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는 지금…> 보좌진 취업대란 실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5.11 10:23:01
  • 호수 1270호
  • 댓글 0개

자꾸 지워지는 의원님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여의도에 때 아닌 한파가 불어닥쳤다. ‘취업대란’이라는 칼바람이다. 한쪽으로 크게 기운 4·15총선 결과가 초래한 취업대란이다. 새누리당 보좌진들 입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던 지난 20대 총선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요시사>는 보좌진이라고 예외일 수 없는 치열한 구직 현장을 취재했다.
 

그야말로 빈익빈 부익부다. 더불어시민당(이하 시민당)과 합쳐 180석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호황이다. 지난 6일 기준 민주당과 시민당 의석을 합하면 128석(민주당 120석, 시민당 8석). 20대 국회가 끝나는 오는 30일 이후에는 그보다 52석이 늘어난다. 국회의원 1명은 최대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는 만큼 산술적으로 여권(민주당+시민당)은 468명의 새로운 보좌진을 채용할 수 있다.

칼바람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상황은 그 반대다. 6일 기준 112석(통합당 92석, 미래한국당 20석)이던 통합당의 의석 수는 30일 이후 103석(미래한국당 19석 포함)으로 줄어든다. 산술적으로 81명의 보좌진 일자리가 사라질 예정이다.

악몽의 재현이다. 앞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은 19대 총선 때 152석(비례대표 25석 포함)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었다. 그러다 20대 총선에선 122석(비례대표 17석 포함)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21대 총선 결과 19석이 더 줄었다. 8년 동안 50여석이 날아간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통합당의 현역 국회의원 교체 비율은 63%에 달한다. 즉 통합당 보좌진 중 약 63%가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불출마·컷오프뿐 아니라 낙선한 의원실 보좌진도 이에 해당한다. 통합당 안팎에선 약 200여명의 실직자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 


21대 국회 보좌진 등록은 11일부터 시작이다. 상황이 녹록치 않은 보좌진은 과감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중 하나가 정당을 바꾸는 일이다. 20대 국회 후반기에 채용된 한 통합당 보좌진은 “혹시 몰라 당원 가입을 계속 미뤄왔다”며 “잘한 결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보좌진은 자신의 의원이 속한 정당에 가입하는 일이 관례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젊은 보좌진들 사이서 당원 가입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적이 혹여나 낙인처럼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우려는 이내 현실이 됐다.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윤호중 사무총장 명의로 자당 소속 당선자에게 ‘21대 국회 보좌진 구성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의 핵심 내용은 ▲20대 낙선 국회의원 보좌진을 우선 임용할 것 ▲비례대표 당선인은 중앙당이 추천하는 사무처당직자를 보좌관으로 임용할 것 ▲타당 출신 보좌진 임용 시 정밀 검증할 것 등이다.

특히 민주당은 ‘타당 출신 보좌진 임용 시 정밀 검증할 것’ 항목을 설명하며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때 통합당 보좌진들이 민주당 보좌진들과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켰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따라서 통합당 보좌진의 민주당 이동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3정당으로의 이동도 여의치 않다. 일례로 민생당은 21대 총선서 국회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20석서 0석으로의 추락이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이 38석을 차지, 낙선한 타당 보좌진을 대거 흡수했던 상황과 정반대다.

갈 길 잃은 보좌진만 200명?
금배지 추천에도 ‘묵묵부답’

통합당 보좌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 중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의 이동이 가장 현실적이다. 같은 초선이라도 통합당 당선자에 비해 캠프를 꾸린 적이 없는 한국당 당선자 쪽 경쟁이 덜하다. 당선자가 후보자 신분일 때부터 함께 동고동락했던 캠프 인사들은 의원실 채용 1순위다.


더군다나 한국당 당선자 19명 중 18명이 국회 첫 입성이다. 초선 국회의원은 경험 많은 보좌진을 필요로 한다. 특히 ‘정무형’ 보좌진은 추천을 통해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경향은 21대 총선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자리가 적은 반면, 지원자는 많기 때문이다.

통합당 보좌진 중 상당수가 통합당·한국당 소속 의원 등을 통해 이력서를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추천이 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의도 인력시장의 특색과 취업대란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높은 급수의 보좌진을 채용하는 경우에 추천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19대 국회 때부터 일한 한 보좌진은 “상임위 전문 지식도 중요하지만, 급수 높은 보좌진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위기돌파 능력”이라며 “또 다양한 상황서 다양한 경험을 한 보좌진만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의원에게 ‘누구와의 술자리는 꼭 빠지지 말고 참석하시라’는 식의 조언은 오랜 경험을 가진 보좌진만 가능하다. 보통 그런 보좌진은 추천을 통해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취업대란으로 인해 기형적인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직급을 낮춰 이력서를 제출하는 것인데 보좌관은 비서관으로, 비서관은 비서로 직급을 낮춰 이력서를 제출하는 식이다.

한 통합당 보좌관은 “비서관으로는 제안이 간혹 오지만, 보좌관은 자리가 없어서 고민”이라고 밝혔다.

국회를 떠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 기회에 회사원으로 전환을 꾀하는 보좌진이다. 이들이 우선적으로 눈을 돌리는 곳은 기업 대관이다.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관들 중에는 오랜 기간 국회서 일했던 보좌진 출신들이 다수 존재한다.

기업서 보좌진 출신을 대관으로 뽑는 이유는 오직 하나인데 국회 인적 네트워크 때문이다. 보좌진일 때 쌓아놓은 인적 네트워크는 대관 업무 시 때 큰 자산이 된다. 대관 업무의 특성 상 의원실 내부서 일어나는 동향을 파악해야 한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보좌진 출신은 여러 기업서 탐내는 인재다.

대관도…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압승의 여파다. 여권이 국회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면서 그들과의 소통이 중요해진 반면, 야권의 중요도가 떨어졌다. 통합당 출신 보좌진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통합당 보좌진에게는 여러 모로 추운 봄이 계속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스펙 보좌진 시대


국회 홈페이지에는 고스펙을 요구하는 의원실 모집 공고가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실은 4급 보좌관 채용 공고서 ‘영어 능통’을 필수 자격으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실 역시 4·5급 보좌진 우대사항에 ‘영어·중국어 능통자’는 물론, ‘국제기구 유경험자’ ‘거시경제·산업정책 전문 능력자’ 등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실은 5급 비서관의 자격요건으로 ‘경제 또는 국제관계 분야 전문가’를 명시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