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수상권 오스카 레이스 관전포인트

골리앗과 붙는 다윗 ‘개봉박두’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봉준호 감독 연출작 <기생충>의 ‘오스카 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미국 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으로 불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상)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것. 현재까지 <기생충>은 세계 유수 영화제 및 시상식서 180개 이상의 수상 이력을 남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오스카상 수상을 통해 한국 영화 100년의 기념비적인 사건을 일으킬지 관심이 뜨겁다. 현재 영국 전쟁영화 <1917>과 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작품상’ 수상 가능성을 내다봤다.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서 최고상 격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시상식을 돌며 광폭 행보를 이어나갔다. 이후 지난해 10월 북미 지역서 <기생충>을 개봉하면서 오스카상 수상을 위한 홍보 및 경쟁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예측 불가능

이후 뉴욕과 토론토 영화제는 물론 각종 비평가협회서 주어지는 상을 휩쓸었고, 심지어 미국 내 2위 시상식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서도 작품상을 받았다. 결국 오스카상의 국제장편영화상, 미술상, 편집상,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영화로서는 모든 것이 최초인,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국내서 1000만 관객 동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이후, 모든 활동은 ‘즐거운 소동’이라고 밝힌 봉 감독 역시 오스카상의 작품상을 내다보는 현 상황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던 듯하다. 일반적으로 일부 심사위원들이 수십편의 작품을 감상한 후 모여서 결정하는 게 영화제 및 시상식의 최고상을 가리는 심사방식인 데 반해 오스카상은 미국 내 영화 관계자 총 8000여명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수상 여부를 가린다. 

국내에선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배우 이병헌, 봉준호 감독 등에게 투표권이 있다. 오스카 레이스는 일종의 선거운동과 비슷한 행태를 띤다. 따라서 막대한 예산도 투입되며, 인종과 성별, 지역 등 각종 정치적인 사안이 수상에 영향을 끼친다. 투표제도 역시 복잡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봉 감독 역시 이 모든 것을 알고 출발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익스트림 무비와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북미 배급사와 홍보팀이 광란의 환호 내지 충격과 환희를 드러냈던 건 미국배우조합상(SAG)의 앙상블상에 노미네이트가 됐을 때였다. 사람들이 울고불고 그랬다. 오히려 나를 비롯한 한국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고 밝혔다. 

북미 지역 프로모션 관계자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인 이유는 오스카상 투표권자 대부분이 현역 또는 은퇴한 영화 업계 종사자이며, 이들은 감독 및 프로듀서, 촬영, 배우 조합 등에 소속돼있고, 이 중 가장 인원수가 많은 게 SAG라는 것. SAG서 관심을 받는 영화가 곧 오스카 레이스서 유리함을 갖는다. 이때부터 캠페인 분위기가 확 바뀌었고, 예산도 더 투입됐다고 봉 감독은 전했다. 

▲오스카 ‘바로미터’ 셋 = 오스카상의 최고상 격인 작품상에는 현재 9개 작품이 경쟁 중이다. <기생충>을 비롯해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등이다. 그 가운데 <기생충>과 <1917>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이 배경에는 ‘미국제작자조합상’(이하 PGA)과 ‘미국감독조합상’(이하 DGA), ‘미국배우조합상’(이하 SAG)이 있다. 이 세 조합의 수상 여부가 오스카상의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세 조합은 할리우드 주요 직군을 대표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오스카상 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계에 영향력이 높다.

▲골리앗 VS 다윗 = 1월30일 기준 세 조합의 주인공이 결정됐다. <기생충>은 SGA의 최고상 격인 캐스팅 앙상블상을 수상했고, <1917>은 PGA와 DGA를 가져갔다. 통계적으로 PGA와 DGA를 받은 <1917>이 <기생충>보다 우세하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30년 동안 PGA서 작품상을 받은 21개 작품이 오스카서도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무려 70%의 높은 확률이다. 최근 10년간 PGA를 받고도 아카데미서 작품상을 따내지 못한 영화는 <빅쇼트>와 <라라랜드> 단 두 편이다. 

한국영화 100년 금자탑 쌓을까?
다양성 부문 ‘독식’ 가능할까?


아울러 PGA는 오스카상과 같이 선호투표제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호투표제란 아카데미 회원들이 후보작에 모두 순위를 매기고, 1순위가 절반을 넘기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방식이다. 만약 절반을 넘기지 못하면 최하위 영화를 후보서 빼고 최하위 영화 투표자의 2순위 표가 1순위가 되는데, 이렇게 1순위가 과반을 넘기는 영화가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곧 작품상 후보 중 하위권 영화에 투표하는 회원의 2∼3순위 영화가 캐스팅보트를 갖는다. 동일 방식서 <1917>이 <기생충>을 따돌렸다는 것은 <기생충>을 응원하는 국내 팬들에게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다.

또 영화감독들이 대거 포함된 DGA는 PGA보다 더욱 확률이 높다. DGA 최고상 수상작이 오스카서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한 경우는 72년 동안 단 17번에 불과하다. 실제로 많은 감독들이 <기생충>을 칭찬하면서도 정작 투표는 <1917>에 했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PGA와 DGA를 수상한 <1917>이 <기생충>에 비해 한발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 영화 1017

DGA 투표 결과로 인해 오스카 감독상은 <1917>의 샘 멘더스 감독으로 확정된 분위기다. 또 <기생충>은 드라마 형식의 작품인데 반해 <1917>은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전쟁 영화라는 점, 통상적으로 감독상은 큰 스케일의 작품 연출자가 차지한다는 점에서 봉 감독이 감독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생충> 호재는? = <1917>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비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세 조합 중 가장 많은 아카데미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SAG서 <기생충>이 수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24년간 SAG에 후보 지명조차 없이 작품상을 받은 영화는 <브레이브 하트>(1996)와 <더 셰이프 오브 워터>(2018), <그린 북>(2019) 등 3편뿐이다. 

아울러 지난 1일 개최된 작가 조합상(WGA)에서는 <기생충>이 받았다. 작가 조합상 역시 다수의 아카데미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상과 함께 각본상도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라는 점과 함께 수천억원을 제작비로 투자하는 미국의 관점으로 봤을 때 블록버스터가 아닌 다양성 영화에 해당한다. 올해에는 여성이나 흑인, 라틴 계열 등 정치적 성향을 포괄한 다양성 영화가 거의 없어 <기생충>이 다양성 영화를 선호하는 회원들의 표를 독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1라운드서 <1917>이 절반 이상 표를 가져가지 못할 경우, 다양성 영화를 선택한 회원들의 2∼3순위 표가 <기생충>으로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 오스카 주요부문서 기존 예측을 무너뜨리고 비백인 영화들의 선전이 돋보였던 만큼, 유일한 비백인 영화인 <기생충>이 ‘로컬’(Local)과 국제 영화제의 기로에 놓인 오스카로부터 어떤 선택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높은 벽

오스카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 시점으로 보면 <1917>이 가장 유력한 게 사실이지만,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뚜껑을 열 때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사람들은 언더 독에게 동정심을 갖고 있어, 강력한 대항마인 <기생충>이 마지막 반전을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