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⑦> 지난 24년 대한민국 뒤흔든 결정적 장면 24

‘들썩들썩’ 다이내믹 코리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996년 첫발을 내딛은 <일요시사>가 올해로 창간 24주년을 맞았다. <일요시사>1996년부터 2020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희로애락과 함께 호흡했다. 창간 24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을 뒤흔든 24건의 결정적 장면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 진도 해상서 침몰한 세월호

대한민국은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말처럼 격동의 시간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수많은 변곡점을 지날 때마다 국민들의 삶은 온통 뒤흔들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이제 강산은 1년에도 수차례씩 변화하고 있다.

격동의 정치
휘청인 경제

1997IMF 외환위기= 1996년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국민소득 1만달러를 돌파했고, OECD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부실, 차입 위주의 방만한 기업경영으로 한국 경제는 바닥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제적으로도 달러 가뭄으로 인한 위기가 일어나면서 한국 경제에 불안을 느낀 외국 투자자들이 자본을 거둬들였다. 그 결과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쳤고 단기간에 많은 기업이 파산했다.

한국 정부는 상황 수습을 위해 IMF(국제통화기금)에 긴급자금을 요청했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IMF는 지원 조건으로 기업의 구조조정과 공기업의 민영화, 자본시장 추가 개방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실직자가 쏟아졌고,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IMF 외환위기는 한국의 경제 상황을 판별하는 기준점이 됐다. IMF세대의 트라우마는 현재진행형이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 1997121815대 대통령 선거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당선됐다. 한국 헌정 사상 최초로 민주적인 형태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순간이다. 김대중 후보를 비롯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 등이 나선 선거서 김대중 후보는 40.3%를 얻어 38.7%를 얻은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15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취임사를 통해 정부 수립 50년 만에 처음 이뤄진 여야 간 정권교체’ ‘국민의 힘에 의해 이뤄진 참된 국민의 정부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국 헌정 역사서 선거를 통해 처음으로 야당이 집권하게 된 것을 강조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2000613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서 만났다. 김정일 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첫 남북정상회담은 1945년 한반도 분단 이후 55년 만의 만남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615일까지 23일간 평양에 머물렀다. 회담 마지막 날에는 남북이 서로 힘을 합쳐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내용을 1항으로 하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IMF, 월드컵, 세월호, 기생충…
경제로 ‘휘청’ 스포츠로 ‘으쓱’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2002년 전국에 붉은 물결이 넘실댔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한 월드컵서 한국 국가대표팀은 사상 처음 16강 본선 진출 성공에 이어 4강에 올랐다. 한국 대표팀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통의 축구 강국들을 파죽지세로 꺾어나갔다. 당시 서울시청, 광화문 광장 등에서 펼친 거리 응원은 한국을 상징하는 또 다른 문화로 자리잡았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03218일 대구 중앙로역서 끔찍한 지하철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50대 남성이 저지른 방화로 무려 192명이 사망했다. 12량의 지하철 객차는 뼈대만 남은 채 다 타버렸고, 중앙로역 천장과 벽에 설치된 환풍기, 철길 바깥쪽, 지붕까지 녹아내렸다. 뇌병변장애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던 방화범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진주교도소서 복역 중 20048월에 사망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20043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탄핵소추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농성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소추안이 기습적으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 분노가 들끓었다. 전국서 탄핵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고, 그 여파는 417대 총선까지 이어졌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얻어 과반을 차지했다.
 

▲ 1997년에 찾아왔던 IMF 외환 위기 ⓒMBC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 검거= 유영철은 20039월부터 20047월 검거될 때까지 서울지역 부유층 노인과 보도방·출장마사지 여성 등 모두 20명을 살해했다. 유영철의 엽기적인 범죄행각으로 반사회적 인격장애즉 사이코패스의 개념이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유영철 이후 정남규, 강호순 등 연쇄살인범이 연이어 등장해 사회를 경악케 했다.

2005년 황우석 논문 조작= 200511MBC <PD수첩><사이언스>지에 실린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여성의 난자서 환자맞춤형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추출했다는 내용의 논문이다.

황우석 열풍이라고 불릴 만큼 그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터라 대중의 충격은 컸다.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대는 황우석 교수의 논문을 검증하기에 이르고 “2005<사이언스> 논문이 고의적으로 조작됐다는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와 동시에 황우석 교수는 교수직을 사임했다. 황우석 신화의 종말이었다.

2007년 신정아 스캔들= 당시 동국대 교수였던 신정아씨가 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난 사건으로 이후 미술계, 대학가, 불교계 등으로 여파가 확산되며 문제가 커졌다. 여기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정계 로비 의혹도 불거졌다. 일각에선 신정아 사건을 노무현정부 몰락의 시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신정아 스캔들로 디지털 포렌식이 새로운 수사 기법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았다.

월드컵 웃고
살인마 공포

20072차 남북정상회담= 200710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4·25문화회관 앞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영접했다. 20001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두 번째 남북회담이다. 남북 정상은 6·15공동선언의 적극 구현,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이산가족 상봉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2007 남북정상선언문을 채택했다.

