고한 담화서 이는 김 위원장과 당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임을 공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재가 아래 김 부부장이 지휘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이 김 부부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련의 과정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중 김 위원장이 건강이상 등의 이유로 김 부부장에게 최고지도자 승계 작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눈에 띈다.


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 내부서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러시아 등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국가들까지 강력한 대북제재에 참여하는가 하면, 코로나19 사태로 중국과의 교류마저 끊기면서 북한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앞서 김 위원장이 정치국 회의에 참석해 평양시민 생활 향상 방안 등 민생 문제만을 집중 논의한 일이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까지 더해지면서 북한 내부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김 부부장의 위상을 부각시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벼랑 끝 몰리자 다시 발악
2인자 굳히기? 승계 일환?

북한서 군사 작전을 총괄하는 인민군 총참모부는 최근 김 부부장의 지시에 따라 ‘당과 정부가 취하는 모든 대내외적 조치를 군사적으로 철저히 담보할 것’이라며 4개항의 군사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승계 작업과 관련해 흥미로운 전망을 내놨다.

지난 15일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서 그는 “김 부부장은 혈통·인맥·정부 경험 등을 모두 갖췄고 김 위원장과도 가깝지만, 군사적 경험이 없다”며 “최근의 강경한 담화는 북한정권이 김 부부장에게 부족한 군사적 능력을 보충해주려고 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부부장이 앞으로 오빠(김 위원장)처럼 군 직위를 맡는다면 후계자 교육을 받고 있다고 볼 만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주영국 북한대사관 영사 출신인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북한 내부를 김 부부장 후계 체제로 결속시키려는 의도”라며 “북한 군부가 이렇게 순식간에 ‘계획 보고-승인-계획 이행-주민 공개’를 일사천리로 처리한 것을 나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 업무보고 중인 김연철 통일부 장관 ⓒ문병희 기자

외신들도 김 부부장의 급부상은 김 위원장 건강 이상에 따른 승계 작업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6일(현지시각) 김 위원장이 아프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김 부부장의 급부상으로 김 위원장의 건강이 최상의 상태가 아니라는 추측에 새로운 불을 지피는 깜짝 놀랄 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권력을 가족과 함께 공유하려 한다는 추측도 내놨다.

<WP> 레이철 민영 리 전 미국 정부 북한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북한 관영매체가 김 부부장의 발언을 기사와 집회, 인민 반응의 기준점으로 내세우면서 이례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취했다’며 ‘이는 백두혈통이 아닌 다른 지도자에 비해 김 부부장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고 평가했다.

유사시
섭정체제

아시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지난 4월11일 이후 관영매체에 3차례만 등장한 사실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의 건강에 뭔가 문제가 있다. 그럴수록 대행이 중요하다. 누가 대행이 될 수 있겠나. 권력을 독점하지 않을 누군가 뿐”이고 했다. 이는 김씨 일가가 이미 보여왔던 모습이다. 지난 2008년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김 위원장으로 권력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약 3주 정도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아 위중설 및 사망설을 촉발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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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