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④> 김정은 밑으로 집합! 북한 권력서열 TOP7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5.25 10:17:31
  • 호수 12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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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위중설 김 다음 누구?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졌다. 확인 결과 사실 무근이었다. ‘김정은 건강이상설’  ‘99% 사망설’을 제기한 이들은 모두 탈북자 출신 통합당 인사들로 밝혀졌다. 현재 북한서 김정은 다음으로 권력을 잡고 있는 실세 7명을 뽑아봤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될 때마다 후계자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흘러나오곤 했다. 김 국무위원장을 제외한 북한 내 권력 서열을 정리했다.

2인자
최룡해

최룡해는 지난달 11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직과 함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직에 올랐다. 북한서 국무위원회는 김 국무위원장이 직접 담당하는 핵심 국정기구다. 

특히 최룡해가 이번에 맡은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그동안 북한 직제상 없던 직위였다. 기존 국무위원회 편제에서는 최룡해와 박봉주 전 내각총리가 함께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서 북한이 헌법을 ‘수정보충’하면서 새로 만든 자리로 보인다. 최 제1부위원장이 노동당에 이어 국가기구서도 김 국무위원장의 다음 인물로 공식화된 것이다.

그동안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최 제1부위원장이 맡게 됐다. 올해 91세인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김 전 상임위원장은 19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은 지 21년 만에 자리서 물러났다.


북한 ‘빨치산 혈통’의 대표 인물로 알려진 최룡해는 2017년 노동당 제7기 제2차 전원회의 이후 노동당 간부·당원을 포함해 전 주민에 대한 장악·통제와 인사권을 가진 당 조직지도부장을 맡아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최 제1부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으면서 2선으로 물러났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앞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김영남은 유명무실했다. 김영남은 북한 정권의 ‘얼굴마담’일 뿐이었다. 

하지만 최 제1부위원장이 김영남과 달리 많은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모 책임연구원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서 “최룡해가 2인자냐 3인자냐를 떠나서 김 국무위원장 유일통치 구조에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고, 가장 필요한 조연”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 제1부위원장은 최근 ‘깜깜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달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한 것이 그의 마지막 공개 활동이다. 19일 기준, 34일째 북한 관영 매체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 제1부위원장의 이 같은 잠행은 그와 함께 ‘북한 핵심 3인방’으로 평가되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 총리의 활발한 활동과 대비되며 주목받고 있다.

3인자
김여정

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의 정치적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을 뒤에서 보좌하던 역할서 벗어나 북한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을 경우 여타 인물이나 집단에 비해 여러 측면서 후계자 후보로서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활동영역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그동안 김여정은 ‘김정은 문고리 비서’ 역할만을 충실히 해왔다.

하지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해 김정은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을 계기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사진 앞줄 왼쪽부터)김재룡 내각총리,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리만건 노동당 부위원장

이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행사 준비를 주관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사상 첫 남북미 판문점 정상 회동서 김 국무위원장을 공식 수행하는 한편, 같은 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때 환담을 하는 등 외교무대에 공식 등장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공식 직책인 1부부장 명의로 대남·대미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룡해, 없던 자리 만들어 임명
김여정, 외교안보 총괄 역할 부여

이로써 김여정이 북한 내 최고 핵심부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어 리만건 조직지도부장이 지난 2월말 당 정치국 확대회의서 부정부패 등의 이유로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서 해임됨에 따라, 김여정이 제1부부장으로서 사실상 조직지도부장을 대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북한의 군사 훈련에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를 강하게 비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국무위원장에 보낸 친서를 평가하는 내용의 두 차례의 담화를 내놓기도 했다. 그가 김 국무위원장을 대신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함으로써 자신을 한미 정상급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수령의 유일영도체계 실현을 보장하는 당 조직지도부는 통상적으로 남북관계, 북미관계에 대한 담화를 내지는 않는다. 이는 선전선동부도 마찬가지다. 결국 두 차례의 담화는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역할도 부여됐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라고 하는 김여정의 소속과 직책, 역할에 대해서는 현재 정보당국도 특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인자
박봉주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이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 다음으로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꼽힌다. 그는 최근 평양 방직공장과 백화점 시찰 등 공개활동에 나선 바 있다.

