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탐사기획⑦> ‘박근혜 유산’ 혈세 먹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대해부 -중기부의 면피용 보고서

국감서 드러난 방만한 운영

[일요시사 탐사보도팀] 박근혜정부의 유산인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현재 문재인정부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투명한 예산 집행과 공정한 운영이 담보돼야 하지만 혁신센터를 둘러싼 잡음은 문정부 들어서도 여전하다. <일요시사> 탐사보도팀은 지난 6개월간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서 일어난 비리를 집중 취재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는 2014년 설립 이래 5년여 동안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를 받은 적이 없다. 몇몇 혁신센터가 국회 국정감사와 시의회서 방만한 운영을 지적 받은 게 전부다. 그마저도 후속 조치는 미미했다.

감시 없고
가벼운 조치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감사를 통해 전국 17개 혁신센터의 채용비리가 드러났지만 형사 조치가 취해진 곳은 부산 혁신센터뿐이다. 그것도 중기부가 아닌 부산시의 고발로 진행됐다. 세종 혁신센터는 시의회서 센터장의 공용차 출·퇴근 논란 등 운영상의 문제를 지적 받았다. 하지만 문제의 센터장은 현재도 세종 혁신센터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관리·감독 권한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서 중기부로 이관됐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때나 문재인정부 때나 혁신센터를 총괄적으로 관리한 건 같은 사람이다. 그동안 전국 17개 혁신센터 중 11곳의 센터장이 4년 이상 자리를 지켰다. 유착 의혹이 나오기 쉬운 구조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3일부터 <‘박근혜 유산’ 혈세 먹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대해부> 기사 8편을 통해 혁신센터의 민낯을 조명했다. 공직유관단체이면서 국비와 지방비 등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혁신센터 내부 상황은 ‘고인 물’이라고 해도 될 만큼 곪아있었다.


관리·감독해야 할 중기부나 예산 집행관리를 위탁받은 창업진흥원(이하 창진원)은 허수아비였다.

이번 20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서 혁신센터는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중기부 전 과장과 센터장들의 유착 의혹, 부산 센터장의 김영란법 위반 의혹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문제 파악은커녕 관리·감독에 손 놓고 있던 중기부와 창진원의 무능함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피감기관 술자리 의혹
청와대로 책임 떠넘겨

<일요시사>는 7일 <‘박근혜 유산’ 혈세 먹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대해부-무소불위 센터장> 기사를 통해 이옥형 전 중기부 창업 생태계 조성과 과장과 센터장들의 술자리 사진을 보도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은 해당 사진을 8일 중기부 국감서 공개했다.

장 의원은 박영선 중기부 장관에게 “중기부 과장이 피감기관 기관장들과 감사 직전에 술자리를 가진 게 옳다고 생각하느냐. 김영란법 위반 아니냐”고 물었다. 박 장관은 “이 전 과장이 센터장들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감사실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답했다.

국감 지적사항에 대해 감사를 진행한 중기부는 지난 16일 ‘국정감사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조치 경과 보고’를 내놨다. 문제는 감사 내용이다. 중기부는 이 전 과장의 청와대 발령 시점(8월9일)을 언급하면서 책임을 피해가려 했다. 이 전 과장이 센터장들과 술을 마신 당시(9월6일)에는 중기부 과장 신분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전 과장은 지난 5월에도 센터장들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확인됐다. 이 전 과장은 5월3일 충북 혁신센터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이하 혁신센터협의회)에 중기부 과장 신분으로 참석했다. 이 전 과장과 센터장들이 함께 찍은 사진 속 탁자에는 맥주와 막걸리 등 술이 즐비했다.


혁신센터협의회는 센터장들이 모여 매달 진행하는 회의다. 이 전 과장은 청와대 발령 전인 올해 6월까지 혁신센터협의회 회의에 매달 참석했다. 9월6일 서울의 한 술집서 열린 이 전 과장의 송별식 역시 혁신센터협의회 뒤풀이를 겸한 자리였다. 이날 술 값은 혁신센터협의회 예산으로 지출됐다.

