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신들린 예측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4.20 11:34:28
  • 호수 12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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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두 탔나’ 말하는 족족 적중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선거철이면 으레 주목받는 분야가 있다. 선거 판세를 분석해 결과를 예측하는 일이다. 이번 4·15 총선서 놀라운 예측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 있다. 바로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다. 
 

▲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 ⓒ유튜브

선거 기간만 되면 많은 정치부 기자·정치평론가·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총선 판세를 분석한다. 기자의 경우 여의도 정치판세를 ‘감’으로 판단해 편협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고, 여론조사 전문가는 수치에 능하나 현실정치 경험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 종편에 등장하는 정치평론가는 대부분 당직자, 교수 출신으로, 분석력은 있지만 정당 공천에 기웃거려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있다.

방송사보다 
정확한 전망

윈지코리아는 ‘공공정책·정치컨설팅 그룹’이라는 이름을 걸고 여론조사·선거전략·정책 자문을 하는 전문회사다. 선거 분석·예측의 정확도가 곧 회사의 신용이고, 이는 곧 회사의 수입이자 명운이다. 정파보다 실리를 중요시하니 보다 객관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5일 열린 21대 총선의 승자는 박시영 윈저코리아 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표는 유튜브 ‘김용민TV’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에서 과감한 예측과 높은 적중도로 일약 총선 스타로 떠올랐다. 

날카로운 분석과 다양한 정보원이 박 대표의 기반이다. 선거 판세를 작두를 탄 듯 척척 맞히면서 네티즌들로부터 박 대표를 두고 선거 전문가, 믿고 보는 갓(god)시영이라는 칭호마저 얻었다. 


박 대표는 투표 전날인 14일, 김용민TV에 출연해 “서울만 치면 미래통합당은 5∼6석 정도 예상된다. 이번 선거서 통합당은 10석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 최대 격전지 중 초박빙으로 예상되는 곳은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후보와 미래통합당 배현진 후보가 붙은 서울 송파을이다. 또 서울 강남을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후보와 미래통합당 박진 후보가 있다. 마지막으로 강동갑에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후보와 미래통합당 이수희 후보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강동갑은 민주당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초박빙 지역이라 볼 수 있는데 현재 진선미 후보가 조금 앞서고 있지만 장담하기는 힘들다.(두 후보 간의 격차는) 깻잎 한 장 차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 49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41석, 미래통합당이 8석을 차지하며 박 대표의 예언과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또 박 대표는 강남벨트에선 지역구마다 다르지만 통합당이 우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이 앞선 지역구는 ‘강남벨트’와 용산을 포함한 8곳뿐이었다. 

박 대표의 예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서울 동작을 후보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와 미래통합당 나경원 후보도 박빙은 맞다. 박빙 상태서 (이수진 후보가)약간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나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치고 올라오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 금천구에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후보, 서울 관악구을에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후보는 당선”이라고 확신하기도 했다.

유튜브 고정출연…선거 판세 분석
접점지역·의석수 등 오차범위 적어


실제로 이 후보는 6만1407표(52.1%)로 5만3025표(45.0%)를 얻은 나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박 대표의 말이 제대로 적중한 것이다. 최 후보와 정 후보도 당선되며 박 대표는 족집게 도사 같은 모습을 선보였다. 

한 커뮤니티에 격****는 “최재성 박빙 리드 말고는 선거 결과랑 완벽히 일치하네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타****는 “진짜 족집게네요. 개별 지역구도 거의 다 맞힘”이라고 놀라워했다.

당선뿐 아니라 박 대표는 투표율까지 적중했다. 박 대표는 제21대 총선 최종 투표율이 66%라고 예측했다. 박 대표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율 3시 현재 56.5%. 시간대별 투표율 증가 추이를 볼 때 66% 내외일 듯”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예상한 대로 보수층들도 최대한 결집하고 있다. 대구경북을 위시해 투표 독려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현근택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사전투표율이 26%이면 4년 전(12%)과 비교해서 14%가 높은 것”이라며 “현장 투표율은 지난 20대 수준으로 알고 있는데, 그 수준(58%)이라면 최종 투표율이 70%가 되지 않겠나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 ⓒ김용민TV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김현정의 뉴스쇼>서 “최종투표율은 개인적으로 60% 초반인 61∼62%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이 대표는 재외국민 투표율의 증가세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재외국민 투표는 선거가 치러진 국가서 실제 투표율이 대략 44% 정도 나왔다”며 “20대 총선 때보다 3%포인트 정도 투표율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투표율을 정확히 맞힌 건 박 대표 뿐이었다. 