김 국무위원장뿐만 아니라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등 북한 수뇌부의 공개 활동 보도가 좀처럼 없는 상황서 북한의 대표적 경제 관료인 박봉주 부위원장의 공개  활동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29일 당 당중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박봉주 동지가 김정숙 평양방직공장, 평양 제1백화점과 광복지구 상업중심 등 평양시 안의 상업봉사 단위들을 현지 요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박봉주 부위원장은 ‘염색종합직장, 직포종합직장을 비롯한 생산현장들을 돌아보면서 인민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색깔의 천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과 함께, 정화시설을 보다 현대화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실무적인 대책들을 강구했다’고 한다.

또 ‘평양 제1백화점과 광복지구 상업 중심서 일꾼들과 종업원들이 상품보장 사업을 실속 있게 짜고 들고 봉사방법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면 인민의 참된 봉사자로서의 책임과 본분을 다해 나가는 데 대하여 언급했다’고 전했다.

5인자
김재룡

북한서 김재룡은 경제 수장으로 불린다. 중국과 인접한 변방인 자강도를 맡고 있던 김재룡은 지난해 최고인민회의서 북한의 ‘경제사령탑’인 내각 총리로 깜짝 발탁됐다. 김 국무위원장 집권 초기 북한 경제 회생과 기업소·농업 부문 경제자율권 확대, 시장화를 이끌었던 전임 박봉주 총리는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북한매체는 ‘지난 20일 김재룡 내각총리가 함경남도 단천항과 단천제련소 등을 살펴봤다’고 보도했다. 김 국무위원장이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이후 19일째 잠행에 들어간 것과는 대조적으로 김 총리는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재룡 동지는 단천항과 단천제련소, 흥남비료연합기업소, 고원탄광, 수동탄광을 돌아보면서 현행 생산을 늘리고 철길공사, 능력 확장 공사를 비롯한 여러 대상 건설을 다그치는 데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협의·대책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 20일에는 김 총리가 함경남도 여러 부문 사업을 현지서 요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김 총리가 용성기계연합기업소, 2·8비날론연합기업소,  흥남전극공장 등에서 ‘대중의 정신력과 생산 잠재력을 최대로 분출시켜 대상 설비, 제품의 질과 량을 철저히 보장할 데 대해 강조했다’고도 했다.

신문은 ‘국가과학원 함흥분원과 흥남제약공장 등을 둘러보며 과학연구사업에 계속 힘을 넣으며 의약품 생산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더욱 완비할 데 대해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밀 작황을 마련하고 있는 고원군 상산협동농장 일꾼들과 근로자들의 투쟁을 고무해줬다’고 선전했다.

신문은 ‘현지서 진행된 협의회들에서는 수령의 유훈 관철전, 당정책 옹위전의 불길 드높이 생산과 건설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이룩하며 과학기술과 생산의 일체화를 실현하고 연관단위들에서 석탄과 설비, 자재 등을 책임적으로 생산·보장하기 위한 대책적 문제들이 강구됐다’고 덧붙였다.

북한 매체 보도 기준, 김 총리는 이달 들어 총 네 차례(5월 4일, 9일 10일, 20일)의 공개 행보를 가졌다. 이번 함경남도 시찰 전 그는 지난 10일 모내기철을 맞아 황해남도 물길 여러 곳을 둘러봤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경제사령탑으로 평가받는 김 총리의 공개 행보가 늘어난 것은 북한 역시 코로나19 국면이라는 점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고지도자의 공개 활동 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김 총리의 경제 행보 등이 자연스레 늘어났다는 얘기다.

6인자
리설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예전부터 리설주는 평양제약공장 시찰, 신형 무궤도전차 시승식에 김 국무위원장과 동행하면서 공개석상에 자주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한때 제기됐던 김정은-리설주 부부의 불화설은 사그라졌다.