술자리 의혹
면피성 보고

중기부는 혁신센터협의회 돈으로 술을 마신 이 전 과장의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도 청와대로 넘겼다. 하지만 5월 술자리 사진이 공개되면서 중기부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면피용 감사를 했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지난 21일 중기부 종합감사서 장 의원은 “중기부 과장과 피감기관 기관장의 술자리 의혹에 대한 중기부 조사 결과를 받아봤는데, 이 전 과장이 청와대 소속일 때 술자리를 가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이 전 과장이)청와대 가기 전에도 술자리가 있었는데 중기부에선 회피성으로 일관되게 답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이 전 과장에 대한 의혹은 청와대 공직기강실서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산 센터장의 비위 의혹은 8일 중기부 감사, 16일 중기부 산하기관 감사, 21일 종합감사서 줄곧 언급됐다. 조홍근 부산 센터장이 롯데케미칼로부터 차량을 제공 받아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불거졌다.

장 의원은 “조홍근 센터장은 채용 청탁 전문 기업으로부터 차량을 제공 받는 등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며 “롯데케미칼에서 연 840만원씩, 5년간 4200만원을 제공받았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관련 법 규정에 따라 철저히 확인하고 조치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장관은 “(감사를)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조 센터장에 대한 의혹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는 점이다. 조 센터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부산 혁신센터 내부 직원은 “수차례에 걸쳐 중기부에 민원을 넣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직원은 중기부 민원으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민원을 넣은 상태다. 권익위는 제보 내용을 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일요시사> 보도로 혁신센터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관리·감독기관의 안일함이 동시에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은 중기부 종합감사서 “혁신센터 센터장 비리 문제가 계속 나와도 이사회가 문제를 삼기 어려운 이유는 센터장이 이사회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 조 센터장은 채용비리 의혹으로 올해 2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지만 부산 혁신센터 이사회서 이 문제가 다뤄진 적은 없다. 현재로선 조 센터장이 11월16일로 예정된 임기를 다 채울 가능성이 높다. 추가 공판 기일이 11월11일로 잡혀 있기 때문에 1심 선고도 조 센터장 임기 이후에나 나온다.

손 놓은
정부기관


김 의원은 “비리 문제가 나와도 센터장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이사회에선 파면이나 해임밖에 할 수 없는 데다 당연직 5명 외에 나머지 이사의 인사권은 전부 센터장이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이상 센터장 개인 비리를 이사회가 문제 삼기에는 한계가 있고 파면·해임 조항만 가지고 이사회가 할 수 있는 것도 한정적”이라며 “이사 추천권을 센터장 단독이 아닌 지방 중소기업청장과 합의하거나 감봉 같은 것을 포함하는 정관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정관 개정을 다시 한 번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혁신센터 운영상의 문제를 지적한 장 의원의 질의에는 “혁신센터가 박근혜정부 때 대기업의 기부금을 받아 탄생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관리하는 부분이 정리가 안 된 것 같은데 잘 챙겨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중기부의 안일한 문제 인식을 지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혁신센터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중기부로 이관된 것은 2017년 7월 미래부가 폐지되면서부터다. 문정부가 출범하고 2개월 만이다. 그 사이 중기부는 산하기관 채용 점검, 몇몇 혁신센터에 대한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그때마다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혁신센터 내부 규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조치가 취해졌다.

2017년 중기부는 31개 산하기관의 채용 점검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는데 혁신센터는 17곳 모두 채용비리가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지난해 국감서 혁신센터의 채용비리 현황을 공개했다. 중기부가 적발한 140건의 채용비리 중 40%에 달하는 57건이 혁신센터서 일어났다. 하지만 중기부가 내린 조치 중 가장 강력한 것이 고작 센터장의 문책 요구(경징계)였다.

2018년 7월에는 서울 혁신센터에 대한 중기부 종합감사가 있었다. 중기부는 몇몇 문제에 대한 내부 규정을 마련하라고 서울 혁신센터에 요구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9월 서울 혁신센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내부 규정 개정은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거의 완료 단계”라고 답했다.

