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탐사보도팀] = 공직유관단체인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인천혁신센터)가 지난해 3월 정규직 전환이 안 된 전 직원에게 피소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 심사위원회 구성을 두고 맞붙었다. 전 직원은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입장이고, 인천혁신센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18년 10월 국정감사서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의 채용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조직혁신태스크포스(TF)의 ‘2013~2017년 산하 공공기관 및 공직 유관단체의 채용 전반 특별점검’ 결과 혁신센터서만 총 57건의 채용문제가 적발된 것. 전체 건수(140건)의 40.1%에 달한다.
2년 전에도…
경북 7건, 강원 5건, 충남·충북·제주·울산 4건, 서울·경기·전남·광주·경남 3건, 인천·대전·전북·부산·대구 2건 등 17개 혁신센터서 모두 지적사항이 나왔다. 하지만 징계는 솜방망이였다. 대부분 지적사항이 2017년 혁신센터가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되기 전 발생한 문제라 통보·시정· 주의 등의 조치로 가볍게 처리됐다.
이후 전국 혁신센터는 인사·채용 관련 규정 손질에 나섰다. 문제는 미비했던 규정을 손보고 난 뒤에도 인사·채용 관련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혁신센터의 경우 2018년 중기부 감사서 ▲채용심사 평가위원 선정 부적정 ▲채용 후보자 순위 작성 등의 지적사항으로 권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중기부는 “인천혁신센터는 인사위원회 위원을 그대로 서류심사와 면접위원으로 위촉하고 있어 모든 채용과정에 관여함으로써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또 심사위원의 제척 및 회피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해관계 직무회비 규정 등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권고했다.
심사위원회 구성은 인사·채용 과정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 인사관리규정에 요건, 자격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규정대로 진행하지 않을 경우 필연적으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천혁신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전 직원 A씨가 인천혁신센터를 상대로 지난해 3월 제기한 ‘해고무효 등 확인청구’ 소송서 정규직 전환 심사위원회 구성 문제가 하나의 쟁점으로 떠오른 사실이 확인됐다.
정규직 전환 실패 직원 소송
심사위원회 구성 문제 삼아
A씨는 2017년 3월 계약직으로 인천혁신센터에 입사했다. 2년 뒤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인천혁신센터는 A씨를 포함한 정규직 전환 대상 직원 3명에 대해 2019년 2월 정규직 전환 심사를 진행했다.
인천혁신센터의 정규직 전환은 직전년도(2개년) 근무성적 평정과 정규직 전환 심사위원회 구술 면접점수를 50%씩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상 직원은 해당 평가서 80점 이상을 받아야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구술 면접점수는 내부·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정규직 전환 심사위원회가 ▲센터 목적 실현을 위한 정신 자세(20점) ▲전문지식과 그 응용 능력(20점) ▲의사 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20점)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20점) ▲조직의 화합 등 직장인으로서의 자세(20점) 등 총 5개 항목을 평가해 정한다.
A씨는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지 못해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다. 정규직 전환 대상 직원 3명 중에 유일했고, 2015년 인천혁신센터 개소 이후로 따져도 드문 사례에 속했다. 그는 “2018년 약 25억원 규모의 국비지원 사업을 신규 유치하는 등 2017년보다 업무 실적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이 안됐을 때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17년 근무성적평정서 ‘탁월’(90∼100점 사이)로 평가 받았는데 2018년에는 그보다 10점 이상 떨어진 점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7년에는 창업지원 사업을, 2018년에는 투자운영 사업과 기술혁신형 창업지원 사업을 수행했다”며 “근무성적평정이 10점 이상 차이가 난 이유는 평가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2017년 상급자가 평가하는 하향식으로 진행됐던 방식은 2018년 상급자·동료직원·하급자 등이 두루 평가하는 다면평가 방식으로 바뀌었다. 2019년 1월 정규직 전환 심사를 한 달가량 앞두고 전환 대상 평가점수도 70점서 80점으로 올랐다.
반면 인천혁신센터는 A씨의 근무성적평정 점수 차이에 대해 2017년과 2018년 업무 내용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인천혁신센터에 따르면 A씨는 2017년에는 투자 관련 사업을, 2018년에는 기술혁신형창업지원 사업을 수행했다.
그러면서 인천혁신센터는 A씨의 2018년 근무성적평정과 정규직 전환 심사과정서의 구술면접평가 점수가 좋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8년도 근무성적평정 직원 간의 수평평가서 16명 중 16위, 부서장 평가서 15위를 기록했다는 것. 구술면접 점수도 대상 직원 3명 중 최하위였다고 설명했다.
규정에는 5인인데 실제 4인
“공정성 문제 때문에” 해명
실제 A씨의 근무성적평정 결과를 보면 업무 능력이나 성과 창출 등에 있어서는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직장 내 관계 부분에 있어서는 동료직원들이 갈등·마찰·불화 등을 언급하는 등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선임으로서 리더십이 부족했고 협업을 하는 데 있어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자 A씨는 “직급은 선임이었지만 인천혁신센터 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정도의 권한은 없었다. 직원 모두 동급의 매니저로 일을 하는 체제였다. 기술혁신형창업지원 사업을 하는 과정서 동료 3명과 함께 일하긴 했지만, 그들은 입사 시기가 늦어 근무성적평정 대상자가 아니었다”며 “동료들과 기억에 남을만한 불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규직 전환 심사위원회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를 평가한 당시 정규직 전환 심사위원회는 내부위원 1인, 외부위원 3인 등 총 4인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인천혁신센터 인사규정관리 제25조 ‘정규직 전환 심사위원회’에 따르면 전환 심사위원회의 위원은 내부위원 2인, 외부인원 3인으로 구성한다고 돼있다.
인천혁신센터 관계자는 “내부위원 중 한 명이 정규직 전환 대상 직원이었기 때문에 심사위원에서 제척했다”며 “내부위원 1인을 새로 선정하는 과정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 4인으로 심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반면 A씨는 “규정대로 내부위원을 선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정성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내부위원을 할 직원이 없던 것도 아닌데 그대로 진행한 것은 절차상의 하자”라고 주장했다.
또 다시 문제
중기부 감사관실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A씨의 문제 제기에 ‘절차상 위반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A씨는 “내부위원 1인이 인사규정에 따라 선임돼 독립된 면접평가를 실시, 일정 이상의 점수를 부여했다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존재했다”며 “중기부나 권익위의 답변은 절차상의 하자가 분명한 인천혁신센터의 행정처리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