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탐사기획⑦> ‘박근혜 유산’ 혈세 먹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대해부 -중기부의 면피용 보고서

국감서 드러난 방만한 운영

[일요시사 탐사보도팀] 박근혜정부의 유산인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현재 문재인정부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투명한 예산 집행과 공정한 운영이 담보돼야 하지만 혁신센터를 둘러싼 잡음은 문정부 들어서도 여전하다. <일요시사> 탐사보도팀은 지난 6개월간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서 일어난 비리를 집중 취재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는 2014년 설립 이래 5년여 동안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를 받은 적이 없다. 몇몇 혁신센터가 국회 국정감사와 시의회서 방만한 운영을 지적 받은 게 전부다. 그마저도 후속 조치는 미미했다.

감시 없고
가벼운 조치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감사를 통해 전국 17개 혁신센터의 채용비리가 드러났지만 형사 조치가 취해진 곳은 부산 혁신센터뿐이다. 그것도 중기부가 아닌 부산시의 고발로 진행됐다. 세종 혁신센터는 시의회서 센터장의 공용차 출·퇴근 논란 등 운영상의 문제를 지적 받았다. 하지만 문제의 센터장은 현재도 세종 혁신센터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관리·감독 권한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서 중기부로 이관됐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때나 문재인정부 때나 혁신센터를 총괄적으로 관리한 건 같은 사람이다. 그동안 전국 17개 혁신센터 중 11곳의 센터장이 4년 이상 자리를 지켰다. 유착 의혹이 나오기 쉬운 구조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3일부터 <‘박근혜 유산’ 혈세 먹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대해부> 기사 8편을 통해 혁신센터의 민낯을 조명했다. 공직유관단체이면서 국비와 지방비 등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혁신센터 내부 상황은 ‘고인 물’이라고 해도 될 만큼 곪아있었다.


관리·감독해야 할 중기부나 예산 집행관리를 위탁받은 창업진흥원(이하 창진원)은 허수아비였다.

이번 20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서 혁신센터는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중기부 전 과장과 센터장들의 유착 의혹, 부산 센터장의 김영란법 위반 의혹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문제 파악은커녕 관리·감독에 손 놓고 있던 중기부와 창진원의 무능함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피감기관 술자리 의혹
청와대로 책임 떠넘겨

<일요시사>는 7일 <‘박근혜 유산’ 혈세 먹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대해부-무소불위 센터장> 기사를 통해 이옥형 전 중기부 창업 생태계 조성과 과장과 센터장들의 술자리 사진을 보도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은 해당 사진을 8일 중기부 국감서 공개했다.

장 의원은 박영선 중기부 장관에게 “중기부 과장이 피감기관 기관장들과 감사 직전에 술자리를 가진 게 옳다고 생각하느냐. 김영란법 위반 아니냐”고 물었다. 박 장관은 “이 전 과장이 센터장들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감사실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답했다.

국감 지적사항에 대해 감사를 진행한 중기부는 지난 16일 ‘국정감사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조치 경과 보고’를 내놨다. 문제는 감사 내용이다. 중기부는 이 전 과장의 청와대 발령 시점(8월9일)을 언급하면서 책임을 피해가려 했다. 이 전 과장이 센터장들과 술을 마신 당시(9월6일)에는 중기부 과장 신분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전 과장은 지난 5월에도 센터장들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확인됐다. 이 전 과장은 5월3일 충북 혁신센터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이하 혁신센터협의회)에 중기부 과장 신분으로 참석했다. 이 전 과장과 센터장들이 함께 찍은 사진 속 탁자에는 맥주와 막걸리 등 술이 즐비했다.


혁신센터협의회는 센터장들이 모여 매달 진행하는 회의다. 이 전 과장은 청와대 발령 전인 올해 6월까지 혁신센터협의회 회의에 매달 참석했다. 9월6일 서울의 한 술집서 열린 이 전 과장의 송별식 역시 혁신센터협의회 뒤풀이를 겸한 자리였다. 이날 술 값은 혁신센터협의회 예산으로 지출됐다.

술자리 의혹
면피성 보고

중기부는 혁신센터협의회 돈으로 술을 마신 이 전 과장의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도 청와대로 넘겼다. 하지만 5월 술자리 사진이 공개되면서 중기부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면피용 감사를 했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지난 21일 중기부 종합감사서 장 의원은 “중기부 과장과 피감기관 기관장의 술자리 의혹에 대한 중기부 조사 결과를 받아봤는데, 이 전 과장이 청와대 소속일 때 술자리를 가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이 전 과장이)청와대 가기 전에도 술자리가 있었는데 중기부에선 회피성으로 일관되게 답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이 전 과장에 대한 의혹은 청와대 공직기강실서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산 센터장의 비위 의혹은 8일 중기부 감사, 16일 중기부 산하기관 감사, 21일 종합감사서 줄곧 언급됐다. 조홍근 부산 센터장이 롯데케미칼로부터 차량을 제공 받아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불거졌다.

