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②> 특별대담 -보수 향한 ‘친이계 좌장’ 이재오의 충고

“박근혜가 지폈고 황교안이 부채질”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총선도 이변은 없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2016년 이후 전국 단위 선거서 연속으로 4번 패배하면서 기나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공천 파동, 헌장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보수 분열…. 이제 이들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일요시사>는 24주년 창간을 맞아 ‘친이(친 이명박)계’ 좌장이자 정치 원로인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나 보수가 살아남을 길을 물었다.
 

▲ 창간 24주년 특별대담 갖는 이재오 전 미래통합당 의원 ⓒ고성준 기자

“보수를 궤멸시킨 건 박근혜 전 대통령이고 당을 궤멸시킨 건 황교안 전 대표다. 머리 깎고 단식하고 그게 무슨 당 대표가 할 행동인가?”

이재오 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행보에 연신 답답함을 표했다. 그는 보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 해체 후 새롭게 창당하는 심정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MB(이명박)정권서 못다한 정책에 대한 아쉬움과,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킨 현정권에 대한 참담한 심정도 함께 밝혔다.

그가 진단한 보수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다음은 이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21대 총선서 통합당 참패의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미래통합당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때문에 무너진 게 아닙니다. 선거 전부터 당이 야당으로서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대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무조건 광화문서 데모하고 정부를 종북·친북으로 몰아갔어요. 야당은 중도 실용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극우 쪽으로 점점 향했죠. 선거에 대한 전략과 전술도 없었습니다. 지난해 조국 사태로 분위기가 유리해지니 총선서 무조건 이긴다고 자만했습니다. 총선 전 코로나19가 터지니 여기에 대응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겁니다.


-선거 전 후보들의 막말 논란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제대로 정돈된 당이라면 이런 소리가 안 나왔을 겁니다. 선거 막판에 일부 후보자들의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 나온 이유는 지도부가 당을 장악할 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앙선대위가 제대로 된 선거 전략을 구상하지 못했고요. 선대위는 선거 위기 상황서 흐름을 바꿔줘야 하는데, 막판에 여권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에도 150석이 가능하다는 등 말이 안 되는 소리만 했어요.

-180석의 슈퍼여당이 탄생했는데 한국 정치에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 보십니까.

▲의석 수를 많이 얻은 건 득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여당 쪽에서는 이번 총선 승리가 국민들이 문재인정부가 잘한 걸로 평가했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믿으면 문정부가 지금까지 저질러놓은 여러 정책들을 밀고 나갈 과오를 범할 수가 있어요. 남은 2년 동안 잘하라는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당 해체하고 새롭게 창당해야”
중도실용보수로 환골탈태 필수

의석 수 차이는 많이 나지만, 득표수로는 1434만여표와 1191만여표로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를 500만표 차이로 이겼는데, 집권하고 나서 얼마나 많은 반대에 부딪혔습니까. 240만표 차이는 사실 민심서 큰 차이가 난다고 볼 순 없습니다.

-다음 대선까지 남은 2년, 문정부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국가 경제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탈원전, 주52시간 등은 문정부 임기 2년 안에 수정돼야 합니다. 이는 경제 생태계를 파괴한 것으로 한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문정부가 3년 동안 잘못해온 것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고칠 생각을 안 하면 대선 정국서 아주 어려울 것입니다. 선거는 원래 총선서 크게 이기면 다음 대선에서는 패하는 징크스가 있습니다. 또 여당이 자만하면 국민들이 낭패 보기 십상입니다. 이대로 계속 밀고 나가면 국민들은 물론이고 특히 없는 사람들이 어려워질 겁니다.

-이번 선거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코로나19죠. 처음에는 정부가 허둥지둥하면서 대책을 제대로 못했어요. 중국인 출입도 막지 않고, 중국에 마스크도 지원해주고. 처음에는 혼란스럽게 사태를 키웠습니다. 그런데 확진자가 늘어나고 나서 의료진들이 발 벗고 나섰고 중소기업들이 진단키트를 빠르게 생산했어요. 민간서 코로나19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니깐 정부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거죠. 코로나19 초기에는 조국 사태와 경제 실정에 이어 정부의 대응 때문에 통합당이 무조건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코로나19 중반기에 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죠.

