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③> 특별대담 -거대 여당 메이커 이인영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5.25 10:15:43
  • 호수 1272호
  • 댓글 0개

“티핑 포인트는 지금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는 과도기다. 21대 국회에 대한 기대와 20대 국회에 대한 반성이 공존한다. <일요시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전 원내대표와 오는 29일자로 종료되는 20대 국회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이인영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일요시사> 창간 24주년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론직필’(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한다는 의미)로 항상 신뢰받는 언론으로 발전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인영 전 원내대표는 창간 24주년을 맞은 <일요시사>에 축하를 전했다.

1년의 시간

이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자신에게 주어진 임기를 끝마쳤다. ‘임기를 마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 전 원내대표는 그동안의 시간을 열차에 비유해 설명했다. 지난 1년 동안 여한이 없도록 달렸다는 것. 20대 국회서 21대 국회로 넘어가는 현 시점을 ‘시대의 환승역’이라고도 표현했다.

“1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많은 분들께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고, 큰 힘을 얻었습니다. 앞으로도 잊지 않겠습니다.”


<일요시사>는 이 전 원내대표가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있던 시점으로 돌아갔다.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전 원내대표는 “촛불시민혁명의 완성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파란이었다. 지난해 5월 이 전 원내대표는 76표를 획득, 49표를 얻은 김태년 의원(현 원내대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정치권 안팎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비주류인 이 전 원내대표보다 주류인 김 의원의 당선 확률이 높다’는 것이 당시 정치권의 주된 예상이었다.

“원내대표로 당선된 후에도 ‘주류가 아니니 원내대표로서 여러 사안들을 강하게 추진하기 힘들 것이다’라는 얘기들이 나왔었습니다.”

이 전 원내대표는 그런 예상을 뒤로하고 숨가쁘게 달렸다. 그 과정서 어느 원내대표와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난관을 마주했다.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몇 가지 꼽아 달라’는 질문에 이 전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충돌 ▲일본의 경제보복 ▲검찰개혁 입법 ▲선거법 협상 ▲코로나19 ▲21대 총선 등을 열거했다. 

“하나하나가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힘든 과제들이었습니다. 위기이면서 고비였죠. 그때마다 국민들과 당원 여러분들, 그리고 지지자들로부터 격려와 채찍 같은 말씀을 듣고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헤쳐나가다 보니 임기가 끝날 때가 돼서 ‘그래도 많은 일을 해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국민들과 당원 여러분들, 그리고 지지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지만, 이 전 원내대표에게는 아쉬움도 있다. ‘대치’를 ‘협치’로 바꾸지 못한 점이다. 이 전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이하 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의 상견례 자리에서 “경청의 협치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기억에 남는 일? “패스트트랙”
“국민들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제가 원내대표가 됐을 때 정국은 이미 경색될 대로 경색돼있었습니다. 패스트트랙 정국서 한국당은 장외 투쟁을 하고 있었고, 태극기 집회도 한창이었죠.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던 선거법·검찰 개혁 법안을 위해 밀어붙일 때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국을 풀어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참고 또 참는, 인내의 시간이었습니다.”

이 전 원내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진심’을 말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야당과 소통하겠다는 진심이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정국은 더욱 차갑게 얼어붙어만 갔다.

“지난해 11월 말 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전 원내대표와 마지막으로 협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전 원내대표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를 말한다. 협상의 주체였던 당시 세 원내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그러나 나 전 원내대표는 예정된 일정보다 앞서 귀국했다. 

“미국으로 출발하던 날 황교안 전 대표가 단식 투쟁에 돌입했습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조기귀국을 했고, 그렇게 협상의 문은 닫혔죠.”
 

▲ ▲

또 협상의 파트너가 나 전 원내대표서 심재철 전 원내대표로 바뀌었다. 이후 태극기부대가 국회로 난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한국당의 주최로 국회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서 참석자 중 일부는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의 목덜미를 잡아채는가 하면,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관계자를 향해 욕설을 하거나 침을 뱉었다.

“마음속으로 ‘내가 단호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가 공조해 패스트트랙을 발동하면서 결단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역사적으로 제가 짊어질 부분은 다 짊어지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총선 대승을 견인했다. 국민들이 민주당에 큰 지지를 보내준 만큼 책임감도 커졌다는 것이 이 전 원내대표의 생각이다. 

“총선서 이겼다고 안주해선 안 됩니다. 코로나19만 봐도 그렇습니다. K-방역의 성과를 내고 있는 현 시점이 바로 ‘한국의 길’이 ‘세계의 길’이 될 수도 있는 티핑 포인트(전환점)입니다. 그런 의미서 방역의 모범을 넘어 민주주의와 선거의 모범을 보여주신 국민들께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결단의 순간


후배들에게 당부와 덕담도 아끼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저도 선배가 됐습니다. 이번에 새로 국회에 들어오신 당선인을 포함해 모두 멋지게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저도 스스로를 단련해 민주당과 진보를 혁신하는 일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겠습니다.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어가는 데 함께하겠습니다.”


<chm@ilyosisa.co.kr>


[이인영은?]

▲충북 충주 출생
▲고려대 언론대학원 정보통신학 석사
▲제1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제17·19·20·21대 국회의원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현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총괄본부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