장 의원은 “조홍근 센터장은 채용 청탁 전문 기업으로부터 차량을 제공 받는 등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며 “롯데케미칼에서 연 840만원씩, 5년간 4200만원을 제공받았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관련 법 규정에 따라 철저히 확인하고 조치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장관은 “(감사를)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조 센터장에 대한 의혹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는 점이다. 조 센터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부산 혁신센터 내부 직원은 “수차례에 걸쳐 중기부에 민원을 넣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직원은 중기부 민원으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민원을 넣은 상태다. 권익위는 제보 내용을 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일요시사> 보도로 혁신센터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관리·감독기관의 안일함이 동시에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은 중기부 종합감사서 “혁신센터 센터장 비리 문제가 계속 나와도 이사회가 문제를 삼기 어려운 이유는 센터장이 이사회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 조 센터장은 채용비리 의혹으로 올해 2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지만 부산 혁신센터 이사회서 이 문제가 다뤄진 적은 없다. 현재로선 조 센터장이 11월16일로 예정된 임기를 다 채울 가능성이 높다. 추가 공판 기일이 11월11일로 잡혀 있기 때문에 1심 선고도 조 센터장 임기 이후에나 나온다.

손 놓은
정부기관


김 의원은 “비리 문제가 나와도 센터장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이사회에선 파면이나 해임밖에 할 수 없는 데다 당연직 5명 외에 나머지 이사의 인사권은 전부 센터장이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이상 센터장 개인 비리를 이사회가 문제 삼기에는 한계가 있고 파면·해임 조항만 가지고 이사회가 할 수 있는 것도 한정적”이라며 “이사 추천권을 센터장 단독이 아닌 지방 중소기업청장과 합의하거나 감봉 같은 것을 포함하는 정관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정관 개정을 다시 한 번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혁신센터 운영상의 문제를 지적한 장 의원의 질의에는 “혁신센터가 박근혜정부 때 대기업의 기부금을 받아 탄생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관리하는 부분이 정리가 안 된 것 같은데 잘 챙겨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중기부의 안일한 문제 인식을 지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혁신센터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중기부로 이관된 것은 2017년 7월 미래부가 폐지되면서부터다. 문정부가 출범하고 2개월 만이다. 그 사이 중기부는 산하기관 채용 점검, 몇몇 혁신센터에 대한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그때마다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혁신센터 내부 규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조치가 취해졌다.

2017년 중기부는 31개 산하기관의 채용 점검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는데 혁신센터는 17곳 모두 채용비리가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지난해 국감서 혁신센터의 채용비리 현황을 공개했다. 중기부가 적발한 140건의 채용비리 중 40%에 달하는 57건이 혁신센터서 일어났다. 하지만 중기부가 내린 조치 중 가장 강력한 것이 고작 센터장의 문책 요구(경징계)였다.

2018년 7월에는 서울 혁신센터에 대한 중기부 종합감사가 있었다. 중기부는 몇몇 문제에 대한 내부 규정을 마련하라고 서울 혁신센터에 요구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9월 서울 혁신센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내부 규정 개정은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거의 완료 단계”라고 답했다.

박영선 “정관 개정 점검하겠다”
1년 전 국감에서도 똑같은 지적

중기부로부터 혁신센터와 관련된 예산 집행 관리를 위탁받은 창진원의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6일 중기부 산하기관 감사서 장 의원은 조 센터장의 비리 의혹을 언급하면서 김광현 창진원 원장에게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김 원장은 “알고 있다”면서도 “창진원에는 센터장에게 조치를 취할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김 원장은 장 의원의 거듭된 질의에도 “권한이 없다” “혁신센터에 자율성과 개방성을 부여하고 있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관리·감독 권한은 중기부에 있고 창진원은 혁신센터의 예산 집행만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국감서도 혁신센터에 대한 창진원의 역할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최 의원은 “현재 혁신센터에 대한 업무를 위탁 받은 창진원도 명확한 규정이 없어 형식상 예산 집행 관리 등만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박근혜정부의 주먹구구식 사업 추진으로 미비된 채용 절차 및 관련 규정 등을 조속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기부는 뒤늦게 혁신센터에 대한 감사에 돌입했다. 지난 21일에는 조 센터장의 김영란법 위반 여부와 이 전 과장과의 술자리 비용 등을 확인하기 위한 중기부 실사가 이뤄졌다. 이 과정서 조 센터장이 롯데케미칼로부터 제공 받은 차량을 지금까지 몰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장 의원 측은 혁신센터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고려 중이다.

<일요시사> 보도 이후 우편, 이메일 등을 통해 제보가 쏟아졌다. 채용 절차의 문제, 센터장의 도덕성, 전횡 등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제보 내용들 중 공통된 부분은 “중기부에 민원을 넣거나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상황이 변하지 않아 언론을 찾게 됐다”는 것이었다.

취지는 좋아
“제대로 바꿔야”

센터장의 비리 의혹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보복성 징계를 당하고 있다는 부산 혁신센터의 한 내부 직원은 “혁신센터의 취지와 방향성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나 역시 그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에 엉망이 된 혁신센터 운영 상태가 더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센터가 원래의 취지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17개 혁신센터 센터장을 전부 물갈이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 정말 힘들지만 그때까지 버텨보겠다”고 덧붙였다.
 

<chm@ilyosisa.co.kr>
<jangjs@ilyosisa.co.kr>
<js0814@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