박영선 “정관 개정 점검하겠다”
1년 전 국감에서도 똑같은 지적

중기부로부터 혁신센터와 관련된 예산 집행 관리를 위탁받은 창진원의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6일 중기부 산하기관 감사서 장 의원은 조 센터장의 비리 의혹을 언급하면서 김광현 창진원 원장에게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김 원장은 “알고 있다”면서도 “창진원에는 센터장에게 조치를 취할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김 원장은 장 의원의 거듭된 질의에도 “권한이 없다” “혁신센터에 자율성과 개방성을 부여하고 있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관리·감독 권한은 중기부에 있고 창진원은 혁신센터의 예산 집행만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국감서도 혁신센터에 대한 창진원의 역할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최 의원은 “현재 혁신센터에 대한 업무를 위탁 받은 창진원도 명확한 규정이 없어 형식상 예산 집행 관리 등만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박근혜정부의 주먹구구식 사업 추진으로 미비된 채용 절차 및 관련 규정 등을 조속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기부는 뒤늦게 혁신센터에 대한 감사에 돌입했다. 지난 21일에는 조 센터장의 김영란법 위반 여부와 이 전 과장과의 술자리 비용 등을 확인하기 위한 중기부 실사가 이뤄졌다. 이 과정서 조 센터장이 롯데케미칼로부터 제공 받은 차량을 지금까지 몰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장 의원 측은 혁신센터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고려 중이다.

<일요시사> 보도 이후 우편, 이메일 등을 통해 제보가 쏟아졌다. 채용 절차의 문제, 센터장의 도덕성, 전횡 등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제보 내용들 중 공통된 부분은 “중기부에 민원을 넣거나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상황이 변하지 않아 언론을 찾게 됐다”는 것이었다.

취지는 좋아
“제대로 바꿔야”