지난 15일 방송 3사를 비롯해 유튜브 채널서도 개표방송이 진행됐다. 이날 역시 박 대표는 김용민TV서 개표방송을 진행했다. 인력과 자본이 투입된 방송국과 포털사이트보다도 총선 결과를 발 빠르게 방송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인터넷 카페·커뮤니티서 박 대표의 이름이 선거 당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언급됐다. 투표율과 의석수를 모두 맞혔고, 또 접전지 중 이긴다고 한 의석 수 모두 당선자를 예측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개표방송 중 주요 접전지에 연락 후 현장을 파악하며 방송3사 출구조사보다 더 빠른 속보를 내기도 했다.

출구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7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박 대표의 전화기만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박시영의 눈’은 제작비 4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표는 방송 도중에 “SBS 방송을 왜 보느냐, 우리가 한 시간 전 한 얘기를 지금 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투표율마저
딱 맞혔다

이와 관련해 한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훌**은 ‘이분 2008총선, 2010지방선거, 2016총선, 2017대통령선거, 2018지방선거 모두 근사치로 맞혔습니다’라며 놀라워했, 오**은 ‘어제 봤는데 이분, 방송보다 1시간에서 2시간 빠름’, 노***은 ‘지역구 무슨 동에 유권자 성향까지 꿰고 있음’ 등의 다양한 글들을 올렸다.

1968년 전북 전주서 태어난 박 대표는 1988년 건국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총학생회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1995년 광진구청장 선거 참모로 뛰면서 실전 선거를 처음 체험했다. 이후 구청서 근무하다 벤처사업을 하기도 했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노사모’에 참여해 2002년 국민경선단 대책위 공동위원장, 노사모 사무총장으로 ‘100만 서포터스 희망돼지 사업’을 기획하기도 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부국장을 거쳐 탄핵 후폭풍으로 17대 총선 승리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이후 청와대에 들어가 여론조사비서관실 행정관(국장)으로 3년간 근무했다. 여론조사비서관실은 각종 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미지·민심 등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직접 신설한 조직이다. 그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컨설턴트로서 총선과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 협회선거서 전략과 캠페인을 자문하며 승리를 이끈 경험이 많다.

당시 박 대표는 여론조사를 주 3회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론조사 업체와 함께 설문지를 만들고, 결과를 분석하고, 토론하는 일을 3년 동안 한 것이 지금 여론조사와 그 결과의 분석 노하우를 체득한 계기가 됐다.

청와대를 나온 2009년 그는 선배와 함께 정치 컨설팅회사 윈지코리아를 설립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그때까지 여의도 정치컨설팅은 과거 정치공학적 시각에 머물고,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컨설팅이 난무했다”며 “우리도 미국처럼 과학적 여론조사에 기초한 정치·정책 컨설팅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해 회사를 세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15년 7월 팟캐스트에 초대된다. 당시 윈지코리아 부대표였던 그는 ‘정봉주의 전국구’에 매주 출연해 화제가 될 만한 이슈를 여론조사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박 대표가 출연한 코너 ‘알찍’은 알고 찍자는 뜻으로, 여론조사 비용 때문에 매회 제작비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 방송이라고 한다.

2016년 새누리당 과반 붕괴를 예측해 유명세를 얻었고,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문재인·이재명·안희정 후보의 득표율을 거의 1%대 오차로 적중시켰다. 이 여세를 몰아 2017년 대선서 민주당 정치컨설팅 업체로 참여해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 결국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런 배경으로 윈지코리아는 청와대·서울시·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과 선거·정책자문에 응하고 있다. 심지어 변호사협회장이나 한의사협회·치과협회장 선거도 컨설팅하고 있다.

여론 전문가
작가 겸업도

대부분 정치컨설팅 회사는 선거 때 잠깐 활동하다 사라지지만, 윈지코리아의 경우 이런 광범위한 컨설팅 때문에 20여명 직원 모두 정규직이다. 관계자·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층토론을 400∼500그룹이나 진행한 정치컨설팅기관은 윈지코리아밖에 없다고 박 대표는 자부했다. 