도리어 리설주는 이전 북한의 퍼스트레이디와 다르게 공개석상에 모습을 자주 나타내며 ‘힘’을 과시했다. 특히 리설주는 모란봉악단 결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최고 인기그룹으로, 김 국무위원장의 칭찬이 자자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는 정치 감각보다는 패션 감각이 두드러졌다. 크리스티앙 디오르, 프라다, 레드 발렌티노 등 해외 명품을 좋아해 해당 브랜드의 의상을 입거나 핸드백을 든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북한 여성들 사이에선 리설주가 패션 리더로 꼽힌다.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이 유행하고, ‘짝퉁 열풍’이 불게 된 것도 바로 리설주 때문이라는 평가다.

7인자
김평해

북한서 권력자를 찾으려면 인사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김평해는 노동당 내각, 보위성, 보안성, 중앙재판소, 검찰소, 무력성, 총참모부, 총정치국의 책임 일꾼, 즉 중앙당 정치국에 비준하는 가장 높은 레벨의 간부 임명을 맡고 있다. 

김평해 부위원장 밑의 부부장, 과장들이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중앙당 비서국 비준 대상 간부 임명을 담당한다. 김 부위원장은 모든 고위급 간부들의 해임, 임명, 조동 등을 김 국무위원장에게 건의하고 또 지시를 받는다.

김 부위원장은 당정군의 모든 고위간부들의 재임 기간, 미배치 간부 등을 꿰고 있다가 김정은의 히스테릭한 인사 조치에 맞게 적합한 인물을 선발해 건의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자랑했다.

김평해, 인사권 쥐고 있는 인물
현송월, 인물정보에 이름 등재

중앙당서 오래 일한 사람을 지방에 파견하거나 그 반대의 순환 경력을 갖게 한다거나 또는 보안, 보위, 군의 당 사업 경력이 없는 간부들이 해당 경력을 갖추게 할 시점을 정한다거나 하는 등의 ‘경력과정안’도 그가 정한다. 간부 스펙 관리까지 하는 셈이다.

김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서 전격 해임됐다. 후로 올해 초부터 ‘김평해 일당’ 숙청작업이 시작됐다. 김정은 시대에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의 처형에 이어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대숙청이 시작된 것.

올해 2월 말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서 리만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농업담당 부위원장이 해임된 사실은 국내 언론서 크게 다뤘지만, 김 부위원장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알고 보면 리만건과 박태덕 모두 김 부위원장이 키운 사람들이다.
 

▲ (사진 왼쪽부터)최룡해, 박봉주, 김재용

김평해는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동안 평안북도 도당 조직비서, 책임비서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도당 책임비서는 노동당 비서와 동급의 고위직이다. 도당 책임비서가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 평안북도다.

도 소재지인 신의주에 북한의 각 중앙기관 산하의 무역회사들이 밀집돼있기 때문에 큰 명절 때마다 최소 수십만달러를 뇌물로 받을 수 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이 평안북도를 쥐고 있던 시기엔 폐철, 폐알루미늄, 구리, 철광석, 산림자원 등이 중국에 대거 팔려 나갈 때였다. 북한 무역일꾼들은 1995∼2005년을 외화벌이 황금기로 평가한다. 이런 시기에 ‘황금의 자리’서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지만 김평해는 20년을 장기 집권했다. 이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처세술이 비상한지 알 수 있다.

당연히 김 부위원장은 엄청난 재산을 축적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그러나 김정일이 ‘충신 중의 충신’이라고 조용한 감사 인사까지 전한 것을 보면 혼자 챙기는 것보다 많은 액수를 상납했을 것으로 보인다.

8인자
현송월

현송월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올해 처음 ‘북한인물정보’에 이름을 올리며 여성 고위급 인사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인물정보에 따르면 1·2차 북미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 행사 등에서 김 국무위원장을 밀착 보좌해 ‘김정은의 그림자’라고 불려온 현 부부장은 1977년 평양 출생으로 파악됐다.

현재 당 부부장·당 중앙위원회 위원·모란봉악단장·삼지연관현악단장을 맡고 있다. 다만 소속은 ‘선전선동부 추정’으로 표기됐다. 현 부부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예술단 공연 사전점검 차 방남할 때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2019년 4월 당 전원회의를 통해 당 중앙위 위원에 올랐고, 올해엔 지난 3월 김 국무위원장의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참관, 4월 당 정치국 회의 동행 등의 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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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