센터장의 비리 의혹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보복성 징계를 당하고 있다는 부산 혁신센터의 한 내부 직원은 “혁신센터의 취지와 방향성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나 역시 그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에 엉망이 된 혁신센터 운영 상태가 더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센터가 원래의 취지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17개 혁신센터 센터장을 전부 물갈이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 정말 힘들지만 그때까지 버텨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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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이 지핀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노소영이 지핀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 등이 노태우 일가 세무조사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서 불거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 메모 사건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지난달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고발한 5·18기념재단 관계자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세기의 이혼 흑역사 불러 재단이 지난 10월14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조세범 처벌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지 한 달여 만에 본격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노태우 일가를 둘러싼 부정 은닉재산 의혹 등 실체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는 약 4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추징된 금액은 2628억원에 그친다. 재단 측은 지난 10월14일 대검찰청에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김 여사의 ‘선경 300억’ 관련 메모에 기재된 전체 금액이 904억원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이 127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와 노 관장, 노 원장을 조세범처벌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원순석 5·18재단 이사장은 고발 당시 “올바른 정의와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 고발장을 접수하게 됐다. 피의 대가로 권력을 장악해 부정부패를 통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습해 자식들에게 넘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 국가에 환수당하지 않으려 과세 관청에 신고하지 않았고 이를 통해 상속세도 포탈했다”며 “상속세 포탈 금액이 연간 5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단은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의 유산이 연희동 자택이 유일하다고 하는 등 추징 이후 부정 축재한 은닉재산이 없는 듯이 가장해 왔으나 재판 과정서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및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 왔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은닉재산에 대해 최근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과정서 피고발인인 김 여사가 2000~2001년까지 약 21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차명으로 불법 보관하다가 다시 한번 보험금으로 납입해 자금을 세탁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비자금 4600억” 정재계 증언 이어져 5·18 관계자 고발로 부인·남매 소환 재단 측은 추징금 완납 이후에도 비자금 관련 뇌물죄 수사 및 추징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용해 그동안 은닉했던 불법 비자금 총 152억원을 피고발인 노 원장 명의로 공익법인에 기부해(동아시아문화센터 147억원, 노태우 재단 5억원) 다시 한번 자금을 세탁하고 자녀에게 불법 증여한 것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1991년 메모와 약속어음을 근거로 비자금이 SK 측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봤다. 김 여사의 메모에 ‘선경 300억’이라고 적혀 있었고,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증거로 내세웠다. 이후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했다. 또 이 자금이 당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2심 재판 과정서 과다하게 부풀려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 회장 측도 지난 8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며 이 부분에 대한 여러 오류를 문제 삼았다. 노태우정부 시절 경제수석, 민주자유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매체를 통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노태우 자금 문제를 관리하는 이원조씨가 있는데 사돈 기업에 통치 자금 이야기를 해 (선경서 노태우 측에)꾸준히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서 일단 뭘 좀 주라고 해서 어음 자체를 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씨는 5·6공 시절 ‘금융계의 황제’로 불렸다.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모아 전달한 혐의로 대법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준 돈? 받은 돈! 실제 어음 발행일은 노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1992년 12월로 알려졌다. 선경건설이 당시 발행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 과정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나 ‘비자금’이 SK의 성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결했다. 노 관장 측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기여도가 크다고 보고, 최 회장이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즉각 반발했고, 최근 상고심 시작에 앞서 500여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다양한 쟁점 가운데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및 후광 등은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오히려 손해가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은 반박했다. 그는 진술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선경건설의 약속어음은 태평양증권 인수와는 무관하고, ‘받았다’는 의미인 차용증은 ‘주겠다’는 의미의 약속어음이라며 노 관장 측 주장에 반박했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의 전언과도 일치된다. 손 명예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하면서 확인된 김 여사의 비자금 메모, 지난 2007~2008년 적발했지만 덮은 214억원+α, 지난 2016~2021년까지 동생 노재헌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 2023년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 등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 은닉, 돈세탁, 불법증여는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고발 내용과 경위 등을 확인하는 한편 조사 내용을 토대로 노 관장 등 노태우 일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심우정 검찰총장이 국회 국정감사서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은닉 관련 직접 수사 의지를 피력한 만큼 실체 규명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후 자금 시드머니 정재계는 물론 시민단체서도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수사가 한 달이 지나도 진척이 없자 환수위는 지난 22일에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수사 촉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환수위는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이 진행 중인 ‘노태우 위인화 사업’에 “적게는 수억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수위 역시 노 관장 등을 범죄수익은닉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어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 범죄수익의 은닉과 증식을 도모한 가족공범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환수위는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가 해외서 굴리는 자금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추가 고발도 예고했다. 또 환수위는 지난달 25일 열린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 대통령 노태우> 출판기념회에 사용된 비용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서도 노 관장이 직접 불법 비자금이 있다고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노 관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은 불법 비자금 관련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도 국정감사에 불참하는 등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행사에는 참석하고 있다”며 “불법 비자금에 대해 떳떳하다면 직접 설명하고, 조사에도 철저하게 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300억 메모’꺼낸 노 관장 자충수 “네오트라이톤 뒤져야” 의혹 제기 정치권서도 ‘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8일, 노태우 일가의 은닉 자금은 김옥숙 여사의 904억원을 비롯해 차명으로 보관한 210억원 규모의 보험금, 동아시아문화센터 기부금 147억원 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도 지난달 24일 “노재헌 원장 측근의 명의로 설립된 네오트라이톤이 부동산 분양 및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 회사가 운영되는 데 있어 비자금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8일 법무부 국정감사서 ‘6공화국 비자금’과 관련해 “(전체 비자금 추정 규모 대비)일부만 환수되고 1400억원이 붕 뜬 상태였는데, 최근 소송서 밝혀진 904억 메모, 152억 기부금 등 비자금 은닉 정황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며 “불법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방안을 마련해 종합감사까지 보고할 것”을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주문한 바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 관련 자금 흐름을 국세청 홈택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살펴보는 과정서 노태우 일가가 최대주주인 회사를 발견했다. 노 원장의 최측근 명의로 설립된 부동산 임대·매매업을 영위하는 ㈜네오트라이톤이라는 회사를 파악하게 됐다. 노 원장은 네오트라이톤의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네오트라이톤에는 최초 설립 이사부터 전·현직 임원 등에 노 원장의 측근이 다수 포함돼있었다. 언론을 통해 노재헌 원장과 홍콩서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을 받는 김정환씨, 그리고 비자금 세탁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노 원장의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의 과거 이사장인 채현종씨도 포함돼있다.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개정 전 마지막으로 공시된 ‘네오트라이톤 201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노 원장을 포함한 총 2~3인의 주주단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무이자·무담보 형식으로 회사에 대여해 줬다. 네오트라이톤은 현재 자본금이 1660만원에 불과한데 주주와 은행의 차입금으로 토지 구매, 건물 건설, 분양 및 임대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다. 불똥 튄 남동생 김 의원은 “노태우 일가는 비자금 일부만 추징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납부 여력이 없다며 사돈과 친척을 통해 추징금을 대납시켰다고 하는데, 이후 어머니 김옥숙씨는 아들 공익법인에 147억을 출연했다”며 “노태우 일가의 자금 출처와 흐름이 비정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재헌 원장은 지난달 16일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서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를 통해 비자금을 세탁하고 부동산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