-통합당의 코로나19 대응, 어떻게 보셨습니까.

▲선거 막판에 정부는 현금살포 계획을 밝혔어요. 사실상 정부가 표를 산겁니다. 이는 결국 국가 빚이잖아요. 야당은 이에 대해 비판해야 하는데 한술 더 떴습니다. 정부는 한 가구에 100만원 준다고 하는데 황교안 대표는 전국민 1인당 50만원 공약을 내세웠어요.

정부가 현금 푸는 걸 막아야 하는데 말려들어간 거죠.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 집중적인 지원을 해야지, 왜 아무 영향도 받지 않은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냐며 비판하고 반대했어야 합니다. 야당이 대책을 못 세우고 큰 실책을 한 겁니다.
 

▲ 이재오 전 미래통합당 의원 ⓒ고성준 기자

-통합당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의 과제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현재 당 대표가 없기 때문에 주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대행을 하게 됩니다. 당의 조직·재정·운영·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일을 맡게 되는 거죠. 첫째로는 선거 패배에 대한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해야 될 겁니다. 야당은 중도 실용으로 가야 하는데 극우로 나아갔기 때문에 이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해야 됩니다. 둘째로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새로운 지도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존의 당을 해체하고 새롭게 창당하는 심정으로 당이 환골탈태하도록 해야 합니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제약이 많아 어려울 겁니다. 새로 당선된 초선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힘겹게 당선돼서 왔는데 김 전 위원장이 전지전능한 사람도 아닌데 끌려가려고 하겠습니까. 처음에는 심재철 전 원내대표가 끌고 가니깐 어쩔 수 없었죠.

하지만 곧 개원인데 본인들 의견을 내고 싶어 하지, 남에게 끌려가지 않을 겁니다. 또 당 내 중진들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 좋아하지 않습니다. 민주당에 있다가 여기에 왔으니 보수의 정체성이 확실하지 않다고 볼 겁니다.

-당이 정상화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빠르게 전당대회를 열고 지도부를 꾸려 주 원내대표가 이끌어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적어도 정기국회 전인 8월까지는 총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지도부를 구축해 체질 개선에 들어가야 합니다.

-보수 진영 내 거물급 인사들이 이번 선거서 대거 낙선하면서 2년 뒤 대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어떤 인물을 대선 정국에 앞세워야 한다고 보십니까.

▲탁월한 지도력을 가진 분을 모셔야 합니다. 결단할 때 결단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우유부단해선 안 됩니다. 2년 후에는 국민들의 갈등과 분열이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포용력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합니다.

황교안 대표는 실격이고요. 현재로서는 홍준표 당선인이 지지율이 얼마 안 돼도 유력한 상황입니다. 홍 대표는 판단력과 대응력이 좋습니다. 2년 동안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극복한다면 야권 후보로서 근접합니다.

-현재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통합연대서 중도실용정당을 추구하고 있지만, 극우세력으로 꼽히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이하 범투본)와 여러 활동을 함께 하셨습니다.

▲문정부 규탄, 조국 퇴진과 같은 정치적 이슈로 투쟁을 같이했을 뿐입니다. 투쟁을 함께한 거지, 노선을 함께한 게 아닙니다. 중도실용을 외친다고 하더라도 문정부가 잘못하면 반대 투쟁해야 합니다. 중도실용이란 말은 좌편향 우편향을 극복하고 바르게 나아가자는 겁니다. 앞으로도 그런 투쟁의 요소가 나오면 그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문정부를 공산주의 정권으로 몰거나 문 대통령을 간첩으로 모는 데에는 우리가 같이할 수는 없습니다.


-21대 국회서 친이계 인물들이 대거 당선됐습니다. 친이계 좌장으로서 이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사실상 계파가 다 사라졌지만… 지금 친이는 ‘친 이재오’라는 말도 나오는데(웃음). 이명박정부 때 녹을 먹었던 사람들과 당시 정치권에 입문했던 사람들이 21대 총선서 24~25명 정도 당선됐습니다. 알아서 잘하겠지만 한 정권을 담당했던 그때를 교훈 삼아 잘못했던 것은 반면교사 삼고, 잘했던 것은 흔들리지 말고 이어가길 바랍니다.