일각에선 박 대표가 민주당 출신이기 때문에 여론조사나 분석 등이 여당 편향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선 “있을 수 있는 지적으로 늘 긴장하고 있다”며 “데이터를 보되, 수치 이면의 살아 있는 언어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했지만 앞으로 2∼3명의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박 대표는 2016년 12월26일,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 김지연 칸타퍼블릭 부사장과 함께 <19대 대통령>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들의 토론 형식으로 구성됐으며, 2017년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민심, 주요 화두 그리고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집권 전략을 분석하고 대선 결과를 예측했다.

김지연 부사장은 여론조사 데이터를 중심으로 중립적 입장서 토론의 진행을 맡았다. 박시영 대표는 진보 정권에 참여했던 경험과 인연을 바탕으로 진보적 시각서 이슈를 바라보고 진보의 승리 방정식에 대해 고민했다. 이상일 대표는 보수 정권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위기에 빠진 보수진영이 재집권 계획을 꿈꾼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개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 박시영 윈저코리아 대표 ⓒKBS

피상적이고 주관적인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기 위해 대선에 대한 기획 여론조사를 먼저 진행했다. 대선에 대한 일반적 사안부터 주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여론, 대선주자들에 대한 평가와 인식, 전망까지 가능한 다양한 각도서 대선 민심을 조사하고 분석했다. 그 분석을 토대로 각자의 해석을 곁들여 보수진영의 입장, 진보진영의 입장을 고민해 보고 토론을 이어갔다. 

지난달 16일에는 <대통령을 만드는 정치컨설턴트>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진로와 직업탐색을 위한 잡프러포즈 31번째 시리즈로 자질이 있는 사람을 정치에 입문시키는 일부터 정치인의 이미지 관리와 정치 현안에 대한 메시지 자문이 담겨있다. 선거철이 되면 사진, 이름, 기호가 쓰인 선거 포스터가 곳곳에 붙는다. 후보마다 슬로건이 다 다른 이유와 후보 특성에 맞는 슬로건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이 책 속에 담겼다. 

여론조사비서관실 행정관 3년 근무
청소년 위해 정치컨설턴트 책 출간

박 대표는 자신의 SNS에 “정치컨설턴트로 성장하려면 전략적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전략리서치 이해를 높이고 주장할 논거 역시 탄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진로와 직업 탐색을 고민하는 청소년들과 대학생을 비롯해 20∼30세대를 위한 책으로 정치컨설턴트라는 직업은 앞으로도 유망하고 재미있는 직업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선거컨설팅 실전 사례들을 많이 다뤄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책을 구성했다. 정치와 선거 입문서의 성격도 염두에 두고 쓴 만큼, 정치에 관심 많은 40∼50대 독자가 읽어봐도 괜찮을 듯 싶다”고 홍보했다.

지난 3월에는 공천 과정서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박 대표가 자사의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한 유승희 의원과 박우섭 예비후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힌 것.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성북갑 경선서 탈락한 유 의원은 이날 국회서 열린 긴급집담회서 당의 공천 과정을 성토하면서 “윈지코리아와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후보들을 위한 부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인천 미추홀 경선서 패한 박우섭 예비후보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최대한 인내해왔으나,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회사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는 유승희, 박우섭 두 분을 상대로 소송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두 지역 모두 윈지(코리아)는 당 적합도 조사 및 경선 조사를 진행한 바 없다. 어느 조사기관이 수행했는 지 뻔히 알 수 있음에도 궤변을 일삼고 있다. 낡은 정치행태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 당시 박 대표는 “내년 있을 총선 핵심변수로 저는 가짜뉴스가 1번인 거 같다. 최근에 이와 관련해 카카오톡이나 밴드로 가짜뉴스를 얼마나 받았냐하는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가짜뉴스를 받는 국민이 15~20%가 된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며 그걸(가짜뉴스를) 사실이라고 판단하느냐 물었을 때 절반 정도는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분석한 적도 있다. 

“몸 추스르고
방송 줄인다”

선거가 끝난 16일 박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송)섭외가 들어오고 있으나 지금보다 줄이고자 한다. 몸을 추스르는 게 먼저고, 본업이 방송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시영의 눈>은 내일이 마지막 고별방송”이라고 밝혔다.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방송활동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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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