2007년 삼성-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 등으로 불린다. 2007127일 서해 태안 앞바다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기름이 유출됐다. 바다는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였고,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던 지역민들은 물리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삼성중공업이 47일간 침묵한 것과 반비례해 국민들은 자원봉사로 태안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20085월 이명박정부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협상 내용에 대한 반대 집회가 열렸다. 학생과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였다. 100일 이상 집회가 이어지면서 소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적 사안으로까지 확산됐다. 이 과정서 근거 없는 괴담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09년 노무현·김대중 대통령 서거= 2009년은 두 전직 대통령이 3개월 간격으로 서거한 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523일 고향인 봉화마을 자택 뒤 봉화산 부엉이바위서 몸을 던졌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당시 광화문 일대와 시청 앞 광장서 열린 노제에 시민 100만명이 운집했다.
 

▲ 남측 판문점으로 함께 이동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서 슬피 우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같은 해 818일 세상을 떠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 중환자실에 있다가 일반병실로 옮겨졌지만 폐색전증이 발병하면서 영면에 들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2010326일 밤 922분 백령도 남서쪽 약 1지점서 포항급 초계함인 PCC-772 천안함이 훈련 도중 침몰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해군 장병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천안함 침몰 이유를 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27일 국립대전현충원서 열린 5회 서해수호의 날기념식에 참석해 “(천안함 폭침 원인에 대한) 정부 공식 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형 참사에
전 국민 충격


2014년 세월호 참사= 2014416일 인천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서 침몰했다. ‘전원 구조보도가 나갔다가 오보로 드러나면서 전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전체 탑승자 476명 가운데 304명이 사망·실종했다. 특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4명이 탑승한 상태여서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업계 유착과 비리 원인으로 지적된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불거졌고, 국민들은 정부의 우왕좌왕한 태도를 두고 불신을 드러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도 세월호 유족을 비롯해 한국사회를 할퀸 또 하나의 상처로 남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최근 코로나19로 국민들은 전염병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보다 앞서 2015년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일어났다. 20155월 바레인서 입국한 68세 남성을 시작으로 201512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메르스 상황 종료를 발표할 때까지 186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는 38명이었다. 이 과정서 전염병 대응 체계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16년 김영란법 시행=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이 2016928일부터 시행됐다.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법률이다.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해 김영란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촛불집회= 촛불집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2008년 이명박정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등 국가적 이슈 때마다 등장했다. 촛불집회는 201611월 절정에 이르렀다. 시민들은 비선 실세최순실의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 서울 광화문광장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촛불 시위

서울 청계광장서 첫 주말 촛불집회가 열렸던 1029일 참가자는 무려 5만명이었다. 이어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공식 출범한 직후 3차 촛불집회(1112)100만명이 운집했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표결 직전인 6차 촛불집회에는 정부 수립 이래 최대 규모인 232만명이 모였다. 누적인원은 1685만명에 달한다.


2017년 포항 지진= 20171115일 경북 포항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본격적인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이다. 첫 번째는 2016년 경주 지진이다. 하지만 피해는 포항지진이 더 컸다. 포항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1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정부는 지난해 320일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의 실증연구에 따른 촉발지진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울고 웃은 ‘희로애락’
격동의 시간 되돌리니…

2018년 평창올림픽= 20182월 강원도 평창, 강릉, 정선 일대서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서 열린 두 번째 올림픽이다.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을 비롯해 스켈레톤, 컬링 등에서 메달을 거머쥐면서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을 비롯해 북한 고위급 관계자들이 평창을 찾아 이후 남북정상회담의 발판이 됐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20184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났다. 2000,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이다. 이전 회담이 모두 평양서 열렸던 것과 달리 2018년 정상회담은 판문점 남측서 진행됐다.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서 조우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은 것도 최초였다.

한 달 뒤인 526일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면서 두 번째 만남이 이뤄졌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같은 해 6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서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세 번째 만남은 같은 해 9월 평양서 이뤄졌다.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2018년 미투 운동= 미투(#me too) 운동은 2017년 미국서 시작된 사회운동으로, 한국에선 20181월 서지현 검사가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미투 운동은 법조계를 넘어 문화예술계, 방송계, 정치권, 종교계, 학교 등으로 번졌다.
 

▲ 봉준호 감독 ⓒA.M.P.A.S

수많은 유명인사가 미투 운동 과정서 가해자로 밝혀졌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던 인사들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23일에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전격 사퇴했다.

2018BTS 열풍= 2018년은 그야말로 방탄소년단(BTS)의 해였다. BTS는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 빌보드 200’서 두 차례 1위를 거머쥐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확인했다. 20189월초부터 50여일간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6개국 11개 도시서 가진 22차례 공연을 통해 북미 투어서만 22만명, 유럽 투어서 1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UN 정기총회서 우리 가수로는 처음으로 연설해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2019년 일본 불매운동= 20197월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8월에는 한국을 백색리스트서 제외했다. 정부는 일본의 조치에 강경 대응을 시사했고 국민들은 일본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일본 맥주와 의류서 시작된 불매운동은 자동차, 여행상품 등으로 확산됐다.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일본의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로 뻗은
한국 문화

2020년 영화 <기생충> 열풍=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극단적으로 대비시켜 빈부격차와 양극화로 인한 계급과 계층 간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2019525일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서 한국 영화 100년 역사상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서 수많은 상을 휩쓴 <기생충>은 지난 29(현지시각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서 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감독상·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싹쓸이하면서 명실상부한 그 해 최고의 영화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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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