-MB정권이 잘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잘한 거야 많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도 두 차례나 극복했고요. 4대강 사업으로 홍수, 가뭄 다 막았습니다. 2010년 G20 회담,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 평창올림픽 유치 등으로 국격이 얼마나 높았나요. 임기 중 정치는 이명박 대통령이 제일 잘했다고 봅니다.

“MB 구속 참담…현정부 극악무도”
2년 남은 대선, 홍 근접 황 실격

구속됐지만 재임 중에 권력을 이용한 비리는 하나도 드러난 게 없었습니다. 이명박정부가 끝나고 난 후에도 당시 장관들이나 실세들 중 감옥 간 사람들 없었습니다. 정부 끝나면 정부 실세들 줄줄이 감옥 가지 않습니까. 우선 나부터도 정권 2인자 소리 듣는 사람인데 안 가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MB정권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행정부의 개편을 못했습니다. 행정부는 중앙-광역-기초 3단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기초행정 자치단체를 광역에 흡수시켜 정부의 정치·통치·행정 비용을 줄여 국민들을 위해 쓰고자 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또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못했죠. 지금 제도로는 모든 사안이 문재인 대통령을 통합니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외교·국방·통일은 대통령이 갖고 나머지는 총리가 갖는 구조인데, 그걸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보수정권의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되면서 보수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보수가 궤멸됐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는데 이는 대통령이 탄핵된 게 아니라 보수가 탄핵된 겁니다. 황교안 전 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일 때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못 차리고 낡은 보수를 이어받다가 이번 총선서 진 겁니다. 그러니깐 보수를 궤멸시킨 건 박 전 대통령이고 당을 궤멸시킨 건 황 전 대표입니다. 답답합니다. 머리 깎고 단식하고 그게 무슨 당대표가 할 행동입니까. 어떻게 국면을 바꿀 수 있을지 대안을 내야지. 대표라는 사람이 단식하고 삭발하고…. 그것도 용기긴 하지만(웃음).

-MB 최측근이셨는데, 구속을 지켜보는 심정은 어떠셨는지요.

▲탄생부터 몰락까지 지켜보면서 정말 참담했지요. 내가 이명박정부 실세 2인자로 불렸어요. 보수정권이 진보정권으로 들어섰으니 지난 정권의 비리를 찾고 조사를 할 거라곤 생각했지만 구속될 거라곤 진짜 생각 못했어요. 처음엔 국정원 댓글 갖고 넣으려 했다가 몇 달 동안 아무 것도 안 나왔잖아요. 그 다음에 개인비리 갖고도 안 나왔고요. 결국은 30년 전 회사 소유권 갖고 잡아 넣었어요. 본인이 내 회사 아니라고 하는데…. 막상 구속을 시키니깐 너무 참담하고 황당했죠. 이 정권이 참 극악무도 하구나. 전직 대통령 둘을 잡아가나 싶어서….

-앞으로 보수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지금까지의 구태스러운 보수를 완전히 벗어나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새로운 보수는 중도실용적인 보수여야 하고, 이념에 치우치지 말아야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겁니다. 쓸모 있는 지혜가 진리고, 뭐든 검증할 수 있을 때만 참이 되는 겁니다. 보수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헌법적 가치인 자유의 기조 위에서 정의와 공정을 외면하지 말길 바랍니다.

-<일요시사>가 창간 24주년을 맞았습니다.

▲주간지가 어려운 환경인데 독자들을 위해 좋은 기사를 제공해주고 계십니다. 좋은 기사가 제공되지 않으면 언론사의 수명은 길지 않습니다. 24주년을 맞은 건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겁니다. 비판과 견제라는 언론의 사명대로, 계속해 좋은 기사를 써주길 바랍니다.


<sangmi@ilyosisa.co.kr>

 

[이재오는?]

▲1945년 강원 동해 출생
▲중앙대 경제학과, 고려대 교육대학원 석사
▲15·16·17·18·19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명박정부 특임장관
▲현 국민통합연대 중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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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